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녀시대와 9 대 1 과외하기 스물 네 번째 과외
‘ 이게 가사인가 ? ’
작곡가 님이 한 손에 고이 쥐고 계시었던 하얀 백지를 우리에게 건네주셨다 .
백지가 우리 쪽으로 오자 종이 위 조밀한 철자들이 문장을 이루어 노래가사가 되며 나의 시야를 끌어당기듯 확 다가왔다 .
나는 그 글자들을 천천히 눈동자를 굴려가며 하나하나 읊조리듯 눈으로 읽어갔다 .
『
늦게 다니지 좀 마
술은 멀리 좀 해봐
열 살짜리 애처럼 말을 안 듣니
정말 웃음만 나와
누가 누굴 보고 아이라 하는지
정말 웃음만 나와
싫은 얘기 하게 되는 내 맘을 몰라
좋은 얘기만 나누고 싶은 내 맘을 몰라
그만할까? 그만하자
하나부터 열까지 다 널 위한 소리
내 말 듣지 않는 너에게는 뻔한 잔소리
그만하자 그만 하자
사랑하기만 해도 시간 없는데
머리 아닌 가슴으로 하는 이야기
니가 싫다 해도 안 할 수가 없는 이야기
그만하자 그만하자
너의 잔소리만 들려
( 중간생략 ) 』
대충 이런 내용이 담겨있는 가사였다 .
이 가사를 보니 작사가가 이 노래를 통해 ‘ 남자친구를 걱정하는 여자친구의 진심어린 잔소리 ’라는 의미가 마음속을 통해 진심으로 와 닿았다 .
여자 친구의 잔소리가 걱정 어린 생각으로 한 건 알지만 그래도 잔소리는 싫은 남자의 심정으로 노래를 부르면 더 나의 마음을 청자들이 제대로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해서 , 그런 느낌으로 가이드 녹음을 하기로 했다 .
“ 두 분 , 가사본 리딩 어느 정도 하셨죠 ? 그럼 녹음실에서 본격적으로 녹음 시작합니다 . ”
// 끼익 - //
작곡가 님의 말씀에 태연이와 나는 사방이 단음창으로 되어있고 오직 앞 쪽으로 투명한 유리창만이 뚫려있는 공간에 두 개의 녹음용 마이크가 있는 곳으로 입성했다 .
태연이가 주는 세련된 스타일의 헤드셋을 머리 위에 씌우고 귀를 덮은 뒤 , 일단은 헤드셋을 통해 흘려들어오는 피아노 멜로디가 주를 이루는 반주를 목을 흔들어 대며 들었다 .
반주도 왠지 괜찮은 느낌에 가이드 녹음도 꽤 성공리에 마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나를 뒤덮었다 .
// ♩ - ♬ ♩ - //
“ 늦게 다니지 좀 마 - 술은 멀리 좀 해봐 - 열 살짜리 애처럼 말을 안 듣니 - ”
먼저 첫 파트의 주인공은 , 내 옆에서 싱긋 웃어가며 노랠 부르는 태연이였다 .
마치 나에게 잔소리를 하듯 그녀는 나의 어깨를 자신의 도드라지는 기다란 검지손가락으로 툭툭 건드리면서 가사를 부르기 시작했다 .
그녀가 그렇게 나에게 행동하며 노래를 부르니까 괜시리 기분이 좀 묘해지는 것 같았다 .
“ 정말 웃음만 나와 - 누가 누굴 보고 아이라 하는지 - 정말 웃음만 나와 - ”
나는 그녀의 행동에 맞대응 식으로 콧방귀를 뀌어가며 기교를 살짝 넣으며 노래 가사를 간드러지게 부르기 시작했다 .
그래도 트로트 같이 심한 간드러짐이 아니라 살짝 바이브레이션 넣듯이 기본적인 목떨림을 유지하며 노래를 불렀다 .
나의 행동으로 보여주는 대꾸에 그녀는 살짝 썩은 미소를 지으며 다음 가사를 읊조렸다 .
.
.
.
“ 굿 ! 오늘 가이드 녹음 정말 제 맘에 쏙 들어요 . 민식군 , 태연양 나중에도 가이드 녹음 부탁 드려도 오케이 해주실 건가요 ? ”
“ 으흠 ... 전 스케쥴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지만 얘는 무조건 오케이 일거에요 . 푸훕 - ”
작곡가님이 오늘 녹음에 대해 꽤나 흡족하셨는 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후에 기약에 대해 말씀을 건네셨다 .
