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화 (1/20)

뱀왕. 그것은 역사가 쓰여진 이래로 세상이 가장 혼란스러웠던 시기에 활약했던 압제자들을 뜻한다. 그들은 서서히 질서가 무너지고 혼란이 찾아오는 시기에 나타나 세상을 완전히 혼돈의 늪으로 빠트려버린 위인들이었다.

  다행이 지금까지 존재했던 두 명의 뱀왕 모두 어느 위대한 영웅들에게 쓰러졌다. 초대 뱀왕 아슈트는 고대에 천년을 존속한 제국 에레쉬드 제국의 건국황제인 마르두크에 의해 쓰러졌다. 

  그리고 아슈트의 뒤를 이어 천년 뒤에 나타나 에레쉬드 제국을 멸망시킴으로서 선대의 복수를 한 2대 뱀왕 티폰은 아이란시아 제국의 건국황제인 에우스에 의해 쓰러졌다. 마르두크와 에우스. 위대한 두 영웅은 정의가 이 땅에 살아 숨쉬고 있음을 증명한 위대한 사람들이었다. 

  그렇게 세상을 혼란으로 몰아넣었던 2대 뱀왕 티폰이 위대한 영웅이자 아이란시아 제국의 초대황제인 에우스에게 쓰러진지 어느덧 천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위대한 영웅이 건국한 제국은 꽤나 긴 시간을 존속하며 그 영광을 누려왔다. 

  허나 천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지금, 제국의 영광은 눈을 씻고 찾아볼 수가 없을 정도로 제국의 모습은 말이 아니었다. 무능한 황제, 탐욕스러운 영주, 교활한 이국의 국왕. 여러 가지 요소가 합쳐져 제국은 천년이라는 시간을 존속했다는 것이 무색하게 빠르게 지고 있는 태양과 같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혼란에 빠져버린 제국을 보며 사람들은 이 혼란을 종식시켜줄 영웅을 원했다. 그런 와중 사람들 사이에서 하나의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그 소문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2 대 뱀왕 티폰이 에우스 황제에게 쓰러진 지 천년이 지난 지금, 새로운 뱀왕이 이 땅에 다시 강림할 것이다. 그것은 당연한 섭리. 초대 뱀왕 아슈트 등장 이후, 아슈트를 쓰러트린 마르두크 황제의 에레쉬드 제국이 건국된 지 천년이 지나고 새로운 뱀왕 티폰이 등장한 것처럼 아이란시아 제국이 건국된 지 천년이 지난 지금 이 땅에 또 한 번 뱀왕이 나타날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뱀왕은 선대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이 세상을 혼돈의 늪으로 빠뜨릴 것이다.'

  소문은 바로 3대 뱀왕에 대한 것이었다. 제국의 영광이 저물어가는 지금, 새로운 뱀왕이 나타나 선대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세상을 혼돈의 늪으로 빠트릴 것이라는 소문. 

  사람들은 그 소문을 뜬소문으로 취급하면서도 내심 설마 하는 마음으로 긴장했다. 그만큼 이 세상에서 뱀왕이라는 단어는 그 자체로도 공포심을 자극할 정도로 몹시 두려운 것이었다.

  아라반드 후작령. 아이란시아 제국 서부에 위치한 아라반드 후작령은 지금까지 그나마 사람들이 살기 좋은 곳 중 하나였다. 제국의 많은 영지가 탐욕스러운 영주로 인해 영지민들이 고초를 겪어야만 했지만 아라반드 후작령을 다스리는 자비에르 폰 아라반드 후작은 그리 뛰어난 능력을 지니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탐욕스럽지 않은 인물이었다. 

  또한 아무리 아라반드 후작이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는 하지만 적어도 그의 영지를 제대로 가꿀 능력은 지니고 있었다. 덕분에 아라반드 후작령은 제국 전역을 휩쓸고 있는 혼란에 어느 정도 비껴갈 수가 있었다. 

  하지만 이제 그것은 옛말이었다. 

  아라반드 후작의 돌연사와 함께 얼마 있지 않아 아라반드 후작이 슬하에 둔 일남이녀의 자식 중 유일한 남자인 자하크 폰 아라반드가 행방불명이 되어버린 것이었다. 비록 자하크가 첩의 자식이기는 하지만 아라반드 후작의 유일한 아들로서 후작의 뒤를 이을 유일한 남자였기 때문이다. 

  아라반드 후작 가에는 다른 남자친척들이 없었기에 결국 아라반드 후작의 뒤는 후작의 장녀인 샤리나 폰 아라반드가 잇게 되었다. 그 때부터 아라반드 후작령은 제국의 대세라고 할 수 있는 혼란을 피해갈 수가 없었다. 

  새롭게 영주가 된 샤리나 폰 아라반드 여후작이 무능한 것은 아니다. 다만 그녀는 경험이 없었고 결국 노련하고 교활한 영지의 가신들에게 이리저리 채이면서 가진바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 아라반드 후작령의 평화는 전대의 후작이 죽지 얼마 되지 않아 그 흔적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로부터 1년 후, 아라반드 후작령에 두 사람의 이방인이 등장했다. 검은 로브로 온몸을 가린 두 사람은 아라반드 후작 가의 저택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목격되었다. 

