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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7화 〉일상이 되어가는 비일상 (1) (47/87)



〈 47화 〉일상이 되어가는 비일상 (1)

아침 햇살이 어슴푸레 비춰드는 자취방. 현우는 귀두를 간질이는 촉촉한 감촉과 함께 서서히 의식이 돌아왔다. 야릇한 신음소리와 쪽쪽거리는 침소리가 아까부터 귓가를 간질였다.


가늘게 뜬  사이로 벌거벗은 혜지의 실루엣이 보인다. 그녀의 가는 어깨선이 다리 사이에서 왔다갔다 한다. 잠에 취한 몽롱한 상태이지만 그녀가 지금 자지를 빨아대고 있다는 사실을 쉽게   있었다.


말랑한 혓바닥으로 귀두를 휘어감싸며 기둥을 잡고 흔드는 혜지. 앞뒤로 움직이는 고개를 따라 젖가슴이 출렁인다.

그 모습이 눈에 들어오자마자 픽하고 웃음이 터져 나왔다.


“쭈우웁... 쭈웁... 오빠, 깼어?”

그녀도 웃음소리를 들은 모양인지 배시시 미소 지으며 눈을 마주쳐온다. 자지를 입에 문 채 만들어내는 싱그러운 눈웃음은 남아있던 잠기운을 쫓아내기에 충분했다.

현우는 잠겨 있는 목을 가다듬으며 입을 열었다.


“뭐야~ 아침부터 웬일이야?”

“쪼옥... 어젠, 오빠가  기쁘게 해줬으니까! 오늘 아침은... 음, 내가 그래보려고!”

그녀는 생글거리며 대답하더니 얼굴을 다시 사타구니로 가져갔다. 티없이 순수한 미소가 현우의 눈가에 잔상처럼 남는다. 이제 막 눈꺼풀을 들어올린 참이라 아직 눈동자가 뻑뻑하다.

“감동인데? 이런건 생각도 못했어.”


현우는 잔뜩 들뜬 목소리로 감탄했다. 방금의 말은 결코 빈말이 아니다. 이런 깜찍한 짓을 해올 줄은 조금도 예상치 못 했으니까.

칭찬해달라는 눈빛으로 올려다보는 그녀를 쓰다듬어준다. 그 손길이 기분 좋은지 혜지의 미소가 한층  짙어졌다.

다시 침대에 누워 지금의 쾌감을 느긋히 음미하는 현우. 베개를 베고 혜지의 봉사를 즐기고 있자니 어젯밤의 일들이 머릿속을 스친다.

 날보다 가혹했던  번째 조교. 무엇이든 해주겠다던 그녀의 약속을 뼛속까지 우려먹었다.

창녀 선언을 시키고 발을 핥도록 했다가, 똑바로 핥지 못 한다는 이유로 채찍질했다. 뺨을 후려치고 침도 뱉었다.


그래도 가장 짜릿했던 일을 꼽자면 역시 토할 때까지 쑤셔박다가 오줌을 싸지른 거겠지.


저지른 일들을 하나씩 나열해놓고 보니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상종 못할 쓰레기다. 떠올려볼수록 정상이 아니다.

하지만.

그래서 뭐 어쩌란 말인가. 당사자가 저리도 좋다는데.

만일 그녀가 어제의 일로 고통스러워한다면 그건 학대고 범죄겠지만, 그녀에게선 조금도 그런 기색이 보이지 않는다. 입가에 웃음을 머금고 자지를 빨아대느라 여념이 없다.

도저히 피해자로는 보이지 않는 모습. 그렇기에 어젯밤의 행위는 단지 놀이였을 뿐이다. 물론 그것이 놀이로 남을 수 있도록 몹시도 공을 들였지만 말이다.


“아침부터 개꼴리게 하네. 안 싸면 안 되겠는데?”

“쭈웁... 오빠 싸고 싶으면 싸. 내가 어떻게 해줄까?”


“진짜 그래도 돼? 아침부터 무리하면 자기 피곤하지 않아?”

“에이, 괜찮아. 말만 해.”

혜지는 일부러  의연히 외쳤다. 오빠의 아침 이벤트에 보답을 하고 싶다는 맘도 있었지만, 실은 어제 부린 추태를 만회하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컸다.

