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2화 〉챌린저와의 만남 그리고 지아의 정체
내 말에 지아가 할 말이 없는 듯 뒷말을 얼버무렸다.
생각지도 못하게 챌린저를 만나서 이런 의제로 이야기를 나누게 되고, 또 그 해결책이라는 명분하에 이제 다크 사이어돈이 출현하면 챌린저의 허락하에 그곳으로 갈수 있게 됐으니 나로서는 더욱 강해질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한 셈이다.
물론 엄청난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패널티가 있었지만 어차피 강해지려면 어쩔 수 없었다.
챌린저도 내 잠재력이 어디까지인지 알지 못했기 때문에 모험을 하는 심정으로 날 밀어주겠다고 했으나, 그건 어디까지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라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헌데 알 수 없는 것은 지아의 반응이다.
내가 위험하건 말건 그게 그녀와 무슨 상관이 있다고 저렇게 반대를 하고 나서는 것인지 모르겠다.
그 사이 날 좋아하게 됐다는 것은 그녀의 지금 신분으로 볼 때 말도 안되는 소리였고, 그렇다면 아시아 지역의 재능 있는 플레이어가 위험에 빠지는 것이 안타까워서 그런 것이라고 밖에는 해석할 수 없었다.
이유야 어찌됐든 지아가 날 생각해주니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헌데 그녀가 이번에는 엉뚱한 제안을 하는 것이 아닌가.
“아빠, 정 그렇다면 준수씨가 갈 우주선은 제가 조정하겠어요.”
그녀의 말에 챌린저의 인상이 살짝 찌푸려진다.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겠니?”
“어차피 아빠의 명령으로 제가 준수씨를 맡았잖아요. 전 끝까지 제 책임을 다하려는 것뿐이에요. 우리 우주에서 출현하는 사이어돈은 물론 다른 은하계에 갈 때도 제가 준수씨를 데리고 갔다가 데리고 오겠어요.”
지아의 엉뚱한 제안을 챌린저는 의외로 쉽게 허락해 주었다.
“그럼 그렇게 하도록 하거라, 단 너는 절대 그 전투에 끼어들지 않는다는 조건이다. 최 준수야 자기가 강해지기 위해서 그런 것이니 어쩔 수 없다지만 너는 싸움이 일어나면 절대 참가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약속해야 나도 허락해 줄 수 있다.”
“알겠어요, 그건 약속할게요.”
이로서 단순한 자리에 단순한 소개로 끝나야 할 소개팅에서 의외의 일이 벌어지고 의외의 결론이 나버렸다.
갑작스레 벌어진 황당한 일이었지만 나는 대만족이었다.
물론 내가 사이어돈 완전체의 해결책이라고는 내가 생각해도 너무 황당한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챌린저는 그래도 내 잠재력을 인정해 줬기 때문에 이렇게 나를 밀어주는 것이니 어깨가 조금 으쓱해지기는 했다.
‘이러다 정말 나도 챌린저가 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군.’
잠깐 그런 생각을 해보았지만 나라고 챌린저가 되지 말란 법은 없다고도 생각했다.
내가 너무 간 것은 아닌지 모르겠지만 만약 내가 챌린저가 되고 순위가 지아 아빠보다 높아져도 나는 절대 귀찮은 챌린저의 직책을 물려받을 생각은 추오도 없었다.
나는 지금 이대로 자유로운게 좋았다.
‘내가 너무 갔어.’
한마디로 떡줄 놈은 생각지도 않는데 김치국부터 마시는 꼴이라 생각하며 속으로 피식 웃었다.
한편으로는 내 잠재력이 정말 엄청나 정말로 완전체를 상대하려면 챌린저의 능력으로도 한참 모자라다는 것을 알게 됐다.
여기 오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챌린저라면 정말 신과 같은 능력을 지녔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막상 다크 사이어돈이라는 존재들 얘기가 나오자, 챌린저들은 일반 생명체들 중에서나 으뜸이지 사이어돈들과 비교해 보면 챌린저들이 일반 사이어돈 능력 수준이라는 것을 알게 되어 조금 허망하기는 했다.
하지만 일반 사이어돈을 처치할 수 있는 능력만으로도 사실은 엄청난 능력자들이라는 것은 인정해야했다.
