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39화 (140/333)

* 소녀시대와 9 대 1 과외하기 백 서른 두 번째 과외.

“다들 거기서 움직이면 가만 안 둘꺼야.”

다시 한 번 시카의 패시브 스킬인 ‘패왕색의 냉기’ 가 작렬했다.

나에게 겁을 주며 다가오던 은정누나와 지연이, 그리고 윤아는 시카의 냉기에 얼어붙어 더 이상 움직이지 못하고 걸음을 뒤로 내뺄 뿐.

낄낄, 시카만 있다면 평생 맞을 걱정은 없을 지도.

하지만 무적인 아킬레스에게도 아킬레스 건이라도 약점이 있고, 랑벼르에겐 오타란 약점이 있듯,

과연 지금 이 방을 정벅하고 있는 시카에게도 약점이란 것은 존재하는 것일까.

“아아.. 시카야, 고마워.. 너 때문에 살았어..”

“헤헷..”

거의 삼 년이 넘게 동거하던 멤버들에게는 냉기를 쏘아붙이던 시카가,

나의 고맙다는 말에 뒤돌아서는 모두를 얼어붙게 만들만한 스킬을 해제한 채로 해맑게 웃음을 지어댔다.

소녀시대에서 요즘 물오른 귀요미를 뽑자면 시카를 뽑을 수 있을까.

뭐, 써니도 귀엽지만 갸는 애교가 과도한 것 같아.

그렇게 싴's 가호를 받고 있는 나는 이제 폭력의 손길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졌다.

아르바이트도 겨우겨우 말해서, 휴가를 얻어냈는데 정작 일본에서 맞이하는 건 죽음이라니.

그걸 벗어나게 해준 시카가 레알 고마웠다.

“시카야..? 어서 거기서 물러나지않겠니?”

“어..언니?”

시카의 품에 안긴 채 안심을 하고 있던 순간, 마치 히든 스테이지의 보스가 나타난 마냥 소연누나가 티아라 쪽에서 불쑥 튀어나왔다.

그리고는 지금 당장 나를 시카의 품에서 떼려고 하는 듯, 기분 좋게 웃고있지만 속뜻은 그게 아닌 듯한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는 소연누나였다.

무적일 것이라 생각했던 시카였는데, 소연누나가 성큼성큼 다가올 때 마다 몸을 떨고있었다.

아아, 무적시카의 아킬레스 건은 퀸쏘였던가. 도대체 소연누나는 어디까지 발을 뻗힌거야.

“니가 나를 이길 수 있다고 보지는 않겠지?”

“언니..”

“시..시카야, 왜 그래?”

소연누나는 도대체 시카한테 무슨 짓을 했길래, 시카가 이렇게 부들부들 떨고 있는거야.

시카가 소연누나가 내 쪽으로 점점 가까이 다가올 때 쯤, 나를 꼬옥 감싸안았던 두 팔을 풀었다.

그리고는 장화 신은 고양이를 뺨 치고 지나갈 촉촉한 눈망울로 소연누나를 바라보는 시카였다.

시카가 소연누나에게 그렇게 약한 모습을 보이자, 멀어졌던 죽음의 문턱이 바로 앞에 있는 것만 같아 불안해했다.

“뭐, 이야기를 꺼내야하나. 옛날에 시카가..”

“어..언니!”

도대체 무슨 이야기길래, 시카가 소연누나가 입 밖에서 그 얘기를 나오기를 꺼려하는건가.

분명 저 얘기는 여자들만 있는 곳에서는 해도 되겠지만, 나 같은 남자가 있으면 꺼내는 얘기가 아닐거야.

나도 딱히 저런 얘기에 궁금한 표정을 대놓고 짓지는 않았다.

솔직히 지금 이런 싴미지(시카+이미지)에 재를 뿌려놓는 건 원치 않으니까.

웬만한 이상으로 불손한 과거가 아니라면, 감싸안아줄 자신이 충분히 있다.

“자, 알았으면 비켜.”

“시..시카야! 사..살려줘!”

“...흐윽, 민식아.. 나도 어쩔 수 없을 것 같아.. 미안해!”

싴은 갔습니다. 아아, 지켜주던 나의 싴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다가오는 저 무리를 난 작은 싴에 의지해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황금의 꽃같이 굳고 빛나던 싴의 머릿결은 차디찬 티끌이 되어서 한숨의 미풍에 날려 갔습니다. - 싴의 침묵 中 일부 발췌.

