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화 〉 김세은이랑 무인텔에서 (9)
* * *
“배고프지 않아?”
내가 물었다. 우리는 꼬옥 껴안고 떨어지지 않았다. 한 칠팔분 동안 이러고 있었나.
“뭐 먹을까?”
“여기 배달 돼?”
“된대. 저기 써서.”
김세은이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을 봤다. 벽면에 무슨 검은 테두리의 상자 같은 공간이 있고 그 앞에 작은 유리문이 달려 있었다. 음식 엘리베이터 같은 건가. 옆에는 안내문 같은 것을 적어 놓은 것인지 프린트된 종이가 있었다.
“심부름이나 배달 오면 직접 안 받고 저기로 받으면 된대.”
“좋네. 사용 방법은 어떻게 되는데?”
“배달 오면 엘리베이터 내리고 올라온 거 받아 먹으면 끝.”
“쉽네.”
“나 아이스크림 먹고 싶어.”
“아침도 안 먹고? 너 감기도 걸렸다며.”
“나 요즘 아이스크림 너무 안 먹었어. 이러다 맛 까먹을 거 같아서 오늘은 꼭 먹어야 돼.”
“그래 그럼. 아침은 어떡하게?”
“너 먹고 싶은 거로 골라.”
“난 너 먹을래.”
“내가 음식이야?”
“응.”
얼굴을 내려 티셔츠 면 위로 유두를 깨물고 가슴을 빨았다. 김세은이 킥킥 웃었다.
“아, 아프다구우.”
“아픈데 왜 웃어? 아 너 마조였지.”
“너 자꾸 그러면 나 안 먹혀준다?”
“어디 안 먹히나 함 볼까?”
왼가슴을 검지로 쿡 찔렀다. 김세은이 쿡쿡 웃었다. 나도 따라 웃었다. 우리는 그냥 서로 마주 보고 껴안으면서 시덥잖은 얘기만 해도 헤프게 웃음을 지었다.
“아 하지마아.”
“대충 햄버거나 시키고 또 할까?”
“어제 치킨이랑 피자 먹어서 또 살 찌는 거 먹음 안 되는데.”
“새벽에 운동 실컷 했잖아. 또 할 거고. 먹어도 돼.”
“그럴까?”
“응.”
“그럼 혓바닥 운동부터?”
“다음은 고양이 자세?”
“쿡쿡. 응.”
“다음 자세는?”
“트리플 딥 스쿼트?”
“트리플이 아닐 거 같은데.”
“한 천 번 해봐?”
“해봐. 보조 맞춰줄게.”
“못 받쳐주기만 해봐.”
김세은이 배시시 웃었다. 아까는 울다가 지금은 웃다가. 정말 비꼬는 의미 없이 가관이었다. 평소에는 무기질적인 김세은이 나만 보면 감정이 풍부해지다 못해 요동치기라도 하는 것처럼 구니까. 너무 귀여웠다. 양볼을 잡아 쪼물딱댔다. 메롱이라도 하려는 것처럼 혀를 내밀길래 키스나 했다. 입을 떼니 우리 사이에 실이 흔들다리처럼 주욱 늘어졌다. 김세은이 혀를 내밀어서 흔들다리를 따라 다가와 다시 입을 맞추고 침을 모조리 자기가 빨아들여 삼켰다.
“마지막 루틴은 껴안기?”
“응응. 무조건.”
“빨리 시키자.”
“아흣, 간지럽, 히지 마아...”
김세은을 떨어뜨렸다. 이대로면 배달 주문도 안 하고 박아버릴 것 같았으니까. 김세은의 핸드폰을 켜 어플로 주문을 하려니까 김세은이 바투 다가와 앉아 뒤에서 나를 껴안았다. 내가 물었다.
“뭐 먹을래?”
“나 아무튼 비싼 거 먹을래.”
“왜 굳이?”
“돌아가면 막 기름지고 맵고 짜고 단 거 잘 못 먹는단 말야. 식단이 맛있긴 한데, 너무 담백하기만 해서 이럴 때 엄청 끌려.”
“이럴 때는 어떤 때야?”
“먹고 싶은 거 먹을 수 있는 때?”
햄버거를 고르고 디저트를 보는데 김세은이 갑자기 내 귀에 바람을 불어넣고 얇은 손가락으로 자지를 잡아 흔들어댔다. 인내심을 발휘하고 물었다.
“아이스크림은 뭐로 할 거야?”
“난 이거.”
어깨에 턱을 올리고 화면을 검지로 누른다. 입술로 이빨을 감싸고 내 귀를 잘근잘근 깨문다. 디저트를 김세은 거랑 같은 거로 대충 고르고 결제하자마자 핸드폰을 던지듯 내려놓은 뒤 김세은의 어깨를 밀어 눕혔다. 김세은은 생긋 웃고 있었다. 아침의 빛이 밝히는 김세은의 다리는 너무 하얗고 매끈해서 여름 바닷가의 백사장을 바라볼 때처럼 눈이 빨려 들어가기라도 할 것 같았다. 그토록 낮에 보고 싶었던 김세은의 몸이었다. 실감이 안 나서 양손으로 허벅지를 쓸어보았다.
