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77/1909 --------------
<-- 우부라와 구력거 --> 다음날 아침이 밝아오고 사람들은 과음한 모습을 전혀 보이지 않았다. 민준의 소고기 국이 맛이 좋다는 이야기를 듣긴 했지만 연회를 여는 것은 오늘부터였으니 엄청나게 자제를 한 것이다. 원래 그들은 일을 하고 나면 술을 엄청나게 마셨다. 그래서 하나같이 주당들이었고 취하지 않으면 술을 마시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런 이들이 오늘을 위해서 술을 참았으니 얼마나 기대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었던 민준은 기대를 더욱 증폭시키기 위해 아침은 간단한 죽을 대접했다.
야채와 고기를 잘게 다져서 만든 죽은 고소한 냄새가 났고 부담없이 먹을 수 있었던 이들은 두그릇씩 먹으며 맛있다는 말을 했다. 그런 후 사람들을 도와 짐을 옮겼다. 주방에서 음식을 만들기에는 자리가 부족하여 넓은 공터로 옮기는 작업이었는데 워낙 이런 일을 많이 하다보니 창고에는 간이주방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많은 것들이 준비되어 있었고 이동을 할 수 있게 수레에 들어가 있었다.
"허..얼마나 많이 했으면 이런 식으로 따로 창고까지 만들어둔건지.."
"그야 형님이 심심하면 연회를 여니까 그런것이지. 그렇다고 방탕하게 노는게 아니라 사람들에게도 나누어고 하는만큼 불만사항은 없지."
"내가 알기로는 진상품을 구하기 위해서 고통받는 이들이 많다고 들었는데 아닌가?"
이곳에 처음오는 흉노의 사내는 예전에 얼핏 들었던 말이 있었다. 황제에게 진상하기 위한 특산품을 구하는게 힘들다는 것이었다. 평범한 것은 구하기 쉬웠지만 가장 맛있고 좋은 것을 구하기는 힘들었고 수획량을 맞추어야하기 때문에 고통받다가 도망치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이야기였다.
"하하 그건 예전의 일이고 지금은 그런게 없다. 그런 짓을 하는건 형님이 싫어해서 그냥 특산품을 보내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워하는거지"
"그게 무슨 말인가?"
"예를 들어 사과가 진짜 달고 맛있는 지역이 있다고 한다면 매번 맛있는 사과를 따긴 힘들지. 그러니까 형님은 사과를 보내주는 것만으로 괜찮다고 했고 수학량 역시 일정하지 않아도 상관없다고 했어. 다만 사기만 치지 말라고 한거야"
"사기라? 농민들이 사기로 치는가?"
"당연히 거짓으로 보고하는 일이 많지. 예를 들어 네가 토끼를 10마리 잡을 수 있다고 쳐. 근데 그걸 못맞추면 고문을 당할수도 있다고 하면 10마리를 잡을 수 있다고 말할거 같아?"'
"절대 말 안하지"
"그러니까 자신의 능력을 숨기지 않으면서 수획량이 낮은 것에 대해서는 보고를 올리면 된다고 한거야. 원래 열마리를 잡아야했지만 몸이 아파 잡지 못했다. 라던가. 뭐 그런 이유 말이지"
"그런 하찮은 이유를 듣고 넘어가준다니 대단하군 그래"
"하찮은게 아니라 당연한거다. 그만큼 사람들의 몸을 중요시 여기는거니까. 아 그러고보면 소개를 안했군. 난 보경. 민준형님의 동생이라고 할 수 있지"
"난 철소. 흉노에서 왔다"
"옷을 보고 그럴거라고 생각했다. 그럼 더 궁금한건 없나?"
"딱히 없군. 요리는 죽을 먹어본 순간 정말 맛있다는 걸 느꼈으니 물어보지 않아도 될거 같다"
"하하. 그렇군. 그렇다면 한가지 조언을 해주지. 상상 그 이상의 것을 먹을 수 있을테니 술을 너무 빠르게 마시지 마라. 술에 취하는 순간 다른 음식들은 먹어보지도 못할테니까"
"그렇게 많은 음식들이 나오는 것인가?"