  그러나 아무도 그 점에 대해서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제국 전역이 혼란에 휩싸여있는 지금 이방인은 언제 어디서든 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전대 후작인 자비에르 폰 아라반드의 부인인 일레인 폰 아라반드는 그녀의 눈을 믿을 수가 없었다. 그녀의 눈앞에 서 있는 한 명의 청년. 이제는 더 이상 살아생전 볼일이 없다고 생각했던 얼굴이 지금 그녀의 눈앞에 있었다. 청년은 일레인의 표정에 입가에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좋은 표정이군요. 그 얼굴에 당신이 지금 나에게 하고 싶은 질문이 훤히 보입니다. 왜 내가 살아있는지 궁금한 것이지요, 후작부인?"

  "어, 어떻게……."

  "어떻게 살아남았냐고요? 제가 좀 운이 좋은 편이거든요. 정말 천운으로 살아남았습니다."

  자하크 폰 아라반드. 행방불명되었던 전대 아라반드 후작의 유일한 아들. 비록 첩의 배에서 태어났지만 그는 명실상부 후작의 뒤를 이을 유일한 아들이었다. 

  그 자하크를 음모를 꾸며 죽이고 행방불명으로 위장했던 일레인은 두려움에 몸을 떨었다. 죽은 줄 알았던 녀석이 살아서 돌아왔다. 그 녀석이 앞으로 할 일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일이었다.

  " 내 어머니는 아버지의 첩이었습니다. 당신은 내 누나들을 낳은 뒤에 더 이상 아이를 가질 수 없는 몸이 되었고 결국 아버지는 내 어머니를 첩으로 맞이하셨지요. 그리고 어머니는 아들인 나를 낳으셨지만 몸이 약하셔서 일찍 돌아가셨습니다. 어머니의 정이 그리웠던 나는 당신을 개인적으로 어머니처럼 생각했었습니다만……. 그건 나 혼자만의 착각이라는 것을 1년 전에 깨달았습니다. 뭐 그 전에도 깨닫고는 있었지만 그 때에는 애써 그 현실을 외면했었지요. 정말 돌이켜보면 큰 실수였습니다."

  "……."

  "제가 사라졌던 동안 아버지께서 나름 가꾸셔왔던 아라반드 후작령을 훌륭하게 망쳐놓으셨더군요. 이러려고 지금까지 살을 맞댄 남편을, 제 아버지를 돌연사로 위장해 죽이신 겁니까?"

  "무, 무슨 말이냐!?"

  일레인이 생각치도 못한 자하크의 말에 대답하지만 이미 일레인의 태도와 얼굴은 자하크에게 모든 것을 시인하고 있었다.

  "저는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습니다, 후작부인. 후작부인에게 죽을 뻔한 제가 일년 만에 돌아왔습니다. 그동안 제가 가만히 있을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자, 이제 두고 보십시오. 내일부터 제가 후작부인에 의해 빼앗겼던 모든 것을 되찾아갈 시간입니다. 티아마트."

  "왜?"

  "저 년을 구속하도록. 후작 가의 부인으로서 감히 바람을 피우고 전대 아라반드 후작을 살해했으며 또한 아라반드 후작가의 유일한 남자를 죽이려고 했던 대역죄인이다."

  "뭐 그러지."

  "자, 잠깐! 으읍!!"

  일레인이 뭐라고 말을 하고자 했지만 그녀는 무형의 힘에 의해 입을 열수가 없었다. 자하크가 티아마트라고 부른 동료의 힘인 모양이었다. 두 사람은 알 수 없는 힘으로 일레인을 구속한 뒤 그녀를 방안에 내버려두고 나갔다.

  "자아, 차근차근히 다 되찾아 보실까?"

  일년 만에 맡아보는 집안의 공기를 크게 들이쉬며 자하크는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그 순간, 그의 한 쪽 눈이 사람의 것에서 파충류의 것으로 잠깐 변했다.

늦은 시각, 현재 아라반드 후작령의 주인인 샤리나 폰 아라반드 여후작은 그녀의 방에서 가만히 앉아 나직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가 갑자기 죽은 아버지의 뒤를 이은 지 어느덧 일년. 그 일년 동안 샤리나가 얻은 것은 한숨뿐이었다.

  처음 후작의 자리에 앉게 되었을 때 그녀는 나름 의욕에 차있었다. 자상했던 아버지와 소중한 남동생이 없는 지금 그 두 사람을 위해서라도 자신이 이 영지를 훌륭히 다스려야 한다고 그녀는 마음속으로 굳게 다짐했었다. 

  허나 그 다짐은 지금 그녀에게서 도저히 찾을 수가 없었다. 샤리나는 의욕도 있고 충분히 그럴 능력도 있었지만 경험이 없었다. 영주의 후계자로서의 교육은 오로지 아들인 자하크만이 받았고 때문에 그녀는 아무 것도 모른 상태에서 영주로서의 책임을 다해야만 했다. 

  그런 샤리나가 이미 이 바닥에서 구를 때로 구른 교활한 영지의 귀족들을 상대로 그녀의 능력을 제대로 펼 수 있을 리가 만무했다.

  "그 두 사람을 도대체 무슨 면목으로 보지……."

