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9화 〉조교 2일차 (7)
현우는 그런 그녀를 위해 기꺼이 아량을 베풀어주었다.
"하아... 어쩔 수 없지. 그럼 허리띠로 채찍질해달라고 해."
"아! 채찍질... 알려주셔서 감사, 감사합니다, 주인님."
혜지는 대단히 큰 가르침을 받은 것처럼 감사를 표하고는 다리를 좀더 벌렸다. 잠시간 웅얼거리더니 현우가 가르쳐준 말을 훌륭히 토해냈다.
"암캐년의 엉덩이를... 허리띠로 마음껏 채찍질해주세요, 주인님. 제발... 제발 멍청한 암캐년한테 벌을 주세요."
무자비한 폭력을 애원하는 암컷의 구애에 현우는 더이상 흥분을 참아내기 어려웠다.
잔뜩 부풀어오른 물건이 터질것만 같아 바지와 팬티를 한번에 벗어내렸다.
우뚝 솟은 그의 자지가 최고조의 흥분을 머금고 쿠퍼액을 토해냈다.
"하아 씨발년... 개 같은 년..."
왼손에 허리띠의 금속 버클을 붙잡고 오른손으로 버클 바로 위의 가죽 부분을 거머쥐었다.
그녀가 무력히 엉덩이를 치켜세우고 채찍질을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기만 하다.
어젯밤, 그녀의 가슴을 후려치며 언젠가 채찍질을 해볼 날도 머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것이 당장 오늘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어느 정도 힘으로 내려쳐야 하는 것인지, 가느다란 가죽 허리띠가 그녀에게 어느 만큼의 고통을 안겨줄지는 짐작이 가지 않는다.
그러니, 그저 날 것 그대로의 욕망을 따라 후려친다. 그녀의 분노나 저항따윈 애초에 고려할 필요도 없는 변수였다.
이미 정신병이 제대로 도진 여자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눈물을 흘리고 비명을 지르는 일밖에 없을 테니까.
거친 숨을 몰아쉬며 거대한 흥분을 손끝에 담는다. 한껏 비틀린 조소가 얼굴을 가득 채운지 오래다.
서서히 들리기 시작하는 손. 허리띠가 길게 포물선을 그리며 공기를 갈랐다.
휘익 - 짝!
혜지의 여린 살과 맞부딪히며 듣기 좋은 파열음을 만들어내는 허리띠.
"흐으으으아... 한... 한 대! 흐윽..."
"알려준 말은 어디 갔어? 아직도 정신 못 차리지? 몇 대나 맞으려고?"
"아... 아..."
혜지는 머릿속이 새하얘지는 고통에 도저히 입을 열 수가 없었다. 방금 외운 멘트도 기억나지 않는다.
엉덩이를 불로 지지는 기분이다. 당장이라도 양손으로 감싸안으며 주저앉아 울고 싶었다.
그러나 현우는 그녀에게 고통을 받아들일 조금의 여유도 주지 않고 잔인한 맹세를 강요했다.
"주인님의, 기쁨만을, 생각하는."
한 어절씩 툭툭 끊어 뱉는다. 이 정도 알려줬으면 알아서 뒷말을 완성하라는 무언의 질책이 선명하다.
"주인님의... 기쁨만을 생각하는... 흑... 도구가 되겠습니다."
"원래라면 방금건 횟수에 안 더 해야하는데 처음이라 봐주는거야. 두 대째부턴 정신 똑바로 차려."
"감사... 감사합니다 주인님."
혜지는 현우가 베푸는 호의 아닌 호의에 진심으로 감사함을 느꼈다.
잘못을 하면 벌을 받는다. 그리고 자신은 알려준 말을 까먹는 잘못을 저질렀다.
하지만 관대히 용서받았으니 그건 분명 감사할 일이다.
현우는 혜지의 하얀 허벅지에 금세 새빨간 줄이 솟아오르는 것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원래는 엉덩이를 후려칠 생각이었는데 처음이라 그런지 조준이 빗나갔다.
손으로 때릴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짜릿함이다.
마치 노예를 벌하는 중세 시대의 귀족이 된 기분. 아니, 중세 시대에도 발을 핥지 않는다는 이유로 노예를 벌하는 귀족은 드물지 않았을까.
