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육인간 1권 4장 4부
쿄오코는 병풍 뒤에 숨어서 숨을 죽이고 이 지옥을 지켜보고 있었다. 가와다가 비틀거
리는 걸음걸이로 쿄오코가 숨어 있는 병풍 앞을 지나 문을 열고 복도로 나갔다.
쿄오코는 가슴을 쓸어내리고 다시 침실 안을 지켜보았다. 이제 적은 두 사람이다.
게다가 그들은 상당 히 취해 있다. 여자이지만 당수 2단의 솜씨를 지닌 쿄오코는 술에
취한 두 사내를 때려눕히는 정도는 문제 도 아니었다. 쿄오코는 발소리를 내지 않고
살며시 침실로 들어갔다. 다시로와 모리다 는 부 인을 괴롭히는 데에 열중하고 있어
아직 쿄오코가 들어온 것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 었다. 두사람은 진드기처럼 시즈코
부인의 살갗에 달라붙어 있었다. "뭐, 뭐야, 너는?" 시즈코 부인의 치켜올라간 다리
뒤를 핥고 간질이고 있던 모리다가 쿄오코를 보고 깜 짝 놀 랐다. 부인의 탐스런
젖가슴을 감상하고 있던 다시로도 흠칫 놀라 쿄오코를 바라보았 다. 쿄오코는 즉시
바닥을 차고 돌진해 모리다를 향해 몸을 날렸다. 악! 소리를 지르며 모리다가 옆으로
쓰러졌다. "누구야, 너는!" 다시로가 쿄오코의 안면에 강한 펀치를 날렸지만,
쿄오코가 몸을 낮추는 바람에 허공 만 가 르고 몸의 균형을 잃었다. 쿄오코가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어깨를 강하게 내리치자 윽! 소 리를 지르며 그 자리에
꼬꾸라졌다. "부인, 정신차리세요. 저는 야마자키 씨의 비서입니다." 쿄오코가 그렇게
말하면서 주머니에서 등산용 나이프를 꺼내, 부인의 한쪽 다리를 매 달고 있는 로프를
끊었다. "고, 고맙습니다. 저, 저 " 시즈코 부인은 살았다고 생각하자 목이 메는 것
같았다. 쿄오코는 시즈코 부인의 등뒤로 돌아가 나머지 끈을 마저 끊었다.
"고생하셨죠? 부인, 이제 괜찮습니다." 가까스로 자유를 찾은 부인은 걸으려고
해보았지만 손과 다리가 마비되어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아버렸다. 게다가 이런
나락의 밑바닥에서 구원받자 알몸인 자신이 한층 부끄럽 게 느 껴졌다. 한 손으로
젖가슴을 가리면서 시즈코 부인은 허리를 움츠리고 뭔가 걸칠 것을 찾았다. 다시 로와
모리다는 쿄오코에게 맞은 곳을 손으로 부여잡고, 짐승처럼 신음하면서 뒹굴고
있었다. 두 사람 모두 목욕 가운을 입고 있는 것을 본 쿄오코는 두 사람에게서 그것을
벗겨냈 다. "제기랄, 무슨 짓이야!" 그렇지만 쿄오코의 일격이 상당히 효과가
있었는지 여전히 일어나지는 못하고 있었다. "자, 부인. 이거라도 입고 빨리
도망칩시다." 쿄오코는 알몸의 다시로와 모리다를 방금 전까지 시즈코 부인에게 감겨
있던 끈으로 친친 얽어 묶었다. "이봐, 용서해줘. 묶지 말라구! 우리들이 잘못했어!"
다시로와 모리다는 자존심도 없이 용서를 구걸하였다. "뻔뻔스런 놈들. 부인에게
죽기보다 고통스러운 짓을 하고도 우는 소리를 내!" 쿄오코가 나이프를 손에 고쳐
들었다. 다시로는 움찔하여 살려줘! 하고 악을 썼다. 찌르는 줄 알았던 모양이다.
"허둥댈 것 없어. 너같이 벌레 같은 놈을 뭣 하러 죽이겠어. 경찰에 인도하기 전에 꼴
불견인 콧수염이나 깎아주려는 거야." 다시로는 모리다의 뒤로 몸을 숨기려고
무릎걸음으로 걸었다. 모리다도 당황하여 다시 로의 뒤로 몸을 숨기려고 했지만 두
사람 모두 뒷짐결박되어 있어 생각처럼 몸을 움직일 수 없었 다. "너희들이 부인에게
한 짓을 생각하면, 이런 건 아무것도 아니야. 자, 각오해!" 쿄오코는 다시로를 다다미
위로 넘어뜨리고 가슴을 타고 앉아 콧수염을 깎아버렸다. "자, 부인도 이놈을 발로
차든지 때리든지 조금이라도 원한을 푸세요." 쿄오코는 곁에 멍하니 선 채 꼼짝 않는
시즈코 부인에게 말했다. 부인의 아름다운 얼 굴은 다시로와 모리다에 대한 증오로
경직되어 있었다. 이들에게 받은 수모는 두 사람을 죽 인다 해도 풀리지 않을 것이다.
