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녀시대와 9 대 1 과외하기 아흔 두 번째 과외.
〔여보세요?〕
“언니, 지금 니네들 숙소 앞이니깐 빨리 나와. 빨리 안나오면 분당 두 대 씩이다.”
〔으악, 그,그런 억지가 어디써! 어쨌든 우리도 준비 다했으니까 얼른 나갈께!〕
훗, 역시 싴병장포스의 위엄은 아직까지도 떨쳐지고 있는 것 같네.
통화를 통해 설리가 나에게 약간의 반항을 하려고 하긴 했지만, 침묵의 포스에 곧바로 강아지마냥 꼬리를 내리고 어서 나온다고 한다니.
바깥이 좀 쌀쌀하니까 어서 나와라 얘들아.
“언니이!!”
“빨리 빨리 나오랬지? 삼 분 늦었으니깐, 두 당 여섯 대다. 이동하면서 불시에 맞을 준비해.”
이 요망한 것들.
그 하찮은 놈을 볼 수도 있다는 말에 저렇게 꽃단장을 하고 나와버리다니.
설리는 자신의 러블리한 외모를 돋보이게 하려고 머리에는 활짝 웃는 해바라기 머리핀을 꼽고, 옷도 러블리한 것들만 골라서 입었다.
내 동생 수정이도 매끈한 다리라인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서 쫙 달라붙는 핫팬츠와 초록색 가디건을 매치했다.
누가 보면 바캉스 떠나는 줄 알겠네.
“걸어갈까?”
“걸어가면 너무 먼데에.”
“택시 타자!”
택시를 타자니, 순간 아까의 악몽이 떠올라버려서 나는 무조건 반대라는 의견을 펼쳤으나 이 곳은 민주주의 의식이 도사리고 있는 대한민국.
택시 2표 다른 교통수단 1표였으니, 망할 다수결의 원칙을 따라서 울며 겨자먹기라는 식으로 택시에 몸을 실었다.
“대학 가면 민식이 오빠 볼 수 있을까?”
“볼 수 있겠지. 어디라고 했나, 중앙대?”
“유리 언냐가 같은 학교 다닌 다고 난리부르스를 떨었으니까, 아마도 중앙대일걸?”
“시끄러 이것들아. 아저씨 중앙대 입구 가요.”
택시에 타자마자 설리와 수정이는 꽤나 설레이는 마음을 갖고 있었는 지, 풋풋한 수다를 멈출 줄을 몰랐다.
그래, 니네들은 설레이겠지만 이 언니는 좀 귀찮아요.
다시 한 번 얼음공주 포스를 뽐내서 애들을 조용히 시킨 뒤, 묵묵히 목적지를 말하는 나였다.
다행히 이번에는 쪽팔리는 일 없이 우리는 목적지에 당도했다.
“항상 밴 안에서 별 문제 없이 대학교 문 통과해서 잘 못 봤는데, 크다아.”
“언니, 여기서 기다리면 오빠 볼 수 있어?”
“음, 아마도?”
“히잇, 기대된다.”
설리는 대학교 입구 앞에서 대학교를 보면서 감탄하는 중이었고, 수정이는 나한테 여기서 기다리면 그 녀석을 볼 수 있냐고 묻는다.
나는 확실치 않은 말투로 수정이에게 대답을 해주었다. 나의 말에 수정이는 뭐가 그리 기대되는 지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도로가를 쳐다보고 있다.
하지만 몇 십분을 뻘쭘하게 기다려도 그 녀석의 흔적도 모습도 먼지 한 톨조차 보이지 않았다.
“언니이.”
“왜.”
“오빠 대학 안에 있을 지도 모르니까, 안에서 기다리자아. 응?”
설리와 수정이는 동시에 가녀린 내게 매달리며, 대학 안으로 들어가자고 앙탈을 부렸다.
안까지 가면 찾기가 더 귀찮을 것 같지만, 뭐 어쩌겠는가. 도로에서 이렇게 있는 것보단 안으로 들어가서 따뜻하게 있는 게 더 현명할 것처럼 보여서 군 소리 없이
나와 수정이와 설리는 캠퍼스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사람이 많이 다니는 광장의 벤치에 앉아, 묵묵히 지나가는 사람들 중에 그 녀석이 있나 눈에 불을 켜고 찾아봤다.
“히잉.. 오빠 왜 이렇게 안 보여..”
