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75화 (176/333)

* 소녀시대와 9 대 1 과외하기 백 예순 여덟 번째 과외 - 잔혹동화 일곱 번째 페이지.

지은이가 말하는 것에 대해 처음에는 이해가 안 갔지만, 지은이의 표정을 보니 그럭저럭 이해가 되었다.

“보통은 날 괴롭히는 여자가 무섭고 미워야겠지, 오빠?”

일반적으로 자신이 죽고싶을정도로 괴롭히는 사람을 보면 무서운 감정과 확실히 싫은 감정이 뚜렷하게 보이기 마련인데,

지은이의 얼굴에서 드러나는 감정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그 범인을 연민하는 느낌에 가까웠달까.

“뭐, 그렇겠지.”

나는 그녀의 말에 간단하게 대꾸해주며, 그녀가 앞으로 할 말을 듣기 위해 귀를 기울였다.

“근데 내가 느끼는 건 그 여자가 불쌍해보여.”

잠깐동안 미소를 지어보였던 그녀는 다시 무언가의 정체모를 감정에 빠진 채로 말을 이어나갔다.

난 아이러닉하게 그녀가 형성하는 공간 안으로 들어가 그녀의 생각에 몰입되었다.

“왜?”

“예전에 돌아가신 할머니가 그러셨어, ‘괴롭힘을 당하는 건 괴롭다, 하지만 괴롭히는 상대방이 느끼는 죄책감은 현재가 되든, 미래가 되든 그의 몇 배를 넘어서는 매서운 칼날이 된다.’라고..”

지은이의 주위에는 뭔가 미심쩍은 지인들도 많지만, 마음씨가 좋고 존경할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들도 많았다고 느꼈다.

지은이의 친할머니께서 아직까지 살아계셨다면, 나로서도 배움을 통해 얻는 것도 많았을 법한데, 돌아가셨다니 아쉬움이 많이 느껴졌다.

“그래서 그 사람도 나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힘들거야..”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라고 칭할 수 있는 인간이 있다고 한다면, 지금 내 앞에서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말하는 지은이가 천사다.

나로써도 충분히 분노를 느끼고 극복할 수 없을 듯한 사건인데, 정작 당사자는 오히려 자신을 괴롭히는 상대방이 불쌍하다고 동정하고있지 않은가.

나는 순백의 깃을 접은 채 희미하게 밝은 미소를 짓고있는 천사의 하얀 마음을 꼬옥 감싸안았다.

“꼭 지켜줄게.”

“응.. 믿어..”

그 날, 새하얗게 순수한 마음을 가진 빛을 품 안에 간직한 채로 약간이나마 평온한 밤은 더 먹색 물감을 쥐어짜내며 깊어져가고있었다.

‘역시나 집을 옮기니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어.’

범인은 확실히 내 집의 위치에 대해서 자세히 아는 바가 없었다. 분명히 시끄러워질 상황이 이렇게 조용한 것을 보니.

내가 사는 곳으로 추정되는 곳도 지금 살고 있는 곳까지 포함해, 정작 세 개 이상이 될퇸데, 웬만해선 쉽게 알아낼 수가 없었다.

근데 도대체 누가 범인이란 말인가. 몇 일 째, 누구의 소행인지 확실하지 못한 상황이다.

단순히 지은이를 싫어하는 안티팬의 소행? 그러기엔 하는 짓이 너무나도 극악했고 알고 있는 것이 소름끼칠 정도로 많았다.

요즘따라 계속 의심가는 매니저누나? 똑같아보이는 와이셔츠의 소매단추 부분에서 단추가 빠진 듯한 흔적은 실오라기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얼마 전에 동료랑 같이 일했다는 증언도 있다는 상태고.

혹시 사장? 매니저누나와 마찬가지로 꽤나 의심스러우나 아직 확실한 증거가 될만한 단서가 없다.

몇 일이 지나자, 지은이의 상태는 평상시와 다를 바가 없을 정도로 호전되긴 했지만 아직 밤이 되거나, 내가 없으면 덜덜 떨면서 두려워하는 게 다 반사다.

“하아..”

범인이 누구인 지 도저히 알 턱이 없어 한 숨을 쉬다가 갑자기 뇌리를 스친 아이디어 하나.

기발하긴 하지만, 잔인한 생각이다. 그렇지만 확실히 잡을 수 있을 듯 했다.

그러나 그러기엔 지은이가 약간 문제가 되었다. 여튼 주위에 도와줄 사람이 필요하니, 몇 주 전부터 알고 지내기 시작한 용화에게 전화를 걸었다.

비록 알게된 지는 조금밖에 안 되었지만, 지금도 시간이 날 때면 권이와 용화랑 같이 술을 마시는 편이었다.

