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화 (2/14)

불랙홀2

결국 화면 속의 둘은 모든 에로틱한 장면을 연출하며 방안 가득히 숨을 토

해내고 있다. 민숙은 한참을 그렇게 꼼짝않고 태입 하나를 모두 감상했다. 

이런 태입을 아들 석호가 봤다고 생각하니 그녀의 가슴이 작은 새처럼 두근

거렸다. 

점점 어지러워졌다. 이걸 어떻게 아들에게 얘기해서 설득하고 교육할 것인

가.... 어수선하게 하루가 가고 저녁에 남편이 늦는다고 전화가 왔다. 석호

는 다른 때와 다름없이 집에 왔고 그는 태연했지만 정작 그녀는 안절부절하

여 아들 석호와 눈을 맞출 수가 없었다. 그런 그녀를 석호는 눈치 채지 못

하는지 평소와 다름없이 발랄하고 생기 있게 그녀를 대했다. 저녁을 먹고 

한 참을 지나서야 남편이 돌아 왔다. 그녀는 망설였다. 그 애기를 해야 한

다고 생각했다. 그녀가 입이 열려는 순간....... 남편이 먼저 입을 였었다.

"나 내일부터 아마 20일 정도 일본으로 출장을 가게될 거야..."

"회사에서 출발하니까 아침에 짐 좀 챙겨서 낮에 회사로 갖고 나와 줘" 

"그래요?" 

"오후 2시정도 출발 할거야"

"예.."

그녀는 자기가 할 말을 잊어버린 듯 입을 다물어 버렸다. 먼길을 떠나는 남

편에게 말 할 수 없었다. 동시에 지금 털어놓을 시급한 사항도 아니다라고 

스스로 판다하고 "돌아오면 차근차근 얘기하자" 급한 성미를 잘 다뤄야 한

다고 생각했다. 

다음날 아침에 세 식구가 식탁에 앉아 남편 출장 길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그런데 아침에 석호의 눈치가 이상했다. 그녀를 바라보는 눈이 곱지 않았으

며 눈길을 피했다. 그녀는 뭔가 잘못 되고 있음을 알았다. 남편과 석호를 

보내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왜 석호의 눈길이 평소 같지 않게 싸늘했을까?

"아차!" 

그녀는 깜짝 놀랐다. 어제 그 태입을 다시 갖다놓지 못했음을 알아 차렸다.

그녀는 태입을 들고 후다닥 2층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원래 들어있던 서랍

을 열었다. 태입을 넣고 서랍을 닫으려는 순간 그녀는 뭔가가 적혀있는 메

모를 보았다. 

"다 보았으면 돌려주세요" 라고 휘갈겨 있었다. "어머" 그녀는 얼굴이 홍당

무가 되었다. 그녀는 졸지에 남의 부끄러운 장면을 훔쳐보다가 들킨 사람처

럼 당황했고 마치 자기가 그것을 몰래 훔쳐 본 것이 되고 말았다. 

"아~"다리가 떨리고 창피함이 몰려왔다. 어린 아들 녀석에게 부끄러운 것을

보여준 것처럼 얼굴이 화끈 거렸다. "어찌 해야 되나" 일이 갑자기 꼬이고 

있었다. 빨리 수습하지 않으면 석호와 관계가 서먹해질 뿐만 아니라 외줄을

타는 듯 하는 엄마의 위치까지도 흔들릴 수 있는 위기라고 생각이 들었다. 

그 동안 그녀가 노력했던 모든 것들이 날아가 버릴 것 같은 두려움이 몰려

왔다. 절대 그럴 순 없었다. 그리고 그녀의 자리를 다시 회복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생각이 갑자기 많아졌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아

이디어가 생각나지 않고 있다. 머리가 혼란스럽고 자꾸 어지러웠다. 

"삐리릭~~~"

그때 전화벨이 울렸다. 

"여보세요?" 

"아~ 뭐해? 지금 떠나야 하는데....."

아! 그녀가 깜박 남편 짐을 잊고 있었다. 

"예..알았어요."

저쪽에서 다급한 남편의 목소리가 그녀의 귀를 때렸다. 

