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2화 (23/333)

 * 소녀시대와 9 대 1 과외하기 스물 두 번째 과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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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민식아 일어나 . ”

“ 으하아암 - 이미 일어나 있었어 . ”

아까만 해도 느낌이 불안한 낮잠이라고 진지하게 지껄였던 난데 . 어느새 그 걱정은 까마귀 고기라도 마음껏 먹었는 지 새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을 뻔 했다 . 하지만 그 무엇보다 지금 내 걱정은 .. 그녀가 일어난 지가 꽤 오래 되기라도 했는 지 그녀는 이미

머리카락에서 상큼한 샴푸향 , 몸에서는 은은한 냄새의 린스향을 풍기며 그 향기들로 방의 온갖 구토가 나올 것 같은 냄새들은

내 보내고 내 방을 한 가득 채우고 있었다 . 그리고 모습이 참 깔끔한 그녀와는 대비되게 난 잔 지 꽤 되어서 이미 새집처럼 

헝클어진 머릿결과 며칠은 안 씻은 듯 보이는 몸 곳곳에 땟자국 그리고 야릇한 흔적이 가득한 곳에서 자서 그런 지 내 몸에서는 

역겨운 밤꽃향이 진동을 했다 . 이 놈의 후각은 피곤하지도 않은 지 나에게 자꾸 밤꽃향을 계속해서 맡게 해준다 .

어쨌든 맑은 수돗물로 이 밤꽃향으로 얼룩진 몸을 깨끗이 씻어야겠다는 생각이 내 머릿 속을 콕콕 찔러댔다 .

“ 태연아 . 안 씻어서 미안 , 얼른 요 놈의 시트좀 버리고 씻을게 .  ”

“ 응 . 후딱 해치우고 내가 차려놓은 늦은 점심 먹어 - ”

나는 온갖 애액으로 흥건히 적셔져 구역질 날 것 같은 악취가 나는 이 시트를 두 팔로 감싸안고 쓰레기장으로 재빨리 걸어갔다 .

천천히 걷다가 주민들이랑 눈빛이라도 마주친다면 시트에서 나는 밤꽃향의 악취때문에 사람들이 날 다 이상한 놈으로 쳐다볼거야 .

// 탁 - 쿵 - //

나는 내 몸 크기 정도 되는 침대 시트를 쓰레기장 한 구석으로 내다 던졌다 . 

그러자 시트는 단단하고 우울한 회색 빛의 시멘트 벽과 부딪치며 마치 공사장의 철근이라도 떨어진 듯이 굉음을 내곤 그 곳에서 던져진 그대로 정지했다 .

나는 시트를 매몰차게 던지고 난 후에 손에 묻은 미세한 먼지들은 손뼉을 치며 털어내고 다시 나의 집으로 되돌아가기 위한 발걸음을 움직였다 .

// 뚜벅 - 뚜벅 - //

“ 응 .. ? 저 뒷모습은 .. ? ”

나는 헐랭한 걸음걸이로 쓰레기장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분리수거장 + 쓰레기 버리는 곳을 합친 곳을 빠져나와 어서 빨리 우리 집으로 가기 위해

엘레베이터로 향하고 있다가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뒷 모습에 잠시 가던 걸음을 멈추었다 .

나를 멈추게한 그녀의 뒷모습은 대락 이렇다 . 그녀의 머릿결은 기름기가 좔좔 흘러 누구보다도 윤기 있어 보였고 , 무엇보다 핑크색을 좋아하는 것

같았는 지 뒷모습은 변함없는 화사한 분홍색 계열의 옷으로 코디한 듯 보였다 . 

이렇게 추측하는 어투로 말하긴 했지만 그녀의 팬이라면 다들 분홍색에서 대충 눈치챘을 것이였다 .

소녀시대 멤버 중 어눌한 말투의 소유자 파니 라는 것이 물 보듯 뻔한 일이었다 .

