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5화 〉185. (H)성녀 타락(1)
“이렇게 간단히 설치할 수 있는 거였나요…?”
엘레노아는 공작저택에 있는 자신의 방과 연결된 은현의 던전 주택의 건물의 내부를 걸으며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지었다.
“아티팩트를 개발하는 데에는 큰 수고를 들였지. 게이트를 설치하는 것 자체는 그렇게 어려운 게 아니니까.”
“하지만 그 사람과 일리아나님은 이 마법을 바깥에 공개할 생각이 없으셨던 거 아닌가요?”
“그랬지. 그래도 누가 함부로 따라할 수 있는 수준의 기술도 아니고, 애초에 너는 남이 아니잖아. 곧 있으면 현이의 아내가 되고, 나와도 가족이 되는 데.”
“…….”
직설적인 화법에 엘레노아는 잠시 당황했다.
일리아나의 입장에서는 자신은 그녀의 남자에게 손을 댄 도둑고양이 같은 포지션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어쩌면 원망을 받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을 하면서 나름대로의 각오를 하고 그녀의 얼굴을 맞이했는데.
생각보다 일리아나의 얼굴은 태평했다.
“저어, 일리아나님께서는…정말로 괜찮으신 건가요? 두분의 사이에 제가 껴도….”
“내가 싫다고 하면 얌전히 물러날 거야?”
“그, 그건….”
엘레노아는 곧바로 대답하지 못하고 망설였다.
그런 그녀의 태도를 보고, 일리아나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농담이야. 너라면 괜찮을까 하고 생각했어. 그리고 너한테도 바라고있는 게 있기도 하고.”
“저한테요…?”
“걔 성격이 좀 원래 그렇잖아. 이상한데서 비틀려 있는 거.”
“아….”
일리아나는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으며 작게 탄식하는 엘레노아의 반응에 말을 이었다.
“가끔가다가 현이가 거의 다 죽어가는 눈을 할 때가 있어.”
“그건….”
“걔는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긴 인생을 살고 있으니까. 아마…400백년 이상이랬나? 거의 이 대륙이 창조됐다는 창세신화 때, 아니면 그 이전부터 살아온 거잖아.”
“그렇…겠죠.”
그 시간 속에서 얼마나 많은 경험과고통을 겪어왔는지, 두 사람은 상상도 할 수 없다.
“지난번 사령술사 사건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그 미친년도 그래.”
일리아나가 누구를 말하고 있는 것인지 깨닫고, 엘레노아도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마리우스 홀튼이라는 대재앙이 될 수도 있었을 사령술사를 키워냈다는 망자의 여왕, 메디아의 존재를 떠올린다.
그리고 그녀가 뒤틀려 있으면서도 무한한 애정을 은현에게 보냈던 것을 생각하면, 당사자가 아닌 엘레노아도 소름이 돋을 정도다.
“확실히…30년 가까이 그런 존재와 기나긴 싸움을 이어나갈 정도면….”
찢어버리고 싶을 정도로 격한 경멸과 분노, 혐오로 가득했던 은현의 살의를 ‘사랑’으로 착각하여 정의를 내리는 뒤틀린 마음.
그녀 또한 자신의 ‘사랑’을 표현하기 위해 은현을 죽이기 위해서 필사적이었다.
그 뒤틀려버린 전쟁에서 은현이 과연 제정신을 유지할 수 있었을까?
알 수 없다.
“현이의 멘탈은 지금 안정기에 접어들면서 조금씩 회복되고 오히려 죽기 전보다 좋아지고 있는 것 같지만…언제 또 무너질지, 몰라. 아마 현이의 곁에 계신 ‘그분’이 필사적으로 케어하고 계신 것 같기는 한데…. 걔는 자기 자신의 목숨에 대해서 아무런 가치도 두고 있지 않으니까. 솔직히 불안해.”
