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블루레인. 2000. 03. 12
안녕하세요. 블루레인입니다. ...*^^*
이번에 세 번째 작품을 시작하였습니다.
이번에는 근친물이라 이전의 두 작품을 올렸던 창작방이 아닌 근친방에 처음 올립니다.
사실 처음에는 작품을 모두 완성하고 올리려 했으나, 생각보다 분량이 커지고 회사 일이 바쁜 관계로 글의 진척이 더뎌지는지라, 부득이하게 일단 연재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안 그러면 3월중에도 시작하기 힘들 것 같더군요...^^;)
그래서 자주 연재를 못하고 완성에 시일이 좀 걸릴 것 같습니다.
일단, 총 25장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작품에 대해 좀 소개를 하자면, 이 작품은 일본의 추리소설 작가인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 <비밀>에서 모티브를 따온 작품입니다.
물론, 진행되는 내용이나 결말은 틀리지만 작품의 소재와 발단이 같습니다.
저 개인적으로 인상 깊게 보았던 작품인지라 이런 식으로 응용을 해보았습니다만, 혹시라도 원작에 누가 될까하여 작가와 작품, 그리고 이 작품을 좋아하시는 분들께 죄송한 마음이 앞섭니다.
그리고 이번에 올리는 분량이 2-3번 나누어 올려도 될 많은 분량입니다만, 한 호흡에 쭉 읽어주셨으면 하는 희망으로 한번에 올렸으니, 분량이 부담스러우신 분들께는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그럼 인사는 이만 줄이기로 하겠습니다.
1장. 프롤로그
설마 그것이 아내의 마지막 모습일지는 몰랐다.
아니 모르는 것이 아니라 상상도 할 수 없었다.
그 어느 누가 평범한 일상처럼 집을 나서는 사랑하는 이의 모습을 세상에서 마지막 보는 모습일거라고 상상이나 할 수 있었겠는가?
세상에는 많은 이들이 가족이나 연인의 마지막을 이렇게 보내었을지 모르지만, 그 누구도 그들의 마지막 모습을 그렇게 보내리라고 원치는 않았을 것이다.
어쩌면 그래서 더 슬픔이 클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이의 소중함은 이렇게 하여 더욱 상실감으로 다가오는 것이었다.
진우는 그렇게 사랑하는 아내를 보냈다.
그때가 1997년 1월이었다.
아내는 평소에는 여리고 수줍은 타입이었지만 그 속맛은 정말 촉촉한 여자였다.
아내가 친정에 다니러가기 전날 밤 진우는 그 어느 때보다 아내의 몸을 갈구하고 있었다.
뜨겁게 농익은 아내의 몸도 어느 때보다 그의 손길에 민감하게 반응을 했고, 그녀의 중심은 많은 물을 흘려 시트를 적셔주었다.
그러나 진우는 천천히 아내의 몸 속으로 들어가 살짝 살짝 터치하며 그녀를 더욱 애타게 만들어 주었다.
"하아아.. 아으으응.. 여..여보.. 제 제발..."
한참을 공을 들인 그는 아내의 몸이 충분히 달구어졌다고 판단이 되자, 본격적으로 거센 힘을 몰아 그녀의 몸으로 휘몰아 쳤다.
"아아아.. 아아흐응.. 으흑.. 아아앗.. 나 나.. 아아아앙.."
"하아.. 하악.. 으으윽.."
방안은 이미 두 사람의 거친 신음소리로 가득했고, 마침내 그들은 절정의 폭풍에 휘말려 버렸다.
"으윽.. 아.. 수진아.. 내 작은 입술.."
그가 절정에 오르며 아내의 귓가에 속삭였다.
그리고 얼마 후, 탈진한 듯 엎드려 가늘게 숨을 고르고 있는 아내의 땀에 젖은 등허리를 바라보면서 진우가 물었다.
"얼마나 강릉에 있을 예정이야?"
"으음.. 일단 가서 아버지 얼마나 편찮으신지 좀 보구요.. 한 3~4일 있을지 몰라요."
아내의 친정은 강릉이었다.
"장인어른 많이 편찮으시면 무리해서 일찍 올 필요는 없어.. 여기 걱정은 말고.. 그나저나 나도 시간 내어서 가봐야 하는데.."
"아니예요. 어차피 회사에서 그 정도만 휴가를 얻었고요, 지현이 개학도 얼마 안 남았잖아요.. 좀 있으면 설날도 되니 그때나..."
아내는 아직 땀에 젖은 홍조 띈 얼굴을 배개에 파묻은 채, 졸린 듯 이야기하고 있었다.
진우는 그런 아내를 보자 갑자기 다시 욕구가 치솟아 올랐다.
그리고 밤새도록 그녀의 몸을 탐했다.
그때는 왜 그렇게 눈앞에 있음에도 아내의 몸이 그리웠는지?
어쩌면 앞일을 예견했기 때문일까?
그 날은 금요일이었고 아내가 돌아오기로 한 날이었다.
날씨가 안 좋아 늦게 도착할거라는 전화에 혼자 한가로운 저녁을 보내던 7시쯤, 집으로 걸려온 전화 한 통은 진우의 인생을 바꿔놓았다.
진우는 전화를 끊고서도 한동안 실감이 나지 않는 듯 거실바닥에 주저 않아, 그저 그렇게 망연자실했다.
그런 그가 문득 생각이 난 듯이 TV를 켜자 저녁 뉴스에는 사고속보가 나오고 있었다.
영동고속도로 횡계 부근에서 차선을 넘어온 대형 탱크로리와 충돌한 고속버스 사고의 뉴스였다.
진우는 그저 멍하니 TV 화면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화면에는 흉한 몰골로 파손된 차량과 아직도 간간히 타오르는 불길, 분주히 움직이는 구조대원들과 경찰들, 앰뷸런스의 경광등 불빛, 그리고 무심하게도 퍼부어 대는 눈발이 보여지고 있었다.
"사고의 사망자들과 부상자들은 현재 급히 강릉시내의 강릉의료원과 고려병원에 나뉘어 후송되었습니다. 현재까지 신원이 확인된 사망자와 부상자 명단은 다음과 같습니다."
TV에서는 기자가 현장에서 다음과 같이 보도를 하고 있었다.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 듯 그저 멍하니 화면을 응시하고 있던 진우의 눈에 비로소 한줄기 눈물이 흐르기 시작한 것은, TV화면 하단에 흐르는 피해자 명단 자막에 아내의 이름이 보였을 때였다.
'이수진. 여. 35세. 서울 강남구 양재동.'
그래 아내였다.
아내의 이름은 이수진이었다.
수진이. 이제는 다시 직접 불러볼 수 없을 이름이었다.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 TV 화면을 얼룩져 보이게 만들었다.
자꾸만 눈물을 훔쳐내었지만 계속 흐르는 눈물을 어찌할 수 없었다.
진우가 다소나마 정신을 차리고 다시 자리에서 일어선 것은 화면의 명단에 딸아이의 이름도 올라있는 것을 발견한 후였다.
서지현 . 여. 12세.
하지만 그것은 다행히도 부상자 명단이었다.
뉴스에는 중태라고 나왔지만, 지금 진우는 그것마저도 감사했다.
그는 그대로 집을 뛰쳐나와 차를 몰고 현장으로 향했다.
그리고 진우는 앞으로 그가 마주치게 될 또 다른 슬픔에게로 다가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