자고 일어나 지난밤을 생각해보니 얼굴에 열이 올랐다. 한순간이지만 오빠의 사랑을 의심한 스스로가 얼마나 바보 같은지. 잠깐이라도 마음이 흔들렸다는 사실이 미안하기만 했다.


오빠가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니까. 또 오빠와 자신 사이에는 신뢰가 중요하니까. 그러니 그건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혜지는 또  번 스스로를 자책하며 귀두를 오물거렸다.

“그럼... 화장실로 가도 돼? 좀더 깊숙이 넣고 싶은데. 하고나서 바로 씻으면 편하기도 하고.”


현우는 슬그머니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이런 소프트한 봉사도 나쁘지 않았지만, 어제에 비하면 어린애 장난처럼 느껴지는 것도 사실.

제 딴엔 이벤트랍시고 준비한 모양이지만 루즈하기 짝이 없다. 가볍게라도 그녀의 목구멍을 쑤셔야 성이 풀릴 듯 했다.


“아... 그럴까?”


혜지는 멍청히 대답하며 침대 밑으로 발을 내딛었다. 그러고 보니 어제와 흡사한 상황이다. 어제도 침대에서 봉사하다가, 화장실까지 네 발로 기어갔었지.


그 사실이 떠오르자 갑자기 그녀의 발검음이 멈췄다. 왠지 두 발로 서있기가 어색하다. 심지어 당장이라도 엎드려야  것 같은 기분마저 든다. 혜지는 하룻밤 사이에 복종이 습관이 되어버렸다.

“그, 나... 걸어서 가? 그래도 돼?”


“웬 뚱딴지 같은 소리야. 그럼 기어서 올래?”

“아... 난... 난, 오빠가 하라는 대로 할게.”


잠들기 직전까지 수십 번, 수백 번도  되뇌었던 말.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이 된다면, 오빠가 하라는 대로만 하면 된다. 그럼 걱정할 일도, 슬퍼할 일도 없다.

따지고 보면 허리띠로 혼난 것도 말을 제대로 따르지 않아서가 아닌가. 뭐든  해주겠다 말해놓고 그리도 어설프게 굴다니, 다시 생각해봐도 부끄러운 일이다.

시키는 대로 발을 핥았다면 오빠가 화를 내는 일도 없었을 텐데. 그토록 아파할 일도 없었을 텐데.


그러니, 이번에도 오빠의 지시를 기다린다. 오빠가 걸으라면 걷고, 기어가라면 기어가면 될 뿐이다.

“우리 자기 착하네. 근데 아침부터 괜찮겠어? 나 때문에 굳이 무리하지 않아도 되는데.”


“아, 응. 오빠 기쁘게 해주려고 하는 일이니까.  괜찮아.”

“그럼 내 앞에서 기어 가볼래? 산책하는 강아지처럼.”

현우는 혜지의 가벼운 패닉을 지켜보다가 명령을 내렸다. 어느 정도 영문은 알 만하다만, 그녀는 침대 밖을 두어 발자국 걷더니 스스로 노예를 자처해온다.

조금의 강요나 억압도 없이 이루어지는 자발적인 복종. 어젯밤 그녀를 달래어준 수고가 빛을 발했다.

사랑해를 외쳐가며 울고 웃는 모습이 제법 볼 만하긴 했다만, 그녀를 달래느라 얼마나 진땀을 뺐던지. 몹시도 서럽게 울어대는 탓에 머리가 지끈지끈할 정도였다.


그렇다고 마냥 어화둥둥 해주기만 했냐하면... 당연히 그건 아니다. 적당히 위로가 되었다 싶을 때쯤 감추어두었던 마각을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


한바탕 폭풍이 휩쓸고 간 폐허에 대화를 가장하여 세뇌를 심었다. 찰흙처럼 녹아내린 정신을 마음대로 주물럭거렸다. 물론 무방비 상태인 그녀가 어떠한 저항도 보이지 않았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었다.


말로는 쉽지만 결코 간단치만은 않았던 과정.

세뇌를 다질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자 언제 다시 찾아올지 모르는 기회임을 직감했기에  어느 때보다 섬세히, 또한 치밀히  말을 골랐다.


