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8화 〉나순진 공략
한동안 음부를 애무하다가 내가 입술을 위로 올려 얼굴로 가져가니 그녀가 두 눈을 꼭 감은 채 가는 숨을 몰아쉬며 눈을 뜨지 못하고 있었다.
“이제 네가 날 즐겁게 해줘야 할 차례야.”
내가 말하자 그녀가 그제서야 살며시 두 눈을 떴다.
곧바로 내가 그녀 옆에 누우며 내 페니스를 눈짓으로 가리키자 그녀가 나를 살며시 흘겨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꼭 이런걸 해야 돼?”
“당연히 해야지, 오늘 너도 술자리가 끝날 때까지 약속했으니까 난 그것에 대해 충실하려는 것뿐이야.”
“연인 놀이 하는 것은 이것으로 끝내는게 좋지 않을까? 어차피 이 시간이 지나면 우린 다시 평범한 사이가 되는 거잖아.”
“그건 당연한거 아냐?”
“헌데 말야..,”
“왜?”
그녀가 뭔가 할 말이 있는 듯 평소의 그녀답지 않게 말을 오물거려 내가 반문하자 그녀가 약간 뜸을 들이더니 아주 작은 소리로 더듬거리며 다시 입을 열었다.
“네가 원한다면 어차피 이렇게 된 것이니 그냥 앞으로도 연인사이가 돼도 상관은 없는데..”
그녀의 말에 나는 한순간 찬물을 뒤집어 쓴 듯 정신이 번쩍 들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사실은 오늘 그녀를 어떻게든 꾀어서 취하고 난 후 나 몰라라 뻥 차릴 생각이었다.
헌데 지금 그녀의 말을 들어보니 그녀는 내가 첫 남자이고 나에게 모든 속살을 보였다고 해서 나를 정말 남자 친구로 생각하려는 듯 했다.
솔직히 나는 오늘 그녀의 앞구멍은 물론 뒷구멍까지 뚫어 심리적인 고통과 육체적인 고통을 동시에 안겨주려 했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모든걸 보여줬다고 나를 진정한 연인으로 생각하려고 마음먹은 것 같아 더 이상 진전 시키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럴수는 없지.’
그녀의 평소 말과 행동 그리고 자존심을 생각했을때 이까짓 일로 나와 연인이 되자고 말할 줄은 정말 몰랐다.
만약 그녀와 정말 육체관계를 갖는다면 나는 그녀의 말을 시인하는 것이나 다음 없었다.
“친구 놀이는 이것으로 끝내야 될거 같군.”
솔직히 그녀의 미모는 결코 아레스나 서인에 못지않은 무척 뛰어난 외모를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역시 저 얼음장같이 냉막한 표정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한가지 의문스러운 점은 순진이가 나에게 연인이 되자고 대쉬할 정도로 우리가 친한 사이였냐는 것이다.
물론 어떻게 하다보니 그녀의 속살을 보고 빨기까지 하기는 했지만 그녀의 성격상 먼저 나더러 남친이 되어달라고 말할 정도로 그녀와 나는 친숙한 사이가 아니었다.
혹시 나를 전부터 마음에 들어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보았지만 그것은 절대 아니다.
랭크게임에서 보고 오늘이 세 번째 보는 날이다. 더군다나 두 번째에서는 길 한가운데 날 내팽개쳐놓고 가기까지 한 그녀다.
그렇다면 오늘 이 놀이로 나에게 자신의 속살을 보여줬기 때문에 그런거라고 밖에는 생각할 수 없었다.
그런 것을 생각하니 오늘 계획했던 것은 전면 취소하는게 백번 옳은 결정이라는 생각을 다시한번 하게 됐다.
남친 놀이는 여기서 끝이라는 내말에 그녀가 나를 잠깐 쳐다보더니 이내 옆에 떨어져 있는 옷을 재빨리 걸쳐 입었다.
