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녀시대와 9 대 1 과외하기 아흔 세 번째 과외.
***
“음, 이 정도면 아무도 못 알아보겠지?”
단독 휴가 두 번째 날(이라 쓰고 복수하는 날 이라 읽자).
오늘도 민식이 놈의 캠퍼스에 손수 행차하려고 마음을 굳게 먹었다.
얘들을 위해서라도, 내가 신변이 위험해도 나의 계획은 변하지 않는다.
일단은 아무도 못 알아보게 하기 위해서, 몸을 완전 무장할 필요가 있었다.
쌩얼과 모자와 안경은 베이스요,
연예인 답지 않은 비루한 패션은 옵션일지니.
누가 봐도 베스트 패셔니스트는 커녕, 워스트 패셔니스트로 인정해줄만한 끔찍한 패션이었다.
그리고 아직은 쌀쌀하지 않지만, 그래도 내가 ‘제시카’라는 걸 가려야하니깐 목도리도 목에 돌돌 동여맸다.
흠, 이 정도면 알아보는 자체가 신기할 정도겠지?
“응? 시카야 너 어디 가길래, 그렇게 무장했어?”
“권유리. 알면 다쳐. 그러니까 입 다물어.”
거울을 보며, 동네 슈퍼 갈 때만 입을 수 있을 듯한 옷차림에 감탄하며 서있을 때.
유리가 은근슬쩍 방 안으로 들어와 내게 말을 걸었다.
유리가 말을 걸자, 나는 웃고 있었던 표정을 감추고 얼음장 같은 표정을 드러내며 유리를 대했다.
유리는 나의 시크한 표정에 멈칫했으나 끝까지 포기하지않고 입을 놀렸다.
“아, 맞다. 민식이는!?”
“그 새끼 이름 내 앞에서 꺼내지 마. 꺼내면 니 입 찢을지도 몰라.”
“네. 안 꺼낼게요.”
“그럼 갔다올게.”
복수를 위해서 탁상 서랍에 있는 압정 몇 개를 안전하게 팩 안에 챙겨넣고 가방 안에 집어 넣는데,
유리가 뭔가 생각난게 있었는 지 주먹으로 손바닥을 딱 치며 민식이의 행방을 물었다.
저거 대답해주기 귀찮은데, 다시는 저 이야기 꺼내지 못하게 해서 귀찮은 일이 없도록
최대한 냉정하게 유리를 쳐다보며 다시는 유리 입에서 저 이름이 언급되지 못하게 말했다.
내 연기가 통했는 지, 유리는 자동으로 눈을 밑으로 깔고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했다.
나는 연기에 쫄아있는 유리를 보며 흡족한 미소를 짓고는 주방으로 가서 무언가를 챙긴 뒤, 유유히 현관 밖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수근수근’
“여기가 어제 거기였지, 여기서 잠복 타면 되겠다.”
어제처럼 사람들이 가장 많이 지나다니던 곳에서 앉자 자연스러운 연기를 펼쳐보였다.
엠피쓰리 아니었으면, 연기가 자연스럽지 않았을텐데 다행이 음악을 듣느라고 연기가 인위적으로 연출되지 않은 듯 했다.
하지만 그 놈의 일반인스러운 패션이 문제였다.
일반인 스러워도 너무 일반인 같았나, 주변에서 수근거리는 소리가 이어폰을 뚫고 스며 들어왔다.
수근거리는 이유가 내 머리 색깔이 금발 때문인지도 모른 채.
나를 수상한 눈빛으로 쳐다보는 그들에게 ‘뭘 꼬라봐.’라는 차도녀스러운 눈빛으로 노려보았다.
그러자, 자신들은 안 쳐다봤다는 듯 다시 제 할 일을 시작하는 그들이었다.
난 그 모습에 흡족해하며, 다시 음악을 듣고 있는 데 바로 내 앞에 타겟이 털래털래 스쳐지나갔다.
갑작스러운 그 녀석의 등장에 놀라긴했지만, 미행을 해서 몰래 괴롭히는 게 더 중요한 일이었으므로 안 들키게 조심스럽게 쫄래쫄래 따라갔다.
‘툭.’
“히히, 저기가 강의 듣는 자리구나.”
