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화. 패배 -고블린의 동굴에서-
그 고블린은 작은 지팡이를 내걸고 무언가를 외쳤고, 팍 하는 소리가 나면서 빛이 발해지면서 소녀의 모습을 비추었다.
밤색 머리카락을 등까지 기른 소녀.
이마에 늘어뜨려진 앞머리의 한 갈래만이 진한 다크 브라운으로 물들어져 있는 것이 특징적이다.
키는 160cm 정도. 앳된 용모로 봐서 기껏해야 16, 7살 정도일까.
배틀 액스를 휘두르고 있는 모습으로 봐서 전사라는 것을 간파할 수 있다.
소녀는 갑작스러운 마법 공격에 한순간 경계했지만, 그것이 마술사 견습이 사용할 것 같은 저급 마법이라는 걸 알자 피하려고도 하지 않고 그대로 마법을 날린 고블린 사제에게 달려든다.
소녀가 장비하고 있는 갑옷은 언뜻 보면 단순한 브래스트 플레이트지만, 이 동굴에 들어오기 전에 마법 '실드'를 걸고 있었다.
그 효과는 아직 당분간 사라질 것 같지는 않다.
실드의 효과는 저급한 공격 마법이라면 거의 무효화할 수 있기 때문에 고블린의 마법은 전혀라고 말해도 될 정도로 효과가 나지 않는다.
방패로 막아내도 될 정도였고, 무엇보다도 완전히 피하는 것도 가능했지만 고블린들에 대한 심리적 효과도 겸해서 과감히 정면으로 받아낸 것이었다.
그리고 고블린 사제는 소녀의 예측대로 공포에 얼어붙어 있었다.
의지하던 마법이 완전히라고 해도 될 정도로 통하지 않은 것을 헤아린 고블린들.
사제 중 한 명이 간단하게 죽임을 당한 것을 보고 당황해서 물러난다.
소녀가 한 걸음 내디디면 거기에 반응하듯이 점점 거리를 뒀다.
이 상태 때문에 고블린 소탕을 혼자서 완료하는 것은 곤란하기 그지 없다.
소녀는 우울하다는 듯이 한숨을 쉬었다.
소녀의 이름은 샤에트라고 한다.
이번 의뢰는 고블린을 섬멸시키는 것이 아니라 빼앗긴 신상의 아뮬렛을 되찾는 것이었다.
도망쳐다니는 졸개 고블린을 하나 하나 상대하고 있으면 끝이 없다고 판단한 샤에트는 목적인 아뮬렛을 찾는 거에 전념했다.
그 아뮬렛을 방금 전과는 다른 고블린 사제의 가슴에서 바로 찾아낸 샤에트는 다른 고블린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고 그 사제만을 추적했다.
그 상태를 본 다른 고블린들은 무언가를 상담하고 바로 이 방으로부터 달려나간다.
혼자만 남겨진 고블린 사제는 황급히 도망치려고 하지만, 출구를 막을 것 같은 움직임으로 샤에트가 몰아세우자 도망칠 곳이 없는 동굴 안쪽으로 도망쳐갔다.
고블린 사제가 도망친 장소는 조금 넓어져 있고, 중앙의 천정에는 반짝이끼가 빽빽이 식생하고 있어서 낮처럼 밝다.
그 객실 중앙에 수직으로 판 구멍 같은 것이 보인다.
3m 정도의 깊이로 수면이 보이고 있고, 물 속은 탁해져 있기 때문에 깊이는 헤아릴 수 없다.
―― 연못이 강으로 이어지기라도 하면 귀찮아지겠군――
샤에트는 고블린 사제가 뛰어들어서 도망치는 걸까라고 생각했지만, 고블린 사제에게 그럴 기색은 없다.
연못을 사이에 두고 도망쳐다니는 것 같은 형태가 된 사제.
우울하다고 생각한 샤에트는 발밑의 고블린의 시체에게서 허술한 검을 빼앗아 내던지려고 했다.
