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녀시대와 9 대 1 과외하기 백 예순 일곱 번째 과외 - 잔혹동화 여섯 번째 페이지.
“니가 왜?”
다들 많이 놀라고 있었지만, 특히 매니저누나는 더욱 더 그랬다.
마치 범행장소가 사라져버리게 되자, 꽤나 놀란듯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이다. 그런 표정이 꽤나 수상했지만 알리바이가 의심가지않게 완벽해서 문제다.
“제가 수 십번도 넘게 생각해봤지만, 사장님이나 매니저누나나 지은이의 주변 인물마저 믿을 수 없어요. 서로 자신에게 유리한 말만 하고, 타협점도 못 찾고 있잖아요.”
“무슨 소리야?”
젠장, 다 큰 성인들이 말을 좀 길게 했다고 바로 파악을 하지 못하다니.
차라리 이렇게 길게 늘여뜨려서 말하는 것보단, 예를 확실히 들어서 임팩트 있게 내 의사를 전달하는 게 좋으려나.
“일단 두 분 다 자신의 의견과 서로의 의견이 일치하지않고 엇갈리기만 하고, 그리고 매니저 누나한테는 미안한 말이지만 누나 남방 소매에 달린 단추랑 이 단추 똑같아요.”
그러자 주변에 있던 경찰이나 두 분의 사장님 모두 매니저누나의 소매를 향해서 시선을 옮겼고, 그리고 내 손에 쥐어진 약간 피가 묻은 듯한 단추도 흘깃 쳐다보았다.
꽤나 비슷한 모양새에 의심의 화살은 매니저 누나와 사장님 사이를 겨누다가 이 증거로 인해 매니저누나 쪽으로 옮겨진 듯 보였다.
“어, 설마, 니가 나를 의심하는거야!?”
꽤나 많이 당황했는 지, 점점 언성이 높아지는 듯한 매니저누나였다.
자꾸 이러는 걸 보면 매니저누나가 범인이라고 의심할 수 밖에 없잖아요.
“아니, 아직요. 이 단추로 누나가 범인이라고 단정을 지을 수는 없는거니까요.”
나의 말에 매니저누나를 향해 겨누어졌던 의심의 화살은 다시 중앙으로 되돌아왔다.
모두들 머리를 싸매고 어찌된 일이고, 누가 범인인것일까. 라고 고민해보았지만 쉽사리 해결이 나지 않았다.
“학생, 그러면 복장은?”
가만히 이를 지켜보고 있던 강력반 형사 한 분이 나를 향해 범인의 복장상태는 어떠했냐고 물어보았다.
“정신없이 범인을 잡으려고 뛰고, 또 범인이 칼도 휘두르고, 새벽이라서 그런지 어두워서 옷을 자세히 못 봐서 어떤 지 기억이 안나네요.”
“하아..”
복장상태도 알아낼 수 없다는 사실에 형사는 실망감이 컸는 지 깊은 한 숨을 내뱉었다.
나도 고작 옷 입은 모습을 기억 못 하는 나 자신이 심히 안타까울 뿐이었다.
“그럼 단서라고는 단추 하나라는거야? 범인이 누군지 추측도 안 가서, 이 단서 국과수로 차마 못 넘길 것 같은데.”
다들 이 사건에 대해 아무리 고민해봐도 딱히 진전이 없는 듯 하자 고개를 푹 숙였다.
잠시동안 고개를 푹 숙이고 있던 우리 중 매니저누나가 고개를 들며 말했다.
“사장님, 일단 민식군 집에 지은이를 맡겨요. 범인이 지은이 숙소 앞에서 그렇게 괴상한 행동을 하는 데, 계속 거기서 고통을 받아야 할 순 없는 거잖아요.”
매니저누나는 우선 내 의견에 대한 건 찬성인 듯 보였다. 다만 사장의 표정이 찡그려지는 것으로는 봐선, 사장이 반대할 것 같은 냄샌데.
“그래, 그렇게 하자. 아이유양이 현재 가장 믿는 건 민식군이니까.”
표정과는 다르게 사장 역시도 내 제안에 대해 찬성하는 의견을 내비쳤다. 표정은 훼이크로 두고 있었던가, 표정 연기 하나 일품이네.
“아.. 오빠 이사 했구나..”
소속사의 허락을 받아내고, 나는 지은이를 이끌고 지은이의 숙소에 우선 들러서 필요한 짐을 챙기고 잠시동안 지은이를 우리 집에서 동거하도록 했다.
이 집은 그 범인이 알아내기엔 그리 쉽지 않은 위치고, 그러니까 당분간은 피해도 없을 듯 하고.
아는 사람이라고는 고작 설리와 수정이, 그리고 카라가 전부였다. 티아라도 자기 숙소에 놀러오라고만 하지, 내 집이 어딘지도 모르고 있으니까.