근성의 집념으로 끝까지 미행을 하니, 민식이가 수업을 듣는 강의실 까지 들어가게 되었다.
그리고 어느 자리에서 가방을 놓고, 볼 일이라도 보러가는 지 한 눈 파는 사이에 사라져버렸다.
훗, 지금이 기회네.
히히. 내가 미리 유리에게 입 다물라고 하면서 챙겨두었던 압정을 쓸 때가 되었어.
‘투투툭.’
“키득키득, 어디 엉덩이에 철이나 박혀보라지.”
히힛, 멍 때리고 저 자리에 앉으면 상큼하게 저 압정이 엉덩이살을 파고들며 박히겠지?
그것때문에 고통스러워 할 민식이 모습을 생각하면 웃음이 절로 나오는구나.
이게 다 우리들 버리고, 티아라 언니들이랑 놀아서 그런거야.
너의 흥하는 여복 때문에 고스란히 받는 거라고 생각하라고.
의자에 놓여진 압정을 보며 후의 상황을 생각하면서 키득거리다가 강의실의 문이 열리는 소리에 재빠르게 책상 밑으로 숨어서
안 들키게 기어서 기둥 쪽으로 움직인 뒤 민식이의 앉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뭐야 이거.”
민식이는 나의 기대와는 달리 의자에 놓인 압정을 보고 살짝 당황한 기색도 없이 묵묵히 가방에서 교재를 꺼내서,
그것으로 잔뜩 놓여진 압정밭을 간단하게 쓸어서 치워버렸다.
그리고는 깔끔해진 의자에 앉아서 압정을 쓸었던 교재로 공부를 하는 민식이의 모습에 나는 정말로 충격을 입었다.
저 자식, 왜 저렇게 시크해졌어.
“이..이럴수가.. 저런 멍청이 자식이 저걸 발견하다니..”
난 진짜 크나큰 충격을 입었다.
항상 우리들에게 당하기만 했던 민식이가 저렇게 크다니.
피떡이 될 때까지 맞고, 강도단들에겐 인질로 잡혔던 저 뇨석이 저렇게 시크해지다니.
근데 그것보다,
“히잉.. 내가 저거 얼마나 정성스럽게 깔은건데. 흐잉..”
사실 작가가 저렇게 대충 묘사해서 그렇지, 쏟아부은 게 아니라 하나하나 정성스레 의자 위에 올려놓았다고.
저 뇨석이 익스플로전을 시전하러 갔었는 지, 시간이 남아돌아서 정성스레 놓으면서 위치까지 수정했는데.
매정하게 그 압정을 치워버리다니.
괜시리 마음이 울적해졌다.
그렇게 울적한 마음으로 기둥에 몸을 기댄 채 그대로 앉아버리고는 갑자기 쏟아지는 졸음에 그대로 잠들어버렸다.
얼마나 자버렸을 까, 정신을 다시 차려보니 강의가 끝났는 지 사람들이 하나 둘 씩 빠져나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흐암. 잘 자따. 미,민식이는!?”
일단은 자긴 잤으니, 기지개를 쭈욱 피고 민식이가 아직도 그 자리에 앉았는 지 살펴보았다.
아,아니.. 없어!? 어디론가 사라졌는 지 몰라서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다행히도 강의실 문으로 움직이는 그 뇨석의 모습이 포착되었다.
나는 민식이를 다시 미행하기 위해 가방에 넣어두었던 안경을 쓰고, 꾸벅꾸벅 조느라 땅바닥에 떨어진 모자에 묻은 먼지를 털곤 다시 쓰고
종종걸음으로 민식이를 몰래 쫓아갔다.
“히잉, 여기는 어디지? 구내식당?”
시크해진 민식이가 혼자서 가방을 어깨에 메고 걸어간 곳은 사람이 적당히 많은 구내식당이었다.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가 너무나도 시끄러워 살짝 짜증을 내며 귀를 막아보았다.
히이, 아주 살짝 조용하다.
아? 또 놓쳐버렸어!
“히잉.. 도대체 또 어디로 사라진거야. 헙! 저기 있다!”
쓸데없이 귀를 막아서 또 민식이를 놓쳐버렸다.
오늘따라 왜 이렇게 내가 띨파니 같은 행동만 골라서 하고있다니, 어제보다 더 수치다.
