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0화 〉조교 2일차 (8)
현우는 품에 안긴 그녀를 천천히 밀어냈다.
제법 아끼던 흰티가 눈물, 콧물로 축축해진 것을 보니 짜증이 치솟지만 일단은 그녀를 다독여줄 필요가 있었기에 눌러참았다.
지금의 어리광에 대해 응분의 대가를 받아내는건 그후에 해도 늦지 않을 테니까.
“조금 괜찮아졌어?”
“흐읍... 응... 괜찮, 괜찮아... 미안해... 내가 흐윽... 미안해 오빠.”
그러나 그녀는 조금 부드럽게 대해줬다고 아예 반말까지 지껄이는 건방짐을 보여왔다.
이쯤되면 무작정 달래기만 하기보다 한번쯤 잘못을 짚고 넘어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현우는 바닥을 쳐다보며 훌쩍이는 머리통을 휙 잡아올렸다.
“내가 먼저 안아주긴 했지만... 반말하라고 한 적은 없는 것 같은데?”
“아... 죄송... 죄송합니다 주인님.”
현우의 지적에 화들짝 놀라 사죄의 말을 중얼거리는 혜지. 방금까지의 칭얼거림이 한순간에 뚝하고 그쳤다.
현우의 말 한 마디에 고양이 앞의 쥐가 된듯 꼼짝도 못하고 사색이 된다.
“실컷 혼나고나서 바로 또 그러기야?”
현우는 엷게 웃으며 그녀의 볼을 쓰다듬었다. 어찌보면 미소같기도 하고 어찌보면 조소같기도 한 애매모호한 웃음.
그녀는 그 웃음에 어떻게 반응해야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농담인걸까. 아니면 또 잘못을 저지른걸까.
숨이 조금씩 막혀오더니 몸이 떨려왔다. 조금씩 녹아내리던 마음이 다시 꽁꽁 얼어붙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왜 또 겁을 먹고 그래, 사람 뻘쭘하게. 예쁘게 웃어줘.”
그녀는 현우가 투정을 부리듯 툭 던진 한 마디에 애써 웃음을 쥐어짜냈다.
그래, 오빠의 말은 아마도 농담이었나보다. 자신이 쓸데없이 예민하게 반응한게 틀림없었다.
혜지는 다시금 마음을 진정시키며 조금 더 밝은 웃음을 지어보이려 노력하지만.
현우의 무심한 말투가 그녀의 귓가를 파고들었다.
“근데 네가 실수한건 맞긴 하지. 아까 혼나면서 뭐라고 그랬어.”
“주인님의 기쁨만을 생각하는... 도구가 되겠다고 했어요.”
“그래놓고 명령도 안 했는데 오빠라고 부르는건... 왜 그런걸까.”
현우는 빙그레 웃으며 그녀의 머리를 툭툭 두드렸다. 대수롭지 않은 말투와 행동.
그러나 혜지는 포식자 앞의 피식자처럼 조금도 기를 펴지 못한다. 잔뜩 움츠러들어 눈치만 살필 뿐이다.
“아... 기뻐서... 아니, 주인님이 안아주셔서... 그래서...”
“아무리 기뻐도 그러면 돼, 안 돼?”
그건 이미 답이 정해져있는 질문이었다. 혜지는 지금까지의 체벌이 아까워서라도 그 질문에 토를 달 수 없었다. 물론 그럴 마음도 아예 없긴 했지만.
그녀는 잔잔히 웃는 현우의 얼굴을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선생님에게 대답하는 유치원생이 된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안... 돼요.”
순순히 잘못을 고백하면 별탈 없이 넘어갈 수 있을 것이라는 예감이 그녀의 굴종을 부추겼다. 현우의 부드러운 손길과 말투가 그러한 예감에 힘을 더했다.
“그렇지. 안 되는 거지. 이번은 처음이라서 넘어가지만, 앞으로는 안 이럴거지?”
“네네. 안 그럴게요. 잘못했어요, 주인님...”
“그래. 이렇게 하나씩 배워가면 되는거야. 다시 안겨도 좋아.”
현우는 밝은 미소를 지어보이며 팔을 양옆으로 벌렸다. 이미 버릴 대로 버린 옷이었기에 더 더럽혀진다고 해서 아쉬울건 없었다.
