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9화 (19/41)

 색기발랄 18 

정소연이 박우리를 미행한지 6일째.

간만에 정소연을 만났다.

그동안 아무 연락도 없어서 궁금하던 찰나에 정소연이 직접 찾아왔다.

"성과는 좀 있어?"

"...오랜만에 만났는데 잘 지냈냐는 인사부터 좀 해달라구요."

삐진 어린애처럼 입술을 내미는 정소연.

문득 저 입술을 핥고 싶다는 욕망이 치솟았다.

"그럼... 갈까?"

* * *

옷을 벗기는 시간조차 아까웠다.

치마는 잘 입지 않는 정소연인데, 오늘따라 캐츄얼한 짧은 치마를 입고 왔다. 덕분에 치마만 위로 걷어 올리고 팬티를 끄집어 내려 바로 삽입할 수 있었다.

아무 것도 안했는데 얘도 벌써 흥건하게 젖어 있다. 원래 물이 많은 계집이긴 하지만... 만진 것도 없는데 저렇게 쏟아져도 되나?

정소연을 벽에 기대놓고 다짜고짜 집어넣었다. 말랑말랑한 고무공이 튕기듯 탱탱한 엉덩이가 아랫배에 꾸욱 눌려온다. 

애절한 표정의 정소연이 삽입당한 자세로 나를 돌아본다.

저 빠알간 입술 역시 가만 둘 수 없지.

"으읍..."

정소연의 몸에 바짝 달라붙어 허리를 흔듬과 동시에, 그 발칙한 입술을 막아버렸다. 위엣입과 아랫입이 동시에 틀어막힌 정소연이 찔끔찔끔 떨고 있다. 한 손은 다리 사이로, 다른 한 손은 가슴으로 옮겨가 어느 곳 하나 소홀히 두지 않는다. 벌써부터 정소연은 허리를 부르르 떨며 무너지려 하고 있다.

"우웁! 웁! 으응, 우웅!!"

간만에 맛보는 정소연의 육체가 내 인내심을 바닥나게 만든다. 넣은지 얼마 되지도 않은 것 같은데 벌써부터 신호가 왔다. 녀석도 안간힘을 쓰면서 나를 쪼여대고 있으니, 더이상 버틸 수가 없다.

"윽!"

볼품없는 외마디 신음과 함께 정소연의 질 속을 허연 액체로 가득 메웠다. 그 여운을 오래동안 맛보고 싶어 전부 싸고 나서도 한동안 그렇게 벽에 달라붙어 허리를 흔들었다. 정소연도 그런 나를 받아주려는 듯, 사정이 끝나고 나서도 계속 나에게 뒤를 내어주며 부드럽게 엉덩이를 부벼준다.

정소연의 엉덩이 사이에서 기둥을 뽑아내자, 허연 좆물이 주르륵 하고 흘러나온다. 손을 뒤로 돌려 흘러내리는 그것을 매만지던 정소연이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많이도 쌌네요."

"쌓여서 그래."

"맨날 현아언니랑 했으면서."

"그래도 너랑 하는건 또 틀리잖냐."

그 말이 마음에 들었는지, 핏 하고 웃은 정소연이 정액으로 끈적이는 자신의 손가락을 입술로 가져갔다. 살짝 나온 혀가 손가락을 조심스레 핥으며 맛을 음미하고 있다.

"오빠꺼... 맛있어요."

"좆물이 다 똑같지, 내 꺼만 맛있냐?"

"그래도 다른남자껀 못삼키겠어요. 오빠껀 이렇게 빨아먹을 수 있는데..."

어느새 손가락에 묻어 있는 정액을 전부 핥아먹은 정소연이 손가락을 쪽쪽 빨며 나를 올려다 본다. 눈빛만 봐도 얘가 뭘 생각하는지 알 것 같다. 

"...더 할꺼죠?"

"나도 오늘은 좀 거칠지도 몰라. 버틸 수 있겠어?"

"피이. 맨날 거칠었으면서. 그래도 오늘이라면... 어떻게 해줘도 상관없어요. 오빠랑 너무너무 하고 싶었으니까..."

내 품에 안겨오는 정소연의 몸에서 비릿한 밤꽃향기가 풍겨 온다. 

방금 내 정액을 머금었으니 그렇겠지만... 뭔가 다른 생각이 들기도 한다.

* * *

폭풍같은 정사가 끝났다.

몇 번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아마 네다섯번 했겠지만... 체감상 더 오래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땀에 흠뻑 젖은 침대 시트 위로 잔뜩 웅크린 정소연이 토할 것처럼 기침을 하고 있다. 마지막은 입에다 싸버렸거든. 내껀 받아먹을 수 있다더니, 역시 입에 넣고 싸는 걸 곧바로 삼키는 건 무리인가 보다.