이건 사람이 사람에게 할 짓이 아니다. 서로가 즐기기 위해 합의하에 휘두르는 채찍이 아니라 오직 한 사람을 망가뜨리기 위해 휘두르는 채찍이다.
노예를 소유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비로소 실감이 났다. 이 여자를 서서히 구워 삶으면 이깟 채찍질은 언제든 즐길 수 있는 여흥에 지나지 않게 될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지금은 감히 여흥이라 칭할 수 없을 만큼 자극적이다. 한 인간을 여자가 아닌 암컷으로 대하는 배덕감. 눈앞의 가축을 마음껏 벌할 수 있다는 우월감.
그 모든 것이 생애 한 번도 느껴보지 못 했던 압도적인 쾌감을 선사했다.
현우는 침을 꿀꺽 삼키며 또다시 허리띠를 들어올렸다.
휘익 - 짝!
휘익 - 짝!
왼쪽과 오른쪽에 연거푸 두 대를 날렸다. 새하얀 엉덩이에 붉은 줄이 그어지는게, 하얀 도화지 위를 빨간 연필로 더럽히는 기분이다.
가녀린 등에도, 바닥을 향해 덜렁이는 탐스런 유방에도 줄을 새기고 싶다. 내키는 대로 휘갈겨 여러 가닥의 줄을 얼기설기 수놓고 싶다.
미칠듯이 끓어오르는 가학욕구에 현우의 눈이 뒤집히기 일보 직전, 혜지의 눌러참던 울음소리가 터져나왔다.
"흐윽... 흐끅... 흐으으읍...."
어떻게든 숨을 들이마시며 울음소리를 죽여보지만 끅끅대는 소리만 커질 뿐이다. 들썩이는 어깨하며 바닥으로 떨어지는 눈물방울이 현우의 정신을 일깨웠다.
단 세 대에 불과했지만 그녀가 한계에 달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런 힘 조절 없이 온힘을 다해 내려쳤으니 자세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용한 일이긴 했다.
소중히 다뤄온 장난감을 한순간의 욕망으로 부숴버릴 순 없는 노릇. 그는 잠시 숨을 고르며 차분히 입을 열었다.
"혜지야... 많이 힘들어?"
"흐으윽... 아니, 흐윽 아니에요. 잘 할 수 있어요. 진짜, 흑, 진짜 잘 할 수 있어요."
"아프지?"
"괜찮, 흐으윽.... 괜찮아요. 엉덩이... 엉덩이 채찍질 해주세요. 화 풀리실 때까지 흑... 마음껏 때려주세요."
혜지는 둘 사이를 붙잡아주는 단 하나의 끈이 지금의 체벌이라 믿었기에, 차마 이를 놓을 수 없었다.
지금 주저앉았다간 덜컥 이별이 찾아올 것만 같았다.
허리띠가 무섭다. 그러나 이별이 더 무섭다. 오빠를 절대로, 절대로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다.
"자기가 우니깐 나도 마음 약해져서 그래. 괜찮으니깐 솔직히 말해 봐."
현우는 혜지가 애써 오기를 부린다는 사실을 순식간에 눈치챘다. 툭하고 건드리면 금방이라도 바닥에 쓰러질 듯한 위태로움이 느껴졌다.
"흐어어엉... 사실 아파요. 흐윽...너무너무 아파요 주인님. 한 번만, 한 번만 용서해주세요."
하긴, 아픈게 당연하다. 단 세 대만으로 그녀의 하얀 살결이 무섭도록 부풀어올랐으니까. 보나마나 멍이 들게 뻔했다.
혜지는 현우의 따스한 말투에 설움이 복받쳐 올랐는지 급기야 어린 아이처럼 엉엉거렸다.
너무나 아프다고, 한 번만 용서해달라고 눈물을 쏟아낸다. 다행히 그 눈물 속에 분노는 조금도 깃들어 있지 않았다.
"하아... 나도 모르겠다. 이렇게 용서해줘도 되는 일인지. 이렇게 무르게 굴어도 되는건지."
혜지는 눈물을 훌쩍이며 말없이 어깨만 들썩였다. 바닥과 부딪히며 산산이 부서지는 눈물방울이 꽤나 굵어보였다.
