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5화 (16/333)

 * 소녀시대와 9 대 1 과외하기 열 다섯 번째 과외

“ 뭐 하는 거야 .. ? ”

“ 말 없이 걸으려니 어색한 분위기가 맴돌아서 .. 음악으로 이 기다림을 때워보려고 ... ”

“ 풋 - 알았어 . 근데 지금 흐르고 있는 팝송 제목이 뭐야 .. ? ”

( Beautiful girl - all over the world I could be chasing but my time would be wasted They got nothing on you- baby- Nothing on you- baby - )

“ B.O.B 의 Nothing on you . 뜻은 너 말곤 아무 것도 아니야 . 라는 뜻이지 .. ”

“ 풉 .. 나를 위한 노래네 .. ? ”

“ .... 흠 그렇다고 볼 것 까진 ... ”

나의 마지막 말에 그녀는 금방이라도 내 오금을 샛노란 구두굽으로 찌르려 했다 .

미안하다 ... 내가 방금 한 말은 취소야 써니야 .. 히히 - 좀 봐줘 .

// 휘익 - 콰아아악 !! - //

“ 끄아아앍  !! ”

잠시 어느 구절을 인용해서 나의 고통을 비유해보자면 ...

[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쏜다 ] 딱 그 느낌의 고통이었다 .

그녀의 노란 하이힐은 노랑나비를 형상화했고 , 그녀의 내리찍는 속도는 가히 말벌이 사람을 찌를 때의 속도라고 할 수 있었다 .

거기다가 굽 폭이 워낙 좁으니 나의 오금에 붉은 혈흔이 맺히는 건 당연지사이고 가뜩이나 술을 잔뜩 마셨으니 쉽게 흥분해서 더 세게 때렸을 것이다 .

“ 어머 - 괜찮아 ? ”

“ 아아악 ... 괜찮아 ... 걱정해줘서 참 고- 맙-다- ”

난 비로서 오늘이 되서야  ' 오금이 저리다 ' 가 무슨 말인 지 써니의 강력한 발길질 덕분에 제대로 깨달았다 .

이것이 피부로 직접 느끼는 학습 방법인가 ... 

하지만 그녀는 시치미를 떼고선 ' 난 안 때렸어요 ? ' 의 의미가 함축된 표정을 지으며 가식으로 날 걱정해주었다 .

그래서 나도 그녀에 대응해서 마지막 ' 고맙다 ' 라는  3음절을 어금니에 힘을 꽉 주며 말했다 .

“ 괜찮다니까 다행이네 - 뭐해 ? 얼른 가자 - ”

“ ... ”

저게 써니의 진정한 본 모습인가 . 어금니에 힘껏 힘을 주고선 말해도 낌새를 못 차렸는 지 ,

붉은 혈흔범벅이 된 오금을 문지르고 있는 나의 손을 꽉 잡고는 애완동물 끌 듯이 날 질질 끈다 .

윤아만 힘 쓰는 줄 알았더니 , 써니도 마찬가지로 강력한 파워를 지니고 있군 . 머릿 속으로 메모해둬야겠어 .

그리고 써니 너 ... 여러 이유로 인해 널 절대로 잊지 않겠다 . 

// 화르르륵 - //

지금은 말없이 써니에게 팔을 잡혀 질질 끌려다니고 있는 나이지만 ,

써니에 대한 눈빛이 누구보다 분노의 불길의 아우라로 한 가득 차 있는 나 였다...

.

.

.

// 타다다닥 - 탁 - 타다닥 - //

써니에 대해 복수심을 품은 채 노트북을 통해 영어 리포트를 써간 지 어언 다섯 시간 .

리포트 덕분에 오늘 하루 잠 자는 건 글렀구나 .

다섯 시간이 되서야 영어 리포트를 다 쓴 나는 주위를 둘러 보았다 .

불을 켜 놓지도 않았는 데도 불구하고 , 해는 언제 떴는 지 그 눈부신 햇빛이 우리 집 발코니를 통해 샤르르 빛을 비추며 들어왔다 .

그 밝은 분위기에 비해서 내 눈가의 검누룩한 다크서클은 어느새 콧등 주위까지 내려와 안 그래도 피곤한 내 모습을 더욱 부가시켜주었다 .

마감시간이 오후 일곱 시이니 , 귀찮아도 지금 부지런히 가서 빨리 낸 다음 집에 들어가서 

어린이는 아니지만 신나고 신비한 드림월드로 입장해야지 . 물론 입장권은 잠이 겠지만 -

난 대충 흐르는 물에 머리를 적시고는 클렌징 폼을 짜내 손으로 하얀 거품이 나도록 비비고 ,

얼굴에 그 거품들을 톡 - 톡 - 톡 - 두드리며 묻히고는 다시 흐르는 물에 " 어푸 어푸 - " 를 입으로 소리 내가며 씻어댔다 .