"예.....예.....그럼 곧 바로 공항으로.....예" 

그녀는 허둥대며 아침에 챙겨둔 가방을 갖고 바삐 집을 나섰다. 공항에 가

는 차 속에서도 그녀는 혼돈과 부끄러움으로 어지러웠다. 그녀는 공항에서 

남편을 만났다. 남편은 회사에서 배웅나온 사람들과 인사하느라 바빴다. 

"그래...왔어?....좀 서두르지 그랬어"

남편이 핀잔했다. 그런 남편에게 지금 자기가 고민하는 일을 말할 수는 없

었다. 

"잘 다녀오세요..."

"응...그래...."

"전화 하시구요 도착하면....." 

"그래 잘지내고....무슨일 있으면 이쪽으로 전화해" 

"예...."

그녀는 남편이 전해주는 쪽지 한 장을 받았다. 길게 전화 번호가 적혀 있었

다. 남편이 1번 창구를 따라 나가는 것을 지켜보다가 가볍게 손을 흔들었다

. 그녀는 차를 몰고 집에 돌아오면서 내내 석호 생각에 골몰했다.

그녀가 집에 돌아와 집안 청소를 막 끝냈을 때 남편한테서 전화가 걸려 왔

다. 벌써 일본에 도착했다고 했다. 그녀는 오후를 석호 생각으로 할애해야

만 했다. 석호가 돌아오면 엄마의 위치에서 위엄 있게 얘기를 할거라 마음

을 굳히고 이었다. 그리고 그런 석호의 행동이 부끄러운 일도 아니며 자연

스러운 일이라고 타이르듯 설명하리라 마음먹었다.

그녀는 아직 아기를 낳아 본적이 없어서 자식에 대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사실 잘 모르고 있었다. 좀 부자연스럽지만 엄하게 하고 싶었다. 그렇다고 

다짜고짜 엄할 수는 없었다. 남자에 대해 잘 모르고 있었기 때문에....더더

욱 그랬다. 그녀는 저녁을 다른 때 보다 푸짐하게 마련했다. 그리고 석호가

오면 사과도 할 겸 같이 얘기하고 싶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초인종이 울렸

다. 석호였다. 그녀는 긴장 되었다. 짐짓 태연하게 말했다. 

"어서와라....힘들지?"

"아니요..."

석호는 무뚝뚝하게 대답했다. 분명 석호가 달랐졌다. 그녀는 느낄 수가 있

다. 

"씻고 밥먹자...식탁으로 와라"

"예" 

석호가 짧게 대답하고 2층으로 올라갔다. 조금 뒤 다시 내려오는 소리가 들

렸다. 그녀와 단둘이 앉았다. 종종 이렇게 둘이서 앉아 밥을 먹을 때가 많

았었다. 그런데 오늘은 무척 긴장이 되고 서먹했다. 그녀는 빨리 얘기를 꺼

내고 싶었다. 그리고 잊고 싶었다. 밥을 깨잘거리던 석호가 숟가락을 놓고 

일어났다. 

"왜? 그만 먹을려고?"

"예....밥맛이 없어요.."

"아니.....그래도"

"난중에 먹고 싶으면 먹을께요"

그는 돌아보지도 않고 대답을 하고 자기 방으로 올라가 버렸다. 2층 방문이

"쾅!" 하고 닫히는 소리가 났다. 석호가 무언의 항의를 하고 있음이 문닫는

소리만 들어도 알 수 있었다. 그녀는 허탈했다. 낮에 준비한 말들이 비누 

방울처럼 하나씩 머리를 빠져나갔다. 다시 머리가 텅 비었다. 그녀는 탁자

에 힘없이 업드렸다. 그녀는 울고 있었다. 그러면 어떻하지.......그녀는 

업드려 한 참을 그렇게 있었다. 부엌을 치우고 잠옷으로 갈아입었다. 자려

고 눈을 감아도 좀처럼 잠이 오지 않았다. 오히려 눈은 더 말똥거렸다. 그

러다 멍하니 천장만 바라보았다. 하염없이 스탠드 불빛만을 바라보며 자신

의 한심함을 질책했다. 어제 본 비디오 장면들도 스쳐갔다. 