  현실의 벽에 막혀 능력도 펴지 못하고 그저 허수아비 영주가 되어버린 샤리나는 스스로가 돌아가신 아버지와 행방불명돼 생사도 모르는 동생을 만날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그저 죄인일 따름이다. 본디 동생의 것이었을 영주의 자리에 앉아 있는 것도 모자라 아버지가 지금까지 나름대로 가꾸었던 영지를 그녀의 대에서 망쳐버렸으니 말이다.

  "응?"

  그 때, 샤리나의 귓가에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미 하녀들도 모두 자고 있을 시간이기에 샤리나는 무슨 급한 일이라도 생긴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무슨 일이지?"

  대답은 없었다. 샤리나는 문밖에서 아무런 대답이 없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것도 잠시 샤리나는 갑자기 문이 열리면서 그녀의 방으로 들어오는 한 명의 청년을 보자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청년의 얼굴은 샤리나가 일년 전부터 지금까지 보고 싶었지만 보지 못했던 소중한 한 청년의 것과 똑같았기 때문이었다. 샤리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조심스럽게 말했다.

  "서, 설마……. 자하크?"

  "오랜만입니다, 누님. 네, 저 자하크입니다."

  "아아……. 자하크! 이게 꿈은 아니겠지? 네가 지금 내 눈앞에 서있다니! 신이시여, 감사합니다!"

  샤리나는 자하크를 향해 몸을 날렸다. 일년 만에 돌아온 동생의 모습에 동생의 안위를 지금까지 걱정한 누나는 일년 사이에 몰라보게 자라버린 남동생의 품안에 안겼다. 자하크는 샤리나의 행동에 살짝 놀란 기색이었지만 이내 그의 품에 안긴 샤리나를 안아주었다.

  "정말 걱정했어! 걱정했단 말이야!"

  "심려를 끼쳐드렸군요. 죄송합니다, 누님."

  샤리나는 그녀보다 커져버린 동생의 얼굴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또래 아이들보다 키가 작아 사춘기가 지나고서도 그녀보다도 작았던 동생이었다. 하지만 그 일년이라는 시간동안 어느새 자하크는 샤리나의 키보다 머리 하나는 더 컸다.

  "아를린 누님도 잘 지내십니까?"

  "뭐 아를린도 여전하지."

  자하크에게 형제는 둘. 방금 전 그와 만났던 아버지 자비에르 폰 아라반드 후작의 정부인인 일레인이 낳은 쌍둥이 자매였다. 샤리나와 아를린. 두 쌍둥이 자매는 아들을 낳지 못한 몸이 된 일레인이 유일하게 낳은 자식들이었다. 

  일레인은 언제나 자하크를 눈엣가시처럼 여겼지만 쌍둥이 자매들은 남동생인 자하크를 정말 소중히 아꼈다. 그 두 사람은 자하크가 행방불명된 지 일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남동생의 무사를 믿어왔던 몇 안 되는 사람이었다.

  "오늘은 기쁜 날이야. 아침이 오면 가신들을 모아놓고 너의 귀환을 축하하겠어."

  "죄송합니다, 누님. 그렇게는 안 됩니다."

  "어, 어째서!?"

  얼굴을 굳히는 자하크의 표정에 샤리나는 당황했다. 그녀의 눈에 들어온 자하크의 표정은 지금까지 그녀가 보지 못했던 이질적인 표정이었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저는 복수를 위해 다시 돌아온 것이니까요. 아침에 저의 존재가 밝혀지는 것은 변함없지만 저는 그들로부터 축하를 받을 생각이 없습니다."

  "복수라니? 아아……!"

  샤리나는 나직이 고개를 끄덕였다.

  일년 전, 그녀의 남동생 자하크 폰 아라반드는 아라반드 후작령과 이웃해있는 엘살리온 백작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한 사절로서 아라반드 영지를 떠났다. 그리고 자하크 일행은 행방불명되었다. 

  당시 자하크의 실종을 조사하던 조사단들은 자하크가 엘살리온 백작령을 가기 위해 지나가야하는 길에 몬스터와 전투를 벌인 흔적을 발견했고 자하크의 일행은 몬스터와 싸우던 도중 괴멸한 것으로 추정되었다. 

  비록 자하크의 시체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많은 이들이 자하크가 몬스터와의 전투 중에서 시체도 남기지 못하고 죽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 때문에 샤리나가 무난하게 새로운 아라반드 후작령의 주인이 될 수 있었던 것이었다.

  "역시 너의 실종에는 뭔가 음모가 있었던 거구나."

  "네, 그렇습니다. 이것이 저의 실종. 그리고 아버지의 죽음에 얽혀 있는 모든 음모에 대한 전말입니다."

  "아버지의 죽음!? 네 말은 아버지의 죽음도……."

  "네, 아버지는 그저 갑자기 돌아가신 것이 아닙니다. 누군가에 의해서 암살당하신 거지요."

  "그런……."

  믿을 수 없는 이야기였지만 샤리나가 보기에 자하크의 눈에는 거짓 한 점이 없어보였다. 샤리나는 자하크가 내민 종이들을 받고는 천천히 그것들을 읽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샤리나의 표정에는 경악이라는 감정이 떠올랐다. 그녀로서는 도저히 자하크가 내민 종이들의 내용을 믿을 수가 없었다.

  "그럴 리가 없어! 어째서 어머니가!"