"아씨... 다 흘렸잖아..."

굉장히 속상한 모양이다. 왜 저렇게 열받아 하지?

손바닥에 흘려진 정액을 핥아먹고 난 정소연이 그 안움직이는 다리로 부들부들 기어와 내 좆대가리를 머금었다. 그리고는 구석구석 핥으며 깨끗하게 청소하기 시작했다.

처음 모텔에서 정소연과 할 때 느꼈던 그 서투른 펠라치오도 요즘엔 많이 능숙해 졌다. 말로는 그렇게 입으로 하는 건 별로 안해봐서 그랬다는데... 확실히 나랑 몸을 섞기 시작한 후 부터는 꼬박꼬박 하루에 한 번씩 입으로 하게 했으니까, 능숙해 지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결국 마지막 한방울까지 모조리 빨아먹은 정소연이 지쳤다는 듯 내 허벅지 위로 쓰러졌다. 숨을 들이마셨다가 내쉴때마다 그 봉긋한 젖가슴이 살짝살짝 흔들리는게, 또 꼴릴려고 한다. 내 분신이지만 참, 이거 왜 이렇게 잘 서지?

축 쳐진 모습으로 웅크리고 누워있는게 안쓰럽기도 하고 귀엽기도 해서 슬쩍 손을 뻗었다. 머리카락이나 쓰다듬어 줄까 하고. 현아도 섹스가 끝나고 나서 이렇게 쓰다듬어 주면 굉장히 좋아하더라. 

손이 머리에 닿자마자 화들짝 놀란 정소연이 용수철 튕겨오르듯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는 자신의 머리를 매만지며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나 머리 만지는거 싫어요."

......

아... 그랬던가.

예전에도 한 번 정소연의 머리를 만지려다가 제지당한 적이 있었지. 꽤나 헤어스타일에 민감한 꼬맹이로군. 그치만 어째 볼 때마다 사과머리다. 머리모양이 바뀌는 것 같지는 않은데.

아무튼 간만에 쌓인 것도 풀어냈고. 이제 본론으로 들어갈 차롄가?

침대에 몸을 반 정도 기대고 담배에 불을 붙혔다. 정소연은 담배를 안피지만... 딱히 얘 앞에서 담배를 가려 펴야겠다는 생각같은 건 해본 적이 없다. 정소연도 담배가지고 뭐라고 한 적도 없고.

"어땠어? 박우리 따라다닌 건... 뭐 좀 알아냈어?"

"흐응..."

또 저소리. 이번엔 무슨 의미냐?

잠시 나를 쳐다보던 정소연이 몸을 끌어올려 내 옆에 따라 누웠다.

"처음엔 아무 성과도 없었어요. 우리오빠 거의 집에 틀어박혀서 안나오던데요? 덕분에 길거리에서 계속 서있다가 이상한 남자들한테 헌팅이나 당하고..."

"흠... 처음엔? 그럼 그 다음엔 성과가 있었다는 소리야?"

"...남자들한테 헌팅당했다는데 그건 신경도 안쓰여요?"

"너정도로 귀여운 애라면 그런거 당연하잖아. 나같아도 그랬을껄?"

"......칫."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은 정소연이 다시금 말을 이었다.

"어제였어요. 일찌감치 집에서 나온 우리오빠가 지하철 역으로 가는걸 봤어요. 그래서 따라갔는데... 도착한 곳이 인천이었어요."

......

인천...?

거긴 현아가 사는 곳인데?

"인천역에서 내리고 나서 한동안 가만히 있더라구요. 어딘가로 전화를 하기도 하고 뭔가를 들여다 보기도 하고... 내가 여기 있다는거 들키면 안되니까 가까이 못가서 통화내용은 못들었어요."

"...그래서?"

"음... 얼마나 그렇게 있었나? 또 어디론가 걸어가더라구요. 역 앞에 있는 택시를 잡아타길래, 나도 뒤따라서 택시 타고 앞에 저 택시 따라가라고 했죠."

......

그렇게까지 따라다니다니, 괜히 미안해진다.

하지만 지금의 난 그런 것보다 박우리의 행방이 더욱 궁금하다. 어쩔 수 없이 다음 이야기를 재촉하게 된다.

"어떤 동네에서 멈췄는데, 거기서부턴 정말 사람도 별로 없고 해서 따라다니기 힘들었어요. 거의 보일락 말락 할 정도로 따라다니다가 숨고 그랬는데... 어떤 집인가? 거기서 우리오빠가 멈춰 서더라구요."

