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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어머니가 생겼다-70화 (70/438)

〈 70화 〉 밤 (6)

* * *

헤어드라이기를 끈 백지수가 다가왔다. 엉덩이를 들어 자리를 옆으로 살짝 옮겨서 백지수가 오른쪽에 앉을 수 있게 했다. 백지수가 목에 걸치던 하얀 수건을 오른손으로 들고는 느닷없이 휘둘렀다. 목에 수건이 감겨 차가운 느낌이 들었다.

“뭐야?”

백지수가 킥킥 웃고는 입을 열었다.

“빨래통에 두고 와.”

“말로 해도 되잖아.”

“네 하소연 들어주는 값이라 생각해.”

“네에.”

빨래통에 수건을 던져놓고 도로 자리에 앉았다. 백지수가 이불을 던지듯 덮어주었다. 접힌 부분이 조금 있어서 팔을 뻗어 펼치고 이불을 조금 내려 다리만 덮었다.

“야 나 근데 네 얘기 들어주기 전에 오늘 왜 갑자기 사라진 건지 이유 물어봐도 되냐?”

얘기를 해도 될까. 어머니에 대한 얘기를 공유한 건 백지수 뿐인데, 그냥 말해도 되지 않을까.

“어머니가 병원 입원했다고 외할아버지한테서 연락 와 가지고. 바로 갔어.”

백지수의 눈이 측은해졌다.

“괜찮으시대?”

“괜찮은 거 같은데, 진짜 괜찮은 건지, 아님 일부러 밝은 모습 보여주시려고 노력해서 그렇게 느껴지는 건지 약간 분간이 안 돼. 아니, 힘들 거야. 근데 자꾸 감추려 해서 알 수가 없어. 얼마나 힘드신 건지. 내가 어떡해야 할지. 얼마나 곁에 있고 위로해줘야 될지.”

“이런 건 솔직해야 주변 사람도 편한데.”

“그니까. 혼자 다 감당하시려고 그러는 건가.”

백지수가 내 오른어깨를 왼손으로 팍팍 쳤다.

“네가 어머니 닮은 건가 보다.”

“갑자기?”

“너도 어제까지만 해도 어머니 얘기 다른 사람한테 절대 안 하고 꾹꾹 참다가 나한테 겨우 털어놨잖아. 어머니도 너랑 외조부모님한테 걱정 안 끼치려고 그러시는 거고.”

“으응... 약간 그런 거 같네.”

“약간이 아니라 그냥 그런 거 같애.”

“그래. 그치. 어머니랑 닮았지...”

“근데 넌 하나 다행인 거 있다?”

“뭐?”

백지수가 오른손 검지로 자기 가슴께를 가리켰다.

“네 얘기 들어주는 사람 있잖아.”

피식 웃었다.

“고마워.”

“가소롭다는 거 같다?”

백지수가 고개를 갸웃했다.

“살짝 빡치네? 네 얘기 앞으로 안 들어주고 여기에서도 내쫓아줄까요?”

“그런 뜻 아니었어요.”

“그럼 뭔데.”

“그냥, 좋아서 웃었어.”

“... 미친 새끼...”

“나 안 내쫓을 거지?”

“... 어.”

“고마워.”

“됐고, 하고 싶은 얘기나 해봐.”

“없어.”

“방금 말한 게 말하고 싶던 거야?”

“아니. 그냥 얘기하면서 풀렸어.”

“또 모호하게 배배 꼬아서 지만 아는 화법 쓰네.”

“직설적으로 말해?”

“어.”

“그냥 아까 좀 외롭다고 해야 되나. 그랬는데, 너랑 얘기하면서 풀렸어.”

백지수가 소파 등받이에 왼팔을 대고 왼손으로 턱을 괴었다.

“... 너 존나 애새끼다 진짜.”

“내가 왜 애새낀데.”