혜지는 현우의 얼굴과 가슴팍을 번갈아 바라보며 눈치를 살피더니 살포시 몸을 기대어왔다.
그녀의 얼굴에 떠오른건 오직 안도감. 그리고 이렇게 상황이 마무리될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미소 뿐이었다.
“혜지야, 네가 말만 잘 들으면... 봐봐. 서로가 힘들어할 일이 없잖아. 지금 얼마나 좋아. 너도 좋지?”
“네...”
“이젠 잘 할 수 있지? 기대해도 되지?”
“네! 잘... 진짜 잘 할 수 있어요!”
“어떻게 하면 된다고?”
“주인님의 기쁨... 주인님의 기쁨만을 생각하는... 도구가 되면 돼요.”
“그래, 그렇게만 하면 되는 거야. 나는 자기가 얼마만큼 진심인지 알아. 그리고 그만큼 잘 해줄 수 있을거라고 믿어.”
현우는 그녀를 품에 안고 한껏 기대를 불어넣었다. 더 잘 할 수 있다고, 너를 믿는다고 속삭였다.
누군가가 보기에는 쓸데없어 보이는 말일지 몰라도, 이러한 말들이 놀라운 효과를 발휘한다는 것을 익히 체감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현상에는 꽤나 그럴듯한 이론적 근거도 있었다.
바로 전공수업에서 배운 피그말리온 효과.
타인이 자신에게 기대를 가질수록 기대에 부응하는 쪽으로 변하려고 노력하여 결국 그 기대대로 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현상이다.
현우는 그녀를 만난 3월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이를 유용하게 써먹고 있었다.
“진짜... 진심이에요. 정말 사랑해요. 주인님을 위한... 아니, 주인님의 기쁨만을 생각하는... 도구... 도구가 될게요.”
“그럼 지금 어떻게 해야할 것 같아?”
혜지는 현우의 말을 듣고 서서히 뒤로 물러나더니 곧장 무릎을 꿇었다. 가만히 그를 올려다보는 눈동자에는 다시금 단단한 의욕이 들어찼다.
“입보지로... 아니 목보지로 봉사할게요, 주인님.”
결연히 소리치는 천박한 말 속에는 확고한 의지가 가득 담겨있었다. 고개만 끄덕이면 당장이라도 목 깊숙이 자지를 쑤셔넣겠다는 비장하마저 느껴졌다.
현우는 피식 웃으며 그녀의 흐드러진 금발을 틀어쥐었다. 가리어져 있던 쇄골과 목덜미, 그리고 그녀의 새하얀 뺨이 드러났다.
아마도 이 여자는 다음의 순서로 입 속에 자지를 쑤셔넣으리라 생각한 모양인지 입을 쩍 벌리고 있었지만.
현우는 그럴 마음이 없었다.
짜악 -
다짜고짜 그녀의 뺨을 후려쳤다. 물론 그리 세지는 않게, 볼 앞에서 가벼운 손목 스냅만으로만.
그러나 그것만으로도 충격을 받은 모양인지 그녀는 얼빠진 표정으로 멍청히 올려다본다.
“난 네 뺨을 때리는 걸로 기뻐져. 그럼 넌 어떻게 해야 해?”
현우는 싱긋 웃으며 문제를 건넸다. 잘 하겠다고, 잘 할 수 있겠다고 다짐한게 바로 방금 전.
그 기세를 몰아 그녀의 뺨에도 손찌검을 날려볼 생각이었다.
“흐윽...”
“대답해. 내 기쁨만을 생각하는 도구라면 어떻게 해야 되겠냐고.”
“반대쪽... 반대쪽 뺨도 때려주세요, 주인님.”
혜지는 애처로이 웃으며 반대쪽 뺨을 내밀었다. 그녀의 뺨이 푸르르 떨리는게 적잖이 공포를 느끼는 듯 했다.
현우의 기대는, 이번에도 효과적이었다. 그녀는 현우의 기대에 부합하는 착한 여자친구가 되고자 스스로의 공포를 억압했다.