옷을 모두 입은 그녀가 나를 홀깃 보며 조금은 어설픈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내가 남친이 되라고 한 말 때문인 것 같은데 네가 보기에 내가 그렇게 못나 보여?”
그녀의 말투는 평상시 얼음가루가 풀풀 날리는 그런 음성이 아니라 어딘지 모르게 조금은 풀이 죽어 있는 말투였다.
“아니, 넌 누구보다 뛰어난 외모를 지녔어. 하지만..,”
“하지만..?”
“그냥 너 성격이 마음에 안들어. 얼음장 같이 차가운 표정도 그렇고.”
“그래..? 남들도 내 이런 표정을 모두 싫어하고 멀리하려고는 하지. 헌데 한 가지 궁금한 것이 있어.”
“뭔데?”
“하다가 그쳤지만 남친이 생긴다면 뭐가 좋다는 거였지?”
“좋아 그건 알려주지, 남친이 생기면 좋은 점은 남자에게 여친이 생겨도 마찬가지겠지만 우선 서로 외롭지 않다는게 첫 번째로 좋은 점이야. 그리고 서로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생긴다는 것도 좋은 점이고.”
“믿을 수 있는 사람..?”
“그래, 예를 들어 너와 내가 연인이 됐다고 치고, 만약 네가 자질이 안돼서 도태자가 됐다고 해도 난 널 끝까지 보호하고 도와 줬을거야. 물론 더 깊이 사랑한다면 너와 같이 도망쳐서 함께 깊은 산속에서 살수도 있을지도 모르지. 이건 예를 든거지만 서로 깊이 사랑하고 신뢰하는 연인이라면 그 정도도 가능하다는 거지. 물론 너도 느껴봤겠지만 육체적인 쾌락을 얻을 수 있는 것도 좋은 점 중의 하나고. 아무튼 좋은 점은 찾아보면 무궁무진하다고 할 수 있을거야. 나중에 정말 너와 잘 맞고 널 정말 사랑해 주는 남자를 만나면 너도 자연히 알게 될거야. 나도 경험은 없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그런 것이 좋은 점일 거 같았어.”
“찾아보면 무궁무진하다..? 그리고 내가 성격이 맘에 안든다..?”
“나도 너에게 궁금한 점이 하나 있는데.”
“..........?”
“네 성격상 날 예전부터 좋아했을리는 없을테고, 갑자기 왜 나더러 네 남친이 되어달라고 한 거지?”
“그걸 몰라서 물어?”
“..........?”
“이유야 어찌됐든 네가 내 모든걸 처음 본 남자니까 그렇지. 아무리 생긴게 이렇고 성격이 지랄 맞아도 내가 지조없는 여자인줄 알아?”
“그런거 난 모르겠고 오늘 일은 정말 서로 술김에 일어난 실수라고 생각하면 편할거야. 그러니 오늘 일은 서로 전부 잊자고.”
“그건 내 맘이야, 넌 상관하지마.”
“그래, 그건 네 맘이니까 네가 알아서해.”
그녀의 표정이나 말투는 웬일인지 예전의 나 순진이 아닌 것 같이 조금은 다소곳해져 있었다.
이제 술맛도 떨어져 자리에서 일어나며 한마디 했다.
“나 그만 갈래, 술맛도 안날 것 같다.”
자리에 더 있어봤자 어색하기만 할 것 같아 현관으로 걸어가자 그녀가 아무 말 없이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기만 했다.
생일이라 밤새 마셔주기로 하며 남친 놀이로 그녀를 괴롭혀 주기로 했었지만 흥이 깨져버리니 더 이상 같이 있을 이유가 없어 그녀는 알아서 하겠거니 하고 곧바로 밖으로 나와 버렸다.
한편으로는 그냥 술이라도 더 마셔줄걸 그랬나 했지만 역시 나오길 잘 했다고 생각했다.
이미 볼거 못볼거 다 봐버렸는데 술을 마시다가 취해서 혹시라도 그녀와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게 된다면 영락없이 정말 그녀의 남친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얼굴에 냉기만 날리지 않고 성격만 조금 부드러우면 괜찮은 여자이긴 한데.’
