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63화 〉 363. (H)소원(1)
* * *
어두워진 밤하늘 아래, 은현과 에린이 있는 장소는 영지의 외곽에서 떨어진 숲속이다.
캐러밴 캠핑카를 소환하여 설치하고, 곧바로 아늑한 캐러밴의 안에 들어와 간이침대 위에서 에린을 껴안고 있었다.
아담한 체구인 에린의 몸을 뒤에서 감싼 은현은 잔뜩 긴장하여 몸을 딱딱하게 굳혔다.
은현은 가녀린 에린의 몸을 살그머니 뒤로부터 꼭 껴안았다.
“흐…으….”
그의 품속에 안겨 있던 에린이, 작게 소리를 흘렸다.
에린의 뺨은 붉게 물들어 부끄러운 기색을 다 감추지 못한다.
“괜찮아.”
“조, 조금…진정이 안 돼서….”
희미하게 떠는 목소리는 그런 그녀의 심경을 적나라하게 표현해주고 있었다.
목소리뿐만이 아니라, 자신의 품에 끌어 안아진 에린의 전신으로부터, 그녀의 긴장이 은현에게 그대로 전해져 오는 것만 같다.
“오늘 예쁘게 차려입고 나왔는데. 굉장히 예뻐.”
“나 예뻐?”
“예뻐.”
오늘 데이트에 나온 에린의 복장은 굉장히 아름다웠다.
평소 착용하던 전신 타이즈와 장비들이 아니다.
전신에 착 달라붙는 새하얀 순백의 타이트 원피스는 숙녀로 성장한 에린의 커다란 가슴, 그리고 잘록한 허리와 엉덩이까지 이어지는 아름다운 곡선 라인을 더욱 강조시켰다.
거기에 맞춰 다리의 라인이 예쁘게 드러나는 하얀색 스타킹.
데이트하면서 많은 남자의 시선을 사로잡았던, 즐거움이 가득 담겨 있던 에린의 청순한 미소는 무심코 빠져들 정도로 매력적이다.
게다가 평소보다 더한 미소를 발하고 있는 얼굴에는 이유가 존재했다.
“화장, 원래 할 줄 알았어?”
“몰랐어. 배운 것도 최근이야.”
본래 에린은 화장 같은 것을 할 줄 몰랐다.
평민의 신분을 가지고 있는 에린은 자신의 얼굴을 가꾸기 위한 화장품 같은 것을 산다는 개념 자체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아이테르의 여학생들도 기본적인 화장은 겸비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생계가 어려웠던 미성년자 시절의 자신에게 화장품 같은 것은 꿈에도 꾸지 못했다.
모험가 일을 하면서, 자신의 외모를 가꾸기보다는 능력의 향상에 중점을 두고 있었기 때문에 성인이 되어서도 화장에는 크게 관심을 가지지 못했다.
무엇보다 잡티 하나 없이 새하얗고 말끔한 피부를 가지고 있는 에린의 얼굴은 화장의 필요성 따위를 전혀 느끼지 못했던 것도 컸다.
“이번에는 엘레노아님이 해주셨는데…. 현이한테 예쁨받고 싶으면 배워야 한다고 말씀하셨거든.”
에린. 여자는 얼굴이 무기야. 그건 그 사람에게도 마찬가지거든.
공작 가문의 여식으로서 많은 귀족 부인, 귀족 자제들이 참여하는 사교회에 참여해본 경험이 적지 않았던 엘레노아는 화장 기술 쪽으로도 굉장히 뛰어났다.
사실 원판의 얼굴이 매우 좋은 에린의 얼굴을 가지고 자신이 즐기고자 했던 사소한 엘레노아의 사심도 섞여 있는 부분이었다.
“엘레노아도 특이하네. 보통 화장 같은 건 시중을 들어주는 메이드들이 전담하기 마련인데.”
“그런가?”
에린은 그런 엘레노아의 이야기에 크게 의문을 가지지 않았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은현이 자신의 외모를 칭찬해주었다는 점이다.
“헤헤.”
은현의 칭찬이 기쁜 탓일까, 에린의 얼굴에 미소가 번지면서 조금씩 긴장으로 딱딱했던 에린의 전신이 조금씩 누그러져 갔다.
긴장이 풀리자, 에린은 은현의 가슴 위에 자신의 등을 밀착시켰다.
칭찬을 통해서 마음의 여유를 찾았기 때문일까, 에린은 은현에 대해서 더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현이의 심장 소리…. 빨라졌어.”
“들리는구나.”
“내가 좋아하는 소리인걸.”
심장의 소리뿐만이 아니다.
목소리도, 향기도, 자신을 품어주고 있는 이 손도, 그냥 모든 게 다 좋다.
