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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인 아카데미의 NTL 왕이 되다-2화 (2/102)

〈 2화 〉 1화. 차원과 운명을 NTL.

* * *

나는 속이 울렁거리고 몸이 노곤해지는 감각이 순식간에 거짓말처럼 사라지자, 천천히 눈을 떠 주위를 둘러보았다.

"으음...여긴 어디지? 아까 그 좆같은 목소리는 또 뭐고…."

내 손에 들린 피 묻은 칼을 꽉 쥐고서 낯선 주변을 경계하던 순간.

­ 겁 낼 것 없어. 천살(??)의 운명을 타고난 인간 놈아.

매우 가볍고 명랑한 어린아이의 목소리가 나의 귓가로...아니, 나의 머릿속에서 들려왔다.

"....누구냐? 숨어있지 말고 나오지그래?"

나는 말을 하며 피 묻은 칼을 꽉 쥐고서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고 있었다.

주변은 온통 하얀 구름으로 가득 차 있었는데, 심지어 내가 밟고 있는 지면조차도 하얀 구름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암만 봐도....지구는 절대 아니란 말이지…….

그때.

­ 파아아앗

새하얀 빛줄기가 벼락이 내리치듯 내 앞으로 떨어지더니 곧 그 빛은 사람의 형태로 변하기 시작했다.

"......너냐? 날 이곳으로 데려온 게?"

내 앞에 서 있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통 하얀 꼬맹이를 바라보며 물었고, 백발의 꼬맹이는 미간을 좁힌 채 물끄러미 나를 쳐다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내가 널 이곳으로 데려왔어."

".....이유가 뭐지? 아니, 도대체 넌 누구지? 어째서 나를....."

"오케이! 알았어! 그만!!"

신기한 일이었다.

듣기 싫다는 듯 손사래를 치며 말하는 꼬맹이의 말에 내 몸이 무언가에라도 결박이라도 당한 듯 손가락 하나 까딱 할 수 없었고, 목소리조차 나오지 않아 그 어떤 말도 할 수가 없었다.

"........!!"

"해치지 않을 테니까, 걱정은 하지 마!! 질문은 나중에 우선 내 말부터 잘 듣는 게 좋을 거야!"

겉으로만 보면 이국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평범한 꼬맹이 같았지만, 녀석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강력한 기운이 내 몸을 옭아매자 속에서 헛웃음이 흘러나왔다.

......평범게 볼 수 있는 꼬맹이는 아니야.... 아니, 꼬맹이는 무슨....사람이 아닌 것 같은데?

사람은 본능적으로 사람을 알아본다.

사람과 닮은 무언가를 마주했을 때, `이게…. 사람이 맞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면, 얼른 그 자리를 피하는 게 상책이었다.

그것은 높은 확률로 사람이 아닌 무언가일 확률이 굉장히 높았다.

하지만 나는 녀석의 알 수 없는 힘에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상황...

당장에라도 이곳을...아니, 이 녀석을 피해 달아나고 싶은 내 의지와는 녀석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흠흠!! 잘 들어! 딱 한 번만 말해줄 거니깐!! 우선...너는 인간들의 세상을 기준으로 바로 어제 5월 17일에 천살(??)의 기운을 각성했고……."

그렇게 시작된 녀석의 말은 제법 긴 시간동안 이어졌고, 10분 정도가 지나고 나서야 끝이 났다.

내 눈앞에 있는 꼬맹이....아니, 녀석의 말대로라면 녀석은 신이라 불리는 작자였다.

어쨌든, 신이란 녀석이 말하기를...

내가 이병찬과 그의 패거리를 죽이기로 마음을 먹은 날, 천살(??)의 운명을 타고났던 내가 완전하게 천살(??)의 기운을 각성해 피로 물든 운명을 걷게 됐다고 했다.

즉, 사이코패스가 되어 수많은 인간들의 목숨을 빼앗고, 비참한 최후를 맞이해 죽게 된다고 했다.

여기까지 얘기를 들었을 때의 내 생각은..... 그래서, 뭐 어쩌라고....였다.

이런 얘기를 직접 듣지 않았어도, 내 손으로 직접 이병찬과 그의 패거리를 죽이던 순간 나는 내가 평범한 인간들과 다르다는 것을 자각했다.

아무리 하린의 복수를 위해서였다지만, 살인에 대해 단 1의 거부반응이나 죄책감, 혐오감 등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니....오히려 새로운 무언가에 한 발을 내디딘 것 같았다.

그렇게 나와는 별 상관없는 얘기라며 대충 듣는 둥 마는 둥 하고 있을 때, 신이란 작자의 입에서 이병찬이라는 이름이 흘러나오기 시작했고, 곧 집중해서 말을 듣던 나는 속으로 폭소를 터트렸다.

