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84화 (185/333)

* 소녀시대와 9 대 1 과외하기 백 일흔 일곱 번째 과외 - 시크릿 가든 1

2010. 12. 31

‘깡-.’

이 곳은 꿈 속의 문학구장, 평소에는 야구를 잘 안 보는데도 불구하고 꿈에서 야구 꿈을 꿔버리다니.

정상호가 삼성의 투수를 상대로 통쾌한 2점짜리 홈런을 날리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기분이 괜스리 좋아졌다.

그렇게 홈런 장면을 보고나서 순식간에 꿈에서 깨버렸다.

“아, 오랜만에 야구 꿈 꿔서 흥미진진했는데..”

이 알흠다운 꿈을 깨버리게 한 하늘에게 쿨하게 가운데손가락을 들어보이려고 했지만, 하늘이 안 쿨 할 것 같아 그만뒀다.

오늘도 어김없이 심심했다. 그래서 잉여력이 넘쳐서 잠을 쳐자고 있었다. 

뭐랄까, 이렇게 잉여스러운 날에는 무언가 일어날 것 같아서 한 번 그 잉여력을 테스트해보기 위해 카라 숙소로 올라갔다.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은 뭐랄까, 이사 간 지 얼마나 됬다고 또 이사 간다고 생각하게 될 싶을 정도로,

요란하게 짐을 싸대는 그녀들이였다.

“어, 민식이 언제 왔어?”

그런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나의 존재를 제일 먼저 눈치 챈 건 다름 아닌 승연누나였다.

“안 그래도 찾아가려고 했는데.”

무엇때문에 나를 찾아오려고 했던 건 지는 모르겠지만, 귀엽게 방긋 웃는 승연누나는 아무래도 햄스터가 아닐까.

나는 승연누나의 미소를 보고 살짝 웃으려고 할 때 쯤, 하라가 이 모습을 봤는 지 꽤나 빠르게 뛰어왔다.

“언니! 내 남친이야!”

자신의 남자친구라고 소유권을 주장하면서 언니들은 꼬리치지 말라는 듯 볼을 크게 부풀리는 하라구였다.

그 모습을 본 규리 누나와 승연 누나는 살짝 어이없는 것처럼 보였다.

“남친역할, 저번에 그거 이후로 끝 아냐?”

승연누나는 전에 있었던 일을 거론하면서 남친역할은 광주에 갔을 때 이후로 끝이 아니냐며, 하라에게 따졌다.

“현실로 돌아와, 하라구.”

규리누나도 이제 꽁트는 그만 하고, 싸던 짐이나 마저 싸라는 듯 하라에게 퉁명스럽게 말했다.

“아니거든!”

하라는 그녀들이 믿지 않는 것을,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며 아니라고 부정했다.

하지만 현실은 시궁창. 그녀들은 하라가 아직까지도 꽁트를 하는 줄 알고 낄낄거리며 웃었다.

아, 하라야 그만하자. 불쌍해진다..

‘아, 존나 불쌍해..’

일단은 일본 지진에 성금 보내는 것보다 하라를 위로해줘야겠다. 

“어쨌든, 다들 어디로 가?”

하라를 위로해주기 전, 그녀들이 어디로 가는 지 궁금증이 조금 있었기에 우선 그녀들에게 어디로 가는 지 물어보았다.

그러자 바로 옆에 있던 하라가 방방 뛰며, 신나라하는 표정으로 매달리며 말했다.

“우리 담력체험하러 간다!”

담력체험이라니, 뭐하러 시간낭비하나그래. 내겐 담력체험은 그저 밤에 건강을 취지로 하는 등산이겠는데.

“뭔... 그런 쓸데없이 시간을..”

“그럼 너도 같이 가자.”

규리누나, 어디서 말 끊기 스킬이라도 배워오셨나봐요. 아주 그냥 적절한 타이밍에 끊어버리네.

근데 이야기가 무언가 동문서답이다!?

“응..? 어째서 이야기가 이렇게 흘러가는거야.”

“왜, 겁나? 끽-.”

승연누나가 내게 도발적으로 비웃어버리다니, 내가 오기가 생기게 만드려는 속셈인가.

“그래, 가주지.”

승연누나 덕분에 오기가 생겨버렸고, 어느새 발걸음은 주차장 쪽을 향해 움직이고 있었다.

그리고 별 거리낌없이 밴 안으로 타버렸다.

“너, 누구냐?”

역시나 별 거리낌없이 타는 게 아니였는데, 밴 안에는 완전 초면인 카라 매니저님이 있었다.

젠장, 소녀시대와 에프엑스와 티아라와 아이유 매니저랑은 친한데 아직 카라 매니저와는 친해지지 못했는데.

술이라도 같이 한 병 따야하나.

“이웃인데..”