말씀이 끝나자마자 태연이가 재치있게 나를 쳐다보며 말을 받아쳤다 .
태연이의 말에 난 눈 뜨고 당한 사람처럼 어벙한 표정으로 잠시 그녀를 쳐다 보았다 .
그런 어벙한 모습을 본 작곡가님은 웃음이 터지셨는 지 눈가에 주름을 만들어가며 웃으셨다 .
// 뚜벅 - 뚜벅 - //
한참 내가 어벙한 표정을 지으며 태연이와 작곡가 님께 웃음을 유발시키고 있을 쯤에 ,
작곡가님 등 뒤에서 키 작은 여고생의 실루엣이 조금씩 나타나기 시작하더니 , 어느 순간 부터 빛이 그 여고생을 비추며
컬러풀한 색채로 내 시선을 사로잡았다 . 그렇게 나의 시선을 사로잡은 그녀의 정체는 소녀 디바 ‘ 아이유 ’ 양이었다 .
“ 어엇 ? 민식오빠 하고 태연언니 하고 파니언니는 여기에 왠일이야 ? ”
“ 너야말로 , 여기에 무슨 일로 온거야 ? ”
“ 나야 . 당연히 작곡가님께 다음 앨범에 넣을 곡 받으러 왔죠 - , 선생님 준비 완료신가요 ? ”
아이유는 우리 셋에게 여기 온 이유를 간단히 말하고는 작곡가 선생님과 따로 어디론가 걸어가서 얘기를 했다 .
그리고 아이유와 작곡가님이 우리의 시야에서 사라지자 녹음실 벽에 따닥 붙은 소파에 피곤한 내 몸을 살짝 뉘었다 .
“ 피곤해 ? ”
“ 당연히 피곤하지 . 아까 땀 뻘뻘 나는 운동 했잖아 - 넌 안 피곤해 ? ”
“ 뭐라고 .. ? 너 못하는 말이 없다 .. ? ”
// 퍼억 - //
‘ 아이야 ... ’
태연이는 내가 피곤에 찌들어 있는 모습을 보기가 좀 걱정이 되었는 지 나에게 간단한 안부를 물었다 .
나는 그녀의 걱정에 능글맞게 대응하자 , 그녀의 눈썹이 약간 부르르 떨리며 올라갔다 .
그리고 입을 열고는 몇 마디를 하더니 정확히 직선하강운동을 하는 태연이의 강인하고 여린 팔이 내 등짝을 강타했다 .
파니는 나와 태연이가 뒤치닥하는 걸 보며 재밌어하는듯이 웃고 , 난 등짝에 새겨진 강렬한 스매쉬의 흔적에 눈가를 약간 찌푸렸다 .
“ 언니오빠들 . 그렇게 싱글벙글 하는 표정을 보니 , 재밌게 놀고 있었나 봐요 ? ”
“ 아니야 . 난 노는 대신 태연이 샌드백 역할이나 했어 . 태연이 잘 때리는 거 너도 익히 소문 들어 알고 있지 ? ”
“ 푸하핫 - 민식오빠 표정 능글맞아 . 푸힛 - 웃음 밖에 안나와 . 크흑 - 어떻게해에 . ”
나의 진지하게 정색하며 짓는 표정에 , 아직은 풋풋한 여고생인 아이유가 그 표정이 웃음이라도 유발했는 지
특유의 웃음소리를 계속해서 뱉어내며 나의 입가가 살짝 위로 치켜 올라가게 만들었다 .
아이유의 멈추지도 않는 웃음에 결국엔 우리 넷 모두 하나같이 익살맞은 웃음을 지어가며 녹음실 분위기를 한 층 더 생기발랄하게 띄웠다 .
“ 으흠 . 지은아 너만 일로 와봐 , 내가 줄 것 있어 . ”
“ 민식오빠 . 줄게 뭔데 ? ”
나는 지은이를 녹음실 거의 밖까지 손수 데리고 온 다음에 내가 들고 있던 가방을 꺼내 , 아까 집에서 마지막으로 챙겨왔던
시디와 악보를 아직 미래가 창창한 그녀에게 건네 주었다 .