설리의 말대로 그 녀석의 모습은 아예 보이지도 않았다.
결국엔 한 시간이 지나도 안 보이는 바람에 허탕만 쳤다 생각했고, 거기다가 설리와 수정이는 다리가 아프다고 징징대는 바람에 그냥 오늘은 이 쯤에서 그만두고 집에 가야겠다고 생각하는 나였다.
“언니, 먼저 캠퍼스 밖에 나가 있어. 우린 화장실 좀 갔다올게.”
“응.”
할 수 없이 다시 숙소로 움직이기로 하고, 수정이와 설리는 볼 일을 보러 화장실을 향해 걸어갔다.
나는 일단은 혼자서 캠퍼스를 빠져나왔고, 가만히 벽에 기대서 두 막내가 볼 일을 다보고 올 때까지 유유히 대기를 탔다.
‘부르릉, 끼익.’
“음, 뭐징?”
그렇게 두 막내를 기다리고 있을 때 쯤, 우리가 타는 벤 만큼이나 웅장하고 빛나는 벤 하나가 캠퍼스 앞에서 멈춰섰다.
“음...음... 그 망할 뇨석?”
캠퍼스 앞에 멈춰 선 그 벤에서 내리는 남자는 여자 둘이 매달린 채로 내렸다.
남자가 여자랑 놀기보다는 오히려 시달리는 모습인 것 같았다.
근데 세 명 모두 다 어디서 본 것 같은데..?
특히 저 남자, 머리 스타일하고 염색이라도 한 건지 색만 바뀌었지.
생긴건 완전 민식이잖아. 옆에 있는 두 여자는.. 은정언니하고 효민이?!
잠깐 이 상황을 어떻게 정리해야돼.
민식이 저 녀석이 우리랑 잘 놀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꺼지라하고 말 없이 사라지고, 근데 막상 보니까 딴 여자랑 놀고있고 결국엔 우리가 질려서였던거야?
저 새끼. 배려심 깊긴 개뿔, 완전 카사노바잖아. 여자를 껌으로 아는 새끼.
나는 순간 열이 확 올라와서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두 여자와 놀아나는 민식이에게 발걸음을 재빨리 옮겼다.
“어..? 시카야 네가 왜 여기..?”
“아, 효민아. 이 팔좀 놓으라니깐.. 음? 시카야 네가 왜 여기에..”
은정언니가 빠르게 다가오는 날 보자 의외라는 말을 했고,
은정언니의 소리 떄문인 지, 효민이에게 시달리고 있었던 민식이도 마찬가지로 뒤를 돌아보자 보이는 내 모습에 놀라며 말했다.
난 그 질문에 대답할 시간도 없었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손을 올려 매우 아프게 민식이의 볼기짝을 강타했다.
민식이는 갑자기 싸대기를 맞자 맞은 곳을 손으로 감쌌고, 나는 볼따구를 떄려도 타오르는 분노에 거칠게 숨만 쉬었다.
“아...아..?”
“나쁜 새끼.”
민식이는 자신이 영문도 모르고 싸대기를 맞자, 뭐라 말도 못하고 벙쪄있었다.
다른 티아라 멤버들도 이 상황에 의문을 가지며 벙쪄있긴 마찬가지.
“너 그렇게 재밌었어?”
“시카야, 갑자기 무슨 소리야?”
“시카야.. 왜 그래..?”
나는 다른 사람의 상황엔 상관없이 일단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기 시작했다.
민식이는 갑작스러운 나의 등장에 계속해서 당황한 모양이었지만,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은정 언니 또한 갑작스런 나의 행동에 당황하며 물어보긴 매한가지.
“우리 애들은 그저 놀잇감에 불가한거야..? 너에 대한 애들의 감정은 너한테는 그저 쓰레기 한 줌 보다도 못했던거야?”
“..?”
“더러운 놈, 개 같은 자식.”
마음 속에 담았던 말을 있는 그대로 민식이에게 내뱉었다.
너무 그런 거 아니겠냐고 생각하겠지마는 나도 얘들한테 까칠하게 굴어도, 그 만큼 아끼고 사랑한다고.
근데 저 놈은 항상 기다리고 있는 여자의 마음을 잔인하게 짓밟는 놈 들중에서도 가장 사악한 놈이야.
나는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씩씩거리며 다시 보고싶지도 않은 곳에서 벗어났다.