그때 사제는 가슴에 매단 어색한 아뮬렛을 손에 쥐고 뭔가 저주 같은 말을 하고 샤에트 쪽을 보았다.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는 알 수 않지만 순순히 돌려주려 하고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고블린은 조금씩 뒤로 물러나듯이 움직여서 연못 저편의 제단에 다가가 옆에 있던 거대한 레버를 당겼다.
샤에트는 물이 움직이기 시작하는 소리를 알아채고 연못 바닥을 본다.
연못의 수위가 천천히 줄어들어간다.
고블린 사제가 기분이 들뜬 것처럼 무언가를 외쳤고, 샤에트가 다시 그쪽으로 주의를 되돌렸을 때에는 사제는 손에 쥔 아뮬렛을 높게 내걸면서 던지는 동작으로 들어가 있었다.
「!」
샤에트의 손에서 검이 날아갔고, 그것은 정확하게 고블린 사제의 목을 꿰뚫었다.
그러나 사제의 결사적인 움직임은 멈추지 않았고, 대량의 피를 흘리면서도 아뮬렛을 연못에 내던졌다!
―― 아뿔싸! ――
실은 이 일은 일반적인 모험자에게는 의뢰되지 않는 뒤쪽 일이다.
자세하게는 잔소리하지 않는 룰이지만, 이유가 있어서 당당하게 의뢰를 할 수 없는 사람이 큰 돈을 내걸고 비밀리에 해결을 부탁하는 구도가 있다.
만약 이 연못이 강으로 통하고 있고, 아뮬렛이 그대로 흘러가버린다면 이번 의뢰는 그 은밀성도 잃어서 이중 실패가 되고 만다.
통상의 의뢰라면 큰 문제가 아니지만, 이 실패는 그렇지 않다.
샤에트는 한순간 생각했다.
여기서 아뮬렛을 잃어버린다면 뒤쪽의 의뢰는 두 번 다시 받을 수 없을 것이다.
――모처럼 여기까지 착실하게 신용을 쌓아서 뒤쪽 일을 의뢰받을 수 있는 경지까지 왔는데――
그 초조함이 샤에트를 몰아서 냉정한 판단력을 빼앗기게 했다.
차악!
뛰어내린 순간, 샤에트는 한순간 안 좋은 예감이 들었다.
벽은 위에서 봤을 때보다 높고, 게다가 이끼가 일면에 나 있어서 기어 올라가기가 곤란하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에다.
그러나 다행히 수위는 그렇게 깊지는 않았다.
겨우 1m. 샤에트의 허리에도 미치지 못한다.
저편의 벽에 철제 사다리가 준비되어 있는 것을 확인하고 아뮬렛을 찾는데 집중한다.
탁해진 물의 바닥에는 이끼 뿐만이 아니라 마름이 나 있어서 이것이라면 아뮬렛이 간단하게 흘러갈 일도 없을 것 같다.
샤에트는 조금 안도했다. 고블린 사제는 반쯤 자포자기해서 아뮬렛을 버렸을 뿐이었던 것이다.
어쩌면 샤에트가 그쪽에 정신을 빼앗기고 있는 동안에 도망칠 생각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이 착각이었다는 것을 샤에트는 거대한 생물의 기척과 함께 느끼고 있었다.
고블린 사제가 내뱉은 저주 같은 말.
그것은 연못 바닥에 사는 고블린들의 신에게 공물을 바칠 때의 말이었던 것이다.
냉정하게 생각하면 섬길 대상도 없는데 사제가 있을 리도 없었다.
고블린들은 그 신에게 새롭게 인간에게서 빼앗은 아뮬렛을 바치려 하고 있었던 것이다.
거기서 샤에트가 들어왔기 때문에 어쨌든 아뮬렛만이라도 던져 넣으려 한 것이리라.
그러나 그런 것은 이미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수위는 이미 샤에트의 무릎 정도까지 내려가 있고, 고블린들이 우러러보는 신은 그 무시무시한 모습의 전모를 드러내고 있었다.
――그…그런…일이! 하필이면…이놈이…! ――
게렐이라는 생물을 알고 있는가?