엘레노아는 대답하지 않았지만 공감하는 부분이 있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이미 한 번 걔를 잃어봤어. 내 마음을 전할 틈도 없이, 걔는 자신의 목숨을 버렸지. 난 두 번이나 현이를 잃을 생각은 추호도 없어. 그걸 위해서라면 뭐라도 할 거야. 그게 너를 허락한 이유야. 게다가 어디서 굴러들어 온지도 모를 인성 쓰레기 같은 년이 현이한테 접근했으면 내가 진즉에 치워버렸겠지. 난 너가 싫지 않아.”
“…허락해주셔서 감사해요.”
“사실 나도 너를 허락한다, 만다 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지만…. 현이한테는 ‘그분’이 계시니까.”
“그렇긴 하죠….”
엘레노아는 쓰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은현과 처음 관계를 맺고 다음날 아침, 자신의 머릿속에 직접적으로 울리던 목소리는 굉장히 신기한 감각이었다.
그리고 자신의 눈앞에 모습을 드러내어 은현의 등 뒤, 허공에 떠있는 여신의 존재를 직시하고 얼마나 놀랬는지 모른다.
“너는 봤다며? 그분의 얼굴을?”
“일리아나님은 한 번도 보신 적이 없으셨나요?”
“아쉽게도. 아직. 현이 말로는 내 앞에서는 아직까지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으셨다고 하더라.”
“그렇군요.”
“…어땠어?”
“네?”
뜬금없는 질문에 엘레노아가 두 눈을 동그랗게 뜬다.
“아름다우셨어?”
은현의 ‘첫 번째’라는 칭호를 가지고 있던 존재는 명백히 인간의 카테고리를 벗어난 존재였기에 일리아나, 자신과 비교도 불가능한 부분이었지만, 신경이 쓰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문제다.
“아…그.”
엘레노아는 뭐라 말해야할지 몰라 잠시 고민에 빠졌다.
이내 결심을 굳힌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굉장히 아름다우셨어요. 그리고….”
“그리고?”
엘레노아가 가장 눈이 갔던 부분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담아낸 여신의 얼굴이 아니었다.
도저히 인간 여성과는 비교할 수 없는 압도적인지방덩어리를 달고 있던 여신의 흉부를 떠올렸다.
“굉장히 크셨어요.”
“…….”
할 말을 잃은 일리아나가 이내 엘레노아의 흉부를 응시하고 다음으로 자신의 흉부를 응시했다.
두 여자와 한 여신의 공통점을 발견하고 일리아나가 한숨을 내쉰다.
“이 X끼 취향 하나 더 알겠네.”
“취향…인가요?”
“이건 그냥 내 생각인데. 현이가 좋아하는 취향을 대강 알 거 같거든.”
“그게 뭔가요?”
엘레노아는 흥미를 띄우며 일리아나에게 물었다.
“스타킹하고 목덜미, 그리고 추가된 게 가슴…이려나?”
“…네?”
“못 믿겠어?”
“아, 아뇨 그런 건….”
“하.”
일리아나는 헛웃음을 한 번 짓고는 재미있는 생각이 떠올랐는지, 엘레노아를 보며 씨익 웃었다.
“마침 널 부른 용건도 있었으니까. 이참에 한 번 시험해볼까?”
◆ ◆ ◆
“후우, 끝났다….”
장시간의 노력 끝에 만들어진 결과물을 확인하고, 은현은 흡족한 미소를 짓고, 고개를 끄덕였다.
녹색의 맑은 빛을 띄우는 보석이 박혀있는 반지의 구석구석을 살피고, 잘못 세공된 부위가 있는지 없는지 꼼꼼히 확인한 후에야, 반지 안에 엘레노아의 이름을 새기기 시작한다.
엘레노아의 눈동자 색과 어울리는 녹색 빛을 머금은 에메랄드를 정성스레 세공하여, 그녀에게 건 내줄 결혼반지의 완성에 뿌듯한 기분까지 다 들 정도.
“슬슬 엘레노아가 올 때가 다 됐는데….”
