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화 〉 7화. 한시아.(4)
* * *
나는 머릿속을 울리는 시스템의 알림음에 당황하면서도, 내 눈앞으로 생겨난 알림창들을 읽어내려갔다.
......디스모포필리아 (Dysmorphophilia)?? 처음부터 계속 지껄이던데, 도대체 이게 뭐지?
나는 기이할 정도로 이상한 성욕에 지배되기 전, 들려왔던 디스모포필리아 (Dysmorphophilia)란 단어에 인상을 찌푸리며 생각했다.
그러자.
【디스모포필리아 (Dysmorphophilia)란 몸에 기형이나 장애가 있거나, 몸이 쇠약한 사람들에게 느끼는 성욕으로, 주로 장애인이나 병약한 신체를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성욕을 느끼는 증후군입니다.】
길라의 설명에 벙찐 얼굴이 된 나는 내 눈앞에서 한껏 풀린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안대녀를 바라보았다.
......확실히....몸에 문제가 있어 보여, 그리고 실제로 이 여자는 목소리를 입 밖으로 내어 말을 할 수 없는 벙어리야...
눈앞에 있는 그녀를 복잡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을 때 즈음.
【디스모포필리아 (Dysmorphophilia)의 성욕을 충족시켰기에, 숨겨진 특전 보상이 주어집니다.】
【두 번째 꼬리가 해방됩니다.】
【두 번째 꼬리가 해방되어, 【고유 능력: 텔레파시】가 주어집니다.】
【모든 능력치가 상승합니다.】
【순수한 음기를 흡수하여 도력이 상승합니다.】
수많은 알림음이 들려왔다.
"...미, 미친...뭐? 꼬리....?"
나는 혹시나 내가 잘못 들었나 싶어 꼬리가 달린 곳을 바라보았더니, 그곳에선 부글부글 거품이 일어나며 새로운 꼬리가 돋아나고 있었다.
이윽고 몇 초의 시간이 흘렀을까?
1개였던 꼬리가 2개가 되었고, 꼬리의 끝에 달린 2개의 뱀의 머리가 나의 얼굴을 혀로 핥으며 애교를 피웠다.
"......쌍두사였냐?"
하아.
작은 한숨과 함께 녀석들에게 시선을 뗀 나는 상태창을 띄우고서 나의 능력치와 새로운 고유 능력을 확인했다.
【이름: 사이비】
【나이: 20】
【크리쳐: 뱀】
【특성: 마법】
【속성: 독】
【힘: D】 【민첩: D】 【체력: D】
【마력: C】 【도력: B】
【고유 능력: 도력, 차가운 피와 심장, 쾌락액, 뱀의 머리, 길라잡이, 뱀의 심안, 텔레파시】
모든 능력치가 그대로였지만, 도력 하나만큼은 등급이 C에서 B로 올라가 있었다.
그리고 고유 능력란에는 텔레파시가 새롭게 추가되어 있었고, 나는 능력의 확인을 위해 손으로 살짝 터치했다.
【텔레파시】:자신이 지정한 상대방과 아무런 행동이나 말도 없이 생각을 교감하거나 대화를 나눌 수 있으며, 마력의 소모 없이 무한정 사용이 가능하다.
텔레파시의 능력을 확인한 나는 오랜 시간 【뱀의 심안】을 사용한 여파로 지끈거리는 두 눈을 느끼고는 심안을 꺼두고서 그녀에게 텔레파시를 사용해보았다.
【으음...내가 이런 말 하기는 좀 그런데..괜찮아?】
그러자 그녀는 자신의 머릿속에서 나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놀란 듯, 떨리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이, 이게 도대체....】
또다시 그녀가 놀란 눈으로 자신의 목울대를 만지기 시작했다.
【어, 어떻게...내 목소리가 나에게 들리는 거지? 아, 아니 그전에 이, 이게 내 목소리가 맞는 거야....?】
톡
그때 그녀의 털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매끈한 보지에서 내가 자궁 속에 깊게 처박아뒀던 정액이 바닥으로 떨어지며 질척한 소리를 내었고,그런 그녀를 바라보던 나는 또 한 번 그녀를 범하고 싶은 욕정이 치밀어올라 왔지만, 깊은 심호흡을 통해 성욕을 다스리기 시작했다.
【으음...뭐, 평생 네 목소리를 들은 적이 없는 것 같은데...네 생각이 맞을걸?】
그녀의 보지에서 시선을 떼지 않으며 텔레파시를 보내자 그녀는 어느새 절정의 쾌락에서 조금은 자유로워졌는지, 배 위로 말려 올라가 버린 제복의 치마를 바르게 내리며 옷매무새를 정리했다.