“무슨 크로머한테 약점 잡힌 싱클레어도 아니고 존나 지 혼자 끙끙대고, 가슴에 파묻혀서 질질 짜고, 존나 쉽게 외로워하고. 아니 이건 애새끼가 아니라 사춘기인가?”

“사춘기라기에는 너무 늦지 않아?”

“그니까. 몸뚱이 존나 큰 놈이 지금 사춘기 왔다고 하면 존나 에반 거 같긴 해. 걍 애새끼해라.”

“알겠어요 누나.”

“아 존나 극혐.”

백지수가 두 손으로 나를 밀어내려 했다. 안 밀렸다.

“그 정도야?”

“네 몸을 생각해야지.”

“근데 네가 애라매.”

“좆까 너 애 아냐.”

픽 웃었다.

“그럼 나 뭐 해?”

“그냥 고2해 뭐하긴 뭘 해.”

“알겠어.”

“근데 너 이제 진짜 괜찮은 거 맞아?”

“갑자기? 왜?”

“외롭다고 했잖아.”

“음. 지금은 괜찮은데 너 가면 또 외로워질 수도 있어.”

“아 진짜 지랄하지 말고.”

백지수가 눈을 찌푸렸다.

“지랄 아냐.”

“진짜 옆에 사람 없음 외로워? 너 정신과 가봐야 되는 거 아냐? 아 근데 이거 편견 섞인 말 아니다?”

“네가 손 잡고 같이 가주면 정신과 갈게.”

“아 씨발 적당히 하라고.”

백지수가 왼발을 들어 내 오른허벅지를 차려 했다. 왼손으로 발바닥을 막고 오른손으로 발목을 붙잡았다.

“놔라.”

“싫은데.”

“놓으라고 기분 존나 이상하니까.”

“뭐가 어떻게 이상한데.”

“그걸 모르는 게 이상한 거야 병신아. 빨리.”

백지수가 왼손으로 소파 등받이를 잡고 오른손은 소파 쿠션에 댄 다음 왼발을 털어내려 했다. 분명 다리를 터는 건데 가슴이 흔들리는 게 보였다. 완전히 벌려진 것도 아닌 다리는 묘하게 섹슈얼했다. 검은 돌핀팬츠와 허벅지 살 사이 틈새에 존재하는 어둠이 그 너머에 존재하는 음부를 상상하게 했다. 발기할 거 같아서 왼손을 떼서 주머니에 넣어 자지를 억누르고 오른손만으로 발목을 잡았다.

“놓으라고.”

백지수의 얼굴이 붉어져갔다. 자기 자세에 부끄러움을 느끼는 듯했다. 백지수가 저항을 포기하고 도로 엉덩이를 붙였다. 왼발목을 붙잡은 걸 놓아주고 오른손으로 이불을 끌어 올려 하반신을 가렸다.

“너 씨발 진짜 존나 변태 새끼냐?”

“그냥 자기 방어한 건데 뭐.”

“존나 개 쪽팔리는 자세였는데 그걸 끝까지 붙잡고 있냐 미친 놈아?”

“미안해.”

“개새끼...”

백지수가 벌떡 일어서서 자리를 떴다. 뒷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는데 2층으로 올라가는 모양이었다.

“너 2층 올라오면 뒤져 개 변태 새끼야!”

백지수가 뒤돌아보지도 않고 외쳤다. 대답은 안 하는 게 나을 거 같아서 그냥 입을 다물었다.

폰을 꺼내 다시 텍스팅을 했다. 또 허했다. 누구와라도 말을 섞고 싶었다. 백지수에게 전화 걸었다. 받지도 않고 바로 끊겼다.

[왜 또.]

[전화 받아주라.]

[좆까 나 바빠.]

[뭐 하는데.]

[바쁘다고. 그것만 알면 됐지 뭘 더 알고 싶어 가지고. 캐묻지 마라.]

[어.]

백지수는 안 될 거 같았다. 김세은이 보내온 문자가 있나 확인했다. 있었다.