권이에게 전화를 하고 싶었지만, 권이는 지금 콘서트 준비로 미친듯이 바쁜 상태니까 용화에게 먼저 전화를 거는 것도 그 이유여서였다.

“용화야.”

“어, 민식아-.”

반가운 부산사투리, 부산 아해들끼리만 통하는 반가운 어투에 살짝이나마 미소가 지어졌다.

하지만 사담도 잠시, 바로 본론부터 말해야 할 것 같다.

“오늘 밤에 스케쥴 있냐.”

“어, 없는 데 왜?”

“흐음.. 그럼 말야..”

그에게 도움을 요청하기 위한 목적으로 전화를 걸었기에, 당연히 그에 관련된 내용을 그에게 말했다.

과연 흔쾌히 도와줄까.

“야! 그런 건 당연히 해야제!”

마치 당연하다는 마냥 말해주는 용화의 모습에 꽤나 기쁘면서도 놀란 나였다.

용화가 확실히 도와준다면, 범인은 반드시 잡을 수 있을 것 같아.

“정말?”

“야, 우리 부산싸나이 아이가?”

“그래, 고맙다.”

“그래, 이따가 맞제?”

“응.”

부산사나이가 다른 지역의 사나이들보다 더 유명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그들만이 가진 끈끈한 의리와 우애 때문이라고 오랜만에 생각해보게 되었다.

일단 용화가 도와준다고 하니까 어느정도 되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데, 문제는 지은이가 이를 버텨줄 수 있나였다.

“지은아..”

“어? 오빠, 왜?”

“미안한 부탁이긴 한데..”

지은이에게 말을 조심스럽게 꺼내며 내가 범인을 잡을 수 있는 계획을 그녀에게도 말했다.

○ 아이유 “활동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이 나아졌어요”

건강상의 문제로 방송활동을 멈추던 가수 아이유가 몇 일만에 활동을 다시 재개했다.

전일 MBC 가요프로그램 ‘쇼 음악중심’을 시작으로 활동을 시작한 아이유의 소속사인 로엔엔터테인먼트에 말에 따르면

“아이유가 최근 피로가 누적되어 건강이 악화되어 고통을 호소했지만 근래들어 많이 나아진 상태”라며 

“금일 가요프로그램인 SBS 생방송 인기가요에서도 얼굴을 비출 것”이라고 덧붙여 말했다.

이로써 아이유는 어제 MBC ‘쇼 음악중심’을 시작으로 다시 한 번 왕성하게 활동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12월 초, 발매된 아이유의 세 번째 미니앨범 ‘REAL’의 타이틀 곡 ‘좋은 날’은 각종 온라인 음원차트의 1위를 

연이어 수성하며 12월을 아이유의 달로 지정할 수 있으리라 생각이 들만큼 꽤나 높은 인기가도를 달리고 있다.

-

“지은아-.”

“어, 오빠 왔어?”

오랜만에 보는 지은이의 모습은 전에 비해 꽤나 밝아진 듯한 모습이었다. 

지은이의 백댄서인 봉태규를 닮은 분도 여전히 장난스러운 모습을 보이며 천진난만하게 뒤쪽에서 백댄서들과 수다를 떨고 있었다.

“응, 밤에는 아무 일도 없었어?”

“응.. 별로..”

흐음, 뭔가 아쉽기도 했지만 다행히 지은이가 요즘 밤에는 편하게 잠에 들 수 있다고 하니 마음이 놓였다.

일단 지은이에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하니, 용화에게 가서 무언가 얻어낼 게 분명히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 그럼 잠깐 용화한테 갔다와볼게.”

“응..”

지은이를 뒤로하고, 지은이의 대기실에서 벗어난 나는 곧바로 ‘인기가요 대기실 - 용화, 설리, 조권’이라고 써져있는 곳의 문을 열었다.

“어, 민식아-.”

다행히 하늘이 용화와 편하게 대기실에서 이야기를 나누라는 듯, 설리와 권이는 다른 대기실에서 놀고 있는 건지 보이지 않았고,

용화는 나를 보자마자 반갑다는 듯 의자에 앉은 채로 손을 흔들었다.

“그래, 용화야. 잘 되고 있냐?”

간단하게 나도 반갑다는 듯 손을 흔들고는 곧바로 본론을 꺼내기 시작했다.

지금은 서론 따위, 별로 중요한 일이 아니니까.

“아, 그게 매니저누나 말이야.”

“응.”

“이상하긴 해.”

용화도 매니저누나가 범인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듯 했다. 아무래도 매니저누나가 많이 의심이 가긴 했다.

“니가 말했던대로라면, 매니저누나가 숙소에 없으면 나타나야하잖아.”

“응.”

“근데, 요 며칠 내가 니가 말한대로 매니저누나랑 술 마시자고 누나를 불러냈을 때, 아이유한테 아무런 일도 없었대.”