“하하, 좀 크지?”
꽤나 고통을 오랫동안 받은 것일까. 예전의 지은이의 모습은 말라버린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눈에 보이지도 않았다.
애써 그녀를 향해 따뜻하게 웃어보았지만, 전혀 소용없는 일이었다.
“혼자 살기엔 힘들겠네.”
단조롭고 딱딱하다.
그녀의 메마른 목소리를 듣고 있자니, 목에서 갈증이 절로 찾아와 물을 마셔야만 할 것 같을 정도로 딱딱했다.
원래의 모습은 어디가고, 다른 모습을 보이는 지은이를 이대로 두면 문제가 생길 게 불 보듯 뻔했다.
“지은아.”
“응?”
일단은 집에 오면 지은이와 할 것을 생각한 게 있었으니, 우선 그것부터 실행하기로 했다.
“밥 먹을래?”
다 죽은 사람 마냥 기운이 저렇게 빠져버린 지은이에게 우선 밥이라도 먹여야할 것 같은 느낌이 확 들었다.
안 그러면 갑자기 핏 하고 쓰러져버릴 것 같으니까.
“아니, 별로..”
역시나 지은이가 이렇게 반응할 줄 알았다. 그렇다고 포기하면 남자가 아니제.
“그래? 그래도 먹자.”
“생각이 없어..”
“흠.. 그럼 같이 만들어볼래?”
차라리 내가 해주는 것만 먹기보다는, 자신이 직접 만드는 요리를 먹어보며 재미도 느끼고 보람도 느끼는 게 좋을 것 같았다.
나도 우울할 때 가끔씩 혼자 요리를 해서 먹곤 하니까.
“어?”
“나도 우울할 때 요리하면 기분이 조금씩 풀리거든, 그리고 자기가 한 음식 먹어보는 재미도 있고. 같이 해볼래?”
지은이도 딱히 싫어하지 않아하는 표정을 지으며, 미미하게나마 고개를 끄덕거렸다.
고개를 끄덕거리는 지은이를 본 나는 흐뭇하게 미소를 지으며, 지은이의 손을 잡고 지은이를 주방으로 이끌었다.
아무래도 지은이가 고기를 지금 당장은 꺼려하는 것을 보아하니, 채소 위주의 음식을 하는 게 낫다는 판단이 들었다.
“너 고기 못 먹는 것 같으니까, 된장찌개 같이 만들어서 먹자.”
“응..”
지은이에게 앞치마를 매어주고, 나도 지은이에게 앞치마를 매어달라고 부탁하자 별 말없이 들어주는 지은이였다.
그리고는 같이 요리를 해야하니 된장찌개 안에 들어갈 재료들을 썰고 지은이보고 나를 따라서 썰어보라고 말해야지.
‘사각사각-. 사각사각-.’
된장찌개 안에 집어넣을 감자라거나, 그런 비슷한 류의 야채들을 도마 위에 올려놓고는 자취생의 경험을 살려 가볍게 썰어내고는 칼을 도마위에 올려놓았다.
내가 칼을 내려놓자, 지은이는 왜 멈추냐는 표정으로 날 쳐다보고 있었다.
“지은아, 너도 썰어봐.”
“응.”
아직까지도 기분이 쳐진 듯 간단하게 내게 대답하는 그녀였다.
하지만 내 말은 들으려고 하는 것인지, 내가 쥐어준 칼을 들고는 감자에 대고는 조심스럽게 썰기 시작했다.
‘사각-. 사각-.’
근데, 지은이가 썰어낸 감자의 크기는 왠지 찌개에 넣는 것보단 삶아먹는게 더 나은 조리방법일지도 모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
“..히잉.. 이, 이게 아닌가..?”
서투른 칼질을 보여주는 지은이를 보며 씨익 웃어주고는 조용히 그녀의 등 뒤로 걸어가서는 지은이의 손을 잡아주고는 같이 칼질을 했다.
같이 칼을 잡으니 매끄럽게 썰어지는 감자들의 모습에 지은이는 쳐진 분위기가 점점 풀리고 있는 지, 미소를 되찾고 있었다.
“그럼 다시 썰어봐-.”
“아아.. 이렇게?”
등 뒤에서 손을 잡아 가르쳐주니, 곧잘 따라하는 지은이였다.
얘도 솔로활동을 좀 해서 그런 지, 요리도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아, 물론 레알이 아니라 단지 예감일뿐이지만.
“응, 맞아 그거야. 지은이 칼질 잘하네.”
“헤헤..”
칭찬은 고래를 춤추게하고, 우울해보이는 그녀도 미소짓게 하는 듯 보였다.
점점 우울한 모습에서 점차 제 모습을 되찾아가는 지은이를 눈 앞에서 보면서 같이 야채를 썰고 찌개 안에 넣고, 두부도 넣고 끓이기 시작했다.
