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3화 〉153. 가문의 위기(6)
[은현 고유능력]
[시간가속]
[사고가속]
카아앙!
정면에서 들어오는 검 날을 창끝으로 쳐내자 묵직한 금속들의 충돌음이 울려 퍼졌다.
튕겨낸 검 날이 허공으로 떠오른 순간, 은현의 창날이 매섭게 정면의 사냥개의 가슴에 찔렸다.
“쿠흡…!”
순식간의 가슴 정중앙을 관통당해 바닥에 쓰러지는 사냥개의 반응에 주위의 동료들이 멈칫하는 반응을 보인다.
“……!”
아까보다도 빨라져, 아예 인식조차 할 수 없었던 속도에 경악하는 것도 잠시, 사냥개들의 경악의 시선이 이내 진지하게 바뀌고, 다시 한 번 은현에게 돌격을 해온다.
사방에서 날아오는 공격들을 창날로 쳐내고 창대로 막고, 몸을 비틀어 아슬아슬한 틈을 남겨두고 회피하는 은현의 대처능력은 가히 신기에 다다른 수준.
네 명의 사냥개들이 전후좌우 전 방향을 들러붙어 끈질긴 공격을 감행해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은현에게 작은 생채기 하나를 만들어내는 것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감지 능력을 통해서 뒤에도 눈이 달린 것이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들어오는 공격 족족을 다 대처하는 모습에 사냥개들의 입가에 조금씩 미소가 번지기 시작한다.
“하하!”
‘점점 속도가 빨라진다.’
감정이 고양되고 온몸에 퍼지는 희열의 감정이 사냥개들의 몸을 들뜨게 만들고 있다.
은현에게 동료 하나가 가슴을 꿰뚫려 죽었음에도 불구하고, 사냥개들의 눈에는 동료에 대한 애도의 감정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무기들에서 느껴져 오는 것은 오로지 은현을 정복하고 싶다는 호승심.
어떻게 하면 이길 수 있을지, 은현을 제압할 수 있을지 만을 생각하며 맹공을 퍼부어온다.
“우오오오오!”
순식간에 네 명의 사냥개들이 물러나고, 허공에서 우렁찬 기합 소리를 내는 거한이 풍선마냥부풀어 올라 불끈거리는 팔뚝으로거대한 전투도끼를 내려찍는다.
카앙!
몸무게와 속도가 가미된 전투도끼의 내려찍기를 연약하기 짝이 없는 창대로 가드를 한다.
쩌적
성공적으로 가드를 했지만 맞부딪침과 동시에 어마어마한 힘에 짓눌린 창대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 것을 은현의 눈이 인지하고, 사고 가속을 통해 응축된 은현의 사고의 흐름이 막는 것이 아닌, 회피를 빠르게 권고한다.
“크…!”
창의 한쪽부분을 비스듬히 비틀어 전투도끼의 공격을 흘려낸 은현은 몸을 옆쪽으로 옮기면서 틀어진 전투도끼의 사선상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이미 공격을 한 번 단 0.5초도 안 돼는 시간 동안 막아낸 것만으로 내구를 다하고 은현의 창이 두 쪽으로 쪼개져버렸고, 전투도끼를 내려찍은 사냥개의목덜미에 부러진 창대를 있는 힘껏 찔렀다.
“크아아악!”
비명이 울려 퍼지고, 전투도끼 사냥개가 죽음을 맞이했지만, 다른 사냥개들은 동료의 죽음에 전혀 슬퍼하지 않았다.
[세 자릿수 마법]
[아이스 니들]
[록 스피어]
마법을 통해서 허공에 생성된 수많은 투사체의 존재를 확인한 은현이 사냥개의 목덜이를 찍어버린 창대를 다시 뽑아냈다.
하늘을 뒤덮을 정로도 어마무시한 양의 얼음 가시들, 거대한 크기의 바위로 만들어진 창을 응시한다.
