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20화 〉 320. (H)블랙 마켓(1)
* * *
카지노의 지하로 향하는 문 앞에서, 엄중한 경비를 서고 있는 두 문지기의 확인작업이 시작됐다.
“수고하시네요.”
은현은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두 장의 초대장을 문지기에게 내밀었다.
마치 오래된 친근한 친구인 것 마냥, 말을 걸어오는 은현의 말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살짝 인상을 쓰며 그의 말을 무시하고, 초대장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를 유심히 바라보며 확인한다.
이윽고 깔끔한 연미복의 테일 코트를 입고 있는 은현을 흘끔 바라보고, 그와 동행하고 있는 여성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흐…으….”
베이지색의 코트로 전신을 감추고 있는 릴리의 모습은 어딘가 기이했다.
코트의 소매로 팔을 집어넣어 착용한 형태가 아니라, 그저 코트를 걸치고 있을 뿐인 형태에 가깝다.
마치 내부의 자신의 옷차림새를 숨기려는 것처럼.
게다가 살짝 홍조를 띄운 얼굴로 뜨거운 신음을 흘리고, 다리는 가만히 있는 것을 주체하지 못하고 동동 구르고 있는 릴리의 모습은 누가 봐도 수상하다.
알 수 없는 색기와 머릿속을 간질이는 이상한 욕구가 문지기의 머릿속에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저 겉옷을 벗겨보고 싶다.’
문지기는 그 강렬한 욕구가 이성을 지배하면서 코트를 입은 릴리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만큼 릴리가 주위에 흩뿌리고 있는 색기는 강력했다.
“아….”
은현이 릴리의 허리를 팔로 휘감았다.
자신 쪽으로 끌어당기면서 안기도록 만들자, 릴리가 은현에게 체중을 맡기며 기대어 왔다.
“하…아.”
코트 아래로 드러난 그녀의 가느다란 다리가 작게 떨리고, 숨을 내쉬고 있는 릴리의 표정은 굉장히 황홀한 표정이었다.
“제 아내에게 뭔가 할 말이 있으십니까?”
“아, 아닙니다….”
은현의 질문에 무심코 넋을 놓고 릴리를 보고 있던 문지기가 번뜩 정신을 차리고 급히 고개를 저었다.
남의 아내를 정욕에 물든 눈으로 뚫어지도록 쳐다보고 있었다는 것을 뒤늦게 자각했다.
혹시라도 자신에게 보복을 해오진 않을까 걱정하며 문지기의 안색이 파래졌다.
“드, 들어가셔도 좋습니다.”
이 상황을 최대한 빨리 얼버무리기 위해 황급히 두 사람의 입장을 허가하고 자리를 비켜주었다.
“고맙습니다.”
전혀 생각지 못했던 감사의 인사와 함께, 은현이 자신에게 손을 내뻗었다.
“받으세요.”
“이, 이것은…?”
자신의 멱살을 붙잡으려는 건 줄 알고, 숨을 삼켰던 문지기는 자신을 향해 내미는 금화 두 닢을 보고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팁입니다. 동료분과 나누시죠.”
“가, 감사합니다!”
남의 아내를 색정적인 눈으로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던 것에 대해 주먹이 날아올 줄 알았는데, 도리어 금화를 쥐여주는 은현의 행동에 복잡함을 느끼면서도, 눈앞의 금화는 고민하기엔 너무 큰 거금이었다.
지하로 내려가는 문이 열리고, 통행 허가를 받은 은현과 릴리가 곧장 안으로 들어가 계단을 내려가자, 두 문지기가 냅다 고개를 숙였다.
“살펴 가십쇼! 나으리!”
두 사람이 계단을 내려가고, 모습이 보이지 않게 돼서야 문지기는 지하로 내려가는 문을 닫았다.
곧장 동료 문지기와 금화를 한 닢씩 사이좋게 분배하고는 침을 흘렸다.
“흐흐, 이게 얼마만의 팁이냐.”
“그러게나 말이다. 그런데 말이야. 그 부부 도대체 뭐 하는 사람들이냐? 부인 쪽이 색기가 넘치던데, 솔직히 나 방금 바지 속에서 자지가 불끈 섰다고.”
“미친놈. 근데 진짜 장난은 아니더라.”
코트 안에서 전신을 움찔거리며 비틀거리는 움직임이 적나라하게 느껴졌다.
그러면서 뜨거운 한숨을 흘리고, 홍조가 가득한 뺨과 흐트러진 눈으로 잔뜩 흥분하고 있는 아내라는 여자의 모습.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뚫어지도록 쳐다봤을 정도다.
“근데…남편이라는 방금 그 양반도 정상은 아니지 않나? 우리 잘못이긴 한데, 자기 아내를 보고 자지를 발딱 세운 남자들에게 웃으면서 금화를 쥐여주는 등신이 어디 있냐고.”
