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1화 (72/333)

* 소녀시대와 9 대 1 과외하기 예순 일곱 번째 과외.

“으잇, 민식아 잘 먹었어.”

“으히이.. 뭔가 배부른 데 부족해..”

‘너님들은 배부르겠지만 난 아직도 배고파, 

  그 이유는 너네들이 내 스테이크까지 맛있게 약탈했기 때문이겠지, 우우우우... 어째서 너네들이랑 같이 다니면 항상 적자냐!?’

태연이는 다행히 양심이 있는 여자였는 지, 적당히 먹고 적당히 포만감을 느낀 것 같았다.

아님, 태연이의 위장이 의외로 스몰 사이즈 였었거나.

하지만 위장 작은 여자 태연이와는 달리 수영 양은 식신이라는 칭호답게 위장 사이즈도 대용량 인 지, 아직도 자신의 배를

부여잡으며 또 다른 먹을 것을 원하는 그녀였다.

우우, 정녕 수영 너님은 얼마나 먹여야 GG를 치는거야..?

“우리 내일 한국으로 돌아가는 데, 매니저 오빠도 없고 기념으로 술판 벌일까?”

“콜~ 민식이 방으로 가서 마시자!”

“설리도 콜!”

내 의사와는 상관 없이 내 방에서 마시겠다니, 나로서는 눈 뜨고 당한 격이었다.

너네들은 진정 나를 제외한 대한민국의 남자들의 로망인 소녀시대와 에프엑스가 맞는 것이냐.

정체성이 레알 의심스럽군.

그리고 설리는 미성년자면서 왜 술 파티에 콜하는겨!?

“이,이봐요.. 나 돈 없어..”

“괜찮아! 우리들도 돈 챙겨 왔어!”

나는 텅 빈 지갑을 보여주며 더 이상 술에다가 돈 쓸 돈도 없다고 거의 애걸복걸하자,

소녀들은 자신들의 가방을 흔들어보였다.

돈이 있었으면 스테이크 값 계산할 때 더치페이를 해주면 내가 더 기뻐했을 텐 데,

우우.. 어째서 너님들은 내 맘을 그리도 모르는거냐.

“유리하고 나 하고 술 사갖고 올게- 다들 방에서 한 캔 이상 먹을 준비해.”

“히잉..태연아 왜 자꾸 날 데리고 가려 하는 거야.. 내가 들러리니?!”

“넌 민식이랑 붙어있으면 뭔가 할 것 같은게 불안해서 그래. 예방차원으로 유리 너는 나를 따라와.”

태연이가 자기 한 몸 희생해서 유리를 끌고서 마트 쪽으로 움직였다.

태연이는 유리가 불안했겠지만, 나는 전혀 불안하지 않아.

다만 슬슬 자연스럽게 내 양 옆을 차지하는 에프엑스 막내라인이 불안할 뿐이였다.

“오빠! 방에서 마실 때 내 옆에 앉아야 돼?”

“최설리, 네가 왜 오빠 옆에 앉으려고 해. 오빠는 내 옆자리야.”

‘어이, 내가 너네들 장난감이냐..’

얘네들이 이제 대놓고 나를 노예 취급 하는 것을 보니, 아마도 서로 나를 좋아한 다는 것을 눈치채거나 밝혔나보다.

에프엑스 쪽은 물론이거니와, 아까 태연이와 유리의 상황을 봤을 때도 마찬가지인 듯 했다.

하지만 너님들이 아무리 미소녀라도 내가 장난감 취급 당하는 건 좋지 않은 상황이야..

“정 옆자리에 앉고 싶었으면 그 때 좋아한다고 고백하지 그랬어? 난 고백했으니까 옆 자리에 붙어 있을 거야.”

“치잇.. 그 정도 갖고 명함 내밀 수 있겠어? 나는 민식이 오빠랑..”

‘어엌, 더 이상의 발언은 위험하다.’

수정이가 정신줄이라도 놓은 건 아닐텐데, 갑자기 그런 발언을 왜 뱉으려고 하는 건지.

순간 멍때렸으면 수정이가 사고라도 칠 까봐, 재빠르게 내 왼쪽에 있었던 수정이의 입을 손으로 막아버렸다.

말 하려는 수정이의 입을 갑자기 막아버린 나의 행동에 다들 의심스런 눈빛으로 쳐다보았으나, 

별 신경 안 쓰고 다시 하던 대화를 다시 하기 시작하는 그녀들이었다..

“수정아, 입 조심해.”

“으응..”

‘순간 후달렸다..’

수정이도 자기가 말할 뻔 했다는 사실에 동조하면서 고개를 끄덕거렸다.