짜악 -
그리고 현우는 그러한 호의를 저버리지 않았다. 왼손에 움켜쥐고 있던 머리채를 오른손으로 옮긴 뒤, 그녀의 왼뺨마저 후려쳤다.
이번에는 그녀의 고개가 휙 돌아갈 만큼 제법 힘을 실었다. 아까는 가죽북을 두드리는 듯한 둔탁한 소리가 나더니 지금은 살과 살이 맞부딪치는 찰싹하는 소리가 났다.
“흐윽... 흐으...”
“내 기쁨이 네 기쁨이라며. 그럼 너도 웃어야지.”
이건 너무했다. 혜지는 돌아간 고개를 천천히 돌리며 주먹을 꽉 쥐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처럼 모질게 대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고개를 마저 돌린 그녀가 현우의 얼굴을 마주하는 순간. 방금까지 치솟던 서러움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오빠의 얼굴에 가득 찬 왠지 모를 서글픔. 오빠는 그런 처량한 얼굴을 한 채, 초조한듯 입술을 달싹이며 그녀의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오빠가 느끼고 있을 불안감이 선명히 전해졌다. 맞은 사람은 자신이었지만 정작 때린 사람이 더 어찌할 줄 모르고 있는 듯 했다.
혜지의 머릿속에 조금 전의 테스트가 떠올랐다. 가슴을 때려도 되냐고 물었던 테스트.
거기서 하필 대답을 망설이는 바람에 오빠를 실망시킨게 방금 전이다. 그래놓고 얼마나 후회를 했던가.
이것 또한 테스트일지도 몰랐다. 아니, 틀림없이 그래보였다.
도구가... 도구가 되겠다고 다짐한 직후다. 이정도의 고통쯤이야 오빠를 위해 충분히 견뎌낼 수 있었다. 더는 그를 불안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변기년의 뺨을... 때려주셔서 감사해요 주인님. 주인님이 기쁘시면 저도 기뻐요.”
마침내 인간성을 내려놓고 노예의 길로 접어드는 혜지. 그녀가 걷는 그 길은 사랑이라는 선의로 곱게 포장되어 있었다.
혜지는 자신의 뺨을 내려친 상대에게 감사를 표하며 웃어보였다. 불과 몇 시간 전이라면 상상도 하지 못 했을 일이다.
“진짜... 진짜 괜찮아?”
“네. 정말 괜찮으니까... 주인님이 원하시면 더 때리셔도 돼요.”
현우는 그제서야 안심된다는 듯 후 - 하고 숨을 깊게 내쉬며 미소지었다. 무릎을 꿇은 그녀를 살며시 들어올려 부드럽게 품에 안았다.
한 손으로는 그녀의 뒷통수를 쓸어내리며, 다른 손으로는 그녀의 등을 쓰다듬는다.
현우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은 혜지는 결코 볼 수 없었지만, 현우의 얼굴에는 당장이라도 터져나올 듯한 광소가 가득 했다.
얼떨결에 저질렀지만 결과만 놓고 보면 몹시도 훌륭한 시도였다. 덕분에 이 여자의 뺨을 후려치는 것도 스타트를 끊었다.
처음에는 현우도 긴가민가했다. 지금까지의 공을 생각한다면 충분히 가능할 일인듯 싶었지만 혹시 모를 일이었으니까.
그렇기에 그녀의 표정 변화를 조금도 놓치지 않고 예의주시했다. 그녀의 얼굴에는 당황을 넘어 언뜻 불쾌감이 일렁이는가 싶더니, 놀랍게도 순식간에 사그라들었다.
그 자리를 대신한건 뭐든지 이해할 수 있다는, 아니 반드시 그러고야 말겠다는 기이한 의욕.
현우조차 이해할 수 없는 사랑에 대한 맹목적인 집착이었다.
“잘했어. 이렇게만 하면 되는거야. 그럼 서로가 힘들어질 일이 없어.”
현우는 자신의 품 안에서 혜지가 작게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느꼈다. 그녀를 떨쳐내고 몸을 일으키니 해맑게 웃는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방금의 손찌검으로 발그레진 뺨에 수줍게 보조개가 패였다.
그런 그녀가 기특하다는 듯, 대견하다는 듯 머리를 쓸어내려주었더니 웃음이 한층 더 짙어졌다.
