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1화 (102/333)

* 소녀시대와 9 대 1 과외하기 아흔 일곱 번째 과외.

“하아, 마지막 휴일인데 오늘도 복수하러 갈까? 아님 그냥 편하게 쉴까.. 흐으.. 머리 아파.”

정말 고민된다, 몇 달만에 주어진 삼 일간의 휴가인데 벌써 이틀을 민식이를 찾는 데 써버렸으니 오늘은 쉬어볼까도 생각한다.

그렇게 머리를 지끈거리는 찰나에 어디선가 훌쩍하는 소리가 내 귓가에 울려퍼졌다.

“흐윽..”

“파니야, 왜 울어?”

“히잉.. 시카야아.. 민식이 보고시퍼어.. 흐앙..”

파니가 ‘민식이’라는 녀석 때문에 저렇게 흐느끼고 있는 걸 보자니, 그에 대해 복수심이 화르륵 타올랐다.

파니만 우는 줄 알았더니, 윤아와 유리와 순규도 마찬가지로 눈가엔 눈물이 맺혀있었다.

쟤네들은 그냥 하품한거고, 파니는 진짜인 것 같으니 파니를 봐서라도 마지막 휴일에는 제대로 복수해주겠어. 낄.

나는 밖의 날씨가 약간 쌀쌀하니, 파니가 내 생일 때 선물해준 핑크패딩조끼를 후드 위에 걸쳐입고 아래는 입고 있는 츄리닝 그대로,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서 신발은 운동화를 신고 현관을 열었다.

“나, 나갔다 올게.”

“어디 가, 시카야?”

현관을 열고 쌀쌀한 바람을 몸소 머리부터 발끝까지 느끼고 있던 찰나에, 태연이가 현관까지 쪼르르 달려와선 내게 물었다.

칫, 어디 가는 지 뻔히 알잖아.

“그,그냥.. 바람 좀 쐴려고. 집 안에 있긴 너무 답답해서.”

“요즘에 너 답지 않게 자주 나간다..?”

“바람 좀 쐬려는 데, 별 상관 없잖아.”

태연이는 분명히 민식이 편인 것 같은데, 왜 저렇게 행동하는 지 도대체 알 길이 없다.

뭐, 나는 그냥 얘들을 대신해서 복수를 해주는 거니까 상관없지만.

“...괜한 일 하지 않았으면 해.”

“흥.”

충고하는 태연이를 뒤로 하고, 나는 무심하게 우리 숙소와 거리를 벌렸다.

*

“히잉, 어떻게 알아내지..”

매서운 바람에 갈색의 비단결이 하늘을 향해 아름다운 몸짓을 자아냈다.

일단은 민식이 집이 있는 아파트를 어제 기억을 되살려 왔긴 했는데, 문제는 이웃집에 사는 티아라.

걔네들이 있으면 복수는 할 수 없을 게 뻔했다.

그러니까 일단 나는 티아라가 지금 스케쥴을 하러 갔는 지, 안 갔는 지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

“흐잉.. 오늘은 민식이랑 놀려고 했는 데, 갑자기 스케쥴이 생겨서 이게 뭐야..”

“언니. 스케쥴 끝나고 밤에 나랑 같이 가서 놀면 되잖아.”

“하아? 그러면 되는구나아. 그래그래! 밤에 놀자!”

어디선가 웅성거리는 소리에 난 내 몸을 조그만 나무 뒤에 숨겼다.

분명히 조그만해서 안 가려질 게 뻔하지만, 어쨌든 숨고 소리를 들리는 곳을 힐끔 쳐다봤다.

티아라였다. 선두로 은정언니와 효민이가 투덜거리면서 갑작스러운 스케쥴에 대해 한탄을 하고 있었다.

그 마음 내가 잘 알지. 활동 안 하고 있을 때가 더 그런 것 같아.

어쨌든, 티아라 애들이 스케쥴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으므로 나는 속으로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아파트 입구를 향해서 쪼르르 달려갔다.