계속 이렇게 있어 줬으면 좋겠다고 바라게 된다.
“현이의 전부…계속 느끼고 싶어.”
달게 호소해오는 에린의 속삭임에, 은현은 마음속의 무언가가 간질여져 부추김을 당하고 있었다.
긴장과 흥분으로, 심하게 목이 말라간다.
“정말 괜찮아?”
“응…. 현이한테, 내 처음 줄게.”
“알았어.”
은현은 에린의 허벅지를 상냥하게 어루만졌다.
하얀색 스타킹 너머로 만져지는 감촉은 매끄럽고 부드럽다.
“흐…간지러워.”
작게 몸을 뒤척였지만, 은현의 손길 자체를 거부하지 않았다.
마치 자신의 몸 전부를 은현에게 맡겨오는 것만 같은 행동.
길고 요염한 머리카락으로부터 나는 달콤한 향기는 계속해서 은현을 유혹해오는 것 같았다.
“그래?”
얼굴을 붉히며 부끄러워하는 에린의 얼굴을 보고, 은현은 짓궂은 미소를 지으며 행동을 이어나갔다.
“아….”
긴장을 풀어주듯이 손가락 끝으로 상냥하고, 천천히, 그러면서도 정중하게.
“현…아.”
만지는 방식이 어쩐지 야하다.
다시 한번 그녀의 귓가에 입을 가져다 대어 작은 목소리를 속삭였다.
“에린 귀여워.”
“히…잇!”
귀에서 느껴지는 간지러운 감각에 느슨해졌던 긴장에 스위치가 켜지듯 다시 한번 딱딱해져 갔다.
“귀, 귀엽다니! 그런 말 하지 마!”
속으로는 내심 기쁜 마음을 느끼면서, 낯간지러운 그런 대사를 대놓고 하는 것에 부끄러움을 느낀다.
은현은 그런 에린의 허벅지를 어루만지고 있는 손에, 더욱 강하게 힘을 실었다.
손바닥에서 전해지는 부드러운 허벅지의 감촉과 에린의 체온에, 보다 흥분이 높아져 간다.
좀 더, 좀 더 에린이 자신의 몸을 느낄 수 있도록 그녀를 괴롭히고 싶다는 욕구가 은현의 마음속에 자리 잡기 시작한다.
“에린 옷 벗길게.”
“아, 자, 잠깐…!”
은현은 당황하면서 제지하려는 에린의 말에 상관하지 않고, 에린의 등 쪽, 원피스의 단추를 하나하나 풀어나갔다.
이윽고 능숙하게 에린의 상의를 탈의시켰다.
“힛!?”
원피스의 상의를 벗겨 아래로 탈의시키면, 요염한 굴곡을 자랑하는 브래지어에 둘러싸인 에린의 가슴이 공공연하게 드러났다.
단 2년 만에, 눈에 띄게 성장해진 가슴은 더는 나이 어린 소녀가 아닌, 성숙한 여성의 가슴.
너무나 아름다우면서 자극적인 그 광경은 무심코 은현의 마음을 빼앗을 정도.
“우으….”
에린은 수치심을 느끼며 고개를 아래로 푹 숙였다.
“가, 갑자기 벗기다니…. 현이는 변태야.”
게다가 여자의 옷을 벗기는 손이 거침이 없고 빠른 것이 너무 능숙하다.
“변태인 게 뭐 어때서.”
은현은 작게 미소를 지으며 대꾸했다.
오히려 당당하게 나오는 은현의 대답에 에린은 뭐라 할 말을 찾지 못하고 우물쭈물한 태도를 보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에린의 맨살을 만지고 싶었으니까.”
“으으….”
작은 목소리고 귓가에 속삭이는 목소리에 에린의 얼굴이 귀까지 붉어졌다.
동요가 더 심해졌는지, 양팔을 이용하여 브래지어로 감춰져 있는 자신의 가슴을 본능적으로 가렸다.
첫 경험의 시작이다.
누구라도 불안하게 되고, 긴장할 터.
“싫으면 그만할까?”
“아….”
“좀 더 마음의 준비를 확실하게 하고 시작해도 괜찮아. 나는.”
“현아….”
그것은 분명한 은현의 본심이었다.
마음을 전하고, 그것을 받아들이면서 확실하게 맺어졌다.
한번 시작된 관계는 여기서 끝나버리는 것이 아니다.
이렇게 긴장으로 가득한 상태에서 섹스하지 않더라도, 이후에도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
“…역시, 현이는 상냥해.”
언제라도 자신의 마음을 생각해 주며, 자신을 우선시해주는 배려의 마음이 전해져 왔다.