“아, 그래? 근데 왜 탔어.”

그러게요. 내가 왜 탔을까, 라고 생각하면서 밴에 내리려는 순간, 아직 안 탔던 규리누나가 나를 다시 밀면서 말했다.

“오빠, 같이 가면 쓸모 많을거니까 걱정마요.”

“콜.”

아, 씨바. 이렇게 쉽게 ‘콜.’해 버릴 거였으면 매니저씨는 왜 그렇게 차도남처럼 굴었나.

나를 노렸어-. 너는 슈슈슛, 나는 흐흐흑.

“근데 갑자기 왠 담력체험?”

내 앞에는 지영이와 규리누나와 니콜이 앉아있었고, 내 양 옆에는 하라와 승연누나가 들러붙어있었다.

떨어지라고, 이 양면테이프같은 여자들아.

“아, 우리가 이번에 휴가를 강원도에 있는 온천으로 휴가를 가거든-.”

“음, 그래서?”

“거기서 온천욕도 하고-, 담력체험도 하고-.”

승연누나가 방심할 틈에 다시 내게 들러붙기를 시도하는 하라구, 임마들이 내 몸에서 들러붙으라는 냄새를 풍기나.

왜 이렇게 붙으려고 하는 지 모르겠네. 

“떨어져, 하라구!!”

역시나 그녀들이 하라구의 디자이어를 충족시켜줬을리가 없지. 

옆에 앉아있던 승연누나를 비롯해서, 앞에 있는 니콜까지 모두 하라를 내 몸에서 떼어버렸다.

물론 떼어버리는 것에 나도 눈치 못 채게 협조했지만 말이다.

“왜, 왜 언니랑 니코리가 난리야-.”

하라구, 이유가 있겠냐. 내게 좀 호감이 있는 데 니가 들러붙으니까 꼴보기 싫은 거지 뭐.

그리고 지영양은 건너편에 앉아서 흥미롭다는 듯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

“킥킥-.”

점마, 존나 쪼개네. 딱 웃는 모습을 보아하니 지영이는 끝판왕인 것처럼 보였다.

아, 지금 내가 무슨 상상을 하는거야. 한 명도 늘려선 안 되는데..

“니들, 자꾸 그렇게 갈등을 조장하면 다들 뜨거운 온천수에 머리부터 쳐넣어버린다.”

“...”

규리누나의 매끄러운 제어로 다행히도 모두들 싸움을 그만두고 가만히 강원도에 있는 온천으로 갈 수 있었다.

하, 규리누님. 외모에서 풍겨지는 우아함만큼 말도 잘하시네.

“아-. 공기 조타-.”

역시 고위평탄면(한국지리시간에 배움)위에 자리잡은 온천이라서 그런 지,

숨을 한 번 들이쉬었다가, 내뱉으면 신선한 흐름이 내 전신을 마약마냥 돌아다녔다.

그렇게 강원도의 맑은 하늘과 맑은 공기를 만끽하고 있을 때 쯤, 누군가가 내 어깨를 툭툭 건드렸다.

“응?”

나를 건드리는 손가락에 고개를 옆으로 돌려보니, 규리누나가 가방을 들고 있는 채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니가 할 일이야. 갖다놔.”

“...!?”

역시나 차도녀스럽게 도도한 걸음으로 내게 가방들을 주고 방 안으로 사라지는 그녀.

내 앞에 쌓여있는 가방들의 모습에 기분이 갑작스레 아스트랄해짐을 느끼며 가방을 하나하나 옮겼다.

하, 갑자기 그녀들에게서 익숙한 냄새들이 풍겨와. 예를 들면 소시라거나, 소시라거나, 소녀시대.

“후아, 다 옮겼다.”

완벽한 짐셔틀 노릇을 하며 모두의 짐을 각자의 방으로 옮겼다. 다들 하는 말이란 하나같이 ‘고마워-.’ ‘고마워, 오빠-.’가 전부였다. 

젠장, 단지우유를 사는 센스는 못 보이는 것인가. 괜히 기대해버렸네-.

“온천에 왔으니, 신명나게 온천욕이나 해야지.”

하지만 그 실망감은 어서 빨리 접어두고, 목욕도구를 챙겨들고 온천을 향해 걸어갔다.

옷을 다 벗어버리고, 가운만 걸친 채 온천 안으로 들어갔다.

“하, 존나 따뜻하다.. 이것이 바로 온천의 위엄인가.”

분명히 바깥에는 추워서 죽을 뻔 했는데, 온천이 있는 공간 안에 들어서니까, 뭐랄까. 분명히 노천탕인데도,

어머니의 품과 같은 따뜻하고 편안한 느낌이 내 살결을 타고 흘러갔다.

어쨌든 모락모락 피어나는 김이 내 살에 닿을 때 천천히 물방울이 생겨가는 것을 보며, 조심스레 발부터 온천수에 담그었다.