“ 파니 하이 . 벌써 스케쥴 끝났어 ? ”

“ 어어 .. ? 민식아 - 히힛 ,  아까 헤어졌는 데 또 만났네 . ”

“ 서로 건넛집에 사는 이웃이니까 자주 만날 수 밖에 없잖아 . 안 그래 ? ”

“ 그래도 . 예전엔 아무리 건너편에 사는 이웃이라도 이렇게 많이 마주친 적은 없어서 . ”

“ 그래 ? 그럼 서로 인연인거네 .. ? 이런 인연이라면 영원히 지속되었으면 좋겠네 - ”

“ 너도 그래 .. ? 히힛 - 나두 . ”

역시나 내 예상대로 엘레베이터가 어서 오길 기다리기만 하는 숙녀분의 정체는 화사한 미소와 애교있는 것처럼 보이는 어눌한 말투가 주무기인

그녀는 나의 가벼운 인사에 애교있는 웃음으로 맞대응하곤 가벼운 대화를 계속해서 이어나갔다 .

나의 마지막 말에도 그녀는 눈웃음을 날리며 그런 말을 하는 것을 보니 , ‘ 그녀도 나에게 호감이 있나 .. ? ’ 라는 자뻑모드에 잠시 심취하는 나였다 .

“ 근데 무슨 스케쥴 한거야 ? ”

“ 으막쭝심 - 엠씨 보고 왔어 . ”

“ 뭐라고 .. ? 으막중심 .. ? ”

“ 음악중심 몰랑 ? ”

“ 아 ... ! 음악중심 .  풋 - 난 또 뭐라고 . ”

가끔씩 내가 파니의 말투를 못 알아 들을 경우가 있는 데 , 지금이 바로 그 순간이었다 .

외국에서 살다 온 지 5년도 안 되서 그런 지 파니의 말투는 아직까지도 많이 어눌한 낌새가 나타났다 . 

그래도 대화는 통하니 , 우리 둘은 엘레베이터가 일 층에 도착할때까지나 , 엘레베이터 안에서도 소소한 대화를 이어나갔다 .

“ 민식아 - ! ”

“ 응 ... ? ”

엘레베이터는 우리 집과 그녀들의 집이 있는 곳을 향해 올라가고 있었다 .

엘레베이터가 올라가는 도중에 그녀는 나에게 눈웃음을 흘깃 날리고는 큰 소리로 날 불렀다 .

“ 나 밥 안 먹었는 데 , 너네 집에서 먹어도 돼 ? ”

“ 그래 먹어 , 뭐 안 될거라도 없지 . ”

“ 헤헷- 고마웡 . ”

// 다다닥 - //

갑자기 밥 좀 얻어 먹으면 안되냐는 그녀의 말에 난 겉으로는 편한 웃음을 짓고 있으면서도 팔을 등 뒤쪽으로 돌려

손으로 급하게 메세지 내용을 만들어 어서 빨리 태연이에게 보내서 대비라도 할 수 있게 자판을 열심히 두드렸다 .

// 띠잉 - //

하지만 나의 예상과는 다르게 파니와의 대화를 너무 오랫동안 지속했었던 터라 ,

엘레베이터는 날 기다려주지 않고 매몰차게 자신의 단단하고 각진 은빛의 문을 열었다 .  

그리고 유난히 핑크빛을 좋아하고 애교섞인 눈웃음이 매력인 그녀는 아무런 대비 방책도 없는 나의 집을 향해 무작정 뛰어갔다 .

그녀를 잡기엔 이미 거리는 너무 멀어져있다 . 그래서 이젠 난 어쩔 도리없이 태연의 능숙한 둘러대기를 믿는 수 밖에 없었다 .

Writer's point of view .

// 덜컥 -  //

‘ 헤헤 .. 밥아 기다려라 곧 내가 간다 - ’

파니는 속으로 이런 생각을 하면서 아무 잠금장치도 걸어놓지 않은 민식의 집 현관문을 힘차게 덜컥 열었다 .

현관 앞에서 자신의 핑크빛 스니커즈도 급하게 벗어버리곤 오직 머릿속은 밥 뿐인 그녀의 앞에 또 다른 그녀가 나타났다 .

“ 자기 - 침대 시트 버리고 왔쪄영 ? ”

“ 에 ㅡ ?!!! 태.. 태연아 .. ”

“ 허걱 - !! 파니야 . 니가 왜 여기있어 ? ”

“ 너.. 너야말로 . ”

태연은 파니가 민식인 줄 알고선 멤버들한테는 거의 쓰지도 않는 데다가 애교를 쓴다고 한다면 민식이한테만 쓰는 애교를 용기내어 부려봤는데 ,

그 자리엔 민식은 없고 파니가 있어 태연은 놀랐고 , 파니도 마찬가지로 아무도 없는 줄 알았더니 태연이 떡하니 자신의 앞에 나타나니 당황

하는 건 매한가지였다 . 이럴 때는 태연의 둘러대기는 효과가 불능일테고 , 차라리 민식이가 와서 자초지종 설명하는 것이 더 빠를 듯 했다 .