명백히 마법사의 개인의 역량으로 만들어낼 수 없는 물량.
하지만 다섯 명의 마섭사들이 일제히 같은 마법을 발동시켜 지금의 현상을 재빠르게 준비하고 만들어내는 것은 집단전에 능한 사냥개들의 오랜 전투의 경험과 센스가 빛을 발하고 있다.
은현은 쪼개져버린 양쪽의 창대를 양손에 하나씩 거머쥐면서 마력을 활성화시켰다.
어느새 은현을 둘러싸 압박하면서 맹공을 퍼붓던 사냥개들은 하늘의 마법이 준비되자마자 마법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 거리를 벌리고 있다.
날카로운 수백 개의 얼음의 가시들이 은현의 주위에 비처럼 쏟아져 내려오기 시작 한다.
카앙! 카앙! 카아앙!
얼음 가시들을 부러진 창대들을 휘둘러 하나하나 격파해나가는 과정이 사냥개들이 육안으로 포착해내기엔 너무나도 빨라, 육안으로도 확인할 수 없는 수준.
얼음 가시의 비를 대처하느라 급급한 은현을 향해서 멀찍이 떨어져 있던 사냥개가 자신의 쌍도끼 중 하나를 있는 힘껏 은현을 향해 투척한다.
“쯧.”
감지를 통해서 자신의 머리를 노리고 날아오는 도끼의 존재를 확인한 은현은 작게 혀를 찼다.
자신의 관자놀이를 쪼개기 위해 인접해온 도끼날을 부러진 한 쪽 창대로 쳐냈다.
얼음의 가시들을 하나하나 파쇄 시키면서, 지속적인 충격과 은현의 마력으로 내구성이 위태위태하던 창대 하나가 기어코 부러졌다.
결국 창대 하나만으로 남은 얼음 가시들을 모두 처리했지만, 이내 처음 발동되었을 때보다 더욱 커다란 덩치를 형성한 돌덩이의 창이 빙글빙글 회전하고 있는 것을 보고 은현의 인상이 찡그려졌다.
창이라고 표현을 했지만, 그것은 처음 보았을 때의 모습이었을 뿐이다.
많은 물량의 얼음 가시의 비로 시간을 끌면서, 조금씩 마력을 모아 덩치를 불린 바위의 창은 모습을 변화시켜나가면서 강화되고 둥그렇고 뾰족한 원뿔 모양의 랜스의 형태를 취하고 있었다.
회전이 가미되면서 중량을 불린 바위의 랜스는 하늘을 뒤덮으면서 거대한 그림자를 형성시켰고, 세 자릿수 수준의 마법이 아닌 것은 명확했다.
허공에 떠올랐던 바위의 랜스가 이내 회전하면서 날카롭고 뾰족하게 만들어진 거대한 송곳이 은현의 전신을분쇄하기 위해 낙하되기 시작한다.
[신의 무구]
[아이기스]
은현이 곧장 신력을 활성화시켜 자신의 영혼에 각인 된 신의 무구를 전방에 전개했다.
콰아아아아앙!
거대한 바위의 창과 신의 방패가 격돌하면서, 대지가 진동하고 어마어마한 먼지바람을 동반한 돌풍을 일으키며 은현의 주위를 휩쓸기 시작한다.
“크으윽!”
당연 어느 정도 거리를 벌리고 있었던 사냥개들에게도 돌풍의 여파에 휩쓸렸고 조금씩 사냥개들의 몸이 뒤로 밀려나간 것은 당연지사.
황급히 바위의 랜스를 만들었던 마법사들이 힘을 모아장벽을 펼치면서 주위를 휩쓸고 있는 먼지 돌풍에서 자신들을 보호했다.
“하! 이것도 막네!?”
바위의 랜스와 직격으로 충돌한 여파로 생인 바위들의 잔해들의 사이에서 멀쩡하게 서있는 은현을 바라보고 바론이 씨익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이것도 혹시나 하는 가능성으로 염두 해두었던 결과.