“이제 우리 암캐 목보지좀 맛 봐볼까.”
“아, 봉사할까요 주인님?”
“어. 존나 야하게 빨아봐. 네가 말한 자지에 환장한 걸레년처럼.”
혜지는 배시시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는 오빠의 테스트를 실수 없이 통과했다는 사실, 그리고 오빠가 밝게 웃어준다는 사실에 뿌듯했다.
이미 닳을 대로 닳아버린 정신은 그녀를 지탱해줄 수 있는 기쁨이라면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비정상적으로 매달렸다.
“그럼... 입보지로 봉사하겠습니다, 주인님.”
혜지는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당차게 외치더니 귀두에 입을 가져다댔다. 이젠 반사적으로 야릇한 신음소리가 튀어나왔다.
시작은 귀두부터다. 동그랗게 고리를 만든 손가락으로 기둥뿌리를 훑어대며 요도구 밖으로 흘러나온 쿠퍼액을 할짝거린다.
귀두 아래 오목하게 파인 홈을 원을 그리며 핥다가 말캉한 입술로 귀두 전부를 머금었다.
그러면서 그녀의 주인을 올려다보는 눈가에는 눈웃음을 그려보인다.
아까 전 손가락에 아양을 떨어댄 것처럼, 이번에는 현우의 자지에 아낌없이 교태를 부린다.
앙앙대는 신음소리, 뿌리와 불알을 부지런히 훑어내는 두 손. 그리고 쉴새없이 움직이는 혀까지.
어느새 귀두의 끝부분이 그녀의 혀뿌리를 넘어 목구멍 안쪽으로 미끄러져 들어갔지만.
현우는 부족함을 느꼈다. 무언가 성에 차지 않았다.
목까지 삼켜대는 것도 충분히 대단하다고 할 수 있었지만, 노예에게 어울리는 봉사는 아니었다.
“그만.”
“아... 입보지는... 만족스러우셨나요, 주인님. 아니면... 무슨 잘못이라도...”
“침대에 누워서 복종자세 취해. 머리만 침대 밖으로 내밀고.”
혜지는 불안하게 현우의 눈치를 살피다 후다닥 침대로 달려갔다. 현우의 지시대로 조그마한 얼굴만 침대 밖으로 향한 채 천장을 보고 배를 까뒤집었다.
현우는 터벅터벅 침대의 가장자리로 걸어갔다. 잔뜩 부풀어오른 물건이 밖으로 내민 혜지의 이마를 툭 건드렸다.
다행히 그녀의 침대는 그녀를 눕혀놓고 사용하기에 적당한 높이였다. 조금만 무릎을 굽히면 될 듯 싶었다.
“그 상태로 입만 벌려봐. ”
혜지는 밖으로 내민 고개가 꺾이지 않도록 목 근육에 빳빳이 힘을 주고 버티면서 천천히 입을 벌렸다. 침과 쿠퍼액으로 번들거리는 입술이 음탕했다.
“침 뱉을 테니까 삼켜.”
현우는 무심히 명령을 내린 채 아래를 향해 침을 흘렸다. 입에 고여있던 침이 주르륵 흐르더니 그녀의 입 속으로 쏙 들어갔다.
혜지는 잠시 망설이는가 싶더니 꿀꺽하고 현우가 흘려준 침을 삼켰다. 그녀의 얼굴에 걸린 미소가 조금 흐릿해졌다.
“뭐야. 왜 또 울상이야. 정액도 잘만 삼키는 주제에 침은 더럽다 이거야?”
“아... 아니에요, 괜찮아요.”
짜악 -
현우는 눈앞에 일렁이는 그녀의 희디흰 젖가슴을 가볍게 내리쳤다.
“그럼 웃어야지. 날, 기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되겠어.”
혜지는 다급히 머리를 굴렸다. 오빠를 기쁘게 하려면... 그가 좋아할 만한 야한 말이 필요했다.
말도 안 되는 천박한 말. 자신을 도구로 사용해주는 것에 대해 감사를 전하는 말.
혜지의 입은 그런 말을 제법 익숙하게 만들어냈다.
“변기년에게... 침을 뱉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씨발... 맛있어? 좋아?”