일단, 나는 십년감수 했다는 생각으로 덜컹 내려앉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렇게 한 차례 폭풍이 될 뻔한 위기가 지나가니 어느새 내 방으로 도착했고,

모든 소녀들은 다시 한 번 방의 스케일에 탄복하며 자연스레 내 소파와 침대를 정복하기 시작했다.

“얘들아 사왔어!!”

“우우우우!!”

할 것 없는 열 두 처자와 나는 침대와 소파와 카펫에서 샹송을 배경음악을 삼아 뒹굴뒹굴 돌아다니다가,

반가운 태연이의 목소리에 모두 자리에서 박차고 일어나며 그녀들을 환호했다.

하지만, 소녀들이 정작 반가웠던건 태연과 유리가 아닌 까만 봉다리 안에 있는 맥주캔들이었다.

너도 나도 태연과 유리를 아오안에 두는 게 대세였는 지, 태연과 유리는 반길 생각은 안 하고 각자에게 배급 된 맥주만 챙겨가는 그녀들이었다.

“태연이하고 유리 수고했어.”

“으헝헝, 민식이 너만 우리의 고생을 알아주는 구나.”

“응, 나도 그 경험 사회생활 하면서 엄청 해봤거든, 나라도 니네들의 수고를 알아줘야 할 것 같아서..”

나는 충격 덕분에 니힐리즘의 늪으로 빠져버린 두 소녀를 ‘관심’이라는 지푸라기라도 던져줘서 겨우 끌어올리자,

유리 양은 웃음과 울음이 섞인 정체 모를 사운드를 만들어내면서 나와의 포옹을 유도했지만, 나는 간단하게 다가오는 그녀의 이마에 손바닥을 짚으며

더 이상 접근을 못하게 그녀를 봉인해두었다.

“어이, 거기 셋. 셋이서만 담소 나누지 말고 어서 여기 와서 맥주나 까먹자!”

“민식이 오빠, 어서 어서 오세용~”

“아,알았어..”

수영이는 맥주 캔을 든 채로 우리 셋을 소환하려는 목적으로 우리를 지목해서 불렀다.

수영이의 부추김에 맞춰서 설리는 자리에서 박차고 일어나 나의 팔에 거침없이 팔짱을 끼고는 자신의 옆자리로 나를 인도했다.

아아, 나는 그저 도살장에 끌려가는 식용 돼지처럼 설리에게 끌려가 앉았다.

그리고 말 없이 허기진 뱃가죽에다가 생보리 맥주를 슬슬 채우기 시작했다.

*

술판이 벌어진 지 어언 2시간 경과.

지금까지의 상황을 저 김민식 리포터가 보고해드리겠습니다.

일단 제가 있는 위치를 기준으로 말씀 드릴 것 같으면, 서쪽에는 날 그렇게 괴롭히던 두 막내가 주량이 약했는 지

각각 한 캔씩을 잡수시더니, 섭취한 지 20분만에 알흠다운 꿈갤로 입갤하셨습니다.

그리고 동쪽에는 단신듀오(태연,써니)와 서현,수영,파니,효연과 나머지 에프엑스 멤버들 까지 잘 버티다가 맹렬히 뻗어버리셨습니다.

술 냄새는 서쪽 보다 동쪽이 더욱 더 자욱하고 진한 것 같네요. 아흑, 냄새도 참으로 고약해요.

이러다가 리포터도 현 상황 중계를 못하고 곯아 떨어지는 게 아닌가 모르겠네요.

전 주량이 조금 센 편이라서 아직 두 캔째인데 그럭저럭 잘 버티고 있습니다.

아직도 저를 제외하고도 세 분이 더 남으셨네요. 

유리양과 윤아양과 시카양이 저와 함께 4강에 진출하셨습니다. 짝짝, 열화와 같은 반응 부탁드려요.

4강에 진출 한 겸해서 저희 4명은 경기장도 바꿨습니다. 거실에서 안방으로요.

“히히, 민식 오빠!”

“으..응?”

“프랑스에서 대학 생활 얘기해줘어-”

“아까도 한 것 같은디..”

벌써부터 TOP4에서 탈락하실 한 분이 눈에 선하네요.

헤롱헤롱 거리는 말투와 무거운 눈꺼풀을 지닌 윤아양이 바로 탈락자 분들 중 한 분 인듯합니다.

계속해서 같은 소리만 지껄이고 평소에 부리지도 않던 애교를 남발하는 걸로 봐선 곧 가실 듯 합니다.

저는 어쩔 수 없이 정신을 가다듬고 다시 아스트랄했던 파리대에서의 생활을 얘기하기 시작했습니다.

“... 그러니까 결국엔 내가 의도치 않게 게이취급을 받은거지..”