  아버지인 자비에르 폰 아라반드 후작의 죽음과 자하크의 실종. 이 모든 일에는 샤리나의 어머니인 일레인이 관계되어 있다고 종이에 적혀 있었다. 샤리나는 어머니가 아버지와 동생을 죽이려고 했다는 사실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엄연한 사실입니다, 누님."

  "아아……."

  순간 샤리나를 바라보고 있던 자하크의 한 쪽 눈이 변했다. 파충류처럼 세로로 찢어진 동공을 지닌 눈동자. 그 눈동자를 보는 순간 샤리나는 그 믿고 싶지 않은 현실이 사실로 머리에 각인되는 것만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렇다. 이는 엄연한 사실이며 일레인은 아버지와 동생을 죽이려고 했다. 이는 곧 반역. 연좌제가 보편적인 대륙의 법률을 고려할 때 샤리나는 아라반드 후작령의 영주에서 반역을 기도한 계집의 딸로 전락하는 것이다.

  "이제 앞으로 어쩔 생각이니……?"

  몸에 힘이 다 빠지는 듯한 충격을 받았지만 샤리나는 자하크가 그녀를 안아주고 있었기에 제자리에서 쓰러지지는 않았다. 그녀는 자하크에게 온몸을 맡긴 채로 조심스럽게 물었다.

  "모든 것을 되찾을 생각입니다. 현재 누님께서 앉아계시는 원래 저의 것이었을 자리부터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을 아라반드 후작령까지……. 또 감히 저의 것을 노린 이들에게 다시는 이런 짓을 하지 못하게 만들도록 확실히 본보기를 보여주어야겠지요."

  "본보기라……."

  반역죄를 다스리는 법은 간단하다. 죄인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모두 공개처형이다. 그리고 죄인의 가족은 죄질에 따라 노예 혹은 평민으로 신분이 강등당하고 모든 재산이 압수된다. 

  자하크는 본보기를 보인다고 했다. 즉 죄질에 상관없이 이 일에 관계된 모든 이들의 앞날은 모두 처참할 것이다. 일단 관계되어 있으면 모두 처형당하거나 노예가 될 것이 틀림없었다.

  "누님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모든 사건의 주동자 격에 후작부인이 계시지요. 그녀의 딸인 누님들도 이 본보기에서 피하지는 못할 겁니다. 아니, 오히려 누님들을 특히 본보기로 다스려야 해요. 그렇다면 저의 잔혹함에 간이 배밖에 튀어나지 않은 녀석들을 제외한다면 그 누구도 제게 저항하지 않을 겁니다."

  아라반드 영지의 가신들이라면 자하크가 얼마나 그의 쌍둥이 누나들을 따랐는지 잘 알고 있다. 그런 쌍둥이 누나들을 본보기로서 보여준다는 것은 효과가 엄청날 것이 분명했다.

  "그래, 그렇구나……."

  앞으로의 일에 두려움에 떨면서도 샤리나는 애써 태연한 척을 하면서 말했다. 자하크의 판단은 옳았다. 그의 귀환과 함께 철저하게 그의 실종과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모든 일에 대해 철저히 본보기로 일을 처리한다면 자하크는 충분히 아라반드 후작령의 권력을 장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녀보다도 똑똑하고 이미 차기 영주로서의 교육을 받아온 자하크였다. 그라면 샤리나처럼 아라반드 후작령을 어렵게 만들지는 않을 것이다. 언제나 자신이 아라반드 후작 가의 여자임을 샤리나는 단시도 잊은 적이 없었다. 가문과 영지를 위해서라면 그녀는 한 몸 희생할 각오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지금 자하크가 그 희생을 요구하고 있었다.

  "자, 그럼 잠시 주무시고 계십시오. 누님이 깨어나신 이후면 모든 것이 바뀌어 있을 겁니다."

  "자하크……."

  샤리나와 자하크의 눈이 마주치는 순간, 샤리나는 갑자기 잠이 몰려오는 것을 느꼈다. 얼마 있지 않아 그녀는 잠의 홍수를 이기지 못하고 자하크의 품속에서 잠이 들었다. 잠이 든 샤리나를 안은 자하크는 조심스럽게 샤리나를 그녀의 침대 위에 누였다.

  "역시 누님, 그 순간에 자신을 희생할 결심을 하시다니……. 참으로 대단하십니다."

  샤리나의 생각을 자하크는 훤히 알고 있었다. 대개 젊은 귀족여성이 노예가 되면 어떤 신세가 되는지 알고 있으면서도 단번에 자하크의 뜻을 받아들인 샤리나에게 자하크는 감탄했다.

  "걱정마십시오. 이제 누님은 가장 비천한 신분으로 떨어지지만 절대 다른 놈들의 손으로 넘기지 않겠습니다. 아를린 누님도 마찬가지입니다. 누님들은 오로지 나만의 것으로 하지요."

  샤리나의 손에서 영주만이 가질 수 있는 영주의 인장이 새겨진 반지를 뺀 자하크는 샤리나의 방을 나섰다. 이제 남은 것은 다음 날 아침을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아라반드 후작령에 새로운 바람이 불었다. 행방불명되었던 자하크 폰 아라반드의 귀환. 그의 귀환은 자비에르 폰 아라반드 후작 사후, 혼란에 빠져들었던 아라반드 후작령에 불어오는 새로운 봄바람과 같았다. 