“네... 맛있어요 주인님. 더... 더 뱉어주세요.”
그후로도 현우는 몇 번이나 그녀의 입 속으로 침을 흘려보냈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적잖이 비위가 상할 행위. 그러나 현우가 생각하기에 이정도는 약과였다. 머지 않아 림잡(Rim Job), 즉 항문애무도 시킬 예정이었으니까.
그전에 그녀의 정신을 최대한 무너뜨리고 불결한 것에 대한 혐오 반응을 최소화 시켜놓을 속셈이었다.
“변기년이 꿀떡꿀떡 잘도 받아먹네. 잘 했어.”
현우는 그녀를 가볍게 칭찬하며 하얀 얼굴에 귀두를 비볐다. 그녀의 턱과 볼, 반짝이는 이마가 끈적한 쿠퍼액으로 조금씩 더럽혀졌다. 물론 그녀의 해맑은 웃음은 여전했다.
“내가 왜 이런 자세로 누우라고 한 줄 알겠어?”
“자지... 자지를 박아넣으려구요.”
“맞아. 이 상태에서 네 머리통에 마구 박아넣을거야. 오나홀 쓰듯이 말이야. 한 번도 그래본 적 없지?”
“네...”
현우가 여지껏 그녀의 목보지를 즐긴 적은 많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그녀가 큰 어려움 없이 참아낼 수 있는 수준에서 그쳤었다.
그녀가 견뎌낼 수 있는 깊이까지, 그리고 그런 빠르기로만 목구멍을 사용해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오직 자신의 쾌락만을 위해 이 여자의 목구멍에 사정없이 쑤셔박을 생각이었다.
“보지에 박을 때처럼 허리를 흔들거야. 싸기 직전까지 안 멈추고. 괜찮겠어?”
물어보나마나 괜찮다고 대답할 것이 뻔했지만 예의상 질문을 던졌다. 지금부터 네 입을 오나홀로 사용할 예정인데 불만이 없냐는 끔찍한 물음이다.
“네. 괜찮아요. 넣어주세요. 암캐년 입보지를 쑤셔주세요.”
“후우 씨발... 진짜 존나 꼴리네. 고개 뒤로 젖혀.”
혜지는 목근육의 긴장을 풀고 허공에서 버티고 있던 얼굴을 아래로 늘어뜨렸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자지를 박아넣을 수 있도록 입을 활짝 벌리고 이를 숨겼다.
현우를 위한 오나홀의 사용준비가 끝났다. 한 여자의 인격을 짓밟고 침대 위에 놓인 오나홀로 만들어버렸다.
90도로 꺾인 얼굴. 새하얀 아래턱과 가녀린 목덜미가 움찔거리며 사용을 기다리고 있다.
대미를 장식할 마지막 멘트만이 남아있었다.
“더 꼴리게 졸라봐. 내 취향 알지? 쑤셔박아달라고 천박하게 애원해보라고.”
“주인님... 주인님 전용 오나홀을... 마음대로 사용해주세요. 오직 주인님의 기쁨만을 위한... 도구가 될게요.”
“씨발!”
현우는 나지막히 욕설을 뱉으며 더이상 참지 못하고 허리를 움직였다. 귀두부터 뿌리까지 단숨에 가녀린 목구멍으로 파고들었다.
뒤집어놓고 쑤셔넣으니 평소와는 사용감이 조금 다르다. 귀두에 와닿는 감촉이 상하반전 되어있었다.
평소라면 귀두의 윗부분에 느껴졌어야 할 목젖의 걸림이 귀두의 아래를 자극한다.
“끄으으읍... 우으븝... 끄르륵...”
그녀가 헐떡이는 소리와 질퍽하게 흘러넘치는 침들이 느껴졌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피스톤 운동을 계속 했다.
귀두의 움직임에 맞춰 목울대가 울룩불룩 솟아오르는게 흥미로웠다.
현우는 내친김에 눈앞에 덜렁이는 젖가슴도 내리쳤다. 손잡이 삼아 마구 짓누르며 유두를 쥐어뜯었다.
“우부붑... 끄으으으윽... 끼아아아아아읏...”
그럴수록 꺽꺽대는 헛구역질 소리에 비명소리가 섞여나왔지만 상관 쓰지 않았다.