“ 이게 뭐야 .. ? ”
“ 별 거 아닌 데 . 내가 두 번째로 지은 자작곡이야 - 안 들어도 돼 . 그냥 간직하고만 있어 . ”
“ 진짜 ? 민식오빠가 만든 노래야 ? ”
“ 응 . 부끄럽지만 제목을 궂이 지어보자면 ‘ RAIN DROP ’이랄까 .. ? ”
“ 헤헷 . 고마워 민식오빠 - 그런데 일단 민식오빠가 부르는 거 보고 더 들을 지 그만 들을 지 결정할래 . ”
“ 에엣 ? ”
“ 자아 - 여기 기타 . 여러분 모두 박수 .. !! ”
지은이에 의해 얼떨결에 내 어깨에는 기타를 매는 끈이 둘러매여지고 , 한 손엔 기타줄 , 한 손은 피크를 쥔 채로
기타를 연주하고 노래를 부를 준비가 된 사람 처럼 보이는 나였다 .
그런 나의 모습에 나를 지켜보는 네 사람은 일제히 박수를 치며 나의 노래에 대한 기대감을 표출했다 .
하는 수 없이 난 마음을 가다듬고 나지막하게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
“ 소나기가 내려온다 내 머리위로 갑자기 말도 없이 젖어버리겠네 . 추억이 흘러 내린다 따라 눈물도 흐른다 바보처럼
집에가는길 아직도 멀기만한데 우산도 없이 감기걸릴것만 같아 . 이 길이 너에게로 돌아갈수 있는 길이면 젖어도 좋은데
Oh Rain Drop Oh Rain Drop 사랑이 참 모자라구나 . Oh Rain Drop Oh Rain Drop 사랑은 저 빗방울처럼 .
모두 까맣게 잊어버리고 젖어 버리고선 아파하는 감기같은 걸까요 - . 흐흠 .. 대충 이 정도 ? ”
나는 최선을 다해 진지하게 노래 앞 부분을 조금 불러주고 나서는 목을 가다듬으며 노래를 멈추었다 .
내가 노래를 멈추자 , 노래를 부르기 전 처럼 네 사람은 나를 위해 환호의 찬사를 보내왔다 .
정말 내가 생각해도 과분한 반응인 것 같다는 느낌이 들지만 어쩔 수 없이 기분이 좋은 건 거부할 수 없는 자극이었다 .
특히 아이유는 만족스런 함박웃음을 지으며 ‘ 오빠 . 노래 맘에들어요 . ’ 라는 의미를 표정을 통해 보내왔다 .
그래봤자 내 착각일 수도 있겠지만 , 적어도 내 딴에서는 그랬다 .
그렇게 복근소녀 아이유와의 두 번째 만남은 만족스러운 만남으로 끝이 났다 .
태연과 파니는 역시 인기 걸그룹이라서 그런 지 급하게 스케쥴이 생겨버려 또 다른 장소로 걸어갔고 ,
나는 또 다른 장소가 아닌 항상 익숙한 집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었다 .
집을 향해 걸어가며 , 햇살이 사그라들고 진탕한 황금빛 놀이 가득한 하늘을 보고는 초 저녁의 아름다움을 새삼스럽게 느끼고
내 곁을 지나가며 꼬리를 졸래졸래 흔드는 강아지 한 마리를 보고는 단절된 도시화의 세상 속의 훈훈한 사람내를 맡을 수 있었다 .
오늘 만큼은 내가 그렇게 생각할 만큼 만족스러운 하루였다 .
.
.
.
‘ 막상 집에 오니 할 게 없네 . ’
아름다운 저녁 놀을 걸으면서 감상하며 다시 나의 체취만이 아득히 있는 집에 막상 오니 , 딱히 할 게 없었다 .
그래서 결국엔 시간을 뻐기기 위해 , 보고서를 쓴 이후에는 안 썼던 컴퓨터의 전원을 다시 한 번 키었다 .
삑 - 하는 소리와 함께 까만 화면이 뜨더니 이윽고 광대하면서도 녹음이 짙은 배경화면이 내 눈 앞에 펼쳐지었다 .
그리고는 하얀 화살표를 배경화면 위에 올려놓고는 , 주위에 고리가 씌어진 E 버튼을 살포시 더블클릭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