물론……. 온몸이 굳어 실제로 웃음을 터트리지는 못했지만...

그 이유는 내 손으로 죽인 이병찬이 한 달 후에 내 앞에 있는 신에게 부름을 받아, 다른 차원으로 이동해 그곳에서 정해진 루트를 따라 영웅이 될 운명이라는 소리를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이세계로 이동이 되어 영웅이 되기 전 나에게 처참한 죽음을 맞이했고, 그로 인해 인과율이 무너져 굉장히 난처한 상황이 되었다고 말했다.

그렇게 신의 말이 끝이 났고, 말이 끝남과 동시에 내 신체의 통제권이 돌아오자 나는 양손을 두 무릎에 기대고서 아주 커다란 웃음을 터트렸다.

"큭....푸하하하하!!!!.....아~ 웃겼어......살면서 들었던 얘기 중에 가장 웃겼어...장난은 이쯤 하지...?"

"......장난 아닌데?"

"그러니까...이병찬 그 양아치 쓰레기 새끼가....다른 차원으로 가서 이미지 세탁해서 영웅이 된다고?"

".....그렇다면....?"

"뒤져, 이 개새끼야!!"

­ 휘이익!

나는 오른손에 쥐고 있던 이병찬을 찔러 죽였던 칼을 횡(?)으로 빠르게 휘둘렀다.

녀석의 목을 노리고 정확히 휘둘러진 나의 칼은 단 일말의 망설임도 없었고, 그대로 녀석의 목을 베는 임무를 끝냈다.

"...........?"

하지만 칼날이 녀석의 목에 닿는 순간 마치 물이라도 베듯이 파동이 생겨 잠깐 흔들리더니, 곧 아무런 상처도 없이 나를 바라보고 있는 녀석이 보였다.

"소용없어. 이곳에 있는 건 나의 의지거든. 내 실체가 아니라 나의 의지를 잠깐 형상화 시킨 것뿐이니까, 쓸데없는 짓은 관두는 게 좋을 거야."

"......그런 양아치 새끼를 이미지 세탁시켜서 영웅으로 세우는 건 좀 너무 하지 않냐?"

".……. 뭐, 좀 그렇긴 하지...하지만 여러 방면으로 재능이 뛰어난 인간이었지. 그 차원을 구하려면 당연히 재능이 넘치는 인간을 선택해야 하고……. 뭐, 어쩔 수 없지. 대를 위한 소의 희생이랄까? 그런 자잘 자잘한 건 넘어가자고."

"풉....크하하하!!....."

나는 속에서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기가 어려워 그대로 있는 힘껏 소리를 내어 웃음에 몸을 맡겼다.

"...........? 왜 웃는 것이지?"

"아아.....뭐? 대를 위한 소의 희생? 재능이니, 영웅이니, 그런 좆같은 소리 해봤자 이미 그 새끼는 내 손에 뒤졌는데 어쩔거야? ...신이라는 새끼들이 그런 병신 같은 양아치를 싸고도니까, 세상이 개 좆같이 망해가는 거 아냐."

".......그렇게 말할 줄 알고 있었어. 그래 네가 보기엔 이병찬이 아주 그냥 쓰레기에 양아치 같은 새끼로 보일 수 있겠지. 하지만 내가 보기엔 그보다 더한 인간쓰레기는 바로 너야."

".........뭐?"

"원래의 운명대로라면 이병찬은 한 달 후에 있을 이세계로의 이동 후에 그곳에서 과거 자신의 행동을 진심으로 반성하며 살아가며 영웅이 되었을 운명이지. 하지만 너는 이병찬을 죽인 후에 들끓는 살인충동을 이기지 못해 네가 처참한 최후를 맞이하기 전까지 93명의 인간을 무참히 살해하는 살인마가 될 운명이야. 네가 보기엔 누가 더 쓰레기 같아?"

나는 녀석의 말에 순간 몸이 흠칫했지만, 이미 내 자신이 남들과 다르다는 걸 인정하고 있던 터라 당황은 아주 잠시였다.

"쓰레기에도 급이 있나? 다 같은 쓰레기지. 그 새끼도, 나도, 이병찬을 두둔하는 너도."

".......말조심 하는 게 좋을 거야. 겉모습은 이래도 내 손에 죽어 나간 존재만 해도 셀 수가 없거든."

"....왜? 나도 죽이게? 역시 쓰레기는 쓰레기야....바로 본성이 나오네?"

".....이 벌레 같은!!! ......후우.....아니, 됐어. 아무튼, 너를 여기로 부른 이유는 이런 말장난이나 하자고 부른 게 아니야."

"....."