“오빠, 내가 된장찌개 마무리 지을게에-.”
이제는 요리에 의욕이 넘치는 지, 아직 반만 완성된 된장찌개를 보면서 자신이 마무리를 하겠다고 말하는 그녀였다.
흐음, 지은이가 요리를 별로 하지 않아서 조금 걱정이 되긴 했지만, 저 정도로 지은이가 밝게 돌아온 걸 생각해서라도 걱정하지 말아야겠다.
“오빠!”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얼마 전까지의 모습과는 꽤나 달랐다.
딱, 지은이의 모습 중에서 음탕함만 딜리트한 모습이랄까. 앞으로도 이런 모습이었으면 좋으련만, 언젠간 그 음탕함이 다시 찾아오겠지.
신이시여, 저에게 자비를. 가끔 교회가서 국수라도 먹을테니 제발요.
“어?”
“이거 먹어봐.”
지은이가 나에게 먹어보라고 보여준 건, 다름 아닌 국자에 담긴 된장찌개의 국물이였다.
일명, 삼촌들의 로망 지은이가 만든 된장찌개에 입을 대서 후루룩 그 국물을 마셨다.
“어때?”
“마, 맛있다.. 으어억..”
국물을 마시고 기절을 하면서 생각해본건데, 지은이가 조미료 대신 안티몬(Sb)을(를) 넣은 게 아닌가 생각해보게 되었다.
지은이가 기뻐할 말을 남기고 잠시동안 나는 바닥에 쓰러져있었다.
“오빠아!”
“어.. 여긴 어디..”
쓰러지자마자, 몇 초도 안 되어 다시 눈을 뜨고는 드라마에서나 꽤나 많이 나올법한 말들을 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지은이가 먹여준 된장찌개를 마시고는 뇌가 심히 감동을 했나보다.
“왜, 무섭게 갑자기 쓰러져.”
“아, 아냐.”
미안, 전혀 의도하지 않은 상황이였어. 아마 잠시동안 된장찌개가 너무 맛있어서 기절을 한 것 같아.
“너, 너무 맛있어서.”
“지,진짜?”
응, 지은이가 만든 된장찌개가 너무 맛있어서 미각을 잃을 뻔 했지만 말이야.
뭐, 어때. 지은이가 원래의 성격으로 돌아온다면 그건 아무것도 아닌거야.. 하하, 아마도 아무것도 아닐거야..
“응.. 하하하하-.”
“헤헤헤-.”
해맑게 웃는 지은이의 모습을 보자니, 미각을 잃는 고통은 감수해도 좋을 듯했다.
그만큼 사르르 녹아내리는 아름다운 눈웃음을 소유한 지은이니까.
그렇게 다행히도 혀의 감각은 완전히 잃어버리지 않은 채, 지은이와 함께 만든 된장찌개를 다 먹은 행복한 저녁이었다.
저녁을 다 먹고, 몸도 노곤할테니 지은이보고 씻으라고 화장실을 빌려주었다.
그러자 지은이는 해맑은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거리며 화장실 안으로 들어갔고, 나도 방 안에 있는 화장실로 가서 간단히 몸을 씻고 나왔다.
‘끼익-.’
소파에 앉아서 머리를 말리고 있을 동안, 욕실의 문이 열리면서 그 안에서 젖은 머릿칼로 엉기적나오는 지은이가 보였다.
“일루 와, 오빠가 말려줄게.”
“헤헷..”
머리를 말려준다니깐, 귀엽게 쪼르르 달려와선 내 옆에 앉아 바보같이 웃음을 짓는 지은이의 모습을 보곤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내 머리는 이미 많이 말렸으므로, 수건과 헤어드라이기를 이용해서 열심히 지은이의 젖은 머릿칼을 말리기 시작했다.
“...오빠.”
“응?”
머리를 반 쯤 말려가고 있을까, 지은이가 가만히 나의 손길을 느끼다가 나지막히 말했다.
“나, 이상하지?”
“왜?”
갑자기 지은이가 이런 소리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는 모르겠다.
“...그렇게 무서운 일이 있는데도 일하겠다고 하고.”
“..아니, 안 이상해.”
그건 이상한 게 아니라, 팬들을 위한 마음이 크고, 그만큼 어른스럽다는거야, 이 바보야.
“진짜로오?”
“지은이가 그만큼 책임감이 강하다는거잖아, 너는 그만큼 어른스럽다는거야. 너, 팬들한테 실망스러운 모습 보여주기 싫어서 그러는거지?”
“..응..”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거리며 말하는 지은이, 여전히 나의 손은 지은이의 머리를 말리는 데 분주해있었다.
“오빠, 근데 말야..”
“어?”
“난 왜... 나를 괴롭히는 사람이 불쌍해보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