그렇게 시카는 진짜 미안한 듯한 표정으로 내 옆을 끝까지 계속 지켜주다가,

결국 적군의 진맹주인 소연누나에게 굴복해, 햇빛을 적절하게 받은 채로 기절해있는 때때의 옆에 앉아 안절부절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아아, 날 지켜주던 시카가 가버리고마니, 아까 나를 위협하던 은지융(은정+지연+윤아) 선봉대는 씨익 웃으며 내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아아, 피해야 해! 나는 본능적인 태도로 그 자리에서 일어나 바깥으로 도망치기 위해 걸음을 내달렸다.

“...안돼!”

“어딜가요?”

‘휙- , 쿵!’

열 여섯 명(2명 전사, 14명 생존)의 무리들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세 번째 도주(성공 1, 실패 1)를 시전했습니다.

하지만 ‘문지기’류화영님께 도주가 발각되셨습니다. 

화영이는 자연스럽게 나의 멱살을 잡더니 순간적인 힘으로 날 업어서 허리를 굽힌 뒤, 땅바닥으로 나를 메쳤다.

아아, 생전 당해보지도 않던 업어치기를 맨바닥에다가 당하려니 진짜 등이 더럽게 따가웠다.

도주는 그저 현실로 할 수 있는 게 아닌 한 실낱의 꿈 같은 것이였던가.

“....뭐야 이건!”

“아, 맞다. 화영이 예전에 유도 배웠어!”

고통에 몸부림치며, 화영이를 겁 먹은 채로 노려보았을 때.

멀리서 태권도 3단인 은정누나가 소리치며 말해주었다.

와, 티아라와 소녀시대에 왜 이렇게 무술인과 능력자들이 많은 겁니까.

태권도 3단이 두 명 있고, 거기다가 유도인도 있다뇨. 차라리 방송국 가지말고 태릉선수촌에서 훈련을 받아라. 늅늅..

“자, 그럼. 이제 신명나게 고기를 다져보실까..?”

“아, 안돼.. 시카야.. 사..살려ㅈ.. 끄아아악!!”

날 지켜주던 시카도 사라졌겠다. 나는 도망 칠 의지가 사라지고 있겠다.

드디어 나를 없애기를 그렇게 갈망하던 소녀 군단들은 우르르 내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누군가에겐 우상일게 분명할, 앞에 있는 소녀군단들.

하지만 그녀들이 내게 다가온다면, 우상은 커녕 죽을 상만 계속해서 지을지도 모른다.

선공은 윤아의 야무진 인디언 밤. 그 공격에 등뼈와 척추가 으스러지는 듯 했다.

윤아의 공격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소녀들의 폭력은 시작되었고, 나는 나를 보호해 줄 수 있는 유일한 캐릭인 시카에게 구원요청을 간절히 했으나,

나의 부들부들 떨려오는 채로 뻗쳐진 손을 그저 입을 막은 채 흐느끼며 바라보는 시카였다.

물론 옆에는 햇빛을 따사로히 받고 있는 한 마리의 때때가 새근새근 잠을 자고 있고.

아아, 나도 곧 불쌍한 저 두 소녀들 옆에서 쓸쓸히 잠들고 말겠지.

*

“그러니깐.. 니가 말해준 이야기를 요약해보자면, 이수만 사장님이 소녀시대 애들한테 방해가 되니깐 사라지라 했다고?”

‘끄덕끄덕.’

살기 위해서, 인간의 기본적이고 원시적인 생존욕구를 보존하기 위해서.

나는 그토록 세 달동안 소녀들을 피해다녔던 결정적 이유를 결국에 여기서 폭로하고 말았다.

그러자 깜짝 놀란 표정을 지으며, 나를 쳐다본 소녀들이 대다수를 이루었다.

하, 다행히 소녀들이 프랑스에서의 집단 폭력을 경험삼아 머리를 때리진 않았지만,

등을 집중구타를 해서, 잠시동안은 일어날 수 없을 것 같고, 등을 때림으로써 울리는 진동 때문에 머리는 보기 안좋게 헝클어졌다.

여튼, 나의 폭로에 제일 먼저 발끈하는 건 다름 아닌 순규였다.

“뭐야 삼촌!! 내가 세 달동안 얼마나 힘들었는데!! 에이씨, 그냥 내가 가서!!”

“써니야, 그러지마.”

순규는 발끈해서 얼굴이 붉어진 모습으로, 수만에게 말하겠다는 분노의 의지를 밝혔다.

아마도 조카의 자격으로 가긴 가는데, 사유는 민시그의 여자로써 항의를 하는 건가.

언제 기절했다가 깨어났는 지, 태연이는 내 옆에서 차분한 모습으로 순규를 다그쳤다.

순규는 차분하게 자신을 말리는 태연이를 잠시나마 화를 사그라뜨린 채로 쳐다보았다.

“왜!”

“니가 그렇게 하면, 일단 사장님이 그 순간은 너에게 쩔쩔 맬테지만. 지나가고 나면 반드시 민식이에게 다시 해코지를 하실꺼야.”