은현은 공방의 벽에 걸려있는 시계를 바라보며 시간을 확인했다.
세공 작업을 마친 결혼반지를 직접 껴보고, 사이즈가 맞는지 안 맞는지를 확인하고, 더 나아가 은현이 직접 제작한 웨딩드레스도 시착할 계획이었다.
“아, 등 아파.”
장시간을 앉아서 한 자세로 작업을 했던 탓일까, 작업을 끝내고 몸을 일으키자 굳어있던 몸이 우드득 소리를 내며 삐걱거렸다.
“일단 나가볼까….”
세공된 결혼반지를 깨끗하게 닦아내고, 준비해둔 반지 케이스에 넣어 포장한다.
케이스를 쥔 은현은 자리에서 일어나 천천히 어질러진 공방을 정리하고 발걸음을 옮겨 위층으로올라갔다.
문을 열고 거실로 들어간 은현은 곧장 냉장고로 직행하여 안에 들어 있는 생수를 꺼내 벌컥벌컥 들이마시며 갈증을 해소했다.
끼이익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듣고, 두 명의 인기척을 느낀 은현은 이미 일리아나와 엘레노아가 와있다는 것을 깨닫고 고개를 돌렸다.
“와있었네? 마침 타이밍 좋게 딱 완성….”
그리고 두 여성의 모습을 확인한 은현이 할 말을 잃고 멍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이 직접 제작한 새하얀 순백의 웨딩드레스를 입은 아름다운 두 여자의 모습에 아무런 마음의 준비도 하지 못했던 은현이 넋을 놓고 바라만 보았다.
“으, 으으….”
“어때? 어울려?”
부끄러운 듯 오프숄더로 드러난 자신의 맨살을 양팔로 가리며 얼굴을 붉히는 엘레노아와 달리, 일리아나는 매우 당당한 태도였다.
“…어울린다는 말로도 다 표현을 못할 정도지.”
은현은 가장 먼저 자신에게 감상을 물어본 일리아나가 입고 있는 웨딩드레스를 천천히 응시했다.
착 달라붙는 타이트한 디자인으로 그녀의 흉부를 아슬아슬하게 가리면서, 잘록한 허리의 라인이 그대로 드러나는 디자인.
엉덩이와 허벅지까지 그 타이트한 머메이드 타입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슬릿 형태로 치마의 한쪽이 트여 옆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하얀색 가타벨트 스타킹을 신은 그녀의 다리가 너무나도 요염했다.
“부, 부끄러워요….”
처음 입어보는 웨딩드레스가 민망한지, 엘레노아가 은현의 시선을 피하며 드레스 위로 드러낸 맨살의 어깨와 가슴을 가린다.
이미 관계를 가지면서 알몸까지도 모두 본 사이인데, 그녀의 마음은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모양.
허벅지까지 드러내는 짧은 치마 길이의 미니웨딩드레스이지만, 반투명한 레이스의 치맛단이 짧은 치마 위에 덧붙여져 발목까지 내려오면서, 엘레노아의 치마 속만 눈이 내리는 것만 같은 신비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자신의 모습이 너무 부끄러운지, 엘레노아가 자신의 다리를 배배 꼬며 안절부절 못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었다.
반투명한 레이스 치마의 안에서 새하얀 스타킹으로 강조된 다리의 라인이 너무나도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면서, 은현은 무심코 중얼거렸다.
“…내가 만든 드레스지만, 너무 잘 만들었네. 진짜로.”
“하, 하흐으으….”
“음?”
엘레노아의 모습이 시간이 지날수록 이상해져 은현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얼굴을 붉히면서 숨을 헐떡이고, 다리를 배배꼬는 행동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
이내 참지 못한 엘레노아가 일리아나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여, 역시 안 되겠어요. 저 잠깐 방에 좀….”
“안 돼.”
황급히 방안으로 들어가려던 엘레노아의 손목을 일리아나가 붙잡았다.
