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58화 〉 558. 중간의 계단(1)
* * *
은현이 시에테의 방을 나온 것은 늦은 새벽이었다.
“후우….”
취기가 오른 덕인지, 오랜만에 본 제자에게 싸여있던 감정들을 모조리 털어놓고선 그대로 잠이 들어버린 스승을 침대 위에 눕히고 그대로 방을 나온 은현은 피곤한 표정을 지으며 숨을 내쉬었다.
장장 세 시간 동안 똑같은 말을 수십 번을 반복하며 지치게 만드는 스승의 술주정 또한 다시는 겪지 않으리라 생각했던 시에테의 나쁜 버릇 중 하나다.
시에테의 제자가 되면서, 검술의 수련 이외에는 대부분 시간을 그녀의 시중을 드는 것에 할애했던 과거의 기억은 스스로 떠올리면서 씁쓸해지는 기억 중 하나다.
은현의 가정적인 생활력이 넘치는 이유 중에는 일리아나에게 필적할 수준으로 집안일에 재능이 없는 시에테가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스승의 뒤치다꺼리를 모두 받아주고 잠을 재우고 나서야 간신히 방을 나온 은현은 곧바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 숙소 건물은 주로 모그라프령을 방문한 귀빈들을 대접하는 고급 숙박업소.
비록 렌디르 왕국의 사비로스 공작령에서 보았던 사치의 끝을 달리는 브로디아 카지노 호텔에 비하면 외관도, 제공되는 서비스의 질도 현격히 낮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이 영지의 주인인 모그라프의 백작 저택에 준하는 수준으로 결코 질이 나쁘다고는 할 수 없었다.
애초에 가장 외곽에 있는 이 변경령은 그렇게 높은 신분의 고위 귀족들이 방문하는 경우도 잦은 편이 아닐뿐더러, 국경을 넘어오는 상인들이나 여행객들로 미어터지는 만큼 질을 조금 더 낮추더라도 그 숫자를 모두 수용할 수 있도록 조치하는 것이 영지의 입장에서도 이득이다.
애초에 현재 인력 자체가 몹시 부족한 모그라프령의 현 상황에서 이 여관의 운영 또한 최소한의 인력으로 남아있는 상태로 이 이상의 무언가를 요구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애초에 뭔가를 요청할 생각도 없었지만.”
은현이나 엘레노아도 크게 무언가 사치스러운 것을 과시하거나 풍요를 즐기기 위해 모그라프령을 찾은 게 아닌 만큼, 이 여관의 운영에 큰 불만을 품지도 않았다.
끼이익
스승의 술주정으로 오랜만에 느껴보는 정신적인 피로는 굉장히 마음을 고단하게 만들면서도 그리운 향수를 불러일으켜 다양하고 복잡한 생각들이 교차했다.
더는 무언가를 생각하기에도 귀찮아진 은현이 방문을 열자, 방안에서 엘레노아가 은현을 반겨주었다.
“오셨어요?”
“…안 자고 있었어?”
지금의 시간은 약 새벽 3시로 보통이라면 모두가 잠들어있을 시간대다.
은현은 먼저 잠들지 않고 침대 위에 다소곳이 앉아 있는 엘레노아를 보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당신을 기다리고 있었어요.”
네글리제를 입고 은현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던 엘레노아가 몸을 일으키며 은현의 겉옷을 벗겨 옷을 갈아입는 것을 도왔다.
“시에테님과의 만남은 어떠셨나요?”
“놀랐고…반가웠지. 그리고 기뻤고. 안도했어.”
웃음을 지으며 궁금하다는 듯 물어오는 엘레노아의 질문에, 은현이 자신이 시에테와 재회하면서 만났던 감정들을 입에 담으며 하나하나 풀어나갔다.
“그리고…조금 피곤했네.”
시작은 놀라웠지만, 그 끝은 다른 이들에게는 차마 설명할 수도, 보여줄 수도 없는 시에테의 창피한 추태였다.
에린의 말실수는 어쩔 수 없었다고는 하지만, 그 후폭풍을 자신이 감당해야만 하는 처지에 놓였다 보니 살짝 억울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고생하셨어요.”
엘레노아는 은현의 설명을 들으며 대강의 사정을 이해했다.
시에테가 어떤 식으로 혼냈는지를 예상할 순 없었지만, 오히려 은현보다도 먼저 에린과 시에테 사이에 있었던 해프닝을 알고 있었던 만큼 시에테가 에린의 그 말을 듣고 간단히 넘어갔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고마워. 엘레노아. 스승님을 배려하고 바로 움직여주셔서.”
“후후. 당연한 일인걸요.”