역시 군대를 갔다오니 꾸미는 게 슬슬 몸에서 귀찮아 하며 거부하기 시작하는 군 .

그래도 중 고등학교도 아니고 대학교이니 , 귀찮은 몸아 - 양해좀 구하마 .

난 사실 복학생이지만 신입생 처럼 보이게 옷을 코디한 후 , 여러 개 쌓여있는 운동화 중 걷기 가장 편한 운동화를 택하고는 

피곤함을 어깨와 등에 가득 지며 나의 모교 대학교인 중앙대학교로 출발할 준비를 마쳤다 .

// 덜컥 - 띠리링 - //

집에서 나와 , 문을 살살 닫자 안에서 잠기는 알람음이 들리며 보안 장치가 가동되었다 .

그래봤자 , 암호식 잠금장치 일 뿐이고 - 나 혼자만 비밀번호를 아는 게 아닐 뿐이고 ...

// 덜컥 - 띠리링 - //

“ 응 ? ”

난 분명히 문을 잠궜는 데 , 내가 잠굴 때랑 똑같은 소리가 어딘가에서 슬며시 들려와 내 귓가를 진동시켰다 .

그 소리의 원인을 되는 곳을 흘겨보니 소녀시대 숙소로 보이는 곳에서 어느 한 처자가 살며시 몰래 몰래 문에서 나오는 것을 지켜보았다 .

난 그 모습에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소리를 냈다 .

“ 어 ? ”

그녀도 문에서 나오는 것을 성공하곤 , 우두커니 서있는 나를 보고는 나와 같이 똑같은 반응을 보였다 .

우리는 그렇게 서로를 멍하니 쳐다보았다 . 딱히 내가 유리와 멍하니 쳐다 볼 일이 있나 ...

“ 난 중앙대 가는 데 , 넌 어디 가 ? ”

“ 중앙대 ? 나도 중앙대 가는 데 ? 수업 들으러 . ”

내가 " 응 ? " 이라고 한 다음에 말한 첫 마디에 , 그녀는 " 어 ? " 다음으로 한 말로 응수해주었다 .

근데 ... 뭐시라 ? 유리가 중앙대에 수업 들으러 간다고 .. ?

“ 뭐 .. ? 중앙대 .. ?!! 너 중앙대 였냐 ?! ”

“ 나 중앙대 인 거 여태까지 몰랐어 .. ? 네가 아이돌에 관심 없는 건 알았지만 , 이 정도 일줄이야 .. 실망이다 민식아 - 흐흐흑... ”

“ 그.. 그럼 무슨 과 인데 .. ? ”

“ 헤헤 ... 연극영화과 . ”

역시나 , 연극영화과 였군 . 거기서 배웠던 솜씨를 발휘해서 내가 의심할 수 없었던 연기를 펼쳤던건가 .

이것이 진정한 프로의 정신 ? 

아니 내가 뭔 멍멍소리를 내는겨 . 그냥 빨리빨리 중앙대가서 리포트나 내고 집에서 쉬어야겠다 .

“ 그래 .. ? , 그럼 난 리포트 내야 돼서 이만 가볼게 . 나중에 보자 - ”

“ 민식아 - 잠깐 !! ”

난 A4 용지 15장으로 구성된 리포트를 손에 쥐고서 열심히 흔들며 , 서서히 유리보다 앞서나가며 엘레베이터 앞에 다다랐다 .

마침 내가 버튼을 누르자 그녀는 나의 곁으로 뛰어오며 잠깐 멈추라는 식으로 말을 건넸다 .

“ 왜 . ? ”

“ 오늘 매니저 오빠 태연이 스케쥴 장소로 가느라 밴 못타 . ”

“ 그래서 .. ? ”

“ 그래서라니 .. !! ”

“ 그럼 내가 뭐 .. 너랑 같이 중앙대 가자는 말이야 ? 지금 ? ”

“ 흠 - 잘 알면서 .. 뭘 물어 - ”

“ 풋 . 그럼 귀찮지만 같이 가줄게 . 얼른 따라와 , 나 리포트 내고나서 놀게 - ”

“ 에에 - ? ”

난 말을 마치고 나자 기막히게 현재 층 수에 도달한 엘레베이터에 몸을 싣고 ,

유리가 탈 때 까지 기다린다음 . 유리도 엘레베이터에 몸을 싣자 나는 1층 버튼을 살포시 눌러 , 버튼에서 붉은 레이저빛이 발산하도록 했다 .

그리고 서서히 문이 닫히고 약간의 붕 - 뜨는 느낌이 든 뒤로 엘레베이터는 소리없이 빨리 내려가 1층에 도착했다 .

내려 갈 동안 그녀랑 컨버세이션좀 했어야 했는데 , 그 시간동안에는 그녀는 말이 없었고 나 또한 말이 없었다 . 그야 말로 정적의 시간의 연속이었다 .