“아싸, 무사히 입구에 도착. 근데 집 위치는 어떻게 알아내지.”

나는 순간 복수를 눈 앞에 두고 실패할 위기에 처하자, 머리를 지끈 손으로 싸맸다.

히잉.. 여기까지 와서, 다된 밥을 태우다니.

전에 효민이와 대화할 때를 떠올리기 시작했다.

작가가 귀찮아서 생략을 시키긴 했지만, 팔 층에 산다고 말했던 것 같아.

그럼 이웃인데 친할 정도면 옆집,윗집 아니면 아랫집이겠구나.

일단은 아랫집부터 찬찬히 살펴보자.

‘띵, 칠 층입니다.’

음, 여기 있는 집은 딱 두 채.

우리 숙소가 있는 아파트랑 각 층에 있는 집 챗수는 똑같네.

어쨌든, 민식이의 흔적이 남아있을 그의 집을 찾아보고 있는 도중 오른쪽 문에서 뭔가 검은 매직으로 낙서된 흔적이 보였다.

‘은정이와 민식이의 파라다이쓰 + 효민이도!’

벌써 티아라에선 두 명이나 꼬드겼구나. 참, 대단한 녀석이로세.

나는 저 낙서를 보고는 갑자기 아까 흐느꼈던 파니가 오버랩이 되어 스쳐지나갔다.

낄. 불타오르는 복수심.

나는 과감히 평범한 초인종 버튼 앞에 손가락을 일 밀리미터 남겨두고 멈추었다.

‘누를까.. 말까.. 에잇.. 모르겠다!’

난생 처음 해보는 ‘벨튀’를 앞두고 나는 누를까 말까를 망설였다.

나의 소심함에 내 손가락도 더 이상 앞으로 전진을 못하고 왔다리 갔다리.

나는 시간이 자꾸 아깝게 흘러가고, 흐느끼는 파니가 떠올라 용기를 내서 매끄러운 버튼을 꾸욱 눌렀다.

그리고 싴사인 볼트가 되고 싶은 마음의 비루한 체력으로 계단 쪽으로 힘껏 달렸다.

‘끼익.’

“뭐야, 아무도 없나.”

문이 열렸다가 닫혔다.

거기에는 벨튀ed에 약간 짜증나는 듯한 표정을 짓는 민식이가 보였다.

킥킥, 복수의 성공에 마음이 기뻤다.

그리고 ‘벨튀’라는 거 은근히 중독성 있고 재밌는 데..?

‘딩동.’

‘끼익.’

‘후다닥.’

이런 행동을 수 차례 반복했다.

시간이 점점 지날 수록 심화되어가는 민식이의 표정에 평소에 안 나타넌 웃음이 기다렸다는 듯이 빵 터졌다.

그렇게 연신 흘러나오는 웃음을 참으면서 벽에 기대어 어깨를 들썩거리며 벨튀의 쾌감을 신나게 만끽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때,

“좋냐?”

계단 위에서 많이많이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약간 짜증났다는 듯 눈썹 한 쪽을 치켜올리곤 눈가를 찡그러트리며 나를 쳐다보는 한 남자.

내가 홧김에 밖에서 싸대기를 때렸던 남자.

우리를 매정히 대하곤 버렸던 남자, 민식이가 나와 여덟 계단을 사이로 두고 서 있었다.

“뭐,뭐야.”

“그러면 거기있는 넌 뭔데.”

“음.. 나야 뭐.. 에잇!”

나는 분명히 집에 있어야 할 민식이가 내 시선의 위 쪽에 있자 살짝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그래서일까, 말을 할 때마다 언어장애가 있는 꼬맹이 마냥 말 할때 마다 더듬거리는 나였다.

근데 얘는 또 왜 저렇게 시크해졌어.

하지만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였다. 여기서 걸려서 저 놈한테 잡혀버리면 내 복수는 거품이 되어 사라지고 만다.