쿄오코가 이곳에 달려와주지 않았더라면 자신은 이 두 사람 에게 뼈까지 핥음을
당했을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을 하자 시즈코 부인은 분노가 치밀어와 자기 도 모르게
옆에 떨어져 있던 청죽을 집어들었다. "너희들은 인간도 아니야. 짐승이야!" 부인은
그렇게 외치면서 다시로의 허리께를 청죽으로 내리쳤다. 철퍼덕 둔탁한 소리가 나고
다시로가 비명을 질러댔다. "살려줘! 부인. 부탁이야!" 시즈코 부인은 눈썹을
치켜뜨고 계속 다시로의 몸을 청죽으로 때렸다. "자, 부인. 어서 도망가시죠. 지체할
시간이 없어요. 고도 야마자키 씨에게 연락해서 게이코 씨를 구출하겠어요." 쿄오코는
시즈코 부인을 재촉하여 방을 나갔다. "쿄오코 씨, 뭐라고 감사의 말을 해야 좋을지
당신은 제 생명의 은인이에요." 시즈코 부인은 쿄오코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아직
안심할 수 없어요. 여기는 적중이에요. 제 뒤를 따라서 조용 조용 걸으세요."
쿄오코는 시즈코 부인의 손을 끌면서 발소리를 죽여 복도를 지나 계단을 내려왔다. 하
자쿠 라단의 여자들과 모리다파의 똘마니 야쿠자들이 진탕 마시고 소란을 떠는 소리가
들려 왔다. 저 패거리에게 게이코가 어떤 몹쓸 짓을 당하고 있을까 생각하니 시즈코
부인의 마음 이 저 려왔지만, 게이코를 구하려면 일단 자신들이 이 지옥의 저택에서
도망치지 않으면 안 된다. 두 사람은 살금살금 패거리들이 떠들고 있는 방 앞을
지나쳐 정원으로 내려섰다. 이 정원을 가로지르면 뒷문이 있다. 두 사람은 얼굴을
마주보고 단숨에 달렸다. "앗! 쿄오코 아냐!" 누군가 뒤쪽 툇마루에서 외쳤다. 깜짝
놀란 쿄오코가 뒤돌아보니 하자쿠라단의 우두머 리인 긴코가 손짓을 하며 소리치고
있었다. "큰일났어! 쿄오코가 도야마 부인을 데리고 도망치고 있어!" 쿄오코는 시즈코
부인의 손을 잡아끌고 달렸다. 부인의 발이 늦어 애가 탔다. "부인, 어서 어서."
시즈코 부인도 이를 악물로 달렸지만, 오랜 시간 몸이 묶여 있던 탓에 발이 생각대로
따라 주질 않았다. 소나무 밑동에 발이 채여 비틀거리던 부인이 땅바닥에 넘어지고
말았다. 탁탁탁 하고 쫓아오는 발소리가 가까워졌다. "부인, 어서 어서! 놈들에게
붙잡히면 끝장이에요. 힘을 내세요!" 쿄오코가 부인의 몸을 안아 일으켰지만, 이미
때는 늦어 두 사람의 주위를 하자쿠라단 과 모 리다파가 에워쌌다. "제기랄, 어쩐지
처음부터 냄새가 난다고 생각했어." 가와다가 쿄오코의 얼굴을 노려보며 말했다.
긴코도 아케미도 화가 치밀어 나이프를 꺼내며 자세를 취했다. "감히 우리들을 속여?
이젠 살아서 돌아가지 못할 거야!" 쿄오코도 시즈코 부인을 뒤로 감싸면서, 나이프를
꺼내 태세를 갖추었다. 한 발짝 남은 곳에서 그들에게 발각되어버린 원통함에
쿄오코는 이를 갈았다. 이렇게 되면 이판사판이었다. 어떻게든 혈로를 열어 도야마
부인만이라도 도망치게 해야 한다고 결 심한 쿄오코는 뒷문 쪽을 지키고 있는
모리다파의 똘마니 야쿠자에게 돌진했다. "아이쿠!" 야쿠자 하나가 손등을 부여잡고
물러섰다. 여자라고 깔보고 방심한 탓이었다. "이년이!" 가와다가 이어서
달려들었지만, 옆구리를 발로 차이고 비명을 지르며 옆으로 떨어졌다 . "이년, 당수를
사용하니까 다들 조심해." 야쿠자들이 포위망을 서서히 좁혀오고 있었다. 쿄오코는
시즈코 부인을 등뒤에 둔 채 필사적인 눈으로 주위의 적을 노려보고 있었다.
늦게 올려서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