다크 사이어돈이 어떤 존재들인가.
가장 약하다는 C급 사이어돈도 골드부터 마스터까지 합친 수천명을 발라먹는 존재가 아니던가.
저녁을 먹고 나자 간단하게 술자리가 이어졌다.
챌린저라고 하면 무척 거부감이 들 줄 알았는데 그도 보통 인간과 다를 바 없었다.
하지만 등 뒤에 마치 아우라가 있는 듯 묵직한 포스는 역시 장난이 아니었다.
“아빠, 그런데 혹시 그렇게 밀어주시다가 나중에 준수씨에 의해 아빠 자리가 찬탈당하면 어쩌죠?”
지아가 장난스레 웃으며 갑자기 엉뚱한 말을 하자 챌린저가 껄껄 웃었다.
“이깟 자리 난 미련 없다. 지금 아시아 지역에서 챌린저가 탄생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맡고 있는 것이지, 만약 우리 지역에서 챌린저만 탄생한다면 나보다 순위가 낮더라도 난 바로 물려주고 싶단다.”
“정말이요? 그럼 준수씨가 암흑 물질에서 에너지를 흡수해 레벨이 빨리 승급돼 정말 챌린저가 되면 아빠 뒤를 이을 수도 있겠네요.”
“이 녀석 보게, 최 준수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라고 했더니 엉뚱한 데에 마음이 가있었던 모양일세?”
저 여자가 왜 저러는지 모르겠다.
왜 쓸데없는 오해를 사서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물론 지아같은 여자가 날 좋아하는 것이라면 마다할 이유가 없지만 신분차이가 있었고, 또 처음 만났을 때가 브론즈였었기 때문에 나는 그때부터 나도 모르게 언감생신이라는 단어를 머릿속에 항상 새기고 있던 터다.
헌데 저 여자는 정작 나와 사귈래? 하면 분명 거절할 것이 뻔한데 왜 저런 말을 하는지 정말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렇다고 챌린저가 의심하듯 그녀가 날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왜냐하면 난 지금도 그녀를 언감생신이라고 생각했고 그녀 또한 나 같은 남자를 좋아할 여자는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그녀는 나에게 있어서는 올라가지 못할 나무와 같은 존재로 브론즈 때부터 인식이 새겨져 있었다.
그래서 꼬드겨볼 생각조차 애초에 하지 않은 것이었고.
‘그래, 데리고 놀다가 제자리에만 갖다 놔라.’
내 마음은 그런 생각만 할 뿐이다.
내가 아무리 잠재력이 뛰어나도 지금 현실이 그녀는 마스터고 난 플레티넘이라 당연히 그런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챌린저의 말에 그녀는 대답하지 않고 빙그레 웃기만 했다.
그녀가 나에 대해 엉뚱한 마음을 품었을리 없다는걸 챌린저도 알고 있듯 더 이상 그런 말은 오가지 않았다.
하지만 만약 내가 챌린저가 돼도, 그리고 아무리 그 자리가 황제와 같은 자리라 할지라도 그 직책을 정말이지 이어받지는 않을 것이란 말을 꼭 하고 싶었다.
물론 그것이 지금 나로서는 터무니없이 건방진 말일지는 모르겠으나 괜히 의심을 사기는 싫었다.
“제가 감히 챌린저 티어까지 승급될 수도 없겠지만 만약 정말 나중에 챌린저로 승급이 된다해도 전 그 직책은 맡지 않을 겁니다. 전 그냥 이대로가 좋습니다.”
말을 해 놓고도 괜히 쑥스러웠다.
괜히 오버하는 것 같아 무척 미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챌린저나 지아는 물론 국장까지도 반응은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과는 완전히 정 반대였다.
그들은 마치 정말 나중에 내가 챌린저 티어까지 승급될 것이란 말투로 입을 열었다.
“아시아 지역에 챌린저가 두 명 탄생한다면 지구에서는 우리 아시아 대륙이 최강이네. 만약 그렇게만 된다면 난 미련 없이 물러날 것이네, 나도 이제 그만 편히 쉬어야 되지 않겠는가?”
챌린저가 농담인지 진담인지 모를 말을 하자 국장이 말도 안된다는 듯 그 말을 받았다.