"사랑의 매라는 말 알지?"
현우는 허리띠를 매만지며 뻔뻔스레 물었다. 일단 손맛은 볼만큼 봤으니 적당히 토닥여줄 생각이었다.
"네, 흑... 알아요."
"너를 다시 안 볼 생각이었으면, 벌 같은건 주지도 않았어. 어차피 내 사람 아닌데 뭣하러 이런 번거로운 일을 벌여."
현우는 귓속을 후비며 말하다가 손톱에 묻어나온 귀지를 후 불었다. 식상한 말이었지만 사랑이니 뭐니 주절거릴 필요가 있었다.
"네가 내 사람이니까, 그러니까 이러는거야. 너도 그만큼 진지한걸 아니까, 나도 진지해질 필요가 있잖아. 좋은게 좋은거지 했다가 문제가 더 커지면 안되니까."
허리띠를 반대손에 옮기고 다른 쪽 귀도 마저 후볐다. 벽에 고개를 쳐박은 그녀는 어차피 목소리밖에 들을 수 없을 테니 말투만 신경쓰면 될 일이다.
"마음이 아파도 널 벌하는건 그래서야. 우리가 더 빨리,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사이가 되었으면 좋겠고... 우리가 운명이라는 말에 어울리는 연인이 되었으면 좋겠어."
현우는 귀찮음을 애써 눌러참으며 말을 마저 이어갔다. 입에서 나오는 대로 지껄이고 허리띠를 툭 내려놓았다.
적당히 밑밭을 깔았으니 이제 부드러운 스킨십을 곁들일 차례다.
현우는 반복되는 루틴이 조금 지겨워질 지경이었다. 그러나 그 루틴이 지닌 놀라운 효과를 알고 있기에 미룰 순 없었다.
벽을 짚고 엎드린 혜지에게 천천히 다가가 엉덩이를 조심스레 어루만져준다.
실컷 때려놓고 걱정하는 척을 하려니 자꾸만 입가가 씰룩인다. 그녀가 이 표정을 볼 수 없다는게 무척이나 다행스러웠다.
"너만큼 나도 속상해. 분명 네 마음은 진심인 것 같은데 왜 자꾸 실수를 하는거야? 어려워? 날 이해해주기가... 많이 힘드니?"
가까이서 보니 들쭉날쭉 나있는 어지러운 선 세 개가 통일성이 부족했다.
애초에 허리띠가 곡선을 그리며 날아간 탓에 매자국이 균일하지가 않고 엉망이었다.
"흐읍... 흐끅... 진심, 진심 맞는데... 진짜 진심인데... 실수했어요."
"나도 내가 많이 비틀린 사람인거 알아. 네가 날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것도 알고. 근데도 널 갖고 싶어. 너랑 영원히 행복하고 싶어."
현우의 입은 그가 떠올리는 생각과는 별개로 주인의 의도를 위해 성실히 움직였다.
그리고 그 입에서 흘러나오는 말들은 언제나 혜지의 영혼을 마비시키는 달콤한 술이었기에, 그녀는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모두 받아 마셨다.
몹시도 서럽게 울어댔지만 별 것 아닌 위로 몇 마디에 조금씩 어깨가 진정되어간다.
엉덩이의 타는 듯한 고통은 여전했지만 오빠의 따스한 말투가 전해주는 안도감, 어느 정도 죗값을 치르었다는 뿌듯함이 큰 심리적 위로가 되었다.
현우는 그녀의 눈물이 멎어가는 것을 느끼며 등이며 허리를 부드럽게 쓸어내려주었다.
이 여자는, 자신을 위해 힘을 더 내야만 한다. 방금의 짜릿한 손맛을 떠올리면 세 대로 끝내기는 아쉬움이 남았다.
"어떻게 할래? 도저히 더 못 하겠다 싶으면 말해. 뭐라고 안할게."
"흐윽... 몇 대... 몇 대 더 맞아야 하는데요?"
몇 대가 좋을까. 마음 같아서야 넉넉히 열 대쯤을 부르고 등이며 가슴이며 구석구석 갈겨대고 싶지만 그건 무리수였다.