  먼저 귀환한 자하크는 가신들 중에서 믿을 수 있는 두 사람을 불렀다. 샤리나에게서 얻은 영주의 반지로 이른 아침부터 부른 이들은 칼릭스 폰 아젤과 자크 폰 나리만. 모두 기사출신으로 뛰어난 능력과 함께 청렴결백하며 전대 영주에 대한 충성심이 두터웠던 이들이었다. 

  이들 두 사람은 자하크가 아라반드 후작령으로 돌아오기 전 이미 포섭된 이들이었다. 자하크는 이미 그들에게 모든 진실을 말해두었고 오늘 아침, 그들을 부른 것은 모든 일을 위한 신호탄에 불과했다. 

  자하크를 만나고 이제 모든 것을 시작할 때임을 알게 된 칼릭스와 자크는 즉각 자하크의 명령대로 움직였다. 그들은 자신들의 사병들과 후작령의 병사들을 이끌고 전대 아라반드 후작의 죽음과 자하크의 실종과 관련된 모든 가신들의 집에 들이닥쳤다. 

  결국 이 일에 연루된 모든 귀족 가들이 아침나절 난데없이 들이닥친 병사들에 의해 제압되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사병으로 애써 저항을 해보려고 했지만 후작령에서 가장 뛰어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두 기사들이 이끄는 병사들을 막아낼 수 있을 리가 만무했다. 

  모든 사건의 주역에는 일레인이 있었기에 현 영주인 샤리나는 자연스럽게 대역죄인의 딸로서 모든 권리를 빼앗겼고 자연스럽게 후작령을 이어받을 사람은 행방불명되었다가 일년 만에 귀환한 자하크가 되었다. 

  "대역죄인들의 신병을 결정하도록 하겠소." 

  일레인이 이번 사건에 핵심적인 인물인 이상, 아라반드 후작가를 이을 수 있는 사람은 돌아온 자하크밖에 없었다. 자연스럽게 영주의 자리에 앉아 가신들을 바라보는 자하크에게 뭐라고 할 가신들은 존재하지 않았다. 

  몇몇 이들은 자하크가 진짜인지 의심을 했지만 자하크는 그가 손가락에 낀 영주의 반지를 보여줌으로서 그들의 의심을 단번에 종식시켰다. 영주의 반지는 아라반드 후작가 출신 외의 인물은 손도 대지 못하는 마법이 걸려있는 아이템. 자하크가 영주의 반지를 끼고 있다는 것은 곧 자하크가 아라반드 후작가의 사람임을 증명했고 현재 아라반드 후작가의 남자라고 주장할 수 있는 사람은 행방불명이었던 자하크뿐이었다. 

  "내 결정은 간단하오. 모든 사건에 주축이었던 이들은 모두 사형. 그들의 재산은 후작령의 것으로 압류하며 그들의 연좌제의 범위에 들어가는 친족들은 모두 노예가 될 것이오." 

  "공자님, 일레인 님과 아가씨들은……?" 

  한 늙은 가신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비록 영주의 자리에 앉아있지만 정식으로 영주가 되지 않았기에 늙은 가신은 자하크를 공자라고 불렀다. 

  "우문이군. 나는 분명 모든 사건에 주축이었던 이들을 모두 사형하고 그 가족들은 노예가 될 것이라고 했소. 이는 당연히 예외가 없소. 전대 영주이신 아버지를 죽게 하고 나 또한 죽이려고 했던 일레인 그 간악한 계집은 날을 잡아 공개처형될 것이고 또한 그녀의 딸인 샤리나, 아를린은 노예의 신분이 될 것이오. 이 나의 결정에 모두가 이견 없이 따라주었으면 좋겠소." 

  자하크의 태도는 반론을 용납하지 않았다. 은연중에 풍기는 자하크의 그러한 분위기에 가뜩이나 갑작스러운 자하크의 귀환과 이 파란에 정신이 없는 가신들은 뭐라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또 자하크의 뒤에서는 이번 일의 공신이라고 할 수 있는 후작령 최고의 기사 칼릭스와 자크가 눈을 부릅뜨고 서있으니 뭐라 말을 할 용기가 생길리가 없었다. 

  아마도 그 누구도 자하크의 뜻을 돌릴 수는 없을 것이다. 가신들은 모두 자하크가 실종되기 전 그의 두 쌍둥이 누나를 얼마나 따랐는지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런 그가 젊은 누나들을 그 비천한 신분인 노예로 만들겠다 하는 것을 보면 자하크가 지닌 대역죄인을 처단하겠다는 의지가 얼마나 굳건한지 충분히 짐작이 가능했다. 

  "그렇다면 대역죄인들의 처분은 언제 시작될 것입니까?" 

  "빠른 시일 내로 처리하는 것이 좋을 거라 생각하오. 어차피 모든 증거는 갖추어져 있으니 후작령의 기강을 바로잡기 위해서라도 빨리 그 대역죄인들을 처단하는 편이 좋을 것이오. 레이돌프 경" 

  "네, 공자님." 