“언니이~ 많이 기다렸지?”
“별로 안 기다렸어, 어서 가자.”
다시 캠퍼스 대문으로 가자, 설리와 수정이가 볼 일을 다 봤는 지 쪼르르 달려나왔다.
나는 그녀들이 옆으로 돌아서 민식이를 볼 수 없게 하면서 데리고 다시 택시를 탔다.
이윽고 택시는 에프엑스 숙소에 도착해서 멈춰섰다.
그리고 다시 소녀시대 숙소를 향해서 택시는 달리기 시작했다.
숙소에 도착하기까지, 난 아까 내가 했던 행동에 대해 잠시 생각을 해보았다.
내가 왜 그랬을까. 라는 생각이 우선 내 머리를 옹골차게 채웠다.
왜. 내 상관할 바가 아니었는 데 그랬을까. 왜 그렇게 과장하며 말했던 걸까.
애들 때문에..? 그래, 맞아. 애들 때문일꺼야. 내가 멤버들은 사랑하고 아끼는 거니까 대신 그 놈에게 가서 말해준거야.
그 놈은 나쁜 놈이니깐, 우리 애들을 그렇게 매정하게 버렸겠지. 용서 못해, 복수하고 말끄야.
‘근데, 어쩌지.. 얘들한테 말할까..’
그러다가 문뜩 든 생각, 그 네 명은 민식이를 찾았는 지가 무척이나 궁금할테고.
난 일단 따지고보면 민식이를 찾았으니깐, 내 할 일은 다 한 것 같았다.
그리고 있었던 일을 말하면 되는데, 알아버리면 무척이나 실망하고 심지어는 상처까지 입을 것 같다는 생각에 말을 안하기로 했다.
그리고 그냥 내가 알아서 해결하기로 했다. 어차피 이틀 동안 할 것 없어서 심심한데, 그 자식한테 복수하는 걸로 때워야 겠다.
유리야, 순규야, 미영아, 윤아야. 걱정하지마, 내가 복수해줄게.
**
“무..무슨 일이야?”
“아, 아니야. 나 일단 공부하러 가볼게. 은정누나랑 효민아, 먼저 집에 가. 고마워.”
“으응..”
제시카가 화를 내며 걸어가는 뒷모습을 그저 멍하니 지켜보았다.
누나들은 이게 무슨 일이냐며, 놀라며 나에게 되묻지만 난 일단 그에 대한 대답은 하지 않고 그냥 공부하러 캠퍼스 안으로 들어간다고 말했다.
은정누나도 더 이상은 안 물어보고, 공부 잘 하라면서 배웅을 해줬다.
나 또한 그에 대응하며 손을 흔들며 캠퍼스 안으로 들어가 중간 고사 대비 겸 도서관 어느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교재를 피고, 공부하기 전 샤프를 손에 쥐며 생각해보았다.
시카가 왜 갑자기 나에게 그런 행동을 했을까..
나는 뭐 때문에 그랬는 지 상황정리를 해보기로 했다.
SM 사장이 시켜서 나쁘게 애들한테 군 다음, 갑자기 사라졌고. 그 때문에 난 나쁜 놈이라고 낙인이 찍혔을거고, 시카는 내가 말 없이 이사를 가서는
티아라 애들에게 시달리는 꼴을 보고, 시카가 그걸 봐서 오해를 한 거고, 난 그래서 싸대기를 맞은 거라고 생각했다.
“맞을 만 하네..”
상황 정리를 하니까, 내가 왜 싸대기를 맞았는 지 확실히 알 것 같았다.
내가 시카였어도, 나의 볼을 냉정하게 때렸을 것 같았다.
그 여린 마음에 얼마나 흠집이 났을 지, 대충이라도 알 것만 같았다.
갑자기 미안한 감정이 마음 한 구석을 비집고 들어와선 점점 퍼지기 시작했다.
“근데.. 이걸 어떻게 해결하지.. 에라 모르겠다, 될 떄로 되라지..”
그리고는 어떻게 해결할 지 잠깐 생각해보는데, 도저히 대책이 안 떠오른다.
그 게을러진 마음 때문에 나는 포기하듯이 ‘될 때로 되라지.’라고 말했고 잠시 그 생각은 접어두고, 이번 시험 공부를 하기 위해 두꺼운 책의 표지를 열었다.
으으, 이번에도 분량이 너무 많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