“최 준수가 아무리 챌린저 티어로 승급된다 해도 챌린저님의 순위야 따라가겠습니까? 아무리 암흑 물질을 흡수할 수 있다지만 그건 쉽지 않은 일일겁니다.”
“순위하고는 상관없이 난 물러난다고 하지 않았나. 수백년을 이 자리에 있었더니 이제 정말 쉬고 싶을 뿐이네.”
두 사람의 얘기를 들으며 그들은 정말 내가 챌린저까지 승급될 것이라는 것을 어느 정도는 확신하고 있는 것 같았다.
물론 나로서 듣기 좋은 말인 것은 당연했지만 과연 내가 챌린저까지 승급할 수 있느냐를 자문해 보았지만 역시 지금으로서는 자신 있었다.
특히 암흑 물질이라는 에너지를 흡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자신감은 더했다.
어느 정도 술자리가 이어지고 나자 챌린저는 그만 가보아야겠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는 그만 가볼테니 마실 사람은 남아서 더 마시게나.”
“아니에요, 아빠 저희들도 그만 일어나야지요. 저는 이런 자리에서 술마시는게 조금 불편해요. 전 준수씨와 나가서 편하게 한잔 더 할까 하는데 준수씨는 어때요?”
“좋습니다.”
“그래, 그럼 모두 같이 일어나자구나.”
집에 가봐야 특별한 일도 없어 지아와 한잔 더 마시기로 하고 모두는 밖으로 나왔다.
국장이 챌린저를 모시고 가고 나와 지아는 근처의 술집으로 들어갔다.
“역시 술자리는 이런 곳이 편해요. 참 준수씨 많이 불편했죠? 갑자기 이상한 일에도 휘말렸잖아요.”
“조금 황당하기는 했습니다. 제가 사이어돈 완전체라니.. 하지만 그것으로 인해 챌린저님의 허락하에 이제 다크 사이어돈이 출현하는 곳에는 어디든 갈 수 있으니까 다행입니다.”
“준수씨는 그게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저번에는 정말 운 좋게 놈을 처치했던 것일수도 있었어요.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너무 위험한 것 같아요.”
“지급보다 더욱 빨리 강해질 수 있는 길을 찾았는데 그걸 포기한다면 그건 더 참을 수 없을 겁니다. 그런데 전 우주라면 지금 지구의 우주선으로 멀리 있는 우주까지 가려다가는 벌써 사이어돈이 사라지거나 차출된 용병들이 모두 당한 후가 될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그런거라면 걱정 마세요. 다른 행성에도 지구의 우주선이 가있지만 지구에도 다른 과학이 발전한 행성의 우주선이 많이 있어요, 아무리 거리가 멀다고 하더라도 워프와 웜홀을 같이 사용하면 지구의 시간을 기준으로 모두 12시간 안에 도착할 수 있어요. 그리고 암흑 물질이 나타나면 그것은 우리 생명체들이 금방 알 수 있고 또 사이어돈이 암흑 물질에서 나오는 데에도 많은 시간이 걸려요.”
“그렇군요, 헌데 그건 그렇고 그 위험한 곳을 왜 굳이 저와 같이 가실려는 겁니까?”
“그건.. 음..? 준수씨는 저희 아시아 지역의 큰 자산이고 제가 아빠에게 준수씨에 대해 일임을 받았는데, 그 자산이 그런 위험한 곳에 간다는데 당연히 따라가야 하는게 정상 아닌가요?
말도 안되는 억지였지만 그건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하지만 나 또한 그녀에게 단단히 약속을 받아야 했다.
“같이 가시는 것은 좋은데, 챌린저님 말씀대로 지아씨는 싸움터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야 됩니다. 만약 그 약속을 하지 않는다면 다음부터 지아씨와 같이 못갑니다. 만약 지아씨가 잘못되기라도 하는 날에는 그 책임은 전부 저에게 있다는 것을 명심하십시오.”
“알았어요, 그건 아빠에게 약속 했잖아요. 그리고 제가 잘못되면 준수씨 입장이 난처해진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 섣부르게 행동하지는 않을 거예요.”
“잘 생각하셨습니다. 그나저나 지아씨 이미지를 변신하니 정말 다른 사람 같습니다.”
“정말 안 이상해요? 같은 스타일로 너무 오래있어서 큰맘 먹고 바꿔본 건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