"지금 세 대 맞았지? 다섯 대만 채우자. 딱 두 대 더. 이렇게 운다고 봐주고 넘어가면, 오히려 안 하느니만 못 할 것 같아서 그래."
"흑... 괜찮아요. 할 수 있어요. 두 대 더 때려주세요. 아니, 허리띠로 채찍질 해주세요."
혜지는 울음기로 가득 젖은 목소리를 어떻게든 가다듬으며 용기를 냈다.
두 대만. 딱 두 대만 더 맞으면 오빠의 품에 안겨 맘껏 울 수 있다는 희망에 부풀었다.
끔찍한 고통이지만, 그런 보상이라면 충분히 견뎌낼 가치가 있었다.
"후... 고마워. 역시 날 이해해줄 수 있는 여자는... 세상에 너밖에 없나보다."
현우는 씨익 웃으며 돌아섰다. 이번엔 엉덩이 말고 어디를 때릴까.
아무래도 가슴을 때려보고 싶었지만 그녀와 시선을 마주칠 테니 위험했다.
혹시라도 입가의 미소가 들킨다면 상당히 곤란해질 것이 뻔했다. 그렇다면 남은건 등이었다.
"벽보고 검사자세 취해. 엉덩이는 많이 부었더라. 남은 두 대는 등으로 할게."
혜지는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키곤 슬쩍 뒤를 돌아보았다. 현우가 돌아서 있었기에 그의 얼굴을 확인할 수 없었다.
아직도 화가 나 있을까. 아까처럼 싸늘히 얼어붙은 얼굴일까.
현우의 보이지 않는 표정을 떠올리며 뒷통수 뒤로 손을 맞잡았다.
"검사 자세... 했어요 주인님."
현우는 키득거리며 허리띠를 매만지다가 그녀의 목소리가 들리자 몸을 돌렸다.
제법 장관이다. 엉덩이에 시뻘건 줄이 휙휙 그여진 자그마한 몸이 새하얀 등을 내밀고 다리를 벌린 채 섰다.
다만 이번에는 팬티 대신 풍성한 금발을 치워야 했다.
"머리카락 붙잡고 위로 올려. 그래, 그렇게 붙잡고 있어 계속."
"네, 주인님."
그녀의 머리가 들려올라가자 새하얀 목덜미와 가녀린 어깨가 모습을 드러냈다.
어젯밤 천박한 노예계약서를 휘갈긴 등이다. 그 등에, 이젠 채찍 자국을 새길 순간이다.
"마음의 준비 됐으면 아까처럼 채찍질 해달라고 부탁해."
혜지는 숨을 한 두번 몰아쉬며 침을 삼켰다. 등은 엉덩이보다 덜 아플지도 몰랐다. 아니, 제발 그랬으면 좋겠다.
"멍청한 암캐년을... 채찍질 해주세요, 주인님. 등을... 등을 허리띠로 때려주세요."
"후우..."
현우는 잔뜩 발기한 자지를 위아래로 흔들어대다가 다시 버클을 붙잡았다.
방금의 흥분감이 삽시간에 피어올랐다. 등을 때리는 손맛은 어떨까.
그리고 이번에는 또 어떤 소리로 울어줄까.
고민할 필요는 없었다. 지금 당장 때려보면 알 일이었다.
휘이익 - 짝!
"끄읍... 네, 네 대! 주인님을 기쁘게 하는... 흐으으윽... 도구가 되겠습니다."
"기쁨만을 생각하는."
"아... 주인님의... 기쁨만을 끄윽... 생각하는, 도구가 되겠습니다."
현우는 그녀의 실수를 자비롭게 지적해주며 한 번 더 손을 들어올렸다.
이 한 대가 마지막이라는 생각을 하니 몹시도 아쉬웠지만 아직 날은 많았다.
한 달. 한 달 내에 무조건 이 여자를 철저히 망가뜨린다. 마음껏 채찍을 휘둘러대도 찍소리도 못하고 숫자만 세는 노예로 만든다.
현우의 마음 속에 광적인 욕망이 일렁거렸다.
"마지막 한 대야. 조금만 더 힘내자."
"네, 흐읍. 때려, 때려주세요, 주인님."
