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0화 (71/333)

* 소녀시대와 9 대 1 과외하기 예순 여섯 번째 과외.

‘아아, 이 자식들 몸집이 크고 우람하다. 조흔 덩치다..’

서양 아해들은 뭘 잡수시길래 몸집의 발육이 왜 이렇게 남다른걸까, 여자 아해들의 발육은 바람직하다만 역시나 아직은 남자들의

발육은 바람직하기보다는 부담스러운 쪽에 가깝다는 게 내 의견이었다. 물론 내 발육은 제외하고서 말하는 거지만.

“헤이, 보이 - 깁미더 달러.”

‘야이야이 자식아, 난 너네들 돈 맡겨둔 은행이 아니야. 그냥 그저 지나가던 평범한 행인이라고.’

나는 그냥 저 두 서양인을 아예 못 본척 하고 지나가려 했으나, 이미 나는 What? 이라고 가벼운 입을 나불거렸을 뿐이고,

오랜만에 나 자신을 꾸민 김에 버프 효과로 발동되었던 ‘가오’ 따위는 이미 안드로메다로 관광 차 여행을 떠났다.

“흐음, 헤이 유. 이프 유 낫 돈 깁 미 머니, 유 윌 비 다이. 오케이?”

‘아, 내가 죽는다니. 아직 못 해본 게 산더미처럼 쌓였는데!!’

나는 덩치 큰 백인이 지껄이는 영어가 처음에는 거짓말인 줄 알았으나, 그들의 주머니에 있는 빛나는 무언가를 보고는

저 사람들은 지금 무척 진지하다는 것을 깨달았고 나 또한 먼 곳에 있을 줄 알았던 죽음이 지금 다가오는 구나 라고 생각하며

지난 추억을 잠시 회상해보았다.

그저 평범하게 학창 시절을 보내고, 대학도 평범하게 다니고, 군대도 일찍 가서 연장자 형님들 부려먹는 재미도 좀 보고,

하지만 그 만큼 이병,일병 때 갈굼을 좀 당했지만.. 그리고 제대하고 난 뒤 다시 학교를 가고 그러다가 혼자 살게 되고,

이사한 당일에 태연과 윤아랑 아스트랄한 첫 만남을 했고, 어쩌다보니 지금 여기 프랑스 까지 오게 되어서 죽게 생기고..

참으로 최근 1년 동안 평생 못 해볼 경험 다 해버린 것 같은 느낌이었다.

‘헤..헤..헬프 미..’

생명의 위기를 바로 직감해버린 나는 도와달라는 말이 바로 떠올랐으나, 안타깝게도 주머니 속의 칼을 본터라 

바로 찔릴 것 같은 공포심과 두려움에 섣불리 입 밖으로 말이 나오지가 않았다.

* 읽기의 편의를 위해서 잠시 한글로 씁니다.

“하하, 돈 만 주면 살려준다니까?”

“저..진짜로 돈 없어요..”

“그럼 비싸보이는 이 시계는 뭐냐? 이걸 확!”

덩치가 좀 마른 백인은 나를 보더니 씨익하고 잔인한 웃음을 짓고 계속해서 나를 협박해왔다.

이미 칼을 본 나는 뭐라 힘도 못 쓰고 반항을 하지 못하고 그저 돈이 없다는 말만 계속 반복했다.

그러자 덩치가 좀 있는 백인은 내 시계를 몇 번 삿대질 하고는 금방 때릴 것 같은 기세로 나를 향해 주먹질을 하려 했다.

“민식아.. 무슨 일 있어?”

‘아니.. 효연이와 엠버의 등장이 아닌가..! 진정으로 그대들을 나를 구원하러 왔다면 썡유베리감사요!’

이제는 눈을 질끈 감아 운명을 받아들이려는 그 순간, 혜성같이 나타난 효연과 엠버가 내 쪽으로 걸어오며 상황을 물었다.