어쨌든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열심히 찾아보니, 다행히도 음식을 받아서 먹을 준비를 하는 민식이를 볼 수 있었다.
근데 수저가 없었는 지, 머리를 긁적거리며 카운터로 걸어가는 듯 했다.
“히히. 이 때가 기회닷!”
난 기회를 놓치지 않는 뇨자였으니깐, 당연히 민식이가 시켜놓은 음식이 있는 곳을 향해 달려갔다.
그리고는 옆에 간을 맞추기 위해 구비되어있는 소금통과 후추통을 들어 마구마구 국에다가 뿌려댔다.
“후후후.. 어디 혀가 썩어보라지.”
나는 이번에는 성공할 것 같다는 자신감에 흐뭇한 미소를 지으면서, 민식이가 앉아있는 곳과는 조금 동떨어진 자리에 앉아
멀리서 민식이가 어떤 반응을 보일 지 궁금해하며 기대에 넘치는 표정으로 민식이를 지켜보았다.
이번에도 괜시리 눈이 초롱초롱해지고, 입가에 미소가 번지는 듯한 느낌이다.
“민식아, 오랜만이다.”
“음? 아, 오랜만-”
“뭐야.. 저 뇨석은.”
민식이가 내가 바라던 대로 숟가락을 들어 국물을 한 모금 훌쩍 마시려고 할 때 쯤,
어느 불청객이 민식이에게 다가와서 말을 걸기 시작했다.
난 갑작스런 친구의 등장에 당황하긴 했지만, 곧 가겠지 하며 대충 떠넘기려는데,
저 친구라는 뇨석이 계속 민식이가 스프 먹으려는 것을 막으며 수다를 떠들어대는 것이 아닌가.
이제는 민식이도 대화의 꽃이 폈는 지, 숟가락을 놓고 입을 나불대기 시작했다.
히잉, 어서 빨리 그 스프를 먹으란 말이야.
“음, 그래. 그럼 나중에 보자. 근데 민식아.”
“응?”
“배고파서 그러는 데 이거 몇 숟가락만 떠먹어도 되지..?”
“응.”
“히잉..? ..저게..?”
친구뇨석은 대화의 꽃을 피우려는 것으로도 모자라, 수면의 꽃을 피울 기세로 민식이에게 내가 제조한 마법의 스프를 먹어도 되냐고 물어보았다.
민식이는 아무 생각 없이 친구 놈의 부탁에 허락해주고 숟가락을 건네주었다.
그 친구라는 애는 '고마워'라고 민식이에게 말하면서 몇 숟가락을 떠먹었고, 나는 차마 그 광경을 지켜볼 수 없어서 눈을 질끈 감았다.
몇 십초가 지났을까, 수저가 쏟아지는 소리와 함께 주변의 시선이 집중되었고 나도 질끈 감았던 눈을 떠보니, 어느새 마법의 스프를 쳐묵했던 그 친구가
차가운 땅바닥과 융합을 시도하고 있었다.
사태는 점점 눈덩이 마냥 불어나서 구급차가 삐용삐용 거리며 식당 밖에 도착했고, 구조요원들은 들 것을 들고 식당 안으로 들어와선 그 친구를 싣고 멀리 떠나버렸다.
“히잉.. 저 놈 때문에 망했어!”
나는 두 번째 복수마저도 완전히 실패해버리자, 울적한 마음에 식당 구석에 주저앉아 손가락으로 땅바닥에 원을 그려댔다.
하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는 여자였으므로, 오후 강의가 끝날 때 까지 기회를 엿보았지만 신은 내게 마지막 희망 조차 주지를 않으셨다.
결국엔 모든 걸 포기하고 지쳐갈 때 쯤 대문 밖을 빠져나올 때, 민식이도 마찬가지로 빠져나오는 모습이 보였고 나는 그런 그의 모습에, 지쳤지만 포기하지 않고 그를 쫓아갔다.
이윽고 택시를 타는 민식이의 모습에 쟤가 지금 어디에 가고 있는 지, 대충 눈치를 채고 민식이가 탄 택시의 뒤에 있던 택시에 재빠르게 탔다.
“아저씨, 저 택시 따라가주세요.”
“어디로 가는 데요?”
“민식이 집이요!”
“네?”
“아..아니 저 택시 따라가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