  자하크는 아라반드 후작령에서 외무의 전반을 담당하는 델븐 폰 레이돌프를 불렀다. 외무 전반에 어느 정도 수준급의 성과를 올린 그는 이번 자하크의 대대적인 숙청의 리스트에 포함되지 않은 위인이었다. 

  "우리 아라반드 후작령은 본의 아니게 꽤나 많은 귀족노예들을 얻게 되었소. 그것들을 팔 수 있는 곳을 알아보도록 하시오. 그 쓸모없는 대역죄인들의 몸뚱이로 후작령을 위한 돈이라도 좀 벌어봐야지." 

  "알겠습니다." 

  일년 사이 어느 정도 튼실했던 후작령의 재정은 꽤 어려운 상태였다. 자하크는 이번 일에 연루되어 노예가 되어버린 귀족들을 팔아 후작령을 위한 재정을 마련할 생각이었다. 귀족 출신의 여자노예는 귀하기에 엄청난 값에 팔리는 존재들이다. 그런 노예들이 꽤 생겼으니 자하크는 그것들을 팔아 미래를 위한 자본을 마련할 속셈인 것이다. 

  "전대 후작께서 돌아가시고 내가 실종되었던 사이 후작령의 기강이 많이 흐트러졌소. 아직 내가 정식으로 영주가 된 것은 아니나 내일부터라도 직접 앞장서서 후작령을 새롭게 바꾸어 나갈 것이오. 그렇게 알고 혹시 그 일년 간의 혼란에 몸을 맡겼던 분들은 새로 마음을 다잡으시길 바라겠소." 

  "알겠습니다, 공자님." 

  "자, 그럼 이만 마치겠소. 아침나절부터 정신이 없었을 텐데 돌아가서 푹 쉬시오." 

  가신들이 물러가고 자리에 남은 것은 오로지 자하크뿐이었다. 죄인들의 처우를 결정하자는 명목 하에 모인 회의자리. 하지만 회의는 없고 단지 자하크의 일방적인 통보와 명령만이 있을 뿐이었다. 

  "이제 겨우 첫걸음인가……." 

  나직이 중얼거린 자하크도 자리에서 일어섰다. 영주실에서 나온 그가 향한 곳은 죄인의 딸로서 영주의 자리에서 쫓겨나 방금 전 노예의 신분으로 추락해버린 샤리나의 방이었다. 

  다른 이들은 모두 영주성의 감옥에 감금되어 있지만 일레인, 샤리나, 아를린은 적어도 아라반드 가의 여인들이었기에 그녀들은 감옥 대신에 각자의 방에 유폐시켜두고 있었다. 

  샤리나의 방에 들어가자 샤리나는 이미 잠에서 깨어나 가만히 침대 위에 앉아있었다. 그런 그녀를 감시하는 검은 로브의 인물. 자하크와 함께 아라반드 후작령으로 온 티아마트가 자하크에게 말했다. 

  "대충 정리가 된 모양이지?" 

  "아아, 일단 눈에 띄는 먼지들은 쓸어 담았지." 

  "쿠쿡! 수천년을 살았지만 참 세상사란 모르는 일이야. 아가씨는 분명 어제는 이 후작령의 주인이었지만 이제는 그저 한낱 비천한 노예가 되어버렸네?" 

  티아마트의 말에 샤리나는 고개를 숙였다. 장난기가 가득한 티아마트의 말은 모두 사실이었기에 그녀로서는 아무런 반박을 할 수가 없었다. 티아마트는 샤리나가 반응이 없자 재미가 없는지 어깨를 으쓱였다. 

  "잠시 나가 있어줘." 

  "뭐 그러도록 하지." 

  자하크의 말에 티아마트는 순순히 대답하고 샤리나의 방을 나섰다. 나가는 도중 그녀는 샤리나에게 손을 흔들어보았지만 고개를 숙이고 있는 샤리나가 티아마트의 행동을 볼 수 있을 리가 만무했다. 

  티아마트가 나가고 자하크는 샤리나의 앞에 섰다. 그리고 그녀가 잠시 잠들고 티아마트의 감시 하에 이 방에 유폐되어 있는 동안 벌어졌던 일에 대해서 간단하게 설명했다. 모든 설명을 들은 샤리나는 그저 고개를 끄덕이기만 했다. 그리고 자하크의 말이 끝나자 그녀가 질문했다. 

  "어머니는 어떻게 할 거니?" 

  "지난밤에 말했듯이 이번 일은 모두의 본보기로서 처리할 겁니다. 광장에서 공개처형이겠지요. 아니, 솔직한 제 심정으로는 그것만으로는 부족해보입니다. 아버지를 돌아가시게 하고 저를 죽이려고 했습니다. 공개 능욕 후에 처형하는 것은 어떨까요?" 

  "그, 그런!" 

  일레인을 공개능욕 후 처형하겠다는 자하크의 말에 샤리나는 놀라 자하크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자하크에게 뭐라고 말하려고 했다. 이미 후작령을 위해서 모든 것을 포기했다고 생각했던 그녀지만 어머니의 공개능욕까지 받아들일 수는 없었다. 

  허나 샤리나는 자하크에게 아무런 반론도 하지 못했다. 그녀를 바라보고 있는 파충류의 눈동자. 그 눈동자를 마주 보는 순간 샤리나는 맹수의 앞에 놓인 사냥감처럼 아무런 행동도 할 수가 없었다. 