어느 집에서 멈춰 섰다?

설마 거기가... 현아의 집일까?

박우리는 이미 현아가 사는 집까지 알고 있었던 건가?

"나도 꽤나 긴장했어요. 거기서 현아언니가 나올까, 아니면 그 집으로 우리오빠가 들어갈까? 근데 그렇게 어슬렁거리기만 하고 집만 쳐다보다가 다시 내려오더라구요? 놀래가지고 우리오빠가 지나갈 때까지 숨어 있었는데, 다행히 들키진 않은 것 같았어요."

"......"

"그렇게 다시 역으로 돌아가더니 집에 갔어요. 그리고 안나왔죠. 여기까지가 어제 일어났던 일이에요. 이정도면 오빠한테 말해줄 껀덕지는 되는 것 같아서..."

살짝 입술을 짓누른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뭔가 기대에 찬 눈빛이다. 

"고생 많았네."

"...끝이에요?"

"뭐, 다른거 해줄까?"

"......"

볼을 부풀린 정소연이 시선을 피하고 있다. 

지가 스스로 미행하겠다고 해놓고 뭘 바라는 거야?

......

보자.

박우리가 왜 인천으로 갔을까?

분명 인천역 쪽은 현아가 사는 곳이다. 나도 그 쪽에서 산다는 것만 알고 있지, 정확히 어느 동의 몇 번지까지는 모른다.

근데 박우리는 어떻게 안 것인지, 인천으로 그 몸을 띄웠다. 

그 목적이 현아가 아니라 다른 것이었다면... 그렇게 어느 집에서 서성이다가 되돌아 올 리가 없다. 분명 박우리의 목적은 현아와 관련이 있던게 틀림 없다.

하지만 박우리가 현아를 만나러 간 것이라면, 거기서 그렇게 되돌아 오는 것도 석연치 않다.

시간대도 현아가 나를 만나러 오는 시간이 아니니까, 그럴 맘만 먹었다면 현아한테 전화를 해서 불러내거나, 아니면 현아의 집으로 곧장 들어갔을 수도 있다. 그런데 거기서 되돌아 왔다라...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의 나로썬 알 수 있는게 없다.

이렇게 되면 조금 더 박우리를 파헤쳐 볼 필요가 있다.

"...미안하지만, 조금 더 수고해 줄래? 뭔가 실마리가 잡히는 것 같은데... 지금으로썬 아무것도 알 수 있는게 없네. 박우리가 현아를 만나는 장면이라거나 어느 집으로 들어갔다거나... 그런 눈에 보이는 증거가 있어야 할 텐데."

"......"

여전히 시선을 피하고 있던 정소연이 은근슬쩍 나를 바라본다.

"...데이트."

"응?"

"데이트요. 미행하는 보상으로."

"......"

지가 먼저 하겠다고 해놓구선 이제와서 보상을 바라다니...

하지만 중요한 정보를 얻는 것 치고 이정도라면 나쁜 거래도 아니겠지.

"좋아. 단, 제대로 된 정보를 가지고 와야 돼. 이번처럼 어디로 가서 멀뚱히 서있다가 돌아왔다더라, 이런 말이면 안돼. 알았지?"

"그치만... 모르게 따라다니는 정도로는 정확하게 알 수는 없잖아요."

"니가 전에 말했던거 있잖아. 슬쩍 접근해서 박우리가 뭐하는지 캐보는 거 말이야."

"아... 으음."

살짝 고개를 끄덕인 정소연이 나즈막히 중얼거린다.

"그럼... 우리오빠한테 붙어서 이것저것 좀 알아볼까요? ...그 대신 확실히 데이트 해주는 거에요?"

"알았어 알았어. 하고 싶다는거 다 해줄께."

"그거 진짜에요? 약속이에요?"

새끼손가락까지 걸고 약속을 한 후에야 정소연의 표정이 밝아졌다.

"...근데 우리오빠한테 붙으면 또 만질것 같아서 조금 무서운데."

"...왜? 너 저번에는 박우리 걔 남자답다느니 가슴 탄탄하게 생겼다느니 좋아했잖아?"

"그거야 그냥 그렇게 생겼다는 거죠..."

......

좀 의외다.

정소연도 박우리한테 호감이 있을꺼라 생각했는데, 아니었나 보네?

그럼 그 술집 테이블 밑으로 다리 사이 만져대던 때에는 왜 잠자코 받아줬지?

뭐, 아무튼... 그건 내가 상관할 바가 아니다.