“그래?”

흐음, 이렇게 된다면 확실히 매니저누나가 범인일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이 점점 높아졌다.

내가 계획했던 방법은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이 지은이에게 일단 활동을 재개하라고 시키고, 만약 이런 식으로 우리 집에 숨어서 지내게된다면

범인이 접근을 못하게 된다는 장점이 있지만, 반대로 단점은 잡기가 힘들다.

그리고 제일 의심가는 사람 중 한 명인 매니저누나를 용화가 포섭해서 거의 매일을 같이 포차에서 술을 마시게 하고 있었다.

로엔 Ent. 사장은 수만옹이 조사를 해본 결과, 거의 혐의가 0%에 가까울 정도로 알리바이가 완벽하다고 했다.

그렇다면 범인이라고 의심받을 수 있는 사람은 매니저누나로 줄여질 수 밖에 없고, 매니저누나랑 같이 있었다던 회사직원도

친구랍시고 거짓증언을 했을 수도 있었기에, 평소 매니저누나가 용화의 팬인걸 이용해서 용화에게 매니저누나와 친하게 지내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나는 잠시동안 지은이의 곁에 나타나지로 하기로 지은이와 말을 나누었다. 범인이 거의 나에게 잡힐 뻔 했으니, 내가 주변에 있으면 나타나지 않을 확률이

나타날 확률보다 높았기에, 상황은 용화랑 지은이에게 전달받으면서 범인의 폭을 점점 줄이고 있었다.

‘매니저 누나 같은데, 확실한 물증이 없어.’

매니저누나가 지은이의 곁에 없었을 때,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을 보니 확실히 그녀가 의심되었다.

하지만 확실한 증거가 없어서 차마 잡지는 못하고 머리만 뒤죽박죽으로 혼잡해질 뿐이었다.

거기다가 설상가상으로 용화가 CNBLUE의 태국콘서트 일정 때문에 해외로 빠지고, 불안감은 더 해져가고 있는 찰나 지은이에게 연락이 왔다.

“어, 왜 지은아?”

“오빠.. 매니저 언니 나갔어..”

“집에 있어, 오빠가 바깥에서 오는 지 기다리고 있을게.”

지은이에게 그렇게 말을 해주고, 밤새 지은이의 집 앞에서 그녀가 오기만을 간절히 기다렸지만, 오늘의 밤도 여전히 조용한 하늘이었다.

“야, 이거 계속 해야되냐?”

작전을 시작한 지 어느덧 2주일 째, 2010년도 어느덧 새해가 찾아들 때 까지 겨우 10일 남짓 남은 상태였다.

“왜?”

“범인도 안 잡히고, 매니저누나랑 너무 가까워지는 것 같아서.”

왠지 내가 시킨 일이라서 그런 지 용화에게 미안한 마음이 무겁게 느껴졌다.

그리고 몇 일이 지나도 아무 반응도 일어나지가 않으니까 나도 답답해 미칠 노릇이었다.

“하아.. 미치겠다..”

“미안해, 민식아. 오늘 한 번 만나보고 다시 떠나야해서.”

“그래, 나도 오늘만 하고 다른 방법을 강구해야겠다.”

“그래.”

일단 지은이가 오기 전, 내가 먼저 지은이의 숙소에 들어가 숨어있고 지은이는 스케쥴이 끝나면 들어오는 방식으로 작전은 시작되었다.

그리고 스케쥴이 끝나서 매니저누나가 일정이 비게되면 용화가 술자리에 그녀를 부르게 되는 것이었다.

여태껏 해오던 작전과 다를 바가 없었지만, 다만 다른 점이 있었다면 내가 먼저 지은이의 숙소에 들어갔다는 것과 숙소 안에 내가 있다는 것이었다.

“..오빠 아무 일도 없을까?”

“걱정마, 그리고 아무 일도 없으면 범인도 지쳤다는 게 되니까.”

“응..”

지은이는 간만에 불안함에 몸을 떨며 잠을 자러 방 안으로 들어갔고, 새벽은 빨리도 나의 곁으로 찾아왔다.

똑딱똑딱, 오로지 시계침이 돌아가는 소리가 선명하게 내 귓가에 들려왔다.

그리고 매니저누나의 위치는 용화와의 문자를 통해 주고받으니 별 문제 없다. 아직은 포차에 함께 있다고 하는 용화와 매니저누나.

역시, 매니저누나가 범인이라고 말하는 듯 오늘도 아무 일도 없을 것 같이 참 조용했다.

그렇게 방심한 그 때.

‘띵동-. 띵동-.’

‘끼이익-. 끼이익-.’

오랜만에 들어보는 소름끼치면서도 반가운 소리가 시계가 돌아가는 소리와 함께 어우러져 내 귓가에 울려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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