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78화 〉붕괴 1일차 (9) (78/87)



〈 78화 〉붕괴 1일차 (9)

현우는 혜지의 머리가 도망가지 못하도록 왼손으로 꽉 눌러놓고는 허리를 앞뒤로 움직였다.


퍽 - 퍽 - 퍽 - 퍽 -

평범한 오랄섹스에서는 결코 날 수 없는  부딪히는 소리. 현우의 귀두가 그녀의 목구멍을 유린하는 와중에 불알이 아랫턱을 철썩철썩 때린다.


"끄으읍! 끄읍!"


혜지는 목구멍을 꿰뚫리며 무력히 비명만을 질러댔다. 목젖을 찔릴 때마다 울컥하고 구역질이 치밀었지만 온힘을 다해 삼켰다.

자신이 먼저 이것을 해주고 싶어 화장실로 가자고 제안하지 않았던가. 그래놓고 몇 초 참지도 못하고 토한다면 부끄러운 일이다.

게다가 아직 상처도 낫지 않은 후장보다야 목구멍이 훨씬  나은 것도 사실. 어제의 끔찍했던 고통에 비추어본다면 이 정도야 아무 것도 아니었다.

그러니 시작부터 토할 수는 없었다. 좀더 참아내야 했다.


그녀는 뒤로 묶인 양손을 주먹쥐며 눈을 질끈 감았다.


"헉! 헉! 자기야, 존나 좋아. 자기 목보지 존나 조여!"


현우는 허리를 흔들어대다가 슬슬 그녀의 한계가 임박한듯 보이자 응원의 말을 건넸다.


박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토해버리면 아무래도 영상미가 살짝 떨어질 것 같았으니까. 적어도 1분 정도는 참아주고 토하는 것이 가장 그림이 좋지 않겠는가.

그래야 그녀의 생생한 육성을 아낌 없이 담아낼  있기도 했고.

"더 버틸 수 있지? 흐윽! 사랑해! 혜지야, 사랑해!"

그러니 그녀에게 사랑이라는 진통제를 주사하고는 능욕을 이어나간다. 아무 쓰잘데기 없는 빈말이라도 해도 그녀의 인내심을 부풀리는 데에는 이만한 것이 없었다.

하지만 사랑의 힘으로도 어쩔 수 없는 것이 있는 모양.

그녀는 얼마 못가 다급히 신호를 보내왔다.

"읍!"


토할  같으면 외치라던 짧은 비명소리가 그녀의 입에서 튀어나오자 현우는 급히 허리를 뒤로 뺐다.

토하든 말든 계속 쑤셔대면 영상의 재미는 살겠지만 역시 귀두에 오물을 묻히는건 내키지 않았다.


"우웨웨웨웩!"


"휘유... 자기 그래도 저번보다는 훨씬 오래 버텼는데?"

"흐으으으..."

"어때, 자기야? 참을만 해? 혹시 죽을 것 같이 힘들다 싶으면 말해. 자기 힘들면 어쩔  없지."


현우는 헛구역질을 반복하는 혜지의 등을 토닥여주며 부드럽게 속삭였다.


방금까지의 거친 행동과 반대되는 자상한 말투로 안그래도 토하느라 정신이 없는 그녀를 더 큰 혼란에 빠뜨릴 심산이다.


심성이 나약한 이 여자는 혼란이 커지면 커질수록 스스로가 믿고 싶은 사실에만 집중할 테니까. 예컨대 지금의 배려 아닌 배려라든지, 혹은 방금 던져준 사랑한다는 말이라든지 하는 것들에.


특히 토한다는 행위가 지니는 상징성과 이러한 행위가 가져올 심적 고단함을 고려해보면 조금씩의 케어를 병행해주는 것이 필요해보이기도 했다.

어쨌든 간에 이제 고작 두 번째가 아니던가. 첫 번째를 개통시켜놓은 덕분에 운좋게 두 번째를 개시할 수 있었지만 겨우  번만에 익숙해지기란 쉽지 않은 노릇이다.


"끄으으으으... 참을만 해요. 씻겨주세요, 주인님."

현우의 뒤틀린 조소를 볼 수 없는 혜지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대답했다.


힘들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그러나 죽을 만큼 힘든가 생각해보면 그렇지는 않았다.

그녀의 오른쪽 허벅지에 적힌, '죽지만 않는다면 어떤 명령이든 따르겠다'는 맹세.