“아니, 뭐 어때. 그냥 정상이 아닌 부부들인가 보지. 팁도 두둑하게 받았는데, 그냥 넘어가자고. 흐흐.”
“…그렇긴 하지.”
어쨌든 큰 문제로 번지지 않고 웃으면서 좋게 넘어가게 된 일은 그들의 처지에서 형편 좋은 이야기였다.
◆ ◆ ◆
“…릴리.”
“하…으….”
한걸음 계단을 아래로 내디딜 때마다, 다리를 움찔 떨던 릴리는 교성을 흘리며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오죽했으면 은현의 부름을 듣지 못했을 정도.
“릴리.”
“네…에.”
다시 한번 재차 릴리의 이름을 부르자, 그녀가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은현의 부름에 답했다.
“이거 진짜로 할 거야?”
“네…. 하고 싶어요.”
스스로 능욕을 당하고 싶다는 릴리의 요구는 들어주지 못할 것도 없었다.
이미 엘레노아와 일리아나와의 관계를 통해서 그쪽의 성벽도 착실히 키워나갔던 탓인지, 아내들로 인해 조교 능욕에 대한 거부감은 전혀 없었다.
하지만 그것을 아무도 없는 곳에서 자신끼리 하는 것이 아니라, 전혀 관계가 없는 다수의 타인이 보는 앞에서 공개적으로 조교 하라는 것과는 전혀 다른 문제다.
‘이 여편네들이 대체 얘한테 무슨 말을 심어둔 거야.’
게다가 돈을 펑펑 쓰며 낭비하는 인상을 심어준답시고, 문지기들에게 금화를 쥐여주긴 했지만.
서큐버스의 페로몬을 발산하여 발정하고 있는 릴리를 성적인 눈으로 보던 문지기들도 그다지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다른 남자들이 자신의 아내를 어떤 눈으로 보든 전혀 상관하지 않는, 홀대하는 그런 쓰레기처럼 보이려고 평정을 가장하는 행동이기는 했지만.
속마음까지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아, 이거 컨셉 잘못 잡은 것 같은데….”
은현은 뒤늦게 후회하고 있었다.
아름답고 매력적이면서 성적인 모습의 아내를 자랑하는 것으로, 과시욕을 드러내며 자신의 자존심을 가득 채우는 쓰레기.
그것이 은현이 이번에 카지노 측의 조직원들에게 심어주고 싶었던 인상의 컨셉이다.
여기서 릴리가 이렇게까지 적극적으로 나올 줄은, 은현도 예상하지 못했다.
“주인님.”
“…어.”
“저는…이제 몸도 마음도 모두 주인님의 것이에요.”
릴리는 코트로 전신을 감싼 자신의 몸을 은현에게 기대어 왔다.
어떠한 사정으로 손을 쓰고 있지 못하고 어깨와 얼굴을 이용해 그의 몸에 자신의 몸을 문지르며, 전신으로 애정을 표현해온다.
“그렇게 싫으신가요? 다른 남자들이 제 몸을 보는 게?”
“…당연히 싫지.”
좋을 리가 없다.
“저도 싫어요. 제 몸은 오로지 주인님만이 보아주셨으면 하니까. 하지만 그러면서도…다른 사람들의 앞에서 주인님에게 범해지는 저를 상상하니, 온몸이 오싹해져서 참을 수가 없어요.”
붉게 물든 홍조와 흐트러진 얼굴로 애원해오는 릴리의 상태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많은 사람이 저를 보고, 주인님처럼 자지를 세우겠죠. 하지만…저는 그런 그들에게 제 몸을 탐할 수 있는 사람은 주인님밖에 없다는 걸 깨닫게 해주고 싶어요.”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다.
공작령으로 향하는 도로 위에서, 정욕에 물든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던 건달들의 눈이 아직도 잊히지 않았다.
카지노에서도 마찬가지.
남자들은 하나같이 릴리를 보고, 침을 흘리며 머릿속으로 그녀를 몇 번이나 품었을 것이다.
릴리는 그렇게 자신의 몸을 보고 정욕을 품는 하찮은 남자들에게 확실하게 깨닫게 해주고 싶다.
자신의 몸을 탐할 수 있는 남자는 은현밖에 없다는 것을.
‘당신들은 나를 품을 수 없다.’라는 은현과 그들의 격의 차이를 알려주고 싶다.
그렇기에 릴리는 은현에게 소망했다.
“저를…많은 사람이 보는 앞에서 범해주세요. 저는…오로지 주인님만의 성노예라는 걸…다른 사람들한테 보여주세요. 다른 사람들이…저를 넘볼 수 없도록 확실하게….”
