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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구한 용사는 세계를 멸망시킬 마왕이 된다-143화 (143/156)

〈 143화 〉 신의 정의

* * *

톡.

토독.

"비 내리네..."

세계의 역사를 함께 했던 반신의 최후를 애도하는 것일까.

엘프들을 집이 되어 주고 고향이 되어 주었던 나무의 생이 끝이 났다.

"하하... 몸뚱어리가 거대해서 이 정도 비로는 절대로 꺼질 규모가 아닐 건데..."

이대로 불이 번지게 두었다가는 숲 전체로 퍼지겠지.

'아직 뿌리들은 남아 있으니까.'

"[TORRENTIAL RAIN]."

잔비가 굵어지고 장대비로 변하면서 세계수의 몸통을 소화해간다.

세계수에게도 다음생이 주어진다면, 그때는 부디 예언 같은 것으로 세상을 휘두르지 말기를 바란다.

<소피아님 감기="" 걸리시겠어요.=""/>

확실히, 겨울비는 차갑고 겨울감기는 독하다.

"응, [HEATING]."

'아이, 따듯해...'

1가구 1[난방]이 시급하다.

'탄소제로, 그린에너지 최고.'

<소피아, 파니아는?=""/>

"응, 춥겠네."

<아니, 감기="" 걸리면?=""/>

"응, 아프겠네."

따듯해진 몸으로 불이 완전하게 꺼질 때까지 지켜보았다.

하는 김에 비도 안 맞도록 가리고, 몸도 말렸다.

"쿨럭! 쿨럭! 쿨럭!"

나만.

☆☆☆

"오... 비가 딱 알맞게 왔네."

멀리서 보이는 호우가 불타던 본신만을 적시고, 불을 소화하고 있다.

본신을 포기하더라도, 비로 젖은 뿌리 부근에는 불이 옮겨지지 않고 끝이 날 거다.

"아니, 마법같구나. 자연적으로 생긴 비는 잠깐동안 이었고, 그 뒤의 거대한 호우는 마법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어? 그래?"

'소피아가 한 건가?'

그녀가 도착한 것 같다.

다만, 예상과는 다르게 세계수의 불을 소화시켜 줬다는 거다.

'음... 예언으로 사람을 농락했다고 불타도록 만들 줄 알았는데..'

"설마, [집중호우] 말씀하시는 거예요?! 그걸 유지 저 규모로 유지시킨다구요?! 불이 꺼질 때까지?!"

올리비아가 경악했다.

'힘든 마법인가?'

기껏해야 비를 많이, 거세게 내리도록 하는 마법에 뭘 이리도 놀라는지.

"올리비아, 불가능한 거야?"

"[집중호우], 7위계의 마법으로 알고 있다."

프레디가 대신 대답해 주었다.

그 위계의 마법이면 고위계의 시작점으로 알고 있다.

"7위계가 대단한 것이 아니야, 그정도는 나도 두 번 정도라면 마력 부족을 각오하고 쓸 수 있어, 그런데 저 마법은 시전이후에 유지시킬 마력이 많이 들어가서 문제인 마법이지."

과연, 차도 비싼데, 유지비도 비싼 외제차같은 마법이라고 이해하면 되겠군.

"[대규모 전이진]과 같이 마력이 미친 듯이 소모되는 마법 중에 하나지, 참고로 규모가 커지면 위계도 올라가. 저 규모면 한 단계정도?"

'오우...'

8위계 유지시키기면 놀랄 만하다.

역시 살아 있는 전설.

9위계의 현자, 앨리스나 되어야지 가능성이 보이는 일이었다.

"이제 그만 가자꾸나, 니드호그여. 호위를 부탁하마."

<닉스야, 그냥="" 남편이="" 올="" 때까지="" 기다리자.=""/>

"..알았다, 내가 어떤 힘이 있다고, 너의 선택에 반할까.."

☆☆☆

"엣.. 취!"

"아, 침!"

빡!

"꽥!"

불이 완전하게 소화됐다.

파니아도 강한 빗줄기를 맞다가, 추위를 못 이겨서 깨어났고, 저체온증과 감기에 걸려서 같이 불이 소화되는 걸 지켜봤다.

"주주주인님... 헷취! 샐러맨더! 온도 좀 높여 줘! 주인님이 방치해서.."

"쉿! 네 옛 주인은 다 타버리고 죽었는데, 너는 감기 걸렸다고 징징대니?"

나도 최후 정도는 애도했다.