분명 아마도 소녀들이랑 담소를 잘 나누며 걷다가 나의 존재가 없다는 것을 깨닫고 여기 왔으리라, 나는 생각했다.

“아!, 민식아.. 혹시 얘네들 강도..?”

역시나 여자의 직감은 참으로 매서웠다.

단 한 번에 상황을 짐작하고 이 2인조의 정체가 강도인 것을 알아채린 효연도 대단히 존경스러웠다.

나는 강도들이 갑작스러운 효연과 엠버의 등장에 당황한 모습을 보면서 알게 모르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나의 대답을 받은 효연이는 알았다며 뭔가 생각하고는 곧바로 침착한 표정을 지었다.

“꺄아아아악!! 강도야! 강도!”

“뭐,뭐라고!!”

“효연아, 무슨 일이야?!”

효연이는 심호흡을 해서 숨을 깊게 들이 마시더니 이윽고 여기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다 들을 수 있게 소리를 질러댔다.

하지만 한국말로 해서 그런 지 지나가던 서양의 행인들은 그저 눈길만 주었고, 한국어를 알아 들을 수 있던 소녀들은

무슨 일이냐며 가던 길을 가다가 우르르 다 효연이 소리를 지른 쪽으로 몰려왔다.

강도들은 열 댓명의 소녀들이 효연의 비명 때문에 자신들을 둘러싸자 엄청나게 당황했는 지, 아까의 포스는 어디가고

벌벌 떨기 시작했다.

“어억!”

엠버가 강도들이 당황한 틈을 노리고 자신의 주먹을 강도의 광대뼈에 힘을 주고 꽂았다.

그러자 강도는 약간의 버티는 모습도 없이 맥 없이 바닥에 쓰러져 땅바닥과 융합을 시도했다.

‘아아, 써니 말고 또 다른 데미지 딜러가 하나 더 있다고 생각했는 데, 그게 엠버였구나..’

나는 저번에 소녀들에게 신명나게 샌드백이 되어줬을 때를 회상하며 자신의 옆구리에 큰 충격을 주었던 파이터는

써니 말고도 엠버도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앞으로 이 둘 한테 깝쳤다간 살아남지도 못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소녀들 쪽으로 위치를 옮기려는 그 순간,

“더 이상 움직이지마! 움직이면 이 남자는 살아 남지 못해..!”

“이봐요, 강도씨. 당신 그렇게 하면 경찰한테 넘길거예요! 그럼 당신의 인생은 한 순간에 휴지 쪼가리가 되고 말겠죠.”

‘서현아.. 프랑스인에게 영어도 잘 안 통하는데, 한국어가 통하겠니.. 근데.. 이 개자식은 왜 날 인질로 삼는겨..’

망할 놈의 뼈따구만 남은 백인이 또 다시 한 번 나를 인질로 삼는 개드립을 펼쳐보였다.

나는 순간 이 백인이 날 인질로 삼자, 이 놈도 참 끈질긴 놈이라고 생각하며 다시 한 번 한 숨을 내뱉었다.

그런데 이 순간 용기있게 서현이 강도 앞으로 나와 정의를 구현하겠다는 말을 조리있게 펼쳐보였다.

하지만 서현이는 프랑스어와 영어를 잘 구사하지 못하기 때문에 한국어로 강도를 설득하려고 굴었다.

아, 지금 하는 너님의 주장은 강도가 못 알아 듣는데 이를 어쩌나..

“그..그럼 우리가 어떻게 해야돼?”

알고보니 강도는 프랑스에 사는 교포 2세 였다!?

어째서 유창한 불어와 거지같은 영어를 쓰는 뼈따구 백인이 서현의 정의로운 말을 알아들을 수가 있었을까.

한국어를 원래 알았더라면 아까의 의사소통도 수월하게 통했을텐데, 그건 아니였으니 이 녀석이 한국어를 아는 것도 아니고

나는 서현이의 표정을 유심히 쳐다보았다.