아, 참…. 나도 자지를 꺼내놓은 상태였네..
그녀의 행동을 보고서야 나 자신도 바지와 팬티를 내린 채, 자지를 꺼내고 있는 모습을 확인한 나도 그녀를 따라 옷매무새를 정리했다.
"............."
"............"
그러고 보니, 이름도 모르고 있었네.
그런 생각이 떠오르자, 나는 그녀를 바라보며 꺼두었던 심안을 다시 켠 채 그녀의 상태창을 읽어내려갔다.
【이름: 한시아】
【나이: 20】
【크리쳐: 개, 삼목구(三??) 】
【특성: 마법】
【속성: 바람】
【힘: E】 【민첩: E】
【마력: A】 【체력: E】
【고유 능력: 운명】
그녀의 상태창을 읽어내려가던 나는 그녀의 크리쳐 항목에 있는 삼목구(三??) 라는 단어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삼목구(三??)는 분명히....내가 살던 지구에서 전설로 내려오던 한국의 신수(??)잖아……?
삼목구(三??)는 눈이 3개 달린 기이한 개의 모습을 했는데, 주인에게 매우 충성스럽고 각종 재앙을 물리치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또한, 귀신을 잡는, 귀신을 물리치는 개라고 알려졌기도 했다.
그런....삼목구 (三??)가 왜...여기서 나와....?
【........저, 저기요...?】
나의 깊은 상념을 깨우는 목소리가 들려오자, 고개를 돌려 그녀를...아니, 한시아를 바라보았다.
【......오늘 일은 잊어줬으면 좋겠는데…?】
나는 황당한 요구를 그녀, 한시아에게 들이밀었고, 역시나 그녀는 황당한 표정과 함께 두 주먹을 꽉 쥐고서 부르르 떨었다.
【......지,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시는…….】
【아아, 진짜 미안한데, 나 심신미약 상태였거든? 그건 내 의지가 아니었어. 자세히 설명해줄 수는 없지만.】
나는 손을 절레절레 저으며 한시아에게 내 생각을 전했다.
그러자 한시아는 새하얀 두 주먹이 새빨개질 만큼 꽉 쥐고서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나를 노려보았다.
【....나, 나쁜 새끼.....지, 진짜 최악이야!! 흑흑....이, 이 쓰레기 같은 새끼.....흐윽....】
이내 한시아는 복받쳐 올라오는 서러움과 무언가의 감정을 이기지 못했는지, 처음 봤을 때와 똑같이 굵은 눈물을 흘리며 울음을 터트렸고, 그런 한시아를 눈물을 바라보던 나는 그녀의 허벅지를 타고 밑으로 흘러내리는 붉은 피를 보고선 괜스레 쓴맛이 느껴져 입맛을 다셨다.
【뭐, 아무튼 오늘 있었던 일들은 모두 잊는 게 좋을 거야. 너도 봐서 알겠지만, 난 강간을 당할뻔해도 되려 강간범을 걱정하는 누구와 달리 착한……. 아니, 호구 새끼가 아니니까.】
그녀에게 그렇게 전음을 보내고 난 뒤, 나는 바닥에 떨어져 있는 나의 제복 상의를 챙기려다, 한시아의 모습을 떠올리고선 그대로 바닥에 두고서 기숙사를 향해 걸어나갔다.
그렇게 기숙사를 향하는 나의 뒤로 한시아의 울음기 섞인 말들이 계속해서 들려왔다.
【나쁜 새끼!!! 강간마!! 호색한!!! 흐흑...말미잘!! 성욕덩어리!! 개변태!! 싸이코!!! 변태새끼…….】
".....욕도 할 줄 아네....?"
그 뒤로도 계속해서 나를 욕하는 한시아의 말이 들려왔지만, 나는 그녀와 연결된 텔레파시를 꺼버리고선, 기숙사로 돌아와 피곤한 몸을 침대에 던지고서 그대로 잠에 빠져들었다.
※
시간이 어떻게 가는 줄도 모르고 달콤한 잠에 푹 빠져있던 내게 기숙사마다 설치된 스피커에서 커다란 알람 소리가 들려왔다.
"....하암... 벌써 아침인 건가?"
내 방 안에 있는 창문에서 햇살을 가득 머금은 빛이 내려와 내 방을 비추는 광경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샤워실 문을 열어 빠르게 간단하게 샤워를 끝마쳤다.
그렇게 간단한 준비를 마치고서 기숙사 방을 나섰다.