장벽을 형성하면서, 습관적으로 마법사들이 다음 수단을 준비했다.
바위의 랜스로 가려져 있던 더 높은 장소에 형성된 푸른색 뇌전의 기운이 스파크를 튀며 흉흉하게 날뛰고 있다.
[네 자릿수 마법]
[체인 라이트닝]
[볼트 샤워]
파지직!
허공에서 내려오는 푸른 뇌전의 기운이 빛의 속도로 날아와 은현의 머리위에 직격한다.
“……?”
틀림없이 직격한 것을 목격했지만, 뇌전을 강타한 은현의 몸이 잔상을 남기고 흐릿해지자, 마법을 발현시킨 두 명의 마법사가 의아한 반응을 보인다.
“커흑!”
옆에서 들려온 비명소리에 깜짝 놀란 마법사 하나가 황급히 옆을 돌아보았다.
함께 마법을 사용했던 마법사의 목덜미에 부러진 창의 날이 박혀 있는 것을 보고 황급히 보호 마법을 시전 했다.
마법사 역시 동료 마법사의 죽음에 애도나 슬퍼할 겨를 도 없이, 산전수전을 겪은 마법사 답게 적인 은현이 자신의 앞에 당도하자 곧장 대응했다.
쿠웅!
“크…윽!”
마력이 담긴 주먹으로 장벽을 때렸을 뿐인데, 순식간에 장벽이 울리기 시작하더니 금이 가면서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다.
아무리 급하게 만든 장벽이라고 하더라도, 단 일격에 이렇게 위태위태해질 정도의 위력이 경악할 노릇이다.
다시 한 번 주먹으로 균열이 생겨 위태위태한 장벽을 깨부수려는 찰나, 은현은 옆에서 날아오는 대검을 피하기 위해 몸을 뒤로 빼야만 했다.
콰앙!
허공을 베고 바닥을강타하면서 박힌 검을 들어 올리려는 행동을 은현이 대검의 칼등을 발로 짓밟으면서 막았다.
칼등을 밟은 발로 도약하여 허공으로 점프한 은현이 몸을 회전시켜 사냥개의 관자놀이에 발차기를 때려 넣었다.
“끄윽!”
은현이 허공에서 몸을 회전시킨 순간, 사냥개가 본능적인 위험을 감지하고 자신의 머리를 가드하기 위해 대검을 손에서 놓았지만, 시간가속으로 빨라진 은현의 모든 동작을 캐치해내고 대응해내는 것은 불가능했다.
관자놀이를 강타하면서 의식을 잃어 바닥에 쓰러지는 사냥개를 확인할 틈도 없이, 은현이 곧장 자세를 잡아 오른 주먹을 뒤로 살짝 뺀다.
[주현성 극원류]
[삼매붕권(三昧崩拳)]
쩌저적!
안 그래도 위태위태했던 마법사의 장벽이 허무하게 깨져버리면서, 장벽 속에서 긴장한 표정을 짓고 있던 마법사가 위험을 인식하고 고통을 느끼며 비명을 지를 새도 없이, 은현의 주먹이 복부를 관통시키면서 마법사의 몸을 터뜨려버린다.
“휘~유!”
그 광경을 지켜보던 바론이 휘파람을 불며 감탄하는 기색을 보인다.
이미 부하 넷을 죽이고, 하나를 기절시켰음에도 불구하고, 바론은 팔짱을 끼고서 웃으며 은현을 바라보고 있다.
“참 이상하네. 아까보다 더 빨라졌잖아? 움직임이 아예 보이지 않을 정도야. 게다가 우리 움직임을 모두 알고 대응하는 것 같고.”
여신의 권능을 통해서 시간가속과 사고가속을 동반한 자체 버프를 이용하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바론의 입장에서 은현이 보여주는 모습은 흥미로운 장난감과도 같았다.
“…….”
그런 바론의 의문과 시선에 은현은 굳이 대꾸하지 않았다.