“쿠우우울-”

“히히히, 민시가 유나 봐바- 자고 이써! 이히히히히..히..ㅅ..”

아, 정말로 다시 이야기해도 다사다난했던 스토리를 끝마치고 나니 눈물이 저절로 나오는 듯 하네요.

하지만 이 이야기를 해달라던 윤아라는 아해는 이미 잠들었나 봅니다.

피곤했는 지 그녀의 새근새근 잠자는 소리가 제 귓가에 진동하고 있어요.

일단 첫 번째 탈락자는 윤아 양이었습니다. 그 동안 잘 버티셨어요. 소감은 아침에 듣도록 하죠.

아, 윤아 양이 탈락하기가 무섭게 유리양이 꽐라가 된 혀로 뭐라 말하며 웃다가 그대로 쓰러져 버리네요.

웃다가 쓰러지는 꼴이 참으로 보기가 좋습니다. 제 점수는요, 

일단 제 점수는 킵하고 두 번째 탈락자는 유리 양인 것을 알려드리면서 계속해서 현재 상황 중계를 해드리겠습니다.

“뭐,뭐야.. 어쨌든 시카도 곧 잘 것 같으니, 정리나 하고 나도 자야겄다.”

“치우지마..”

“응?”

“왜 치울려고 그래..”

나는 윤아와 유리가 주검이 된 모습을 보고, 제시카의 곧 쓰러질 듯한 모습도 보고 나는 이 쯤에서 술판을 정리해야겠다고 생각하며,

아스트랄하게 널부러진 맥주캔을 하나하나 집어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제시카가 내가 정리하는 모습을 보았는 지, 나지막하고 잔잔한 목소리로 내가 치우려는 걸 제지했다.

“그냥, 애들 다 자니깐 치울려고 그랬지.”

“난 안 자잖아. 그냥 같이 마시자”

“으음, 아..알았어.”

나는 아직 제시카하고는 그렇게 친한 편은 아니라서, 어색한 말투로 그녀를 대했다.

그러자 그녀는 묵묵히 맥주를 넘기면서 나에게 계속 마시라고 권유를 했고 나는 잠깐 멈칫했지만, 뭐 아직 정신은 말짱하니 한 캔만

더 먹자는 심정으로 나머지 한 캔을 집어들었다.

그리고 나는 제시카가 말하는 것을 묵묵히 들어주면서, 어색한 대화를 계속해서 이어나갔다.

하지만 시간이 약이 된다고 어색한 분위기도 점점 친숙한 분위기로 변해가고 있는 듯 보였다.

그렇다고 해도 아직 분위기는 어색도가 75%라서 자꾸만 끊기는 대화는 어찌 해 볼 수 없는 듯 했다.

“야.”

“어?”

“사실대로 말해, 너 나랑 아직 까지도 어색하지?”

“어..? 음.. 응.”

“풋, 싱거운 놈..”

그렇게 서로 묵묵히 맥주캔을 비워가고 있을 때 쯤, 제시카가 맥주캔에 붙였던 도톰한 입술을 떼며 내게 물어왔다.

나는 그녀의 질문에 살짝 당황한 모습을 비췄으나, 난 오히려 당황해서였는 지 그녀의 질문에 거짓없이 사실인 듯한 느낌이 채워진

말을 해주며, 그녀의 말에 답했다.

그러자 그녀는 가볍게 웃으면서 날 싱거운 녀석이라고 불러댔다.

나는 그녀의 말에 괜스리 얼굴이 홍당무 처럼 발갛게 붉어져버린 채로 머리를 긁적거렸다.

“히힛, 민식아..”

“어?”

“나한테 관심 좀 가져줘.”

난 제시카의 말에 안 그래도 쪽팔려서 머리를 긁적거리고 있었는 데, 

그녀는 굴하지 않은 듯 여신같은 미소를 자아내며 나를 부담스럽게 쳐다보고 있었다.

난 그녀의 미소를 애써 피해버렸고, 제시카는 웃으면서 나의 이름을 나즈막히 부르고 뭐라 부탁을 했다.

그리고는 눈 깜짝 할 새에 잠들어버린 그녀였다.

‘시카가 뭐라고 한 거지..? 음, 내가 잘못 들은 건가.’

나는 제시카가 잠들어버리자, 자리에 일어나서 널부러진 캔들을 하나 둘 씩 치우기 시작했다.

한 10분이 지나니 완벽히 캔들은 정리가 되어 현관 앞 큰 쓰레기 봉투를 다 채울만큼 한 가득 담겨있었다.

그리고 다시 제시카가 잠들기 전 했던 말을 기억해보려 애썼는데,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다.

나는 내가 잘못 들은 거라 생각하고, 유일하게 빈 좁은 소파로 가서 불편한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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