침대에 누운 은현의 팔을 베고 동침한 엘레노아가 그의 상체에 얼굴을 묻고는 은현을 올려다보았다.
“당신이 기쁘다면 전 그걸로 만족해요.”
“…그래.”
아내의 애정표현에 답하기 위해, 은현도 고개를 끄덕이며 엘레노아의 몸을 꼭 끌어안았다.
◆ ◆ ◆
다음 날 아침.
해가 뜸과 동시에 일찍 일어난 두 사람은 부지런히 움직여야만 했다.
곧바로 영지의 파손된 내외부를 수리하고 성벽의 개축 작업의 진척 속도를 확인하여, 영지의 운영에 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모그라프 백작과의 정기회의를 마치고 두 부부가 향한 곳은 모그라프령에 있는 베스타 신전이다.
“어, 어서 오십시오…. 엘레노아 고위 사제.”
이 신전의 관리를 맡은 최고 관리자인 주교는 살짝 긴장한 표정을 보이며 은현과 엘레노아의 마중을 나왔다.
신전의 최고 관리자이자, 책임자인 주교가 엘레노아에게 쩔쩔매며 침음을 삼키고 있는 이유는 당연히 그녀가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지위 때문이다.
자신과 같은 고위 사제의 지위를 가지고 있으면서, 나이는 한참 어린 그녀는 아르미타스 공작 가문의 여식, 마녀와 수은의 가족 등, 이외에도 많은 소문과 이명을 가지고 있으며 주교를 가장 긴장케 하는 것은 엘레노아가 ‘차기 성녀’라는 점이다.
그리고 현재 숨 막힐 것만 같은 무거운 중압감으로부터 자신을 해방해줄 구원자이기도 했다.
“이쪽입니다!”
긴장하면서도 서두르는 기색이 엿보이는 주교는 한시라도 빨리 이 안내를 끝내고 중압감으로부터 해방되고 싶어 하는 것이 얼굴과 행동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그 이유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었기에 은현과 엘레노아가 쓴웃음을 지으며 주교의 안내를 받으며 신전 복도를 걸었다.
“이곳에 계십니다!”
“감사합니다. 주교님.”
“벼, 별말씀을요! 그럼 전 이만…!”
이 신전의 최고 책임자라는 자리에 걸맞지 않게, 몹시 비굴한 면모를 보여주고 있는 주교는 고개를 꾸벅 숙이고는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
“…….”
그런 그의 태도에 은현은 잠시간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그보다는 진짜 용건이 우선이었기에 곧바로 문을 열고 엘레노아와 함께 방 안으로 들어갔다.
“오? 왔냐?”
방안에서 소파에 눌어붙어 앉아 케이크를 먹고 있던 15살 정도 되어 보이는 어린 소녀의 모습.
베스타 신전의 대주교 자리에 앉아 있는 최고위의 사제이자, 대륙을 평화로 이끈 여섯 영웅 중 한 명인 아니에스 예르살레카가 은현과 엘레노아의 방문을 반겼다.
가녀린 맨다리가 훤히 드러나는 짧은 치마의 잠옷을 착용하고 있는 아니에스가 소파에 달라붙어 물아일체의 경지로 케이크 조각을 입안으로 가져다 넣는 모습은 그저 놀고먹기를 좋아하는 방탕한 귀족 집 아가씨가 따로 없을 정도였다.
“…뭐하냐?”
“보면 모르냐? 놀고 있잖아.”
태평하게 양다리를 위로 들어 올려 앞뒤로 번갈아 가며 휘적휘적하고 있는 모습이 딱 그 나이대의 철없는 소녀와도 같아서, 아마도 다른 사제들이 이 광경을 보았다면 이건 꿈이라면서 게거품을 물며 여신을 찾으며 현실을 부정했을지도 모른다.
다리를 휘적거릴 때마다 잠옷으로 입고 있는 치마가 나풀거리고 가녀리기 짝이 없는 새하얀 맨다리의 허벅지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은현은 조심성이 없는 아니에스의 태도에 주의를 주었다.
“…팬티 보인다.”
“남이 사. 설마 나 같은 어린 몸이 취향이냐?”
“야. 그런 걸 말하는 게 아니잖아. 대외적인 시선이란 게 있을 거 아니야. 안 그래도 너는….”
하지만 아니에스는 코웃음을 치며 대꾸했다.
“니가 무슨 아빠냐? 그리고 방안에서만 이러고 있으니까 신경 꺼. 밖에서는 제대로 사제 구실 하고 다니니까.”
마치 사춘기의 딸이 톡 쏘아보며 아버지의 잔소리를 무시하는 것만 같은 둘의 만담에 엘레노아도 어쩐지 웃음이 나왔다.