다시 은현의 주위로 몰려든 남은 사냥개들이 일정한 거리를 벌리고 은현과 대치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동료 사냥개들의 숫자가 너무나도 허무하게 줄어들면서, 아무런 정보와 공략의 단서도 얻어낼 수 없었던 이상, 사냥개들 또한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그렇게 모든 사냥개들의 시선이 은현에 집중이 되고 있을 때.
부으으으으응!
거칠고 요란한 소리를 내며 등장하는 물체의 등장에 사냥개들의 시선이 소리가 들려오는 신전 쪽으로 향했다.
빠른 속도로 사냥개들과 은현을 향해 돌진해오고 있는 물체는 일반적인 마차와는 비교할 수 없는 속도와 작은 크기를 자랑했다.
굵고 고무로 뒤덮인 타이어와 나무가 아닌 강철로 만들어진 두 개의 바퀴들, 이륜구동으로 움직이는 물체의 모습은 대륙에서 한 번도 본적이 없는 이질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차체의 안장에 앉아 있는 것이 굉장히 나이가 어린 소녀라는 것과, 소녀의 허리를 강하게 끌어안고 밀착해서함께 타고 있는 금발머리의 여성의 모습이 더더욱 이질적이다.
마법과 과학기술로 재탄생된 이륜구동 형 오토바이의 뒤, 단단히 고정된 짐수레 위에 살찐 두꺼비 같은 익숙한 면상의 남자를 본 사냥개들의 얼굴이 살짝 굳기 시작한다.
오토바이의 등장으로 소란스러워진 틈을 타, 은현이 에밀리아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손가락으로 애슈턴을 가리켰다.
은현의 의도를 이해한 에밀리아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애슈턴 쪽으로 오토바이를 몰아, 그의 팔을 낚아채고는 절묘한 기술로 오토바이의 뒤에 고정된 짐수레에 짐짝마냥 던져 넣는다.
“크아악!”
은현에 투창에 의해서 어깨에 거대한 관통상이 생겨 과다출혈로 사망하기 직전이었던 애슈턴이 허공에 피를 흩뿌리며 짐수레에 고개를 쳐 박았다.
그리고는 유유히 도로를 빠져나가기 시작하는 미지의 기술이 집약된 오토바이를 사냥개들이 멍하니 바라보던 것도 잠시.
은현이 품에서 포션을 하나 꺼내들더니, 그것을 바닥에 있는 힘껏 집어던지며 포션의 병을 깨부쉈다.
액체가 들어있지 않고, 새하얀 빛을 담아두고 있던 병이 깨지자, 병을 중심으로 밝은 빛이 뿜어져 나와 주위를 잠식하기 시작한다.
“크윽!”
한 자릿수 마법인 라이트를 포션 속에 담아 연금의 과정을 통해서 마법을 보존시킨 포션병은 엄연한 유탄의 역할을 충실히 해주고 있었다.
“크아악! 내 눈!”
강력한 섬광이 주위를 가득 채우기 시작하면서 사냥개들이 생각지도 못한 눈뽕의 공격에 자신의 얼굴과 눈을 부여잡고 비명을 지르기 시작한다.
포션이 깨진 순간부터 심상치 않은 빛을 뿜어낸 순간, 바론은 뒤늦게 자신의 두 눈을 가리는 것으로 예상치 못한 공격을 막아낼 순 있었지만, 주위를 잠식했던 빛이 사라진 것을 확인하고 은현의 모습이 사라졌다는 것에 멍한 표정을 지었다.
“하…이 새끼 봐라?”
자신의 부하인 사냥개들을 죽이고 신박한 방법으로 도망을 친 은현을 생각하며 바론이 씨익 미소를 지었다.
◆ ◆ ◆
“소리가 너무 컸어. 이 문제는 나중에 생각해보자.”
“마스터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본 개체도 현 기체(機體)에 대해서 개선의 여지가 많이 보인다고 명시하는 바입니다.”