‘아.. 강도녀석 서현이의 얼음장 같은 표정을 쳐다보았구나.’

서현이는 말이 아닌 몸짓으로 자신의 생각을 국경과 언어와 민족의 벽을 초월해서 전했나보다.

아, 이게 서현이의 위엄이라면 UN은 어서 빨리 반기문 사무총장의 후임으로 서주현 양을 임명하는 게 현명한 선택일 것이다.

근데, 난 지금 인질인데 왜 진지병은 안 돋고 상황 중계를 하고 있는 거지?

“이 사람을 풀어줘.”

“아..알았어, 일단은 우리가 도망갈 수 있게 해줘.”

“그거야 뭐. 우선 이 사람부터 놓으라니깐?!”

서현이의 억센 외침에 강도는 나를 자신의 손아귀에서 풀어주었다.

난 강도 녀석의 손아귀에서 풀려나자 재빠르게 소녀들 쪽으로 몸을 옮기었고, 뼈따구는 뚱땡이의 정신을 차리게 하기 위해서 몸을 흔들었다.

“아아.. 이게 무슨 일이야.... !!?”

“지금은 놀랄 때가 아니야, 오늘은 일단 여기서 그만두자. 자칫하다가 우리 저 사람들한테 쳐맞고 콩밥 먹게 생겼어. 튀자!”

뚱땡이는 정신을 차리는 동안 머리가 쑤신 지 연신 머리를 만져대다가 떼지어있는 우리를 목격하고는,

살에 파묻혀있던 눈이 번쩍 동그랗게 떴다. 그리고 뼈다구는 뚱땡이에게 상황설명을 나중에 하겠다고 하면서 그를 데리고 저 멀리

우리 눈에 안 보일 만큼 도망쳐버렸다.

‘드디어 저 녀석들이 가버렸구나, 녀석들 덕분에 나의 가오는 이미 8:45 Heaven이여.. 껄껄껄-’

“얘들아 고마워- 너네들 덕분에 목숨 연장했어.”

“고마우면 비싼 거 사줘.”

비싼 음식은 나중에 여유가 되면 사줄게,

하루 하루 살이에 돈을 아끼다가 이제 겨우 풀기 시작하는데, 갑자기 그런 지출을 확 해버리면 나님의 통장 잔고는 어쩌라는거니.

난 나의 간지와 가오가 햇볕이 쨍쨍한 하늘로 증발해버렸지만 목숨을 연장한 데에 지불했다 치고 식당을 향해 여유롭게 걸었다.

“흐잉.. 왜 이제야 왔어? 우리 배고팠단 말야 -”

‘우리가 아니라 수영 너 혼자겠지.’

“미,미안.. 웃지 못할 일이 생겨버려서 좀 늦었어. 오늘은 미쿡산 스테이크로 너네들의 비어있는 위장을 야무지게 채워줄테니 맘껏 먹어.

  그래도 내가 학생이고 돈도 조금 밖에 없으니 적.당.히 먹어주면 고맙겠구나.”

하지만 소녀들은 내 진심어린 말을 귓등으로 쳐먹고 비싼 스테이크를 거의 흡입하듯 먹고 있었다.

분명히 그저께도 맛있는 음식 많이 사준 것 같았는데, 이 냔들은 하루마다 위장이 아예 리셋되버리나 -

‘울고, 소리치고, 빌고, 애원해도 너네들은 내 지갑을 원 없이 털어버리는 구나. 3주동안 애낀게 이렇게 증발 될 줄이야,

  이럴 줄 알았으면 내 아가리에다가 쓸 걸 그랬어★’

인제 돈이 있던 흔적이라고는 어디서도 찾아 볼 수 없는 헐랭한 지갑을 이리 저리 흔들고서,

나는 헛웃음이 절로 나오고 보너스로 자괴감까지 들어버렸다.

아아, 아직 갈 때까지 사흘이 남았는 데 말이야, 이제 난 어떻게 경제난을 극복해야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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