“이 신전의 사제한테는 무슨 짓을 한 거야? 빨리 너를 데려 가줬으면 하는 눈치던데.”
“아무 짓도 안했어.”
어깨를 으쓱이며 심드렁한 표정을 짓고 있는 그녀는 정말로 억울한 듯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아니에스는 베스타 신전의 소속으로 당연히 모그라프 령 지부 신전의 최고 책임자인 주교가 감당하기엔 너무 부담스러운 사람이었다.
변경의 변두리에 위치한 이 신전에 속한 자신으로서는 평생을 한번 볼까 말까 하는 신전을 대표하는 인사 중 하나인 대주교이며, 하물며 아니에스가 이번 싸움에서 어떠한 기적을 선보이며 싸움을 승리로 이끌었는지를 감안한다면 이 정도의 대우도 부족할 정도.
게다가 심기가 뒤틀리면 아무런 조건이나 제약도 없이 곧바로 자신을 파면시킬 수 있는 아니에스가 무서웠으면 무서웠지, 절대로 편하진 않았으리라.
“나쁘신 분은 아닌데….”
엘레노아는 쓰게 웃으며 작게나마 이 신전의 주교를 변호했다.
무언가 찔리는 구석이라도 있는지 주교의 태도는 조금이라도 빨리 아니에스가 나가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가득해 보였지만, 주교는 그저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신분의 높은 사람이 빨리 가주었으면 하는 바람뿐이었다.
“원래 직장 상사가 자기 일하는 곳에 오래 눌어붙어 있으면 부담스러운 법이긴 하지.”
심지어 아니에스는 그냥 상사도 아닌 거대 기업의 부회장 정도나 되는 수준의 거물.
이 신전의 주교도 그렇게 낮은 지위의 사제는 아니지만, 그래도 아니에스가 부담스러운 것을 어쩔 수 없었다.
“…그걸 니가 말하냐? 이가 이 신전에서 기다리라고 해서 내가 지금 이러고 있는 거잖아.”
아니에스는 입을 삐죽 내밀며 은현을 보고 따지듯 물었다.
본래 그녀는 이런 식으로 귀인의 대우를 받는 것도 몹시 귀찮아하는 성격이다.
그래서 원래는 에린의 뒤를 따라 은현의 집이 있는 아르키스 대미궁이나 아르미타스 공작령으로 향할 예정이었으나, 모그라프령의 싸움이 끝난 이후 이 신전에 잠시간 체류하게 된 이유는 이곳에서 대기하는 은현의 명령이 있었기 때문이다.
“흥.”
소파 위에서 케이크를 먹으며 뒹굴뒹굴하던 아니에스가 뒤늦게 몸을 일으키며 제대로 앉았고, 맞은 편에 앉아 있는 은현과 엘레노아를 주시했다.
“엘레노아에게서 네가 용건이 있으니 방문할 거라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무슨 일이야?”
“그래서? 이제 말해. 나한테 뭘 시키려는 거야?”
“…엘레노아.”
은현은 흘끗 자신의 뒤에 있던 엘레노아에게 눈짓하며 신호를 보냈다.
“네.”
그 신호를 받아들인 엘레노아가 양손을 모은 뒤, 신성력을 끌어올려 기도를 시작했다.
[하늘에 계신 나의 여신이시어.]
“…야? 너 지금 뭐 하는….”
느닷없이 무엇을 하려는 것인지 아직 진의를 파악하지 못한 아니에스가 인상을 찡그리며 은현에게 물었지만, 순식간에 방안을 가득 채우는 신성을 느끼며 끝내 말을 잇지 못했다.
‘또 성장했다.’
아직 자신의 전력에는 미치지 못하더라도, 급속도로 끌어올리는 것과 동시에 방안을 가득 채우는 신성의 밀도는 이름을 내로라하는 고위 사제들 사이에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
착실하게 성장하여 언젠가는 자신의 뒤를 이을 후임의 성장 속도는 경이적일 정도로 빠르다.
“너도 좀 도와줬으면 좋겠는데.”
“…….”
묻고 싶은 게 많았지만, 아니에스는 더는 캐묻지 않고 엘레노아의 기도에 자신의 신성을 보태주었다.
[부디 저에게 당신을 알현할 기회를 주시옵소서.]
그녀의 기도를 받아들이듯, 세 사람이 있는 방안은 정갈한 신성의 기운으로 가득 차다 못해 아예 새로운 공간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여기는….”
아니에스는 아무런 전조도 없이 뒤바뀌어버린 공간을 둘러보며 자연스레 온몸이 긴장으로 딱딱히 굳는 것을 느꼈다.