너무 커다란 마도구동형의 엔진소리 때문에, 기껏 도망쳤는데 소리로 사냥개들이 자신들을 추적해올 가능성이 있었기에, 중간부터는 방음 마법을 통해 엔진 소리를 죽이는 것으로써 임시방편을 마련해야만 했다.
“이 즈음 왔으면 아마 추적해오는 건 시간이 걸리겠지. 일단오토바이는 다시 ‘인벤토리’에 넣어.”
“명령을 수락합니다.”
은현의 명령에 에밀라아가 고개를 끄덕였고, 에밀리아가 오토바이에 손을 대자, 거친 엔진 소리를 폭주하며 달렸던 오토바이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이전 사령술사와의 싸움에서, 레나트가 마수들을 소환시키고 역소환시켰던 것을 착안하여 일리아나와 함께 새로 개발한 아공간 마법은 이전, 두 사람이 개발했던 게이트 마법처럼 세상에 공개하지 않았다.
레나트의 능력은 신의 힘을 통해서 빌려온 위업이었지만, 이 마법은 오로지 은현과 일리아나가 머리를 맞대고 마법 지식의 정수를 동원하여 개발해냈기 때문에 더더욱 가치가 높고 두 사람에게 뿌듯한 기분을 안겨주는 결과물이기도 했다.
“남은 건 저것들하고 공녀님인가….”
“하아…하아….”
은현은 나무에 기대어 거칠게 숨을 몰아쉬고 있는 엘레노아를 한차례 바라보고, 짐수레 속에 쳐 박혀 있는 애슈턴과 바르크를 응시하며 머릿속으로 고민했다.
“리아. 텐트를 쳐. 오늘 하루, 여기서 야영한다.”
일단은 애슈턴을 살려두는 것도 중요했고, 무엇보다 엘레노아의 상태가 심상치가 않았다.
추적을 두려워해서 무리해서 움직이다가 엘레노아의 컨디션을 무너뜨리는 것을 걱정한 은현은 과감하게 야영을 결심했다.
“명령을 수락합니다. 추가 사항으로 본 개체가 마스터에게 한 가지 보고드릴 것이 있습니다.”
“뭔데.”
“두꺼비를 포박하던 도중, 한 포션병을 발견했습니다.”
“…두꺼비라는 게 설마 이 자식을 얘기하는 거야?”
미심쩍은 표정으로 바르크를 가리키자, 에밀리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했다.
“본 개체의 데이터베이스로는 도저히 인간의 개체로 정의를 내릴 수 없었기에, 가장 유사한 개체인 ‘거대 두꺼비’로 명명했습니다.”
“…….”
순간 할 말을 잃은 은현이 재차 입을 열었다.
“일단 계속 얘기해봐.”
“포션병의 성분을 분석결과, 엘레노아 공녀님의 타액이 묻어 있었으며 포션 속의 액체를 공녀께서 마신 것으로 추측됩니다.”
“뭘 마셨는데?”
커다란 구멍이 뚫린 애슈턴의 어깨를 지혈하고, 능숙하게 붕대를 압박하여 상처를 고정시킨다.
매우 허술하기 짝이 없는 응급처치였으며, 자신이 만들어낸 애슈턴의 어깨의 관통상은 정교한 수술이 필요한 상처였지만, 은현은 애슈턴에게 이 이상의 호의를 베풀 생각이 없었다.
“엘레노아 공녀님의 타액을 제외한 다른 성분을 분석한 결과, 본 개체는 포션 속에 들어 있던 액체가 사창가에서 쓰이는 최음제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뭐?”
에밀리아가 그 성분표와 최음제의 존재를 왜 알고 있는지는 둘째 치고서라도.
자신의 배다른 여동생에게 최음제를 먹이고 수많은 남자들에게 윤강당하는 상황을 조장한 쓰레기를 응시했다.
은현이 순간, 애슈턴의 어깨의 상처를 다시 한 번 헤집어놓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