먼저, 영원한 사랑을 약속하며 세뇌의 기틀을 다졌다. 사랑한다고 속삭이다가 자신의 진심을 믿어 달라 애원했다. 절대로 변하지 않겠노라 소리치며 제발 사랑해달라고 빌었다.


그게 생각보다 효과가 좋았나 본지, 혜지는 잠시간 흔들린 스스로를 자책하며 울음을 그치지 못 했다.


그후로는 일사천리였다. 몹쓸 트라우마를 이해해줄 수 있는 여자는 그녀밖에 없음을, 둘의 사랑을 위해서라면 그러한 이해가 필연적이라는 사실을 몇 번이고 납득시켰다. 온전치 않은 정신을 두들기며 그녀의 의무와 책임을 단단히 일러두었다.


어찌 보면 이전의 세뇌를 굳건히 다진 격이다. 아마 어제처럼, 아니 어제보다  심하게 굴리더라도 이제 의문을 품는 일은 드물 터.


오빠는 날 사랑하는 착한 사람이고, 오빠의 트라우마까지도 감싸주어야 한다고 뼛속 깊이 믿고 있을 테니까.


그렇게 놓고 보면, 지금의 그녀에겐 사랑과 복종이 동의어나 다름 없을 지도 모른다.  사이의 경계를 현우조차 헷갈릴 정도로 교묘히 흩트려 놓았기에 둘이 융합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만 해도 그렇다. 사랑으로 시작한 그녀의 봉사가 자연스레 복종으로 표출된다.


아침부터 바닥을 기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또 한 번 확신이 들어찬다. 비온 뒤에 땅이 굳듯, 그녀의 세뇌가 한층 더 굳어져버렸다. 그녀의 머릿속에 돌이킬 수 없을 무언가가 뿌리를 내렸다. 그렇지 않고서야 저런 행동을 보일 리가 없었다.

“엉덩이 더 흔들어 봐, 자기야. 지금 너무 섹시한데?”


현우는 탱탱한 엉덩이를 씰룩이며 기어가는 혜지를 뒤에서 구경한다.


사락거리는 소리를 내며 바닥에 끌리는 금발이 탐스럽다. 그 뒤를 따라오는 가녀린 등줄기와 매끄럽게 뻗은 허벅지가 시선을 잡아끈다. 특히, 뒤태를 수놓은 멍자국들이 절로 어제의 쾌락을 떠올리게 한다.

체벌의 흔적이 남을 것이라 예상은 했었지만 막상 두 눈으로 확인하니 얼떨떨하다. 그것이 네 발로 기는 모습과 합쳐지니 상상 이상으로 선정적이다.

그녀가 한 마리 가축이라면 자신은  가축을 거느린 주인이 된 것 같은 우월감. 그 기분을 좀더 느끼고 싶어 방 안을 빙글빙글 멤돌게 하다가 화장실로 향했다.

화장실 바닥에 발을 디디니 약간의 냉기가 발을 타고 올라온다. 어제처럼 작은 배려를 베풀 기회였다.

“바닥이 좀 차네. 따뜻한 물좀 뿌려야겠다. 자긴 거기서 편하게 기다리고 있어.”


현우는 그녀를 입구에 엎드리게 한  화장실 바닥을 덥힌다. 한 손에 샤워기를 집어들고 문 밖의 그녀를 따스한 시선으로 응시한다.


어제의 소득은 비단 세뇌 뿐만이 아니다. 현우도 한 가지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그건 바로 혜지를 사용하는 새로운 매뉴얼.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세뇌라 할지라도 영구적인 것은 아니었으니까. 거듭 충격을 가하다보면 언제 다시 느슨해질지 모르는 노릇이다.


그러니 평상시의 모든 행위는 부드럽게, 다만 자신의 욕구를 충족하는 일 만큼은 한 치의 자비도 없이 행한다. 사랑을 의심할 여지는 최소한으로 주면서 자신의 욕구는 최대한으로 채운다.

현우는 어제와 같이 돌발 상황이 일어날 가능성을 가급적 뿌리부터 도려낼 속셈이었다.


“됐다. 이젠 들어와줄래?”


화장실의 풍경이 어제와 판박이다. 샤워기를 거머쥔 현우와 그 앞에 무릎 꿇은 혜지. 그렇다면 어제처럼 그녀의 목구멍을 범하는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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