다행히도 나의 내 방의 옷장 안에 제복 상의가 하나 더 준비되어있었기에, 모두가 검은색 제복 상의를 입고 있는 와중에 나 혼자서 하얀색 와이셔츠만 입고 있는 상황은 면했다.
기분 좋은 햇살을 받으며 1학년 D 클래스 반으로 들어간 나는 창가 쪽 맨 뒷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활짝 열린 창문에서 커튼이 펄럭이며 꽃내음이 가득한 봄바람이 흘러들어왔고, 그런 향긋한 꽃내음을 음미하던 나는 어느새 춘곤증에 젖어들듯 잠에 스르륵 빠져들었다.
톡톡
누군가가 나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는 것이 느껴졌다.
"....으음?"
"야, 교수님이 너 깨우래."
내 앞에 있는 안경을 낀 남자 훈련생이 나를 바라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아? 그래? 고맙다."
나의 말을 듣지도 않고 고개를 돌린 남자 훈련생의 뒤통수를 바라보며 피식 웃음을 짓고서, 강의 테이블 옆에서 들려오는 1학년 D 클래스의 담임교수인 이석훈의 목소리에 자세를 바르게 고쳐 앉았다.
담임교수한테만큼은 잘 보여야지.
이석훈은 간단하게 훈련생들의 출석을 부르고 나서, 강의실의 앞문을 슬쩍 쳐다보고선 입을 열었다.
"원래대로라면, 어제부터 우리와 함께 D 클래스에 배정받았어야 했지만, 몸이 안 좋은 관계로 오늘부터 함께 하게 될 훈련생이다. 모두 반갑게 맞이해주도록."
이석훈의 말에 D 클래스 아이들의 시선이 모두 강의실의 앞문을 쳐다보자, 드르륵거리는 작은 소리와 함께 아주 새하얀 피부를 자랑하는 얇은 두 다리가 모습을 드러내었고, 곧이어 160 정도 되어 보이는 키, 새하얀 백발에 왼쪽 눈을 검은 안대로 가리고 있는 소녀가 아주 예쁜 여 훈련생이 이석훈의 곁에 다가가 섰다.
그리고는 마치 누군가를 찾는 듯이 요리조리 둘러보기 시작했다.
".....뭐, 뭐야...저 녀석이 왜 여기에...."
한시아가 레드문 아카데미의 훈련생인 것은 알았지만, 설마 D 클래스였을 줄 몰랐다.
어제 D 클래스를 둘러봤던 내 기억 속에 그녀의 얼굴은 없었으니, 그저 어딘가 A, B, C 클래스의 훈련생일 거라 생각했다.
".....쯧. 맘에 안 들어."
이윽고 그녀의 시선과 내 시선이 허공에서 마주쳤고, 나는 떨떠름한 표정을 한시아는 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뭐지? 저 웃음은....쉬는 시간에 어딘가로 데려가서 다시 한 번 압박이라도 넣어야 하나...?"
한시아의 묘한 미소에 괜스레 기분이 나빠진 나는 그녀에게서 시선을 홱 돌리며, 창밖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때.
"일로 오렴. 시아야."
고작 이틀이었지만, 여태껏 듣지 못했던 이석훈의 아주 조심스럽고 상냥한 목소리가 내 귓가로 들려왔다.
.......뭐야, 말투가 왜 저래.
짙은 호의가 가득 담긴 이석훈의 목소리에 D 클래스의 훈련생들이 어리둥절해 하고 있을 때, 조금 전과는 다른 근엄하다 못해 엄격한 평소 이석훈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여기 있는 여 훈련생의 이름은 한시아이다. 시아는 태어날 때부터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성대를 갖고 태어났다. 아주 슬픈 일이지……."
이석훈의 말에 훈련생들이 측은한 눈빛과 재밌다는 눈빛으로 한시아를 쳐다보았고, 한시아는 그런 훈련생들의 눈빛을 받게 되자 다급하게 바닥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시아는 레드문 아카데미 이사장님의 하나뿐인 손녀니까, 절대 실수하지 말도록."
이석훈의 입에서 경악스러운 말이 흘러나왔고, 모든 훈련생이 그녀에게 보내던 여러 가지 감정이 담긴 눈빛을 재빠르게 거두고선 어색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리고 그런 훈련생 중에서도 가장 어색한 웃음을 흘리고 있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건 바로……. 나였다.
"......씨, 씨발.... 좆됐다....."
그런 생각과 함께 어젯밤 그녀를 강제로 범하고서 그 장소에 버려두고 온 순간이 내 머릿속을 헤집어 놓으며 경고음을 마구 울려댔다.
"아…. 씹……. 그냥 탈주 할까…?"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