“이, 일리아나님, 제발….”
애절하기까지 한 목소리로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리아나는 미소 지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두 여자의 모습이 명백히 이상하다는 것을 느낀 은현이 그제서 미심쩍은표정으로 두 눈을 가늘게 뜨며 일리아나를 쳐다보았다.
“뭐야. 왜 그래?”
“괜찮아. 이제 곧 부부가될 건데, 뭐가 부끄러워.”
“하지만…. 아! 아, 아흐…으읏….”
머뭇거리던 엘레노아의 신체가 순간 팟하고 튀더니 파르르 경련을 떨며 뜨거운 숨결을 토해냈다.
“……? 설마…?”
은현은 무심코 엘레노아의 다리로 시선을 옮겼다.
그녀의 다리 사이에서 뚝뚝 떨어지는 물, 가랑이 사이에서흐르는 애액들이 새하얀 스타킹의 안쪽 허벅지부분이 얼룩을 만들어내며 적시고 있다.
“자, 보여주자. 현이한테 네 모습. 분명 좋아할 걸?”
파르르 떨며 안절부절 못하고 혼란스러워하고 멀뚱히 서있는 엘레노아의 귓가에 일리아나가 속삭인다.
킥킥대며 말하는 일리아나의 모습은 웨딩드레스를 입고 있는 새신부의 모습임에도 마녀의 본성을 어김없이 드러내고 있는 것만 같았다.
“흐으으…은현…?”
“…네.”
은현은 자신을 부르는 엘레노아의 목소리에 침을 꿀꺽 삼키며 대답했다.
“봐주세요…. 제 가랑이 사이를….”
그리 말하며 엘레노아가 자신의 웨딩드레스의 치마를 양손으로 꽉 움켜쥐고, 스스로가 천천히 위로 들어올렸다.
“…헐?”
은현은 엘레노아가 걷어 올린 치마 속, 그녀의 가랑이 사이의 절경을 두 눈으로 목격하고 자신도 모르게 탄식했다.
새하얀 스타킹으로 강조된 아름다운 다리의 라인을 타고 천천히 시선을 위로 옮기고, 이윽고 도달한 가랑이의 사이, 밑트임으로 그녀의 보지가 적나라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보지에 삽입된 바이브가 거칠게 진동하면서 움직이고 있는 광경은 충격적이다.
순간적으로 이것이 누구의 입김이 닿은 결과인지 눈치 챈 은현은 멍하니 일리아나를 바라보았지만, 일리아나는 킥킥대며 웃고 있을 뿐이었다.
‘다리를 배배 꼬았던 건 이것 때문이었나…?’
바이브의 자극도 자극이었겠지만, 노팬티의 상태로 바이브가 빠지지 않게 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가랑이를 오므리고, 다리를 배배꼬았던 행동이 그제야 이해가 가기 시작한다.
모두 은현에게 자신의 수치스러운 모습을 들키지 않기 위한 그녀의 필사적인 노력이었다.
“흐으….”
웨딩드레스를 입은 새신부가 가랑이 사이에 바이브를 꽂고 애액을 질질 흘리며 느끼고 있는 광경이 너무나도 색스러우면서도 아름답다.
바이브가 삽입된 보지 속에서 희멀건 애액이 뚝뚝 떨어지며 바닥을 더럽힌다.
그리고.
“아….”
떨어지는 애액과는 반대로, 멍하니 그녀의 다리와 가랑이 사이를 응시하던 은현의 바지 속의 물건이 불끈 솟아오르는 것을 엘레노아가 눈치 챘다.
얼굴을 붉히며 수치심에 젖어있던 엘레노아가 멍하니 작은 탄식을 내뱉었다.
마찬가지로 발기한 은현의 바지 속에 자신의 존재를 주장하는 자지를 확인한 일리아나가킥킥거리며 엘레노아의 귓가에 속삭였다.
“내가 뭐랬어. 쟤 스타킹 엄청 좋아한다고 했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