그 무수한 촉수의 움직임이 말미잘을 닮아 있는 수생 생물로, 그 가는 촉수와 거기서 분비되는 신경독으로 작은 물고기 등을 포식한다.
그 크기는 통상 몇 cm, 거대한 거라도 50cm에도 못 미친다.
대개는 보다 강력한 생물에게 포식되기 때문에 이 이상 자랄 일은 거의 없다.
그러나 강과 분단되고 물고기들이 들어와서 먹이에 곤란하지 않은 이 연못처럼 안전한 장소에서 자란 예가 몇 가지 확인되고 있다.
샤에트 앞에 나타난 그것은 도대체 몇 년을 살아온 것일까?
아마 100년이나 그 정도일 리가 없다.
핵의 부분만으로도 사람의 키만큼이나 된다.
그리고 그 촉수를 활짝 펼치면 이 연못의 모든 장소에 닿을 것이다.
게렐은 갑자기 떨어져 내려온 사냥감을 확인하자 주저하지 않고 행동을 개시했다.
완만하지는 않지만, 마치 준비하고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은 동작으로 우선은 사냥감과 유일한 탈출구인 사다리 사이를 가로막는다.
샤에트는 공황에 빠질 것처럼 되는 정신에 필사적으로 일갈을 넣어 떨리는 다리에 힘을 주었다.
――쓰러뜨리지 않으면…살아서 나갈 수 없어…――
게렐의 뒤에 있는 사다리를 응시하면서 샤에트는 숨을 들이마셨다.
샤에트는 바로 달려나갔다.
「타아아아아앗!!!」
게렐은 갑작스러운 샤에트의 행동에 반응이 늦었다.
당황한 것처럼 촉수를 뻗는 게렐.
차례차례로 촉수를 뻗어서 샤에트를 목표로 하고 탄환처럼 쏘아붙인다.
샤에트의 눈이 펀치처럼 차례차례로 계속 날아오는 촉수를 응시하면서 호흡을 정돈한다.
「후우…」
정신을 집중해서 바람의 흐름을 온몸으로 느낀다.
샤에트가 달리고 있던 장소에 푹푹 하는 소리가 나면서 무수한 촉수가 박혔다.
그러나 거기에 그녀의 모습은 없었다.
인간에게는 가끔 특이체질이라고도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는 자가 있다.
그것은 신체 능력이거나 육감 등 사람에 따라 다양하다.
샤에트에게도 특이체질이라고 할 수 있는 한 가지 특징이 있었다.
그것은 천재적인 감각 능력이다.
샤에트가 감각을 '공기'에 집중하는 것으로 상대의 움직임이 공기를 매개로 삼아 샤에트의 온몸에 전해진다.
'바람 읽기'라 불리는 이 능력은 지극히 정확한 예측 기능을 가진다.
아니, 오히려 샤에트의 그것은 '예지'라고 해도 될 정도의 정확도를 지닌다.
이 능력이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 단독으로 일을 해내왔던 것이다.
바람 읽기 모드가 된 샤에트를 잡는 것은 야생 동물이라도 어렵다.
게렐이 간단히는 잡을 수 없다고 생각했을 때에는 이미 샤에트는 게렐의 틈새를 벗어나고 있었다.
그리고 눈치챘을 때에는 샤에트는 핵을 지키는 가는 촉수를 단숨에 뛰어넘어 그대로 배틀 액스를 내리치고 있었다.
퍽 하고 둔탁한 소리가 나면서 게렐은 자신이 공격을 받은 것을 알았다.
둔탁한 아픔이 퍼졌고, 그것이 결코 경상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게렐은 몇 년이나 살아 있는 동안에 이러한 때의 지혜도 지니고 있었던 것이다.
신체에 꽂힌 배틀 액스가 삐걱거리는 걸로 봐서 그대로 양단하려는 의도를 알 수 있다.
게렐은 촉수를 교묘하게 움직였다. 그것만으로 도끼의 움직임이 멈췄다.
샤에트는 배틀 액스가 움직이지 않는 거에 초조해하고 있는 것 같다.
「반응이 있었는데…어째서… ?」
게렐은 샤에트가 생각하고 있는 것보다도 훨씬 높은 지성을 가지고 있었다.