시각적 정보를 모두 차단 당한  캄캄한 어둠 속만 표류하던 그녀의 의식은 수도 없이 외쳐대던 여섯 문장들에 붙들렸다.

그녀의 몸에 적힌 여섯 개의 문장이 결국 그녀의 의식을 가두는 촘촘한 울타리가 되어버렸다.


"참을만 하다니 다행이네. 역시 우리 자기 멋져."


현우는 순순히 입을 벌리는 그녀를 칭찬하며 왼손에 샤워기를 들었다.


우선 자신의 소중한 귀두부터 씻은 다음 욕조 바닥에 널부러진 토사물을 치운다. 그녀의 입보지를 세척하는건 제일 마지막이다.


"우물우물한 다음 고개 숙이고 뱉어."

물을 입에 머금었다 뱉어내길 수차례 반복하는 혜지.


며칠 전에 해보았다고 헹굼 동작이 그새 몸에 붙었다. 처음 할 때는 아무런 생각도  수 없을 만큼 힘들었는데 지금은 그때보다는 여유가 있었다.

오늘은 손으로 하트를 그려낼 필요도, 가까스로 미소를 지어보일 필요도 없이 그저 목구멍만 내어주면 되었으니까.

혜지는 자세를 고쳐잡으며 다시 용기를 끌어올렸다.

"... 쓰레기년 목보지 씹창내주세요."

"자기야."

그런 그녀를 부르는 현우의 나지막한 목소리. 또 무슨 잘못을 저지른건가 싶어 그녀의 가슴이 쿵하고 내려앉았다.

"네, 주인님!"

"갑자기 고맙다고 말하고 싶어지네."

"아..."

"잘못한 것도 많지만 어쨌든 잘 해보고 싶어서 날 화장실로 데려온거 아니야. 지금처럼 토할 때까지 마음대로 쑤셔달라고. 그렇지?"

"네... 맞아요."


"아깐 나도 화가 났었는데 지금 보니까 자기의  마음이 예쁜 것 같아서. 다 날 사랑하니깐 할  있는 일 아니겠어?"

 이라마치오가 자신의 강압에 의해 시작되었다면, 두 번째는 그녀의 용기에 의해 시작된 것이나 마찬가지.


그렇기에 세 번째부터는 강압도 용기도 필요없는 단계가 되어야 했다.

어느 때든 원할 때면 쑤셔박을 수 있게, 사랑한다면 토할 때까지 참아주는 것이 당연하다는 단계 말이다.

이를 위해 현우는 곧바로 능욕을 재개하기보다 그녀의 지친 마음을 한 번 더 어루만져주는 것으로 전략을 변경했다.

지금 사랑이 어쩌고 하며 밑밥을 까는 것은 모두 그러한 전략의 일환이었다.

"네... 맞아요! 사랑해요... 진짜 사랑해요... 사랑해요, 주인님."


사랑을 선보일 수 있는 기회를 던져주자마자 신난  자신의 사랑을 자랑해보이는 혜지.


그것이 스스로를 옭아맬 더 큰 족쇄가 되리라는 것을 모르는지 헐레벌떡 사랑을 내보이는 꼴이 우습다.


"그런 것 같아. 안그러면 어떻게 토하면서도  쑤셔달라고 그러겠어. 다 그만큼 사랑하니까   있는 일이지. 맞지? 맞으면 사랑한다고 해봐. 오빠라고 부르면서 반말하도록 해줄게."

"사랑해요... 아니... 사랑해, 오빠. 진짜 사랑해."

"후우... 좋다. 사랑한다고 계속 말해주라. 사랑한다고, 그러니까 언제든 목구멍 쑤셔달라고."

"사랑해.  진짜 오빠 사랑하니까... 언제든 목구멍 쑤셔줘. 진짜 사랑해."


평범한 사랑고백을 시키는 것으로 말에 관성을 붙인 다음 자신이 듣고 싶은 말을 뒤에 끼워넣는다.


상대가 무조건 인정할 수 있는, 혹은 인정하여야만 하는 말부터 꺼내게 한 뒤 거기에 강요하고 싶은 말을 덧붙이는 수법 또한 책에서 본 심리 조작의 기술 중 하나다.

절대로 사랑한다는 말을 부정할 수 없는 그녀였기에 그 뒤에 따라나오는 말 역시 부정할 길이 없었다.