“뭐해...?”
“너무 예뻐서. 거의 도자기인 줄.”
약하게 꼬집었다. 김세은이 내 손을 툭 쳤다.
“왜 꼬집어!”
“여태 못 본 게 너무 억울해서.”
“이제 보여줄 테니까 억울해 하지 마.”
김세은이 방금 나를 때린 손으로 내 볼을 쓰다듬었다. 도저히 사라질줄 모르는 은은한 미소가 내 가슴을 답답하게 했다. 고작 밥 약속한 것 가지고 연인 관계를 본격적으로 시작한다고 받아들인 건가? 김세은이 이렇게 단순하고 순진한 사람일 리는 없었을 텐데. 어쩌면 나는 김세은이 자기 좋을 대로 생각하게 만든 장본인으로서 김세은을 보고 답답하게 느껴서는 안 될지도 몰랐다. 근데 답답한 걸 어떡할까. 한숨을 쉬었다.
“왜...? 걱정이라도 있어...?”
“다시 생각해도 억울해 죽을 거 같아서.”
답답한 것과 별개로, 이제 나는 환한 빛 아래에서 김세은의 몸을 보면서 섹스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오늘의 가장 큰 소득이라면 소득이었다. 다리를 붙잡고 옆으로 벌렸다. 앞서서 어떤 스트레칭을 하지도 않았는데 수평으로 쫘악 벌려졌다. 김세은이 자기 발목을 붙잡아 다리 찢은 상태를 고정했다.
“고양이 자세 하기로 한 거 아니었어...?”
“내 맘.”
자지를 잡고 보지 입구를 툭툭 쳤다. 귀두로 스윽스윽 비벼 하늘색 티팬티를 보지 둔덕 오른편으로 밀어냈다.
“넣어줄까?”
“응응. 넣어줘.”
“어떻게?”
“어떻게라니?”
“그건 네가 생각해봐야지.”
“야한 말 해달라구?”
“응.”
“... 자지 박아달라고 흥분해서 대기하는 세은이 보지에 빨리 온유 극대 자지 푹푹 쑤셔 박아서 절정 시켜주세요.”
비슷한 레파토리였지만 밝은 데에서 보니 느낌이 전혀 달랐다. 자지가 들어와주기를 기대한다는 듯이 애액을 흘리며 꿈쩍꿈쩍 벌름대는 보지는 말도 안 되게 음란했다. 처음으로 밝은 곳에서 보지를 보여주면서 섹스한다는 게 부끄러운지 김세은의 얼굴은 사과처럼 붉었다. 그런데 그 풋풋한 모습이 김세은의 자세와 결합되니 일견 다가올 섹스에 기대해서 끝 없이 흥분해버린 섹스광 같다는 인상도 주었다.
“넣을게.”
“응.”
자지가 보지에 어떻게 들어가는지 제대로 보고 싶어 시선을 고정했다. 일단 귀두만 넣고 천천히, 정말 천천히 움직였다.
“으응... 그렇게, 흥... 뚫어져라, 응... 보지 마아...”
안 볼 수가 없었다. 자지가 들락일 때마다 살짝 불룩하고 나왔다 들어가는 배만 해도 몇 시간은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자지를 빼내려 뒤로 움직일 때면 보지가 절대 놓아주지 않겠다는 듯, 줄다리기하다가 결국 지는 사람처럼 앞으로 조금 딸려오는 모습은 또 어떻고. 이렇게 야한 거를 보지 말라고 하는 부탁은 남자에게 있어서 절대 들어줄 수 없는 거였다.
“진짜 존나 야하다 너.”
“핫... 네가, 흐읏... 야한, 거야.”
“내가 이렇게 야한 기분이 들게 하는 게 너라니까?”
위도 벗은 몸을 보고 싶었다. 티를 강제로 벗기려 들었다.
“위는, 흥... 안 대애...”
김세은이 다리를 붙잡던 팔을 올려 팔짱을 끼며 막으려 했다. 쯔붑, 자지를 빼고 자세를 잡았다. 겨드랑이와 옆구리를 간지럽히고 힘으로 밀어올리면서 탈의시키는 데 성공했다. 내가 살면서 이런 진부한 표현을 쓸 줄은 몰랐는데, 정말 평생 햇빛을 안 본 사람처럼 피부가 하얬다. 분홍빛 유륜과 유두는 완전히 익기 직전의 딸기 같았다. 설산에 나타난 기적 같은 두 송이 딸기라고나 할까. 자꾸 사과랑 딸기 같은 과일에 비유하게 되는데, 그만큼 김세은은 따먹고 싶은 몸이었다.
과일을 먹는 데에도 순서가 있다. 덜 단 것부터 먹어서 미각이 둔해지는 것을 막는 것이다. 김세은을 따먹을 때도 비슷하게 단순한 순서가 있다. 위에서부터 차차 아래로. 내가 김세은을 아끼고 좋아한다는 느낌을 충분히 내주어야 먹을 수 있는 인고의 과실이 바로 가슴과 보지인 것이다.