마력먹는 하마 2를 장시간 동안, 심지어 불이 소화 된 뒤에도 마법을 취소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 세계수없는 하이엘프는 일어나자마자 춥다고 난리를 치고 있었다.

그래서 한 대 때리고 진정을 시켰다.

"저도 슬프다구요! 저도 세계수님이 없다는 것이 이렇게 허전 할 줄은 몰랐다구요!"

"어라? 너 내가 살려 줬다고 용서한 것이라 생각하는 건 아니지? 목소리가 많이 높아졌어."

"..."

좋아, 입 닥쳤다.

깨어난 직후에 얼굴 색이 좋지 않았던 것이 저체온증 때문만은 아니었나보다.

"세계수님은 정말로 돌아가셨네요. 참... 반신이라는 분이 인간들 손에 쉽게 가 버리셨어요."

"응, 그러네. 하지만 신이라고 꼭 인간에게 당하지 말라는 법은 없지."

신이 전능해 보이는 것은 그들을 바라보는 시야가 인간의 것이기에 그럴 수도 있다.

자신들보다 위에 있는 존재를 동경하고 갈망하며 기적을 바란다.

자신들의 손으로는 할 수 없는 일들을 그들은 너무도 쉽게 해내니, 인간들이 입을 모아서 신이라고 부르고 기적을 행한다고 하는 것이다.

10위계의 마법이 신화속 대재앙이나, 기적에 가깝다고 부르는 것도 비슷한 이치이다.

한 명의 신이 신벌을 내리고, 사람을 살려내며, 재앙을 부른다.

'극에 달한 마법사나 전사, 그리고 정령술사 같은 사람을 신이나, 반신이라고 부르면 나는 뭘까?'

아직 극점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하지만 능히 대재앙을 부를 정도는 된다고 생각한다.

신이라고 불리는 존재들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불멸의 존재는 아니다.

'그건 반신이라고 불리던 세계수도 마찬가지였지, 불멸이라고 생각 됐을 뿐인 필멸자.'

그러면 나도 반신이라고 불려야 하는 것일까.

아니면 단순한 마왕이나 마황, 또는 괴물인 것일까.

"하하... 사람들의 존경과 숭배를 받으면 신이고, 아니면 악마나 괴물인 거지, 따로 정의 할 필요가 있나."

"네, 악마족이요? 헷취! 리리스마님한테 또 혼났어요?"

'맞다, 이 세계는 악마의 개념이 하나의 종족일 뿐이지...'

빡!

"꽥! 잘못했어요, 주인님!"

방금 건 이유가 없었는데, 이제는 바로 용서를 구한다.

아주 교육이 잘 된 것 같다.

데카라비아에게 금일봉을.

"이제, 돌아가자. 파니아, 네가 숲 출신이니까. 뿌리만 남은 숲에 엘프들이 살 거처들을 마련할 수 있는지도 생각해 봐."

안 되면 다른 곳에 거처를 마련해야 한다.

적어도 익숙한 곳이 나을 것이라는 생각이기에 말한 것이고 아니면 딴 방법을 찾아야 하니까.

뿌리만 남았어도 수해는 수해, 아직은 살만할 것이다.

☆☆☆

<남!/>

"펴어언!!!"

투쾅!!

엘프들이 모인 곳으로 찾아가자, 닉스가 전속력으로 날아왔다.

본모습은 크기가 너무 커서 추돌시에 내가 다칠 것을 우려 했는지, 평소의 인족.

아니, 인족 베이스의 용인족이라고 불러야 할 모습으로 날아온 것이다.

'평소라면 그냥 받아 주었지만..'

용인족 모습은 머리에 뿔이 나 있다.

나와 만나서 신난 것은 알겠는데, 뿔이 나 있단 말이다.

지금 저 돌진을 맞으면 몸에 거대한 구멍이 생긴다.

나는 한 명의 투우사가 된 것처럼 닉스의 돌진 경로에서 슬쩍 자리를 옮겼다.

'미안... 그거 맞으면 죽어..'

포켓○의 뿔찌르기랑은 차원이 다르다.

콰아앙!!!

소리봐라, 미사일이라도 날아온 줄 알았다.

"남..편..?"

어쩌다가 바닥에 처박힌 닉스가 매우 충격받았다는 표정으로 나를 돌아보았다.

충격은 받을 만 하다.

늘 받아주던 돌진을 거절당했으니까.

"닉스? 그... 다음에 달려올 때는 뿔은 빼줄래? 찔리면 그냥 끝나지는 않을 거 같아.."