View ( 작가 ▷ 민식 )

“ 김민식 !! ”

“ 허엇 - ... 왜 .. ”

“ 이게 어떻게 된 일 인지 좀 설명 해줄래 ? ”

그래 , 내가 도착했다 . 서로 당황해서 어쩔 도리없는 두 그녀들이 있는 곳에 내가 도착했다 .

역시나 , 도착하자마자 나에게 일단 버럭 - 하며 소리를 질러대는 그녀들 .

미리 예상했던 일이었지만 막상 그 일이 닥치니 나도 잠시 뭐라 말을 못하고 침묵만 이어갈 뿐이었다 .

하지만 태연이 이 정적을 깨고나서 나에게 어떻게 된 일이냐고 설명을 해달라고 따졌다 .

“ 그냥 .. 파니가 같이 밥 먹으면 안되냐고 부탁해서 그 부탁 수긍해준건데 .. ? ”

“ ... ”

막상 그녀도 할 말이 떠오르지 않고 자신이 티파니에게 뭐라 할 바가 못 되기 때문에 내가 말을 하고나서 

그녀는 다시 침묵을 일관했다 . 

“ ... 그럼 내가 차려놨는데 , 밥 먹을까 ? ”

“ 응 - !  역시 태여니야 - 태연이는 정말 최고얌 - ”

“ 밥 먹어야 .. 겠지 ? ”

“ 그럼 잠시 기다려 , 민식이 너 나좀 도와주고 . ”

태연이는 다시 나를 마중하기 위해서 잠시 잊었던 밥을 다시 생각해내곤 , 침묵으로 일관했던 세 사람 중 가장 먼저 정적을 깨트리며 말했다 .

나도 배고팠고 , 태연이도 배고팠고 , 파니도 배고팠다 . 그런 이유로 우리 세 사람은 별 저항없이 꽤 수긍적인 마인드로 꼬들꼬들하고 

김이 모락모락나며 윤기가 좌르륵 흐르는 밥이 소담한 밥그릇에 소복히 담아 식탁 위에 올려놓여지기만을 기다렸다 .

// 터억 - //

“ 아악 - ! ”

난 외마디 비명을 짧고 굵게 질렀다 .

그 이유는 옆구리를 후벼파는 따가움의 고통 때문이었다 . 태연이 .. 등짝만 잘 때리는 줄 알았더니 , 꼬집기도 잘하는구만 .

역시 못하는 게 없구나 .. 하핫 ...

“ 태여나 - 무슨 일 있어 ? 어디서 비명이 ? ”

“ 태연이가 날 꼬..ㅈ.. ”

“ 헤헤 - 파니야 아무것도 아니야 . 원래 얘가 덜떨어지자나 - ”

“ 그래 .. ? ”

“ 김태연 .. 너 지금 뭐라고 한거..ㅇ ”

태연이가 파니에게 나를 덜 떨어지는 아이로 몰아가며 비꼬아대자 난 이에 대해 반박하기 위해

그녀의 이름을 성과 함께 단호하게 부르며 따지려고 들었는 데 , 마지막 문장의 끝맺음을 앞두고 그녀의 냉혹한 표정과 입모양을

보고는 소리가 저절로 멈추어졌다 .

그녀의 입 모양은 ..

‘ 닥 . 치 . 고 . 있 . 어 ’

정확히 소리는 안났지만 , 분명 이 말일게 분명했다 . 입이 뻐끔뻐끔거리면서 새어나오는 숨소리에서 이 5음절이 내 귀를

나지막히 자극했기 때문에 , 난 더욱 확신을 가졌다 . 그래서인지 나의 입은 그녀의 잔인한 속닥거림 이후론 잠깐 입에 

지퍼를 달고 무거운 쇳추를 달아놓은 상태였다 . 한 마디로 침묵일관인 나 였다 . 

내가 어쩌다가 태연에게 당하고 앉아있기 시작했을까 .. 역시 남자는 여자를 못 이기는건가 . 아휴 - 불쌍한 내 인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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