가슴은 생각보다 쉽게 만질 수 있다. 정상위를 할 때는 껴안은 팔에 힘을 주어 체중이 김세은에게 가지 않도록 하고 적당히 키스하다가 중간에 한 손을 빼고 가슴을 주무르면 된다. 키스의 농도가 충분하면 김세은은 막지 않는다. 지금처럼.
“훔... 하웁... 츄릅... 훕... 츄읍... 츕... 학... 흐응... 흡... 앙... 츄룹...”
보지는 조급하게 건드리면 안 된다. 김세은이 내게 달려든 상황이 아닌 이상 섹스에 안달난 사람처럼 손가락에 침을 묻히고 보지부터 쑤시려 하면 김세은은 절대로 해주지 않는다. 천천히, 김세은의 보지가 젖어왔을 때부터 손가락으로 보지를 쑤시는 게 가능해진다. 섹스에 안달난 사람이 아니라 김세은에 안달난 사람으로 보여야만 김세은의 보지를 만지고 그 안에 자지를 쑤셔넣을 수 있는 것이다.
“츕...”
“세은아.”
“하웁... 응...?”
“나 가슴 빨래.”
“훔... 키스만, 츄릅... 하면 안 돼?”
“응. 안 돼.”
가볍게 입을 맞추며 천천히 내려갔다. 볼에 한 번, 목에 두 번, 쇄골에 한 번, 윗가슴에 한 번, 유륜에 한 번. 간밤에 이어 오늘도 마구 주물러댄 가슴은 바알간 자국이 여기저기 남아있었다. 장난스럽게 한 입 크게 베어 물어서 쭈욱 빨고 유두를 깨물었다. 김세은이 양손으로 내 머리를 붙잡았다.
“으흣... 너 애기야...?”
“응애.”
“이렇게 큰 애기가 세상에 어딨어.”
“여기.”
반대쪽 가슴도 빨고 깨물고 살살 핥았다. 고개를 들어 김세은을 봤다.
“모유 왜 안 나와?”
“난 엄마가 아니니까...?”
“그럼 엄마 될래?”
“... 나중에. 흐으읏...”
가슴을 빨았다. 너무 꼴려서 자지가 끊어지기라도 할 것 같았다. 고등학교 2학년 밖에 안 되는 김세은이 벌써부터 내 애를 임신할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게, 이렇게 언제고 섹스할 수 있게 해주겠다고 수긍해주는 것 같아서. 항상 헌신적으로 자지를 받아주고 언젠가부터는 자궁에 정액을 싸질러도 되게 해주겠다고 허락해주는 것 같아서.
보지에 귀두를 문질렀다. 나는 김세은을 임신시키고 싶어 하는 걸까? 그러면서도 김세은을 사랑하지 않을 수가 있는 걸까? 일단 집어넣었다.
“흐응...”
“아까 한 것처럼 다리 양옆으로 벌리고 붙잡아 볼래?”
“흥... 변태.”
그러면서도 고분고분 다리를 벌렸다. 종아리를 잡아주어 보조를 맞췄고 곧 김세은이 자기 두 발목을 잡았다. 배에 손을 얹고 허리를 느릿느릿 움직였다. 시작부터 빨리 하면 삐끗하고 싸버릴 거 같아서. 지금 콘돔을 포함해서 남은 게 둘밖에 없는데 빠르게 소진해버리고 싶지는 않았다. 하드코어 게임에서 더 신중하게 임하게 되는 느낌이라 해야 되나. 그런 마음가짐으로 최대한 싸지 않으려 했다. 언제 다시 이렇게 밝은 데에서 김세은과 섹스할지도 모르는데 이 기회를 쉬이 소진해버리고 싶지는 않았다.
“자세 안 불편해?”
“으응... 불편해.”
“나 쌀 때까지 이대로 버틸 수 있어?”
“흐읏... 이대로면, 핫... 너, 엄청 늦게, 응... 싸는 거 아냐...?”
“그러니까. 가능해?”
“몰라. 흥... 일단, 학... 해볼게.”
“고마워.”
상체를 낮춰 얼굴을 잡고 키스했다.
“훔... 하웁... 후응... 츕... 츄웁...”
내 입에 집중하기 위해 좁혀진 눈이 요사스러웠다. 얼굴만 보면 미식가가 음미라도 하는 것 같은데 내용을 들여다보면 내가 자지를 박기 편하게 다리를 벌린 채 두 발목을 붙잡고 그 상태로 나와 키스하기 위해 애써서 상체를 조금 띄우고 혀를 낼름거리는 다소 우스꽝스러운 여자가 있을 뿐이었다.
“내 침 맛있어?”
“헤웁... 응.”
김세은이 배시시 웃었다. 김세은에게는 근사함과 추잡함이 공존했다. 그런데 이 추잡함은 다 내가 집어넣은 속성들이었다. 이건 분명 내가 책임져줘야 될 것이었다.
일단 평생토록 따먹어줄 자신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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