"아까의 설명을 통해서 알겠지만, 이병찬이 죽어버린 지금 넌 그를 대신해서 그의 임무를 받아야 해. 물론, 거절은 절대 할 수 없어. 사실 지금 이 순간도 차원을 이동하는 중이거든."

나는 단호한 표정으로 말을 하는 녀석을 바라보다가, 문득 머리를 스쳐 가는 한 가지 생각에 그를 보며 물었다.

"..... 아까 이병찬 그 새끼가, 지난날을 진심으로 반성한다고 했던가?"

"..맞아. 그는 진심으로 자신의 과거를 반성하며 진정한 영웅으로 거듭나지."

"....영웅이라...그럼 당연히 주변에 사람들이 넘쳐나겠네? 주위에서 항상 떠받들어주고?"

"뭐...그렇지. 원래 그의 운명대로라면 그는 영웅이 되어 수많은 여성들의 남편이 되어 해피엔딩을 맞이하거든."

그의 말에 나는 속이 뒤집히는 걸 느꼈다.

뭐...? 진심으로 반성한다고? 크크큭....좆까고 있네. 하린이는? 그럼 하린이는 뭐가 돼?

그는 내게서 너무나 소중한 하린이를 빼앗아서, 능욕하며 짓밟았다.

이제 와 생각해보니, 너무나 쉽게 죽여버린 것 같았다.

적어도 그년의 여동생이나, 여자친구에게 똑같은 고통을 돌려주었다면 덜 억울할 것 같았다.

하지만 이미 나는 다른 차원으로 이동하는 중이었으니, 그것은 불가능했다.

하지만...

원래대로라면 그 녀석의 좆같은 과거 따위는 알지도 못한 채, 그 녀석을 향해 자신의 몸과 마음을 모두 주었을 다른 차원의 그녀들을 생각하자 나는 알 수 없는 흥분과 두근거림에 절로 씨익 미소가 지어졌다.

"이 세상이 안된다면……. 그 차원의 씹년들에게 돌려줘야겠지...."

"으음? 방금 뭐라고?"

나는 미간을 좁히며 나를 바라보는 녀석을 바라보고선, 혀끝으로 입술을 살짝 훑고서 씨익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아?... 별 일 아냐. 새로운 차원이 너무 기대돼서 말이야."

"흐음...그래? 하지만 한가지 주의해야 할게 있어. 네가 이병찬을 죽임으로써, 모든 게 엉망이 되었어. 당연히 이병찬이 차원 이동을 하는 것과는 전부 다를 거야."

"전부 다르다니?"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음....예를 들어서 이병찬은 차원 이동을 하자마자 그곳에서 만나는 사람마다 첫 만남부터 그를 향해 호감을 표시하는 방면에, 이병찬을 죽여 운명을 뒤틀어버린 너는 그와는 반대로 모든 사람들이 첫 만남에서부터 너를 고깝게 볼 거다 이 말이야."

"그러니까... 만나는 모든 사람마다 나를 병신 취급할 거라고?"

".....으음....뭐, 그, 그렇지... 그래도 그건 절대적인 게 아냐. 네가 어떻게 풀어나가느냐에 따라서 그들의 마음을 완전히 뒤바꿔놓을 수도 있지."

여기까지 얘기를 들은 나는 잠깐 턱을 괴고서 여러 가지 상황들을 생각해봤지만, 그 끝에 내린 결론은 `뭐가 됐든, 상관없다.` 였다.

어차피 이병찬의 노예가 될 예정인 그녀들을 섬세하고 조심스럽게 다룰 생각은 없었다.

하린이 당한 만큼...아니 그보다 더한 고통을 줄 것이었기에...

"좋아. 뭐, 대충은 알겠어. 이제 그만 보내주지그래?"

".....여러 가지 특전이나, 시스템에 대해 얘기할 게 있는데 그냥 가려고?"

"특전? 됐고, 차원에 도착하면 내가 알아볼 테니까, 지금 당장 보내줘. 아 참.. 이병찬의 부인이 될 여자들...그러니까 히로인? 그녀들을 알아볼 방법은 따로 있는 거야?"

제일 중요한 정보였다.

그녀들에게 똑같은 고통을 돌려주어야 하는데, 정작 그녀들의 얼굴이나 이름을 아는 게 하나도 없었다.

"치이…. 방금 전엔 혼자서 알아보겠다더니……. 그건 저절로 알게 될 테니까, 이제 그만 가버려."

얼굴을 찌푸린 꼬맹이신 녀석이 손을 한 번 공중에 휘둘렀고, 나의 몸은 처음에 이곳을 왔을 때와 똑같은 감각을 느끼며 어디론 가로 빨려 들어갔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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