“으으..”

약간 아저씨같은 소리를 내면서 발부터 조심스레 담구다가, 완전히 몸을 온천수에 담구었다.

흐으, 절로 소리가 나올만큼 모든 피로가 싹 풀리는 느낌이랄까.

말은 안 했다만, 저번에 소시와 카라가 우리 집에서 회담을 나눈 이후로 몸이 고통스러워져서 말이지.

“하아..”

황홀한 소리를 내며 목을 원 모양을 그리며 돌려보기도 하고, 뻐근함을 풀기 위해 목을 까딱까닥 요리조리 움직였다.

그 때였다.

‘드르륵-.’

수건으로 중요부분만 가렸을 뿐, 그것을 벗겨낸다면 난 완전한 나체.

그리고 딱 두 개 뿐인 온천탕 중에서 한 쪽에 있는 나, 그리고 낡은 소리를 내며 열리는 문이었다.

“아저씨이겠ㅈ..”

“꺄르르-. 언니, 그래서요?”

젠장, 문을 열어버린 사람이 아저씨일 것이라 생각했거늘. 

너무나도 익숙한 이 사운드는 한 치의 틀림없이 지영이로다. 그리고 지영이에게 이야기를 하는 언니라는 사람은 규리누나인 것 같고.

‘풍덩-. 풍덩-. 풍덩-. 풍덩-. 풍덩-.’

이 소리는 카라 멤버들이 하나 둘씩 온천수에 몸을 담구는 소리.

반대쪽에 있는 온천탕과 내가 담궈져있는 온천탕 사이에 김이 잔뜩 서려 안 보였기에 망정이지. 

만약에 보였다고 한다면, 흠. 나는 간단하게 퇴갤하는건가. 그리고 내가 알기론 이 온천은 옷 벗고 들어가는 곳이 아니였던가.

으어어, 상상해버렸다. 그리고 기분은 아스트랄해졌다, 그리고 존슨은.. 노코멘트.

“여기에서만 담구면 뭐해. 저 쪽에서도 함 담궈봐야지-. 열심히들 노가리들 까고 계셔-.”

젠장, 저것은 또 뭔 소리란 말이냐. 이러는 게 다 간이 아닌 하라 때문이야.

하라구는 다른 멤버들과는 좀 차별화되고 싶은 지, 거의 똑같은 노천탕 하나를 내비두고 왜 이 쪽으로 기어오는겨.

‘쓰윽-.’

결국 갈 곳 없는 내가 선택한 행동은 잠수.. 라고 말하고 싶지만 잠수하다간 얼굴이 맥반석계란마냥 익어버릴 것 같으니 포기했다.

‘철퍽-. 철퍽-. 철퍽-.’

노천탕 구석에 찌그러져있는 채로, 더욱 더 선명히 들려오는 소리에 집중했다.

물과 발이 맞닿아 내는 소리, 오늘의 스릴 사운드는 아무래도 저 소리일듯 하다.

‘풍덩-.’

아, 결국엔 내가 있는 노천탕에 몸을 담군 것일까. 선명하게 들려오는 소리와 함께 물에서 보이는 여운이 내 몸에 닿았다.

그리고 김 사이로 보이는 모습은 수건을 두른 채, 얼굴이 촉촉하게 젖어있는 하라의 얼굴.

그리고 매끈한 하라의 다리라인과 수건을 온 몸에 둘러 하얀 자태를 뽐내는 그녀였다.

“흠..?”

“헙..”

하라는 인기척을 느꼈는 지, 고개를 내 쪽으로 돌렸고 그녀와 눈이 마주친 나는 짧은 소리를 내버렸다.

하, 타이밍 굳잡.

“힛.. 오빠..?”

하라는 의미심장하게 미소를 지으며 시선을 내게 주시했고, 난 희미하게 공포스러운 분위기가 조장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저 미소, 저 눈빛. 아무래도 스멜이 유리의 눈빛과 거의 흡사했다.

무언가 저지르려는 저 행동, 나는 그 스멜을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쏴아아-. 쏴아아-.’

아, 온다. 그녀가 물살을 가르며, 온천탕을 가로질러 건너편에 있는 내 쪽으로 다가온다.

어느새 내 옆에 와선 끈적하게 달라붙는 그녀. 그녀덕분에 내 심장은 몇 배로 쿵쾅쿵쾅 뛰어왔다.

“오빠아..”

“응..?”

몽롱한 눈빛을 띄며 내게 시선을 고정시키는 그녀, 도저히 뭔 속셈이야.

“분위기도 좋은데..”

천천히, 한 마디씩 운을 띄며 말하는 하라구. 괜스레 그 다음 말이 기다려졌다.

“모두들 가며언.. 여기서 해버릴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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