누구보다도 많은 신성의 축복을 받은 그녀는 이곳이 하계가 아니라는 것을 곧바로 알아보았다.
호흡으로, 피부를 타고 느껴지는 신성은 지금껏 느껴보았던 적이 한 번도 없는 양질의 신성.
그 기운으로 가득 차 있는 이 공간이 자신이 먹고 마시고 잠을 자며 현생을 살아가는 하계일 리가 없었다.
그렇다면 이곳은 어디인가?
“이곳은 하계와 신계의 중간지점에 존재하는 통로. 굳이 설명하자면 ‘계단’이라는 표현이 맞겠네.”
마치 아니에스의 속마음을 읽은 듯이, 어느샌가 자신의 옆에 엘레노아와 함께 나타난 은현이 답해주었다.
“…….”
“마치 이 X끼 어떻게 알았지? 라는 표정이네. 지금 네 얼굴에 다 쓰여있어.”
“…쯧. 그러냐. 됐고. 넌 이곳에 와본 적이 있어?”
“있어.”
“저는 처음이에요.”
“…처음치고는 놀라지 않네.”
계단에 처음 와본 엘레노아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신기하다는 감상을 품었을 뿐 당황하거나 놀라지는 않았다.
아마도 이러한 공간에 대해 은현에게 사전에 설명을 들었을 터.
그렇다면 은현과 엘레노아는 의도적으로 자신을 이곳에 데리고 왔다는 뜻이기도 했다.
“날 왜 데려왔는데?”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었던 분이 있거든.”
“그게 나랑 연관이 있어?”
“정확히는 너와 엘레노아를 공통적인 매개로 있어야만 부르실 수 있는 분이거든.”
“…야. 너 설마?”
엘레노아와 자신의 공통적인 부분.
그것은 베스타 여신의 간택을 받았다는 점.
은현은 이 공간을 신들이 있는 신계로 향하기 위한 ‘계단’이라고 설명했다.
아니에스가 은현이 말한 대상이 누구인지를 깨닫자마자, 자신의 영혼을 울리는 감미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이의 발상은 정말 놀랍구나….]
[후후, 설마…. 이런 식으로 아이들과 만나게 될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네?]
뒤늦게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이 세 사람과 강력한 연관성을 가진 두 명의 여신.
베르단디와 베스타다.
“아, 아….”
아니에스는 작게 탄식했다.
항상 꿈의 단편으로, 그 일부만을 신탁으로 접해왔던, 자신에게 신성의 축복을 내려준 여신의 실물을 직접 보게 되는 것은 아니에스로서도 처음 있는 일.
입을 다물지 못하고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기며 두 여신을 향해 다가갔다.
이윽고 기대감으로 가득 찬 아니에스가 한 여신을 보며 물었다.
“베스타…님이신가요!?”
[…음?]
[응?]
“뭐?”
“네…?”
하지만 그 힘찬 물음에 당황한 것은 아니에스를 제외한 모두였다.
아니에스의 기대 어린 시선이 전혀 다른 쪽을 향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눈에 자신을 알아볼 줄 알았던 베스타는 아니에스의 시선을 쫓았고, 그녀의 시선이 베르단디의 풍만한 가슴에 꽂혀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고 눈빛이 싸늘하게 식기 시작했다.
베스타의 그 분위기의 변화를 눈치채지 못한 아니에스의 두 눈은 아직도 베르단디의 가슴에 꽂혀 흥분이 깃들기 시작했다.
“여신님! 부디 한 번만 그 풍요로운 마음속에 저를 품에 안아…!”
“야. 네 여신님은 이쪽이 아니라 저쪽이야.”
“…아.”
불상사가 터지기 직전에 은현이 아니에스의 목덜미를 붙잡아 베스타 쪽으로 향하게 만들자, 아니에스는 작게 탄식했다.
베르단디와 대조되듯 몹시 평평한 베스타의 가슴팍을 보고, 아주 짧은 순간 아쉬운 표정을 드러냈던 것을 숨기지 못한 것은 아니에스의 크나큰 실책.
반가움으로 가득했던 베스타의 마음속에 괘씸함이 다시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나에 대해 지금껏 해왔던 그 성의 없는 기도보다도, 지금 그 표정이 더 짜증이 나는구나. 한 대만 때려도 되겠니?]
“제가 때려도 되겠습니까?”
은현은 선뜻 베스타 여신을 대신할 것을 자처했다.
감히 자신의 여신인 베르단디의 가슴을 보고 음흉한 생각을 품었던 아니에스의 머리를 한 대 쥐어박아 주고 싶은 마음이 가득 피어올랐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