"정말 그래도 돼? 내가 자기 목구멍 쑤신다고 나 미워하거나 그러는거 아니지?"

"아니야! 쑤셔도 돼. 오빠가 원하면 그래도 돼. 난 이해할 수 있어! 다... 전부 다 이해할 수 있어!"

현우의 말에 까무러칠 만큼 놀라는 혜지.

오빠를 미워한다니, 어떻게 그럴 수가 있겠는가.


사랑을 부정한다고 그것이 증오가  수는 없는 법이다. 그녀에게 있어서 사랑의 부정은 증오가 아니라 사랑의 부재였을 뿐이니까.

그리고 현우의 사랑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세상을 살아갈 수 없는 그녀는 결코 사랑을 부정할 수 없었다.

사랑을 부정한다면 오빠가 떠나갈 테고, 그러면 지금까지의 고생 또한 모두 헛고생이 되고 말겠지. 그건 상상조차 하기 싫은 끔찍한 결말이었다.


"그래?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 나도 방금 화낸거 미안하고... 사랑해. 자기가 말로는 내꺼라고 하면서 행동은 안 그런  같아서 불안했나봐."


"그건 진짜... 내가 미안해. 잘 하려고 했는데... 정말 멍청해서 그런거였어. 실망시켜서 미안해..."

"괜찮아. 대신 몸으로는 열심히 배우고 있잖아. 목구멍 쑤시는 것도 이제 익숙해진  같은데? 한 두번  해보면 완전히 마스터하겠다."

"아... 응!"

"아니면 오늘 빡세게 딱 해버리고 오늘 마스터 해버릴까?"

"빡세게... 어떻게?"


"간단하지, 뭐. 내가 쌀 것 같은거 최대한 참으면서 자기 익숙해지라고 계속 훈련하는거지."


현우는 잔혹한 말을 아무렇지 않은  말하면서 그녀의 앞머리를 배배 꼬았다.

쑤시다 토하고, 쑤시다 토하고를 한  하고 났더니 먼저 쑤셔달라 부탁하는 여자다.

오늘밤 한 번만 더 반복하고 난다면 딥쓰롯을 일상으로 만들어버릴 자신이 있었다. 굳이 부탁이 필요없게, 자지만 갖다대면 언제든 목구멍을 벌리게.


"아... 오빠는 어떻게... 하고 싶어? 나는... 오빠 하자는 대로 할게."


"그래? 난 당연히 오늘 빡 했으면 싶지. 질질 끌기보다 그게 서로 편하잖아. 어제 후장도 한 번에 해버리니까  땐 힘들었어도 얼마나 뿌듯해? 자기가 그랬었지? 쇠뿔도 단김에 빼는게 좋다고."


"그럼... 그럴까?"


"자기만 괜찮으면. 어제는 세 번인가 토했으니까 오늘은 한... 다섯  토할 때까지만 할까?"


혜지는 대답을 망설였다. 아니, 망설이려 했다.

그러나 그녀의 무의식은 그마저도 허락하지 않았다. 망설인다고, 쭈뼛댄다고 호되게 꾸짖음 당한 것이 마치 트라우마처럼 뇌리에 새겨져 아직 딱지도 아물지 않은 탓이다.

"그... 러자. 다섯 번..."

"가능하지? 자기라면 잘 해낼 수 있을거야. 자기가 먼저 이거 해보자고 할 만큼 오늘 기운 넘쳤잖아."


"... 응. 가능해! 해볼게!  수 있어!"

혜지는 크게 숨을 들이키며 의연하게 외쳤다.


상황에 대한 주도권은 어차피 그녀에게 없었으니 그저 주인에게 코뚜레를 내맡긴 소처럼 현우가 이끄는 대로 따라갈 뿐이다.

그녀는 의식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더 이상 자주적인 사고가 돌아가지 않을 만큼 체념이 몸속 깊이 베여버렸다.

오빠가 원한다. 오빠가 부탁한다. 그러면 그 부탁을 들어주면 그만이다.


그래, 이건 다 오빠를 사랑해서이다. 오빠가 너무나도 소중해서이다. 그런 오빠이기에 해줄 수 있는 일이다.

이건 오빠가 좋아하는 일이었고, 오빠가 하고 싶어하는 일이었으니까.

사랑하지 않는다면 어찌 이런 있을 해줄 수 있겠는가. 사랑이 아니면 결코 설명할 수 없는 행위다.