지금은 넘실거리는 지배욕을 충족시키는 것에만 집중할 사간. 현우는 좀더 가학심을 불태우며 그녀의 젖꼭지를 힘껏 비틀었다.
입 안을 유린하는 자지를 비집고 감미로운 비명소리가 터져나온다.
발가락을 움찔거리며 손을 파들파들 떨어대는게 마치 꼬챙이에 꿰인 고기를 떠올리게 했다.
바람직한 소리고, 바람직한 광경이었다.
“씨발 존나 좋아. 참아. 참을 수 있지? 더 참으라고!”
크게 소리치며 퍽퍽 소리가 날 정도로 자지를 박아넣는 현우. 침대에 누워있는 파트너에 대한 배려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다.
아니, 그건 이미 파트너를 대하는 태도가 아니었다. 말그대로 한낱 오나홀을 사용하는 태도에 불과했다.
“끄르르륵... 우부붑... 에! 에!”
혜지는 애써 구역질을 참아가며 '네'라고 소리쳤다. 목구멍을 쑤셔대는 자지 탓에 '에'라는 소리를 간신히 외쳐대는게 고작이었다.
다행히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뜻이 전달된 모양인지 목구멍을 오고가는 귀두의 속도가 한층 더 빨라졌다.
그리고 그녀의 몸과 마음은 순식간에 한계에 가까워지고 만다.
흘러넘치는 침이 뺨을 타고 눈까지 적신지 오래다. 코를 철썩철썩 때려대는 불알때문에 호흡마저 곤란하다.
무엇보다 괴로운건 젖꼭지를 괴롭혀대는 잔혹한 손길. 그녀는 눈만 질끈 감은 채로 애처로운 비명만 토해냈다.
얼른 오빠의 사정이 찾아오기만을 빌며 어떻게든 혀를 놀렸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녀가 먼저 나가떨어졌다. 더이상 참지 못하고 현우를 밀쳐내며 몸을 일으켜세웠다.
“우으으에에엑...”
목을 타고 올라오는 신물을 되삼키며 헛구역질을 해댔다. 조금만 늦었으면 그대로 토할 뻔 했다.
흘러내린 침으로 눈이 제대로 떠지지 않는다. 흐릿한 시야 사이로 현우의 굳은 얼굴이 아른거렸다.
“죄송... 죄송합니다. 토할 것... 토할 것 같아서요. 그럼 주인님 자지도 더러워지고...”
그녀는 재빨리 변명의 말을 쏟아냈다. 방금까지의 비인간적인 대우보다 그의 명령을 어기고 말았다는 사실이 더 신경쓰였다.
“후우... 토... 그래, 처음이니까 그럴수도 있지.”
현우는 차갑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잔뜩 성이 난 물건이 조금도 참지 못하고 쑤셔넣을 구멍을 갈구했다. 쿠퍼액을 질질 흘리며 껄덕거린다.
“흐으읍... 죄송... 죄송합니다.”
혜지는 눈을 가린 침을 황급히 손등으로 닦아내고 침대 위에 납작 엎드렸다. 지칠대로 지친 그녀는 이미 사고력을 상실한지 오래였다.
잘못을 했으면, 용서를 빈다. 오직 그 생각만이 머릿속에 가득 했다.
“어쩔 수 없지. 바닥에 토하면 치우기도 귀찮고...”
현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더니 그녀의 머리를 침대 아래로 휙 끌어당겼다. 방금 맛본 무자비한 능욕을 멈출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그럼 화장실로 따라와. 거기서 박아줄 테니까.”
혜지의 몸이 현우의 손길을 따라 침대 아래로 내동댕이 쳐졌다. 가쁜 숨을 헐떡이고 있는 터라 정신이 없었지만 화장실이란 말은 똑똑히 들었다.
그녀는 자신의 머리채를 잡고 끌어당기는 현우를 따라 반사적으로 몸을 기었다.
개처럼 네 발로 기어가는 그녀의 눈에 화장실의 문턱이 보였다.
천천히 손을 들어 그 문턱 너머로 내려놓으니.
차가운 세면바닥의 냉기가 그녀의 등골을 타고 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