아~~ 어지러웠다. 비디오만 보지 않았어도 복잡할 게 없었다. 차라리 모른 

체 했으면 문제는 훨씬 간단하게 정리되고 그녀에게 이런 고통은 없었을 것

이다. 그녀는 눈을 지긋이 감았다. 또 비디오 한 장면이 떠올랐다. 눈을 감

으면 신음하던 여자의 얼굴이 떠오르곤 했다. 그녀는 그런 것을 처음 봤고 

생각보다 충격적 이였다. 그렇다고 흥분이 되거나 하진 않았지만 그녀의 호

기심을 채우는 데는 충분하게 역할을 했다. 그냥 몸과 정신이 약간 흔들리

듯 어지러웠다. 

그때 밖에서 인기척이 있었다. 냉장고를 여닫는 소리였다. 석호가 뭔가를 

찾고 있는 듯했다. 그녀는 귀를 기울였다. 저녁을 먹고 둘은 한마디도 서로

하지 않았다. 이 적막 같은 시간들이 너무 부자연스럽고 어색해서 하루가 

마치 일 년처럼 길게 느껴졌다. 밖에서 움직이는 소리가 없어 가만히 귀를 

기울이고 긴장하여 숨소리를 낮췄다. 그 순간 방문의 손잡이가 돌아가고 있

었다. 무척 천천히 그리고 조심스럽게 열렸다. 석호의 얼굴이 스탠드 불빛

으로 반사 됐다. 석호가 그녀에게 찾아오는 일은 드물어서 그녀는 내심 반

가웠다. 그녀의 속마음을 털어놓고 싶었고 다시 전처럼 허물없는 관계로 돌

아가고 싶었다. 그러나 순간 그녀는 석호의 수상한 몸놀림에 신경이 곤두섰

다. 

석호는 방안을 살피듯이 문 문 틈에 끼어 조용히 서 있다가 그녀가 고개를 

들어 아는 체를 하려는 순간 마치 날쎈 군인처럼 빠르게 그리고 조용히 방

안으로 빨려 들어 왔다. 그녀가 고개를 드는 것과 석호가 방문을 닫기 위해

돌아서는 것은 거의 동시였다. 그래서 서로는 눈을 마주칠 수 가없었다. 그

가 방안의 어둠에 적응하려고 잠시 움직이지 않고 있는 듯 했다. 그러는 그

를 그녀가 멍청한 눈으로 올려다봤다. 그는 스텐드에 그늘진 그녀의 눈을 

발견하지 못하고 그녀가 잠들어 있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 듯 했다. 그가 

그녀가 누워있는 모습을 가만히 내려다 봤다. 그녀는 갑자기 온몸에 힘이 

들어갔다. 그녀는 자신이 잠들지 않음을 아까 알려야 했다고 후회했으나 그

렇다고 지금 벌떡 일어나 그를 놀라게 할 용기도 없었다. 

그녀는 가슴이 뛰었다. 그 동안 석호는 거의 안방엔 들어오는 일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이런 야심한 밤엔 더더욱 생각할 수 없는 일이였다. 그래서 그

녀는 남편도 없는 지금...... 그것도 석호의 비밀스런 쪽지를 본 후 서먹해

진 지금은 더더욱 석호가 일부러 이방을 들어오는 것은 무척 부자연스러운 

일 이다. 그녀는 스탠드 불빛을 등지고 옆으로 누워있었고 그래서 석호는 

그늘진 그녀의 얼굴을 볼 수가 없었다. 그녀가 석호의 방문 목적을 정리하

기도 전에 다시 석호가 한 발짝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점점 그녀의 침대 옆

으로 가까이 다가오면서 그녀는 긴장되어 머리가 멍해지고 눈은 점점 커지

면서 그를 올려보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의 눈은 전혀 그에게 보일 리 없었

고 석호는 침대 옆을 지나 가까이 그녀에게로...... 그리고 그녀에게 가까

이 얼굴을 밀었다. 그의 얼굴이 점점 다가와 그녀 얼굴에 그의 비릿한 체취

가 느껴지면서 그녀는 얼른 눈을 감았다.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 아~ 그

녀는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갑자기 자신이 입고 있는 잠옷이 어떤 형태로 자기 몸에 걸쳐 있는지 너무

도 불안했다. 그녀는 얇은 천으로 만들어진 잠옷을 입고 있었기 때문에 자

칫 그녀의 몸매가 그의 눈 앞에 적나라하게 들어 날 것이 염려스러웠다. 문

득 그녀는 석호가 남 모르는 남자처럼 느껴졌다. 