"나오는 것도 그렇지만 조리 시간이 달라서 늦게 나오는 것들도 있으니까 느긋하게 먹으란 것이다. 가끔 보면 술안주라 생각해서 고삐 풀린 것처럼 마시는 놈들이 있는데 그럴 때마다 무척 아쉽단 말이지."
민준이 도사가 아닌 이상 요리시간이 달라질 수 밖에 없었다. 같이 시작해도 찜같은 경우는 오랜시간을 쪄야했고 볶음이라고 해도 두툼한 부위와 얇은 부위가 들어간게 다른만큼 너무 빨리 먹지말라고 하자 고맙다고 대답한 철소는 우직하게 물건들을 옮기기 시작했다.
"휴우..이정도면 될거 같고...모두 고마워! 이제 여기는 내가 몇몇 놈들이랑 따로 정리하면 되니까 하녀를 따라가서 상을 좀 가져다줄래?"
"알겠습니다"
"알겠소"
민준의 말에 사람들은 하녀를 따라 이동했고 남은 10명의 인원과는 불판을 어떻게 놔둘지를 고민하며 이곳으로 옮겼다가 저곳으로 옮겼다가 했다. 똥개 훈련을 시킨다고 생각할수도 있겠지만 동선을 최소화해야했던만큼 민준은 그들에게 양해를 구했고 이런 일이 한두번이 아니었던만큼 웃으며 대답한 사람들은 민준이 말하는대로 열심히 물건을 옮겼다.
"이거 괜찮네..그럼 장작이랑 가지고 와볼까?"
"알겠습니다!"
요리를 할 때 가장 중요한게 불이었던만큼 장작을 간이 주방 뒷편에 쌓아두고 있자 다른 사람들도 속속들이 책상을 가지고 왔다. 몇몇 이들은 사람들이 대충 앉을 수 있는 천막을 가지고 왔는데 자리에 앉는 것 보다 바닥에 퍼질러 앉아 술을 마시는 걸 좋아하던 이들이 있어 그런 것이었다.
"정말 따지지 않는군요."
"다 함께 마시고 즐기는 자리인데 무슨 자리를 따집니까? 거기에 그만마시고 싶으면 그만 마시면 됩니다. 음식만 먹는다고 해서 아무도 뭐라고 할 사람은 없으니까요"
자신이 즐기고 싶은대로 즐기는게 연회다. 라고 당당하게 말한 민준을 보며 정말 이 사람은 특이하다고 생각한 우반은 음식을 기대하겠다고 하고는 사람들과 함께 자리를 비켜주었다.
3시간 뒤 점심시간이 되자 하나 둘 간이 주망이 있는 쪽으로 모였는데 아까 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달라져있었다. 민준이 이런 곳을 꾸밀리는 없었으니 식탁과 주방이 전부라고 할 수 있었지만 주방에 있는 산더미같은 재료들과 술독 덕분에 사람들은 환호성을 내지른 것이다.
"오늘! 마시고! 죽지만 않으면 되니까! 다들 적당히 앉으시지요"
그 말에 사람들은 자리에 앉았고 시녀들은 술잔과 술병, 기본 반찬을 놔두었다.
기본 반찬은 두부김치와 애호박무침과 나물등 간이 쌔지않은 것들이었지만 주방이었던 이들은 이런게 맛있다며 술을 벌컥 벌컥 들이켰다.
"한가지 주의할 점은 음식은 저희가 가져다 드리는게 아닙니다. 여러분 들이 먹고 싶은 걸 받아서 가는 겁니다. 덧붙여서 요리는 조리하는 시간이 다른만큼 시간이 지날수록 많은 음식들이 나올테니 너무 빨리 달리지 마십시오"
그렇게 말하고 징을 크게 치자 사람들은 박수를 치며 자리에서 일어나 시녀들이 기다리는 곳으로 향했다.
"이건 뭡니까?"
"파스타라고 해서 이곳에서는 먹어본 적이 없는 음식이예요. 면으로 된건데 맛있어요"
"오호..그럼 그거 하나 주십시오"
그러자 10분정도 걸린다고 말한 하녀는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사내는 번호표를 건네주었고 그렇게 사람들은 기다리지 않고 음식이 다 되면 바로 바로 받아오면서 음식을 먹을 수 있게 되었다.
========== 작품 후기 ==========
편의점에서 올립니다ㅏㅏㅏ
우부라와 구력거[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