은현의 몸에 기대어, 그를 올려다보고 있는 릴리의 발정 난 숨결이, 은현의 목을 타고 올라와 그의 이성을 간질였다.
지긋이 두 눈을 감고 있던 은현은 릴리의 소망을 확인하고 결심한 듯 두 눈을 떴다.
“알았어.”
지하의 블랙마켓으로 향하는 계단의 위에서, 발걸음을 멈춘 은현이 릴리의 전신을 가리고 있던 코트의 단추를 하나하나 풀었다.
한 손으로는 단추를 푸는 것과 동시에, 그녀의 턱을 붙잡아 위로 들어 올렸다.
“하아….”
발정한 듯 녹아내리는 눈동자로 자신을 올려다보고 있는 악마의 입에 키스를 시작했다.
“응….”
릴리는 두 눈을 감고, 자신의 입속으로 들어오는 은현의 혀의 감촉을 느꼈다.
자신의 혀를 범하고, 입속으로 흘려 넣어지는 주인의 타액을 느낄 때마다, 그녀의 몸이 떨렸다.
이 감각을 고스란히 받아들인 릴리가 이내 자신 쪽에서 적극적으로 혀를 움직여 입안을 휘젓고 있는 은현의 혀를 탐하기 시작했다.
“후…으으….”
진득한 타액을 탐하던 키스가 끝나고, 릴리는 멍한 표정으로 은현을 응시했다.
어두운 지하 계단의 안에서, 희미하게 내부를 밝혀주는 마법등에 비친 릴리의 몸은 터무니없이 색정적이었다.
양손은 등 뒤로 묶여 구속당해 있고, 코트를 벗긴 릴리의 몸은 아무것도 입지 않은 전라의 상태로 색정적인 새하얀 살결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그리고 여성의 중요 부위인 유륜과 유두가 보여야 할 부분은 분홍색 하트 모양의 접착식 ‘니플 패드’로 가려져 있었지만.
패드 너머로 딱딱하게 발기한 유두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더욱 야하다.
게다가 패드에 하나씩 방울이 달린 모습은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릴리에게로 주목을 시키기 위한 장치다.
새하얀 피부의 가슴과 얇은 허리 아래, 검은색 정조대를 착용하고 그 안에는 은현의 자지의 모양과 크기를 본떠 만든 커다란 바이브가 박혀있었다.
얼마나 기다랗고 큰지, 정조대를 착용한 그녀의 가랑이 사이로, 바이브의 끝이 튀어나올 정도다.
“이런 모습으로 많은 사람 앞에서 조교 되고 싶다니….”
그녀도 변태가 따로 없다.
일리아나와 엘레노아의 입김을 시작으로, 서큐버스로서의 성욕이 한껏 자극된 그녀는 자신의 성벽을 점점 주체할 수 없게 되고 있었다.
“주인님…. 주인니임….”
은현이 가슴을 움켜쥐고 키스를 해주는 것만으로도, 릴리는 바이브가 박힌 정조대 사이로 물을 흘렸다.
발정이 나, 달아오른 전신을 떨며 더욱 애타게 은현을 불렀다.
“…젠장.”
그런 서큐버스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은현의 바지도 점점 부풀어 오르며 욕구에 쌓여만 갔다.
지금 당장이라도 바지를 벗어 던지고, 저 정조대를 풀어서 자지를 박아버리고 싶은 욕구.
은현은 그 욕구를 초인적인 인내로 참아내며 블랙마켓 안에서의 플레이로 해소하자고 결심했다.
자신과 릴리는 목적을 가지고 이 블랙마켓에 온 것임을 머릿속으로 다시 한번 다짐했다.
“릴리. 그만두고 싶으면 언제든지 말해. 지금 네 모습을 보면…나도 이성의 제어가 안 돼서 선을 넘을 것 같으니까.”
“네…에.”
릴리는 기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말로는 긍정했지만, 자신은 은현이 아무리 심한 짓을 해온다고 하더라도, 그만둬달라고 할 생각이 없었다.
그런 그녀의 속마음을 알아채지 못한 은현은 굳게 잠겨 있는 지하실의 문을 응시하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머릿속에 남아있던 고민과 망설임을 한숨과 함께 모조리 털어 버린다.
결심을 마친 은현은 손잡이를 비틀어 문을 열어젖히고, 블랙마켓 내부로 들어섰다.
끼이익
“백금화 2닢! 낙찰입니다!”
땅! 땅! 땅!
무거운 철문을 열자마자, 안 그래도 소란스러웠던 내부의 소음이 적나라하게 은현과 릴리의 귀에 꽂혔다.
은현은 릴리의 전신을 감싸고 있던 코트를 벗겼다.
“…가자.”
“네.”
천천히 은현을 따라 알몸에 가까운 색정적인 차림새의 릴리가 뒤를 따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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