갑자기 왜 그럴까 .....그녀는 자기 머리가 터질 듯이 곤두박질 치고 있음

을 알았다. 현기증이 일었다. 순간 석호가 사뿐히 침대에 엉덩이를 걸치고 

앉는 듯했다.. 그녀는 불안감으로 눈을 떴다. 이젠 그녀가 자지 않고 있음

을 알려야 한다고 생각해서였다. 그러나 그녀의 눈에는 석호의 등만 넓게 

보였다. 그녀의 눈앞을 가린 것은 건장한 사내의 등 이였다. 

순간 그녀는 겁이 났다. 그의 등은 너무 위압적으로 그녀를 압도했고 자신

이 용기있게 눈을 부릅떴지만 그의 등이 그녀의 의도를 막아서고 있었다. 

점점 그녀의 몸은 웅크려지고 자신의 숨소리가 천둥처럼 크게 느껴졌다. 온

몸의 신경 세포를 불러모아 지금 방안에서 일어나는 작은 움직임을 감지하

려는 듯 그녀는 숨소리도 죽이고 있었다. 지금 이 순간 석호의 눈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그녀는 알 수가 없었다. 그의 등이 약간 움직일 때 침대가 

삐걱하며 소리를 냈다. 순간 그녀의 종아리 근처에서 아주 섬세한 느낌이 

왔다. 그녀의 세포가 그녀에게 전령보다 빠르게 알려왔다. 그와 동시에 갑

자기 다리 부분이 썰렁한 한기를 느꼈다. 그때서야 그녀는 자기 잠옷이 들

려지고 있음을 알아 차렸다. 

"아~~저런........." 

그녀는 그 소리를 목구멍으로 넘겨야했다. 점점 옷이 위로 올라가고 다리 

전체가 싸늘한 공기로 감싸는 듯한 느낌으로 변했다. 거의 허벅지를 넘어 

엉덩이 부분까지 썰렁해 지다가 엉덩이 깔린 옷자락이 당겨졌다. 동시에 한

기도 거기까지 멈추고 있었다. 그녀는 본능적으로 엉덩이 부분에 힘을 주어

밑으로 강하게 압박했다. 

"후~~"하고 그녀가 속으로 한 숨을 쉬었다. 지금 그의 눈길과 손은 어디에 

있을까....그녀는 가슴이 터질 것처럼 뛰었다. 제지 할 수 있는 기회를 그

녀는 자기의 옹졸함으로 놓치고 있음을 원망했다.

(지금 이라도 멈추게 해야 한다)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그녀는 용기를 내어 몸을 일으키려다가 순간 멈추

고 말았다. 지금 그녀가 석호를 저지한다면 그는 엄청나게 놀랄 것이며 그

것은 서로에게 치유 할 수 없는 상처로 영원히 남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다음에는 ........ 그녀는 생각이 거기 까지 이르자 몸에서 힘이 빠져나갔

다. 그럼 어떻게 할까............ 

그녀는 다시 지금의 상황을 전환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에 대해서 골몰

했다. 밖에서 걸려오는 전화만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12시가 넘어 새벽 1시가 되는 지금 그건 불가능했다. 남편도 아까 일찍 잠

자리에 든다고 전화가 왔었고 막막하게 앞이 깜깜했다. 

순간 그의 손이 다시 허벅지에서 느껴졌다. 그녀의 몸에 붙은 잔털들이 일

제히 일어나 파르르 떨면서 갑작스런 침입자에 항거하는 듯했다. 그의 손에

는 어느덧 땀이 베어 그녀의 여린 털들을 간단히 제압하고 납작 그녀의 살

결에 달라 붙이면서 점령지를 넓혀 나갔다. 무척 조심스러운 손놀림이였다.

그의 목에서 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손가락 한 개가 허벅지위를 가만히 움직였다. 그녀는 너무 긴장된 탓으로 

온몸이 석고처럼 굳어가고 있었다. 손이 점점 대담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손이 차차 속도를 내어 미끄러지듯 위 아래를 왕복하여 쓰다듬듯이 다리

를 어루만졌다. 손이 허벅지 위쪽에서 멈추더니 이번엔 허벅지가 맞닿아 있

는 사이로 밀고 들어 왔다. 그녀는 움찔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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