"응..."

침울해진 닉스의 어깨를 토닥이면서 간단한 위로를 해주었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평소의 돌진도 조금은 자제해 주었으면 한다.

'엘프들도 상당히 침통하겠네. 고향을 잃었지, 자신들이 모시던 신은 죽었지. 아니, 그들에게는 아직은 생사불명이겠네.'

세계수의 죽음을 어떻게 알려야 할지가 참으로 막막하다.

생사를 떠나서 믿어는 줄지도 의문이다.

'말해야겠... 어?'

모여 있는 엘프들의 표정이 생각보다 밝다.

혹시 파니아가 돌아온 것을 보고서 그런 것일까.

파니아의 표정을 보니, 그것도 아닌 것 같다.

'파니아도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이네, 뭐랄까... 단순하게 밝다기보다는 마치, 신을 영접한 신도처럼 밝다고 해야 하나?'

"주인님, 엘프들이 혹시 그린우드가 멀쩡하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죠? 아... 그거라면 소식을 전하기가 힘들어질 것 같네요."

"그렇겠지, 네가 전할래? 나보다는 하이엘프인 네 말을 더 신용 할 거니까."

"예, 주인님. 혹시 엘프들을 보호해주실 수는 없나요? 저는 둘째치고 다른 엘프들은..."

내가 받아 주지 않을 것을 고려한 파니아가 걱정된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알아, 숲에 거처를 알아보라는 건, 버리겠다는 건 아니니까."

"감사합니다. 저는 그러면 엘프들에게 소식을 전달하겠습니다."

살며시 고개를 끄덕이고는 내 옷 속에 얼굴을 넣고 냄새를 맡고 있는 닉스를 빼내었다.

"엘프들아, 듣거라."

역시, 강약약강의 파니아.

내 앞에서는 한 껏 움츠러드는 어깨가 아주 태평양 만큼 벌어졌다.

"우리의 고향이 인족에게 무너졌다."

엘프들의 표정에 조금씩 어둠이 드리우고 있다.

"내 잘못이다. 내가 약해서 그들을 막지 못했고, 탐욕스러운 인족의 손에 그린우드와 세계수님을..."

일어난 일을 전하는 파니아도 그것을 듣는 엘프들도 저마다의 감정을 보이지만, 부정적인 감정이라는 것만은 똑같았다.

"세계수님을 잃었다."

신의 부재, 그것은 신의 사망이라는 단어로 이루어졌고, 그것을 알게 된 엘프들의 절망적인 감정은 나로서는 영원히 알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들의 이상하다는 표정만을 봐도 지금, 이 상황이 얼마나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인지 알 수 있다.

'..응? 무슨 표정?'

"우리는 많은 것을 잃었다, 어쩌면 엘프에게서 가장 소중한 것을 잃었다고 할 수 있지.. 하지만 아직은 살길이.."

"파니아야, 좀 닥쳐봐."

빡!

"커헉!"

저들의 표정조차 보지 못하고 열변을 토하던 파니아를 조용히 만들었다.

'아무리 봐도 저게 뭔 소리하냐는 표정인데?'

혹시 부정하는 것인가?

"소피아!"

신혁이 손을 흔들면서 다가왔다.

'그래, 신혁이에게 물어보면 되겠다.'

닉스에게 물어볼까도 했지만, 지금은 상당히 침울해져 있어서 힘들지도 모른다.

우울한 상황에 맞지 않는 밝은 모습으로 손을 흔들면서 다가오는데 이유정도야 확실하게 알겠지.

"신혁아 이 사람들..."

"하하하! 닉스가 소피아를 기다리겠다고 해서 계속 기다리고 있었지, 아! 그리고 오해가 조금 있어."

'오해?'

"용사 신혁!"

뭘까, 저 자세는.

'플○어단인가? 그 조직은 빌런인데?'

용사라고 당당하게 선언하는 자세치고는 빌런의 자세를 고수했다.

"가끔은 용사다운 짓을 한다!"

그것도 어린 엘프를 목마 태우고서.

'아이와 놀아주고 있었나? 그게 오해랑 무슨 상관인데?'

설명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면 이해하기 힘들다.

그래서 주먹을 그러쥐고,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했다.

"신혁아? 용사다운 일과 오해의 상관관계에 대해서 서술하지 않으면, 이 주먹이 네 명치에 다가갈 거야. 자.. 아이는 내려놓고."

맞고 날아가면 다칠라.