정소연이 어떻게 해서든 박우리한테 접근해서 필요한 정보를 가져올 수만 있다면... 그렇게만 된다면 박우리가 정소연을 만지든 따먹든 난 상관없는 일이다.

* * *

정소연을 보내고 현아를 기다리는 동안 여러가지 생각을 해봤다.

일단 제일 간단한 방법이라면, 내가 직접 박우리를 만나는 거다.

만나서 녀석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현아를 아직도 포기 못하고 있는 건지,

대면을 해서 풀어나가는게 제일 좋을 것이다.

하지만 난 그러지 못하고 있다.

녀석의 얼굴을 대하는게 지금은 좀 껄끄럽기도 하고. 그 때 주먹질이 오가고 나서 부터는 괜히 그런 기분이 든다. 그래도 나름 십 년 넘은 불알친구이고 하다보니 그 사이에도 몇 번인가 주먹다짐이 오가긴 했지만, 이런 성질의 싸움은 아니었다.

언젠간 만나서 매듭을 지어야 한다, 이런 생각이 머릿속에 맴돌긴 하는데... 그저 맴돌기만 할 뿐. 행동으로 옮겨지지가 않는다. 아직은 때가 아니다 라는 생각과 함께 밑으로 가라앉히는 데에만 급급할 뿐이다.

이게 안된다면 다음 방법으로는 현아에게 물어보는 방법이 있다.

물론 현아는 나밖에 없다면서 전에 없는 애정을 보여주고 있지만...

내가 이런 식으로 불신을 쌓게 된다면, 그런 현아의 애정에도 반응하지 못하고 점점 비뚫어질 수 밖에 없잖아?

하지만 이것도 힘들다.

모처럼 진심을 터놓고 사귀게 된 사이인데, 어쩌면 나의 불신으로 그칠지도 모를 이번 일을 가지고 현아를 달달 볶는다면... 그건 그것 나름대로 현아에게 불신을 줄 수도 있다. 자신을 어디까지 믿지 못하는 거냐면서 화를 낼 수도 있겠지. 

만약 둘 사이에 정말로 아무런 의혹도 없었고, 현아는 그 말대로 오로지 나만 바라보고 있었다면 나만 죽일놈이 되는 거다. 그럴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으니까, 이 일로 현아에게 물어보는 것도 좀 그렇다.

그렇다면 결국 남은 건 정소연에게 기대는 수 밖에 없잖아?

그 꼬맹이가 어떤 정보라도 물어올 때까지 이렇게 기다리는 것 말고는 할께 없다. 가장 무기력하고 수동적인 방법이지만, 신중을 기한다는 의미에서는 이것만큼 좋은 방법도 없겠지.

그저 기다리는 수 밖에 없다. 지금은.

* * *

디이이잉─

어디선가 들려오는 진동음이 내 의식을 현실로 불러들인다.

어느샌가 나는 잠이 들었던 모양이다.

현아를 보내고 집에 돌아와서 잠깐 누웠던 것 같은데...

그냥 그렇게 잠들어 버린 건가?

어지간히도 고단했나 보다.

디이이잉─

진동음은 계속해서 들려오고 있다.

현아를 만날때면 항상 진동으로 바꿔놓곤 했는데, 그걸 그렇게 방치하다 보니 어느새 내 핸드폰 알림음은 진동으로 고정되어 버렸다. 맨날 바꾸는 것도 귀찮고.

그나저나...

진동이 계속 들린다는 소리는 전화가 오고 있다는 말인데...

머리맡에 놓여있는 폰을 집어들었다.

발신자는 사과머리라고 적혀 있다. 이 시간에 전화하는 녀석이 아닌데.

참고로 걸려온 시간은 12시가 조금 넘은 시간.

잠든지 대략 1시간쯤 된 모양이다.

"...여보세요?"

[오빠, 뭐해요?]

"자다 깼다."

[지금 자고있을 때가 아니에요.]

뭔가 정소연의 목소리가 호들갑스럽다. 조금 들떠있다고 해야 하나?

평소보다도 목소리가 하이톤인 것 같다.

흐릿한 눈으로 방구석을 쳐다보다가 잠시 후에야 대꾸를 했다.

"...잘 시간에 자야지 그럼 뭐하냐?"

[나 지금 우리오빠 봤단 말이에요.]

......

이 시간에도 미행을 하고 있나?

참으로 굉장한 열정이다. 나랑 데이트하는게 그렇게 목숨 걸 일인가.

저런 생각을 하면서 하품을 하고 있을 무렵,

다시 한 번 들려온 정소연의 목소리가 내 정신을 바짝 들게 만들었다.

[그리고 여기, 현아 언니도 있어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