  "누님에게는 안 되었지만 지금 방금 저는 그렇게 결정하였습니다. 확실히 그 건방진 계집은 그렇게 처리하는 편이 좋겠군요." 

  "……." 

  "그러고 보니 이제 더 이상 누님이라고 존대를 할 필요도 없겠군요. 방금 전 너를 노예로 만들겠다고 결정했으니 말이야, 샤리나." 

  샤리나에 대한 자하크의 공손함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샤리나는 그녀를 바라보는 자하크의 시선에 위압 외에 또 다른 무언가가 섞였음을 느꼈다. 그것은 바로 하찮은 노예를 바라보는 모멸의 시선이었다. 

  "간단히 질문을 하지. 샤리나, 넌 뭐지?" 

  자하크의 질문을 들은 샤리나는 금방 자하크가 원하는 대답을 떠올릴 수가 있었다. 하지만 차마 그 말을 하기가 쉽지 않았다. 자하크가 원하는 대답을 하는 순간 샤리나는 스스로 자신이 더 이상 인간보다 못하는 천하디 천한 존재임을 시인하는 것이니 말이다. 

  허나 샤리나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노예……입니다." 

  "그래, 노예. 앞으로 너는 네가 노예라는 것을 명심하고 살아야할 거야." 

  과연 지금까지 샤리나에게 공손했던 자하크인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샤리나를 대하는 자하크의 태도는 확 바뀌었다. 샤리나는 언제나 그녀를 잘 따르고 공손했던 동생의 바뀐 태도에 자신의 처지를 실감할 수가 있었다. 왠지 그러한 상황에 눈물이 나는 것만 같았다. 

  그런 샤리나를 갑자기 자하크가 안았다. 샤리나는 자하크의 태도에 어찌할 바를 몰라했다. 그런 샤리나의 귓가에 자하크는 나직이 속삭였다. 

  "샤리나. 본디 노예인 너에게는 선택의 자유마저 박탈되지만 특별히 이번만은 허락하지. 너는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라. 하나는 이대로 노예시장에 팔려 이 남자, 저 남자에게 몸을 내주며 정액받이가 되다가 나이를 먹은 뒤 버려지고 죽는 것. 그리고 다른 하나는 나의 노예가 되어 오직 나에게만 그 몸을 바치는 것이다. 물론 나는 너를 버리거나 하지 않아. 자, 두 가지 중 너는 무엇을 선택할 거지, 샤리나?" 

  "하, 하지만 그건 근친이야! 우리 둘은 엄연히 피가 섞인……." 

  자하크가 자신의 노예가 되겠냐는 말에 샤리나가 놀라 답했다. 비록 어머니는 다르지만 자하크와 샤리나는 엄연히 남매였다. 

  "넌 지금 하찮은 노예주제에 하늘과 같은 영주님이 자신과 같은 남매라고 주장하는 거냐? 그리고 굳이 따지면 우리 둘 사이에 흐르는 피는 겨우 반만 같지. 너의 몸속에서 흐르는 피의 절반은 이 남자, 저 남자에게 다리 사이를 벌렸던 음탕한 계집의 피가 흐르고 있어." 

  전대 영주인 자비에르 폰 아라반드 후작을 일레인이 죽인 이유는 간단했다. 일레인은 여러 남자와 불륜을 저질렀고 아라반드 후작은 그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허나 아내가 불륜을 저질렀다는 사실이 남편으로서 부끄러웠던 아라반드 후작은 이 일을 조용히 처리하려고 했다. 허나 아라반드 후작의 바람과 다르게 일레인은 자신의 불륜이 발각되자 아라반드 후작을 죽여 버린 것이었다. 

  일레인이 아라반드 후작을 죽인 이유를 알고 있는 샤리나는 부끄러움에 고개를 숙였다. 설마 그녀의 어머니가 그런 불륜관계를 가지고 있을 줄 그녀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또 자하크와 샤리나의 관계가 전혀 근친이 아니라는 자하크의 말이 옳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하크와 샤리나는 남매이지만 또 영주와 노예의 관계이기도 하니 말이다. 

  "자, 선택해." 

  자하크는 샤리나의 대답을 재촉했다. 샤리나는 자하크의 품안에서 생각했다. 얼굴도 모르는 외간 남자들에게 팔려서 그들의 정액받이로 살 것인가, 아니면 지금까지 귀여워했던 남동생의 노예로서 살아갈 것인가. 

  둘 모두 샤리나로서는 그다지 좋은 미래는 아니다. 어제까지만 하여도 상상치도 못했던 일들이 지금 샤리나의 눈앞에 직면해 있었다. 샤리나는 짧은 시간동안의 고민을 끝내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자하크, 너의……. 아니, 주인님의 노예가 되겠습니다……." 

  자하크는 샤리나를 품에서 놓았다. 자하크를 본 샤리나는 몸을 떨었다. 언제나 그녀에게 공손하고 자랑스러웠던 남동생은 이제 그녀의 모든 것을 소유하게 될 주인이 되었다. 

  샤리나의 노예선언이 있고 자하크는 의자를 가져와 샤리나의 앞에 앉았다. 그리고 노예가 된 누이에게 명령했다. 