그래서 비루한 체력에도 불구하고 다리에 힘을 주며 계단 아랫쪽으로 세차게 달렸다.

어? 근데 앞에 있는 벽이랑 가까워지기는 커녕 땅이 점점 일어난다!?

“꺄악!”

그렇다. 나는 내 다리에 내가 걸려 비참하게 넘어지려고 하는 것이였다.

그래서 나 자신을 가릴려고 눈을 질끈 감았다.

분명히 조금 있다가 엄청나게 따가운 고통이 내 온 몸 이 곳 저 곳을 찌를게 분명했다.

“하, 너도 은근히 허술해.”

하지만 의외로 내가 생각했던 고통 대신 허리 쪽에 부드러운 느낌이 감돌았다.

그리고 기울어졌던 몸이 그대로 그 각도를 유지하면서 받혀졌다.

질끈 감았던 눈을 뜨니, 이렇게 허술한 나를 보며 살짝 미소를 띄는 민식이의 모습이 보였다.

때 마침 계단의 창문 사이로 햇살이 스며들어와 민식이를 비춰댔다.

대학교에서는 화를 내느라 머리 스타일에 대해서 자세히 보진 못했는데,  댄디컷으로 깔끔히 정리가 된 민식이였다.

또한 머리 색깔도 흑발도 금발도 아닌 갈색머리였다.

힛, 나랑 머리 색깔이 똑같잖아. 앗,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거야.

‘쿵쾅쿵쾅’

흐잉, 그리고 내 가슴은 왜 이렇게 벅차게 뛰는거야.

모래사장을 지나서 보이는 바닷가의 파도마냥 넘실넘실 내 가슴은 뛰었다.

내가 이렇게 갑작스레 두근거리는 것이 민식이가 느낄 수는 없겠지?

점점 분홍빛의 파도의 크기가 커졌다.

그리고 눈부신 모래사장에 쏴아하고 파편이 되어 흩어졌다.

허나, 내 조그맣고 여린 가슴에서 일어나는 분홍빛의 물결을 가진 파도는 아직 빛나는 모래사장에 가려면 멀었다.

“핫!”

나는 몇 초쯤 민식이의 얼굴을 쳐다보면서 멍을 때리다가, 문뜩 정신을 차려 나를 받치고 있는 민식이를 가녀린 팔로 살짝 밀었다.

그러자 나를 받치고 있던 민식이의 팔이 풀렸고 나는 민식이와 약간 거리를 벌린 채 쿵쾅쿵쾅 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말했다.

“너..너! 왜 여기 있는 건데..?”

“니가 초인종을 눌렀으니깐 여기 있지.”

“아..아니! 왜 여기서 사냐고!”

하지만 나오는 말들은 하나같이 가슴을 진정시키느라 허둥지둥 하는 말 들이였다.

허둥지둥 움직이는 입술 뿐만 아니라, 몸짓 또한 요리조리 어지러운 움직임 뿐이였다.

그래도 가장 궁금한 요점을 꼭 집어서 민식이에게 물어보았다.

왜 그렇게 매정하게 굴었는 지.

왜 쥐도새도 모르게 떠나서 남아있는 아이들에게 웃음은 커녕 눈물만 주기만 하는 지.

왜 여기서 사는 지.

하지만 민식이는 내 말에 찔리는 구석이 있는 듯 입술을 닫은 채로 단 한 음절의 소리도 내지 않았다.

그 모습에 부아가 치밀어 오르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목소리의 톤이 격정적으로 바뀌었다.

“역시 얘들이 싫어졌구나..?”

“...”

아까의 시크한 모습은 어디가고 민식이의 얼굴은 점점 우울하게 일그러져가고있었다.

마치 입체파 화가 중 가장 유명한 작가인 피카소의 작품 중 하나인 우는 여인처럼 말이다.

다양한 색채가 혼잡스럽게 어우러진다.

민식이의 얼굴도 점점 혼잡스럽게 일그러졌다.

그리고 내뱉는 적막한 한 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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