샤에트의 도끼가 박힌 핵. 그것은 언뜻 보기에는 무방비한 약점으로 보이지만 실은 그렇지 않았다.
게렐은 그 연령에 걸맞게 다채로운 촉수를 가지고 있고, 그 용도에 따라 여러 가지 기능을 더하는 생물이다.
게렐의 핵은 가장 섬세하면서도 철사처럼 견고한 촉수에 덮여 있다.
핵의 표피로 보이는 것이 실은 안쪽에 촉수를 둘러서 구성한, 말하자면 촉수의 갑옷이다.
마력을 두른 배틀 액스는 그 촉수도 자르고 핵에 이르러 있었지만, 그 촉수 갑옷은 확실히 치명상을 막고 있었다.
철사 같은 촉수 갑옷은 그대로 배틀 액스를 감아서 더 이상 움직일 수 없게 고정해버린다.
이렇게 되자 게렐은 배틀 액스를 옭아맨 촉수의 힘을 빼지 않았다.
샤에트는 바로 이 상황을 알아차렸다.
「큭!」
샤에트는 한순간에 사고를 바꿔 다음 수단으로 옮기려고 했다.
배틀 액스에 담은 바람의 마법을 단숨에 방출해 카마이타치를 발생시키는 특수 공격.
이러한 때를 위한 필살의 비장의 카드.
그러나 게렐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오히려 생각하지도 못한 강적에게 필사적으로 반격을 시도한다.
자루를 잡고 카마이타치를 발동하려고 집중한 순간, 촉수가 탄환처럼 샤에트의 신체를 덮쳤다.
「아윽!」
갑자기 복부를 강타당하고 그대로의 기세로 반대측 벽에 처박히는 샤에트.
머리가 어질어질하는 것을 털어내듯이 일어선다.
유일한 무기는 게렐에게 묻혀버린 채로. 바로 주위를 본다.
근처에는 예전에 게렐에 대한 제물이 된 것 같은 고블린의 뼈가 어지럽게 널려 있고, 그 중에는 허술한 커틀러스를 가지고 있는 것도 있었다.
샤에트가 커틀러스를 줍는 것과 동시에 게렐의 촉수가 덤벼들었다.
방금 전과 마찬가지지만, 이번에는 촉수를 접근하지 못하게 하려듯이 틈이 없는 받아치기를 반복한다.
샤에트는 일방적인 방어전이 되었고, 마침내 연못 구석으로 몰리게 되고 말았다.
쏟아질 것 같은 촉수를 커틀러스로 쳐내고 방패로 막아낸다.
―― 어떻게든…하지 않으면…――
촉수의 공격은 맹렬해서 샤에트의 검으로 가까스로 막아내고 있었다.
―― 이 공격이 그치면…――
공격이 그치자 한 번 더 호흡을 가다듬고 바람을 읽는다.
바람만 읽으면 웬만한 공격은 피할 수 있다.
한 번 더 공격을 가하듯이 가장해서 촉수가 방어한 틈에 사다리까지 단숨에 달려나가 일시 후퇴.
그렇게 생각했을 때, 촉수가 발하는 혼신의 일격을 검으로 받아냈을 때 커틀러스는 소리를 내면서 부러져버렸다.
「에…」
샤에트가 상황을 판단하는 것보다도 빠르게 촉수가 차례차례로 날아왔다.
「크으윽!」
방패로 필사적으로 탄환 같은 촉수를 쳐내지만, 방패만으로 하는 방어전으로는 아무래도 사각이 생긴다.
퍽 하고 둔탁한 소리가 나면서 왼쪽 옆구리에 격통이 달렸다.
「커헉…!」
샤에트는 호흡이 멈췄고, 방패로 막는 것도 소홀해졌으며, 연달아 복부에 강렬한 펀치를 받게 되었다.
복부는 체인 메일로 보호받고 있다고는 해도, 타격에 대한 방어 능력이 낮은 부분이 강타당하면 아무리 샤에트라고 해도 격통으로 움직일 수 없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
샤에트는 마침내 연못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