아이가.

"엇..! 잠깐만! 설명할 시간을.."

"내가 설명하마, 내려 주렴."

☆☆☆

신혁이 당황하면서도 아이를 조심히 내려놓았다.

"아직 살아 있다, 용사 덕이구나. 신중하게 사용하라고 준 선물을 고민도 없이 나를 살리기 위해서 고민도 없이 사용해주니, 고마울 따름이지."

'아이를 살렸다라..'

시선을 아이에게 맞추면서 물어보았다.

"'나'? 신혁이가 어떤 선물을 사용해서 살린 거니? 그리고 '너'는 누구지?"

"'세계수', 비록 몸이 타버리고 뿌리만 남아서 어린 모습이 되었지만, 분명한 세계수다."

장난을 치는 것인가.

아니면 진실을 말하는 것인가.

"본디 나무란 뿌리만이 남아 있어도 생명의 싹을 틔운단다. 물론 그것은 새롭게 생겨난 '세계수'지, 나는 아니다."

이 아이의 말이 진실이라면 엘프들의 감정이 최악으로 번지지 않은 것도 이해는 된다.

'확인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지.'

"'나'라는 존재가 사라지기 전에 여신님에게 받았던, '인간화'를 사용해준 덕에 '나'로서 생명을 이어 나갈..."

"'맹약'에 의해서 명한다. 아이처럼 말해 봐."

"수 있었어요, 정말 감사한 용사 오빠.. 아니, 이게 뭐 하는 짓이에요! 위그의 말투를 돌려줘요!"

일인칭부터 바뀌었다.

'오.. 이게 되네?'

"빨리요, 마왕 언니! 에잇! 제발요!"

말투가 바뀐 아이, 세계수가 내 다리를 부여잡고 처절하게 애원했다.

"위엄이..! 제 아이들이 보고 있단 말이에요! 부탁드려요!"

'진짜인가?'

다른 명령을 해 보자.

"'맹약'에 의해서 명한다. 신혁이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말해 봐."

"처음에는 변태에 머리가 이상한 오빠였는데, 지금은 위그를 구해 준 머리가 이상한 착한 변태 오빠에요.소중한 선물을 사용해주었으니까, 제대로 보답하지 않으면 또 여신님이 때찌해요. 아앗! 그만요! 죄송해요, 마왕 언니. 그만해주세요!"

'...이거 재미있네.'

본심을 어린아이의 말투로 거침없이 이야기하는 세계수가 양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부끄러워하고 있다.

"파니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해?"

"매우 잘못 큰 아이요. 도망치라니까, 막 안도망쳤어요. 속마음을 확실하게 알게 된 건 좋은데요. 또 말을 지지리도 안 들어서 이렇게 된거에요."

'신랄하네.'

발을 동동구르면서 화내는 모습을 보아하니, 말투가 바뀌어도 감정은 바뀌지 않는 것 같다.

"그냥 거기서 도망쳤으면, 이 사단까지는 안났는데! 에휴.. 위그의 하이엘프들은 왜, 전부 지혜가 부족한 걸까요?"

역시 엘프의 거대한 똥쟁이.

"솔직히 숲에 들어온 시점부터 무시만 안했어도 안전한 대응이 가능했을 거예요.."

사단의 원인이 정말로 파니아였던 것 같다.

'음... 생각해 보면 파니아가 대항을 해서 버틀러가 빠른 포기를 한 걸 수도 있네.'

대항을 포기하고 얌전하게 엘프들과 탈출을 했으면 버틀러의 선택을 늦출 수 있었고, 내 도착이 늦지 않았을 가능성이 생긴다.

..여러모로 사건만 부르는 하이엘프다.

"아무튼! 마왕 언니! 위그의 말투 좀 돌려줘요! 아이에게는 친절하신 분이 잖아요! 괴롭히지 말아요!"

'하하하,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네.'

내가 친절한 건 어디까지나, 착하고 순수한 '진짜' 아이들에게만이다.

앨리스나 세계수처럼 시꺼먼 속내를 가진 외형사기꾼들은 예외이다.

"신혁이의 활약으로 일이 나쁘지 않게 마무리 된 거 같으니까, 돌아가자. 닉스.. 냄새는 그만.. 아니, 아니야. 그냥 계속 맡아."

"응, 남편. 스으읍, 하아..."

이걸로 기분이 풀린다면 그렇게 해야지.

"으흑..! 목생 진짜.. 용사 오빠, 다시 목마나 태워주세요."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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