[온유야 나 심심해]

[톡 봤을 때 안 바쁘면 바로 전화 걸어]

[페이스톡으로]

페이스톡을 걸었다. 한 12초 정도 있었나, 전화가 연결됐다. 촉촉이 젖은 머리칼을 한 김세은의 얼굴이 화면에 가득 찼다.

“너 씻어?”

ㅡ응.

곧 김세은이 폰을 잡은 팔을 앞으로 뻗었는지 화면에 잡히는 게 많아졌다. 하얀 타일과 거울, 그리고 김세은의 얼굴과 어깨, 하얗고 작은 가슴이 보였다. 등골이 쭈뼛해졌다. 일단 볼륨을 줄여 한 칸만 남겼다. 그리고 카메라를 껐다. 여기는 백지수의 별장이었다. 김세은이 너 지금 어딨냐고 물어오면 답할 말이 궁했다. 게다가 백지수가 언제 다시 내려올지 몰랐다.

ㅡ뭐해?

“잠깐만.”

일단 자리를 옮겨야 했다. 두리번거리다 화장실을 골라 안에 들어가고 문을 잠근 다음 변기에 앉아 다시 캠을 켰다. 볼륨을 두 칸 높였다.

“나 걸을 때 굴욕샷 나올까봐.”

ㅡ풋. 아냐 넌 그런 거 안 나와. 만약에 나와도 그런 대로 귀여울 거고.

“고마워.”

김세은이 몸을 욕조에 푸욱 담갔다. 피어오르는 희멀건 김이 카메라를 가려 화면을 뿌옇게 했다. 그래도 유리에 김이 서린 것 만큼 안 보이지는 않았다.

“너 왜 씻는데 전화 받았어?”

ㅡ네가 전화 걸었잖아.

“끊고 지금 씻는다고 문자 보냈음 전화 안 걸었지.”

김세은이 미소지었다.

ㅡ응. 사실 그냥 내가 전화 받고 싶었어.

“으응.”

ㅡ너 뭐하고 있었어?

“나 딱히. 그냥 앉아서 폰하고 있었어.”

ㅡ그래?

김세은이 오른손으로 자기 왼가슴과 오른가슴을 번갈아 주물럭댔다. 발기했다.

ㅡ너 지금 섰어?

“어. 너 존나 꼴려.”

김세은이 눈웃음지었다. 검지와 중지 끝자락으로 왼젖꼭지를 퉁기는데, 그 모습이 미칠 듯이 요망했다.

ㅡ너두 보여줘.

“뭘?”

ㅡ자ㅡ지ㅡ.

볼륨을 한 칸 줄였다. 왼손으로 폰을 들고 오른손만을 써 팬티와 함께 바지를 벗었다.

ㅡ보여줘.

“응.”

폰 각도를 기울여 하반신이 보이게 했다.

ㅡ이렇게 보니까 또 진짜 크다.

“이게 네 안에 거의 다 들어가잖아.”

ㅡ그니까. 엄청 신기해.

“나도.”

ㅡ나도 보여줄까?

“응.”

화면이 김세은의 몸을 위에서 아래로 훑었다. 카메라가 얼굴과 어깨, 작은 가슴을 담다가 11자 복근이 드러난 배를 거쳐 매끈한 하반신과 보지를 비추었다. 가느다란 손가락이 예쁜 오른손이 화면으로 침투했다. 그대로 오른손 중지와 약지가 보지 속으로 들어갔다.

ㅡ으응...

김세은이 예고 없이 자위를 시작했다. 김세은의 손가락이 움직일 때마다 욕조 물이 찰박이며 천박한 느낌을 가중시켰다. 나도 오른손으로 자지를 잡고 위아래로 흔들기 시작했다.

“세은아.”

ㅡ하악... 흐응... 응...?

“얼굴 보여줄까 자지 보여줄까?”

ㅡ후으응... 네 얼굴. 하읏...

“응.”