혜지는 어깨를 파르르 떨며 목을 움츠렸다. 오히려 등이 더 아프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멈추었던 눈물이 수도꼭지를 다시 튼듯 줄줄 흘러나왔다.
미칠듯한 고통이었지만 그 고통을 삭일 수 있는 방법은 눈물 뿐. 발을 구를 수도, 손을 내릴 수도 없다.
그나마 마지막 한 대만 남았다는 사실이 위로가 되주었다.
휘이이이익- 짝!
현우는 마지막 한 대인 만큼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때려보고 싶었다.
허리띠를 붙잡고 줄넘기를 돌리듯 휘휘 돌렸다. 어느 정도 속도가 붙었다 싶을 때쯤 뒤로 휙 당겼다가 뻗었다.
허리띠는 이전과는 사뭇 다른 소리를 내며 공기를 가르더니 부딪히는 소리마저 몹시 경쾌했다.
"끄으으으으읍.... 다섯, 흐윽 다섯 대! 주인님의... 기쁨만을 흐으으으 생각하는... 도구가, 도구가 되겠습니다!"
혜지는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거의 고함을 지르듯 외쳐댔다. 칼로 등가죽을 벗겨내는 것 같은 고통이다.
도저히 참지 못하고 발가락을 움츠렸다. 어제 발을 구르다 혼난 것이 생각나 차마 크게 들썩이지도 못 했다.
드디어, 드디어 끝났다. 자신이 지은 죄에 대해 정당한 대가를 치르었다. 얼른 오빠의 품에 안기고 싶다. 잘 참았노라 칭찬해주면 너무도 아팠다고 투정을 부리고 싶다.
현우는 손끝을 떠나가는 방금의 타격감에 씁쓸한 웃음을 삼키며 혜지를 바라봤다. 분명 정도를 넘어서는 체벌이었기에 그녀의 몸과 마음이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지쳐있을 것이다.
체벌의 마지막 단계는, 관계 회복이 되어야 했다. 잘못을 지적하고 이를 벌했으니, 다음의 체벌을 위해 흔들린 신뢰를 굳건히 다질 필요가 있었다.
"힘들었지. 이리로 와."
허리띠를 바닥에 내던지고 팔을 양옆으로 한껏 벌리는 현우.
혜지는 틀어쥐고 있던 머리를 조금씩 내리더니 서서히 뒤로 돌았다.
눈물과 콧물로 엉망이 된 얼굴. 아직 상의를 벗지 않았기에 그 얼굴을 품에 안기가 찝찝했지만 극적인 연출을 위해서라면 어쩔 수 없었다.
그녀는 눈물을 글썽이며 현우를 응시하더니 비척비척 걸으며 힘겹게 다가왔다.
그토록 기다리던 품. 한 걸음에 달려가 안기고 싶었으나 힘이 풀려버린 다리가 말을 듣지 않았다.
발을 조금씩 옮길수록 눈물이 차오른다. 오빠의 모습이 가까워질수록 감동이 벅차오른 탓이다.
이 순간을 위해 고통을 인내해준 스스로가 대견하기만 했다.
"흐으으으윽.... 오빠.... 오빠..."
현우는 제대로 발도 떼지 못하는 그녀가 답답해 터벅터벅 걸어가서 품에 안아주었다.
안기자마자 오빠를 부르짖으며 가슴에 얼굴을 묻는게 어지간히 힘들긴 했나보다.
명령도 내리지 않았는데 감히 오빠라 부르다니. 당장에라도 다시 채찍을 후려칠 일이었지만 기꺼이 넘어가주었다.
지금은 제대로 된 폭력에 발을 들여놓은 이 여자의 노고를 치하할 때다.
그리고 주인으로서 한층 성장한 스스로를 칭찬할 때이기도 하고.
이제서야 그녀의 진정한 주인이 된 기분이다. 그녀를 가장 무력하게 만드는 사람도 자신이었고, 가장 기쁘게 만드는 사람도 자신이었다.
그녀의 슬픔의 주인도, 고통의 주인도 모두 자신이었다.
방금까지의 조교로 그녀의 정신이 얼마나 피폐해졌을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아직 제대로 된 조교는 시작도 하지 않았다.
이 여자는 모든 것이 끝난듯 울고 있었지만.
이제 막, 바지를 내렸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