그러니 지금의 모든 것은 사랑이다. 아까부터 줄곧, 모든 것이 사랑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숭고한 희생에 갖다붙일 완벽한 변명거리로 사랑을 끌어오며 합리화를 마쳤다.

"그럼 다시 시작한다? 준비 됐으면 다시 졸라 봐. 쑤셔줄게."


"주인님 전용 목보지... 주인님 자지로 길들여주세요!"

"오늘  목보지 걸레 될 때까지 쑤셔도 되는거지?"


"네... 혜지 목보지... 걸레로 만들어주세요!"

"후... 입 더 벌려, 씨발년아.  오늘 뒤졌어."

현우는 목표로 하던 바를 성취해내고는 들떠오른 목소리로 욕지거리를 뇌까렸다.


사람의 마음이... 어찌 이리도 쉬울 수 있단 말인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좀전까지 그녀를 학대하던 무자비한 가해자의 부탁을 순순히 들어주는 저 꼬라지가. 그러면서도 기쁜 듯이 미소 짓고 있는 저 입꼬리가.


죽일 듯한 기세로 몰아세우다가 한  양보하며 다독여준 덕분일까. 허울 뿐인 그 양보가 그녀의 '신뢰'를 샘솟게  것이 틀림 없었다.

아무리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 해도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끔찍한 부탁이었는데, 그걸 덥석 물어버리는 모양새가 그러했다.


 - 퍽 - 퍽 -  -

그러니 신뢰를 무기로 하여 그녀를 착취한다.


「온갖 착취를 당하면서도 그것을 착취라 인식하지 못하고 오히려 기쁨이라 인식하는 것은 상대에 대한 믿음과 관련이 있다. 그리고 심리를 조작하는 사람들은 대개 의존성 인격장애를 지닌 사람의 믿음을 이용하여 착취를 일삼고 이익을 얻는다.」

오늘 본 책의 내용은 조금도 틀리지 않았다. 그녀의 행태가... 그리고 자신의 행태가 이를 증명한다.

"끄으윽! 우붑! 으브붑!"


"버텨.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버텨."


현우는 다시 휴대폰을 들고 잠시 멈췄던 촬영을 이어나갔다.


비록 녹화를 끝낸 것은 아니어서 방금의 잡소리도 영상에 흘러들어갔지만 그거야 나중에 편집으로 잘라내면 되는 일.

생각해보면 그 잡소리마저 쓸모가 있을지도 몰랐다.

훗날... 혜지가 자력으로든 혹은 다른 이의 도움을 받아서든, 만에 하나 제정신을 되찾고 자신을 고소한다면 무죄를 증명할 유용한 증거로 써먹을 수 있을 테니까.


물론 지금은 그녀의 목구멍을 합법적으로 사용할 권한을 만들어준 것으로 효용을 다했지만 말이다.

"너 불량품 아니라며. 내 장난감 한다며. 그럼 더 버티라고!"


 -  -

아까보다 훨씬  커진 살 부딪히는 소리는 듣기에도 섬뜩했다. 현우의 억센 손길에 붙들린 자그마한 머리통이 격렬하게 흔들리며 비명을 흩뿌렸다.

"우븟! 그으윽! 끅! 우붓!"


"흐윽! 존나 좋아! 네 목보지 오늘 걸레로 만들어줄게!"

현우는 쾌락에 겨운 탄성을 토해내며 고개를 뒤로 젖혔다.

기분이 좋다는 말은 결코 거짓이 아니었다. 그가 만났던 수십 명의 여자들 중에서도 이 정도로 미친 짓거리를 허락하는 여자는 드물었으니까.

게다가 아직 코인은 다섯 개나 남았다. 방금 적립한 다섯 개의 코인 중에서 이제  하나를 사용 중일 뿐이다.

"웁! 웁! 웁!"

"오케이, 대충 40초쯤 버틴건가? 오늘 일 분 한 번 가보자."


"웨에에에에엑!"


현우는 영혼마저 게워낼 기세로 구역질을 해대는 혜지의 머리 위로 오늘의 목표를 알렸다.

둘째날의 조교를 마친 그녀가 아마 다음날 두 발로 걷는 것을 두려워했던가.


오늘의 조교를 마친 그녀가 내일부터 무엇을 두려워하게 될지가 벌써부터 기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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