// 끼익 - //

아파트에서 빠져나오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시내버스 하나가 나와 그녀를 기다렸다는 듯 , 

아파트 앞에 있던 정류장으로 우리가 나오자마자 버스 한 대가 떡하니 멈춰 있었다 .

나 . 김민식이 이걸 놓칠쏘냐 - ‘ 반드시 타고야 만다 . ’ 라는 집념 하나로 버스를 향해 뛰고 있는 나였다 .

// 삐익 -  /  짜악 - !! //

“ 으아아악  .. !! ”

교통카드 리더기에 마그네틱이 읽히는 소리와 함께 누군가가 내 등짝을 시원하게 내려치는 파열음이 들려왔다 .

귀를 자극시키는 그 소리 때문에 , 버스에 몸을 두둥실 싣고 원하는 목적지를 향해 가는 모든 승객들이 앞쪽에서 들려오는 소리의 근원지를 향해 쳐다보았다 .

난 강렬한 그들의 따가운 눈빛을 직격으로 받고는 , 얼굴을 푹 숙이며 남은 자리를 향해 찾아갔다 .

어 .. ? ! 저기 남은 자리다 .. 잽싸게 자리 먹어야지 .

“ 자리 찜 !! ”

귀를 쨍쨍 울리게 하는 자극적인 소리가 뒤에서 들려옴과 동시에 가방 하나가 버스 시트를 강하게 때렸다 .

그 소리에 뒤를 딱 - 하고 돌아보니 , 유리가 혀를 살짝 내밀고는 헤헤 거리며 버스 시트를 때린 곳을 향해 재빨리 앉았다 .

하아 ... 누가 태연 보고 아줌마래 . 아줌마같은 행동은 유리가 더 비슷하다 . 그래서인가 , 유리는 나에게 천적으로 느껴진다 ...

  

.

.

.

〔 이번 정류장은 중앙대학교 정문 입니다 . 다음 정거장은 ○○○ 입니다 . 〕 

버스에서 들려오는 안내음에 따라 , 나와 유리는 앉던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

말이 박차고 일어난거지 . 유리만 박차고 일어나고 난 원래부터 서있었기 때문에 몇 걸음 걸어 뒷문을 향해 움직였다 .

버스에서 내리자 , 우리 대학교 답게 잔디로 뒤덮인 들판은 푸른 위용을 뽐냈다 .

그리고 서로 갈 학과가 다른 우리들은 광장에서 짧은 인사를 했다 .

“ 난 이제 리포트 내고 난 뒤 집으로 간다 . 공부 열심히 해라 - ”

“ 집으로 간다고 .. ? 민식아 !! 날 기다려줘야지 . ”

“ 풉 - 내가 왜 기다려줘 . 너 끝날 때 쯤이면 밴 오잖아 . ”

“ 그럼 여자 혼자 .. 아무도 없이 한 시간을 쓸쓸히 보내라구 .. ? 그건 너무한 거 아니야 .. ? 흐흐흑 .. 알았어 .. 훌쩍 - ”

리포트를 내고 집으로 가서 쉬려던 나를 그녀는 급하게 붙잡는 듯 했다 .

나도 원래 유리랑 같이 갈려는 생각으로 기다리려 했지만 , 그녀의 태도에 왠지 한 번 쯤 튕겨보고 싶다는 마음이 살짝쿵 들었다 .

그래서 그녀에게 한 번 튕겨보았고 , 그 댓가는 ...

// 찌리릭 - //

“ 알았어 . 리포트 내고나서 계속 기다려줄게 . ”

“ 진짜 ? 그럼 계속 기다리기다 !! ”

“ 기다리는 동안 캠퍼스나 돌아 댕기면 되겠지 뭐 . ”

가혹했다 . 그녀의 소름돋는 急 눈물 연기에 , 지나가던 사람들 모두가 ' 저 남자 진짜 못 됐다 ... ' 라는 매서운 눈빛을 보냈다 .

그냥 한 번 다들 튕겨보는 건 따라 해본건데 ... 신은 어째서 나에게만 가혹한가 ...

나는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튕기는 것을 그만 두고 그녀의 바램대로 기다려주기로 했다 .

“ 응 ?  유리누나 여기서 뭐하는 거예요 ? ”

“ 어 ? 승리야 안녕 !! 헤헤 - 오랜만이다 - ”

써니와 있을 때와 비슷하게 뒤에서 어느 남자의 목소리가 유리에게 말했다 .

유리도 꽤나 그를 반겼는 지 손을 번쩍 들어 흔들어 보였다 .

나도 그 남자의 정체가 궁금해 살며시 뒤를 돌아보았다 . 

그 곳에는 우리나라의 남성 아이돌 그룹인 빅뱅의 승리가 가히 여성에겐 살인적인 눈 웃음을 지으며 활기 찬 유리의 인사에 대응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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