태연이의 논리적인 말에 나를 포함한 소녀군단들은 침묵한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심지어 그렇게 발끈하던 순규도 고개를 위 아래로 끄덕거리고 있었다.

하, 그렇게 되면 나도 곧 다시 해코지를 당한 다는 소리인가.

아무리 태연이가 저렇게 말한다고 한들, 가만히 있을 순규가 아니라서 우선은 수만에게 가서 나에 대해 뭐라고 할지도 모른다.

아아, 다시 이사 갈 준비라도 해야하는건가.

“그럼 어떻게 해요.. 난 오빠랑 같이 있고 싶은데..”

슬픈 표정을 지어내며 암울한 표정으로 털썩 앉은 윤아의 모습에 왠지 모르게 가슴 한 켠에 아련함이 느껴졌다.

진심으로 분노해서 나를 때리고, 떄리고 난 뒤의 살기 위해 폭로한 내 말을 듣고 나를 불쌍한 표정으로 쳐다보는 윤아가 아니던가.

그녀의 표정으로 미루어 보았을 때, 그녀도 나를 좋아하고 있다는 생각은 거짓이 아닌 레알인 것 같았다.

아아, 나도 다시 진지해지는 것 같잖아.

“때때.. 나도 어떻게 해애.. 나 민식이한테 과외도 받아야하는데에..”

“!?”

넌 절대로 진지해질 수 없다. 라고 말하려는 지,

파니가 불현듯 과외드립을 치기 시작했다. 일단은 느낌표와 물음표를 동시에 띄운건 나 뿐이었고,

궁금하다는 듯 물음표를 띄운 건 유리였다.

자신이 궁금한 건 못 참는 성질이 있는 유리는 즉시 그 궁금증을 해결하려는 지 파니에게 물으려는 모습을 보였다.

유리는 전에도 궁금한 것을 못 참아서 내 기타를 박살낸 경험이 있었지.

싱어송라이터가 꿈이 아니라도, 오랫동안 취미생활의 일환으로 자리잡게 해주던 소중한 기타였는데.

물론, 그 기타가 부서진 대신, 유리의 진심어린 마음을 얻어냈으니깐 괜찮은건가?

“응..? 무슨 과외..?”

“응? 아, 생물공부우. 히힛..”

파니가 결정적인 힌트를 줘도, 다들 모르겠다는 눈치를 자꾸만 띄웠다.

하하 하하하, 나만 알아챘다는 게 다행이네. 라고 생각하며 긴장한 마음이 풀렸을 때 쯤,

언제 일어났는 지는 모르겠지만, 한 쪽에서 일어난 채로 있던 나에게 지연이가 다가와서 아담한 입술을 내 귀를 향해 내밀었다.

“오빠.. 그런데 어떻게 버텼어요?”

“...쿨럭.. 뭐를..”

“이렇게 많은 분들이랑 한다면, 진짜 진짜 힘들었을텐데..”

지연이는 내 마음을 이해해주는 구나.. 가 아니라 도대체 어떻게 알아챈거지!?

티아라는 서로 느낌을 말해서 안다고 치자, 소녀시대 얘들이랑 한다는 건 어떻게 알아챈거냐.

심지어 지네들끼리도 알아채지 못하는 그것을 왜 지연이가 눈치챈거냐고.

소녀시대가 눈치가 느린건가, 아니면 지연이가 빠른건가.

나는 어쨌든 지연이의 말에 순간 자진모리장단으로 부왘을 울릴 뻔했다.

“여튼, 지금은 다들 알았으니깐 민식이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그냥 이 상태로 둬야겠지.”

“에에!? 그럼 티아라 멤버들 사는데에 다들 그냥 나두자는거야?”

소연누나는 이야기를 마무리 하려는 듯, 나를 그냥 내두자며 결론을 내렸다.

그러자 발끈하는 건 다름 아닌 소녀시대의 멤버 중 한 명인 흑진주유리.

왜 저렇게 발끈하는 지는 모르겠지만, 어째 좀 불안하다.

“뭐, 어쩔 수 없지 않아? 우리 숙소에 이사해준 거는 우리도 아니고, 너네들 사장님이라며.”

“그..그렇지만..”

“뭐, 소연언니 말대로 우린 아무것도 할 수 없을거야..”

은정누나는 발끈한 유리에게 차분하게 말하며 유리를 진정시켰다.

유리는 은정누나의 말에 약간은 진정되었는 지, 소파에 앉아서는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윤아도 태연이도 지금 이 상태를 바꿀 수 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울상을 지어댔다.

내가 봤을 때는, 전체적으로 울상을 짓고 있는 건 소녀시대 였고. 옅은 미소를 띄고있는 건 티아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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