‘그런 현이가 정말 좋아.’
원해온 것도 자신의 쪽이다.
이제 와 다음으로 미루는 짓을 하고 싶지도 않았다.
“계속…해줘.”
“응.”
은현은 살그머니 손을 뻗어 에린의 등, 피부를 어루만졌다.
“흐…으.”
자신 이외의 타인의, 그것도 남자의 손에서 느껴지는 감각에 에린은 작게 신음했다.
에린의 피부는 몹시 매끈하다.
이윽고 브래지어의 위, 가슴 부위를 간질이듯 어루만졌다.
“하…아….”
강하게 움켜쥐면, 그대로 부서져 버릴 것만 같은 가냘픔.
피부는 비단과 같이 희고, 매우 깨끗하고 정갈하다.
“에린. 아름다워.”
마음속의 생각이 그대로 입속에 담아지며, 흘러넘쳤다.
치솟는 마음속 욕구에 자극을 받듯이 다섯 손가락을 사용해 어루만지며, 옆구리의 허리 곡선을 파악해나간다.
“후…흐으…. 현…아.”
“정말로 가녀리네.”
마치 자신이 만들어낸 조형물의 모습을 맨손으로 만져보며 확인하고 있는 것 같다.
아니, 어떤 의미로는 그 행위 자체다.
“내 몸…좋아?”
“…당연하지.”
에린은 은현이 만들어 낸 한 사람의 작품이기도 하다.
근육이 하나 없는 깡마른 몸매를 가진 소녀를 집에 들여와 키우기 시작하면서 은현의 작품은 만들어지기 시작한 것이나 마찬가지.
몸을 튼튼하게 만들어주기 위해 하나하나 짜인 세심한 식단들부터, 몸 상태를 고려하여 한계의 한계까지 밀어붙이는 고된 훈련들.
자신의 제자로서 키워진 에린은 어느새 소녀에서 여자가 되었고, 끝에는 연인이 되었다.
하나부터 끝까지 자신의 입맛대로 키워진 여자를 자신이 품게 되었는데, 그 여자가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을 리가 없다.
한때는 아내들도 많은 자신이 어린 에린을 품게 되는 것에 죄악감을 가졌지만, 그 죄악감을 이겨내자 그의 마음속에 채워지는 것은 그동안 참아왔던 다른 욕구들이었다.
은현은 손을 움직여 양쪽 가슴을 가리고 있는 브래지어를 살그머니 위로 걷어 올렸다.
“앗…!”
이윽고, 지금껏 감춰져 있던 커다란 유방이 모습을 나타냈다.
긴장으로 몸이 움츠려져 있던 것으로 딱딱하게 발기한 유두가, 실룩이며 떨고 있다.
“아, 안 돼…. 보면 안 돼…. 창피하단 말이야.”
“어째서? 굉장히 예쁜데.”
“그야…. 베르단디님이나 일리아나님의 가슴에 비하면…. 내 가슴 너무 작으니까….”
에린의 가슴도 다른 여성들에 비하면, 큰 편이었지만, 언급되지 않은 엘레노아나 릴리의 가슴과 비교를 해봐도 자신의 가슴은 미묘하다.
“어째서 비교하는 거야.”
“그야…현이는 가슴 큰 여자를 좋아한다고 일리아나님이 그랬는 걸.”
“…….”
순간 은현의 움직임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이 여편네는 도대체 애한테 뭘 알려준 거야?’
굳이 말하자면 작은 것보다 큰 편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자신의 성적 기호를 에린에게 말해준 일리아나의 행동이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이 나왔다.
“왜, 왜 웃어!”
“에린도 그런 거 신경 쓰는구나 싶어서.”
“당연히 신경 쓰지….”
다른 사람도 아니고, 좋아하는 사람의 취향이다.
궁금하며 신경 쓰일 수밖에 없는 것이 당연하다.
자신에게 마음에 들기 위해 지금까지 애를 써온 에린의 행동은 몹시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별로, 다른 누군가와 비교할 필요는 없어. 아무래도….”
은현은 손을 움직여 에린의 원피스를 모두 벗겨냈다.
“혀, 현아…?”
“내가 에린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려줘야겠네. 그래야 이상한 질투나 비교 같은 걸 하지 않을 테니까.”
아래에서 위로, 상냥하게 허벅지를 문지르면서 손을 움직였다.
이윽고 허리 부분까지 도달하자, 엄지를 스타킹과 팬티 속으로 침투시켰다.
“힛!?”
자신의 가장 소중한 부분이 존재하는 가랑이 사이로 파고들어 오는 손가락의 존재를 느끼고 허리와 어깨를 들썩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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