  "성교육 정도는 받았겠지? 어떻게 남자를 상대해야하는지 말이야. 자, 그럼 어디 교육을 받은 대로 해봐." 

  샤리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귀족가의 여자로서 성교육은 엄연히 교양 중 하나였다. 그녀는 자하크의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그리고 자하크의 허리띠를 풀고 바지의 단추를 풀었다. 그녀가 배운 교육에서 언제나 처음에는 남자의 성기를 그 입으로서 애무하라고 되어있었다. 

  이미 커져버린 자하크의 흉기가 단추를 풀기가 무섭게 밖으로 기세 좋게 뻗어 나왔다. 샤리나는 그 큰 흉기를 보며 얼굴을 붉혔다. 어렸을 때에 남매끼리 같이 목욕할 때에 보았던 자하크의 페니스는 이렇게 크지 않았었다. 샤리나는 이 크게 자란 남동생의 것을 앞으로 수없이 받아들여야하는 신세가 되어버린 것이다. 

  기억과는 다른 남동생의 페니스를 조심스럽게 손으로 잡은 샤리나는 심장이 너무 떨려 죽을 것만 같았다. 

  "봉사……하겠습니다." 

  손으로 자하크의 페니스를 위아래로 쓸어내리다가 이내 샤리나는 그 페니스를 입안에 머금었다. 자하크는 페니스를 통해 느껴지는 샤리나의 입안에 저도 모르게 신음을 뱉었다. 

  비록 지금은 노예지만 어제까지만 해도 그가 언제나 존중해왔던 누나인 샤리나가 그의 앞에 무릎을 꿇고 페니스를 입안에 머금었다는 사실은 자하크의 쾌감을 더욱 자극해주었다. 

  샤리나는 입안에 삼킨 자하크의 페니스를 혀로 부드럽게 핥았다. 묘한 맛과 향기가 느껴졌지만 샤리나는 자하크의 페니스에 대한 봉사를 멈추지 않았다. 마치 어렸을 때에 그녀가 직접 자하크의 몸을 골고루 닦아주었던 것처럼 그녀는 혀로 자하크의 페니스의 여기저기를 하나도 빠짐없이 혀로 애무했다. 

  "좋아, 그렇게……." 

  분명 처음 하는 펠라치오일 것이다. 하지만 자하크는 샤리나의 혀사용이 매우 마음에 들었다. 처음과 같은 신선함이 느껴지면서도 음탕한 창녀와도 같은 능숙함이 느껴지는 펠라치오였다. 성심성의껏 자하크의 페니스에 봉사하는 샤리나의 머리를 자하크는 부드럽게 쓰다듬어주었다. 

  "역시 몸의 반에 그 음탕한 계집의 피가 흘러서 그런걸까? 처음치고 꽤나 잘 하는구나, 샤리나." 

  샤리나는 자하크의 손길을 느끼면서 귀두를 중심적으로 페니스를 빨았다. 왠지 펠라치오를 할수록 그녀의 속에서 무언가가 솟구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것은 자하크가 그녀를 놀릴수록 더욱 그랬다. 무엇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그 느낌은 샤리나로 하여금 더욱 자하크에 대한 펠라치오를 부추기는 것 같았다. 

  자하크의 첨단으로부터 나온 것으로 보이는 액체가 느껴졌다. 아마 남자가 사정하기 전에 나온다는 쿠퍼액일 것이다. 샤리나는 슬슬 펠라치오의 끝이 다가오고 있음을 깨달았다. 

  "슬슬 간다, 샤리나." 

  자하크는 사정감을 느꼈다. 이는 평소보다 빨랐다. 아마 누나의 입으로 펠라치오를 받고 있다는 점이 어느 정도 더욱 빨리 사정감에 이르게 한 모양이었다. 

  사정감이 절정에 다다른 순간 자하크는 샤리나의 머리를 잡고 그녀의 입에서 자신의 페니스를 꺼냈다. 그리고 곧바로 샤리나의 얼굴을 향해 사정했다. 하얀 정액이 지금까지 자하크에게 펠라치오를 한 샤리나를 향해 쏘아졌다. 샤리나는 자하크에게 머리를 잡힌 채 맨 얼굴로 자하크의 정액들을 받아냈다. 

  "후후, 좋아. 마음에 드는걸. 그 모습 잘 어울려, 샤리나." 

  꽤나 많은 양의 정액들을 얼굴로 받아낸 샤리나의 모습을 감상하며 자하크는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하얀 정액들을 특유의 냄새를 풍기며 천천히 샤리나의 얼굴선을 따라 아래로 흘렀다. 지금 샤리나의 모습은 아름다우면서도 음란하게 보였다. 

  "자, 깨끗하게 해야지." 

  "네, 주인님……. 아음……." 

  샤리나는 얼굴에 정액을 끼얹은 채로 다시 한 번 자하크의 페니스를 입안에 머금었다. 그리고 페니스에 묻은 자하크의 정액을 혀로 깨끗이 했다. 혀를 통해 느껴지는 정액의 맛은 샤리나의 머리를 그대로 마비시킬 것만 같았다. 요도 안의 정액마저 깨끗하게 해치우자 한 번 사정을 했던 자하크의 페니스는 다시 제 위용을 되찾고 있었다. 

  "자, 이제 시작인건 알고 있지?" 

  자하크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샤리나에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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