김세은의 보지를 보며 자지를 흔들었다. 억눌린 신음소리가 계속 귀를 자극했다. 집에 다른 사람도 있나? 가족에게 들킬 수도 있는데도 김세은이 이렇게 야한 짓을 한다고 생각하니 흥분되어서 괜히 숨이 거칠어지는 듯했다.

“세은아. 너 가슴이랑 얼굴 보여줘.”

ㅡ흐응... 알겠어. 하악...

쾌락에 젖은 김세은의 얼굴이 보였다. 욕조가 뜨거운지 얼굴에는 땀이 두세 방울 정도 흐르고 있었다. 김세은이 왼눈을 감았다. 벌려진 입이 괜스레 꼴렸다. 사정감이 밀려왔다.

“세은아 너 캠 얼굴 잘 보이게 하고 목 살짝 꺾은 다음 입 좀 크게 벌려봐.”

ㅡ하으읏... 왜애...?

“빨리.”

ㅡ흐응... 응... 알겠어...

김세은이 목을 살짝 뒤로 젖히고 입을 벌렸다. 그 입 안에 싼다는 상상을 하며 화면에 대고 사정했다.

“하아... 고마워 세은아.”

ㅡ응.

화면 속 김세은이 웃었다. 화면을 휴지로 닦은 다음 변기 안에 넣었다. 싱크대에서 화면을 다시 닦아내고 자지도 닦았다.

“넌 아직 못 갔지.”

ㅡ응.

김세은은 내가 사정한 뒤로 자위를 멈췄다.

“너 갈 때까지 해달라는 말 다 해줄게.”

ㅡ으음... 그럼 야한 말이랑 사랑한다는 말 섞어서 해줘.

“응.”

찰박이는 소리가 다시 들리기 시작했다. 사랑해 세은아, 보지에 싸고 싶어, 같은 말을 계속 했다. 하아, 같은 신음 소리도 냈다. 김세은은 내가 신음을 내는 걸 좋아했다. 김세은이 상체를 흠칫흠칫 떨면서 오른팔을 계속 움직였다. 그 모션에 따라 작은 두 가슴이 흔들렸다. 다시 발기돼서 나도 같이 자위했다.

“하아... 너 보지 왤케 조여?”

ㅡ하앙... 네 자지에 딱 맞게, 흐읏... 맞춰져서...?

“사랑해 세은아.”

ㅡ흐응... 나두.

김세은이 웃었다. 서로 절정할 때까지 각자의 오른손이 쉼 없이 일했다. 김세은이 파르르 떨었다. 그 순간 김세은이 눈을 찌푸리고 몸을 부르르 떠는 게 너무 야해서 나도 곧 사정해버렸다.

“세은아 너 존나 야한 거 알아?”

ㅡ하아... 응. 그래서 좋지?

“응. 근데 왜 전화하라고 한 거야?”

ㅡ너 보고 싶어서지.

“자위하고 싶었던 거 아니고?”

ㅡ그건 그냥 필 타서.

“으응.”

다시 일어나 싱크대에서 손과 자지를 씻었다. 김세은이 욕조에 오른팔을 대고 그 위에 턱을 얹은 채 화면을 보고 있었다.

“전화 끌까? 너 씻어야 되잖아.”

ㅡ그럼 나 씻고 다시 전화 걸면 받을 거야?

“응.”

ㅡ히힣. 알겠어. 끊어.

“어. 사랑해 세은아.”

ㅡ응. 나두 사랑해 온유야.

“응.”

전화를 끊었다. 폰을 다시 씻고 자지도 다시 닦았다. 선반에서 수건을 꺼내 쓰고 빨래통에 던져넣었다. 팬티와 바지를 입고 밖에 나와 소파에 앉았다. 김세은을 상기하며 나도 모르게 미소를 띄웠는데, 갑자기 자괴감이 엄습했다. 이상하게 요즘따라 마음이 자주 오락가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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