얼굴은 어디가도 빠지지 않는다.
아니, 다른 누구보다 뛰어난 외모였다.
하지만 역시 처음부터 맘에 들지 않는 얼음 조각같이 표정 없는 외모와 그런 외모와 어울리는 냉정한 성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
랭크게임을 끝내고 하루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며칠은 지난 것 같은 느낌이다.
아마 어제 하루 조금은 기억에 남는 사건이 일어나서 그런 느낌이 든 것일 거다.
점심이 지나자 진동이 울려와 전화를 받아보니 은지였다.
그녀와는 못본지가 정말 오래되기는 했다.
[오늘도 바쁘니? 전화걸 때마다 바쁘다고해서 걸지를 않았는데 어쩜 넌 한 통화도 안하니?]
“미안 그렇게 됐어.”
[오늘은 어때? 오늘도 바빠?]
“아니 오늘은 괜찮아.”
[그런 잘됐다. 오늘 일이 있어 교육원을 갔다가 아레스 교관님을 뵈었는데 오늘 저녁에 둘이 한잔하기로 했거든. 오늘은 괜찮다니 그럼 6시까지 예전 우리 동기들 모였던 곳으로 나올래?]
아레스 교관과 은지가 둘이 한잔하기로 했다는데 가기가 영 껄끄러웠지만 이미 시간이 된다고 했는데 번복할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나가기로 했다.
하긴 아레스와는 비밀 애인으로 이 사실은 무덤까지 가져가기로 했으니 상관은 없다고 생각했다.
느긋하게 있다가 5시가 넘어가자 집을 나서 서서히 걸어가니 6시가 거의 가까워 올쯤에 술집에 도착했다.
“여기야, 준수야.”
구석진 자리에는 이미 은지와 아레스가 벌써 와서 술을 시켜놓고 한잔씩 마신 모양이다.
“안녕하세요 교관님.”
“그래, 준수 왔구나. 은지 옆에 앉으렴.”
아레스는 무척 자연스럽게 연기를 하고 있어 혹시 나와 아레스의 관계가 꿈은 아니었나 착각이 들 정도였다.
“너도 교관님 오랜만에 보는거지? 이제 우리도 졸업을하고 완전 성인이 돼서 교관님과 함께 술자리도 할 수 있다니 너무 좋아.”
은지의 말에 내가 쓴웃음을 지었다.
랭크게임 전에 같이 있었고 게임에도 같이 참가해 며칠을 함께 있었다는 것을 알면 은지가 아마 까무러칠지도 모를 일이었다.
한편으로는 만약 내가 여친이 필요하다면 은지가 일순위라고 말했던 것이 생각나 미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나간 일을 되돌릴 수는 없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아레스는 서양 미인 은지는 동양 미인이라 두 여자와 같이 술을 마시는 내내 다른 탁자의 사내들이 부럽다는 시선으로 가끔 우리 자리를 힐끔거렸다.
하긴 아레스는 백여 명이 넘는 여교관들 중에서도 우리 남생도들 사이에서는 여신이라 칭했었고 은지도 여생도들 중에서는 최고의 미인이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어느 정도 마시고 나자 역시 아레스는 이런 술집은 내키지 않았는지 자신의 집으로 자리를 옮기자고 했다.
나도 그렇고 은지도 아무래도 편하게 집에서 마시는 것이 나을 것 같아 우리는 아레스를 따라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얼마 후 아레스의 집에서 다시 술상이 차려져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술을 마시고 있는데 은지가 문득 아레스를 보며 입을 열었다.
“교관님, 예전에 제가 준수에게 대시 했었는데 거절당한거 있죠. 하지만 혹시 여자 친구가 필요하다면 제가 일 순위라고 했었는데 얘는 여자와는 담을 쌓았나봐요. 여자가 먼저 그런 말하기 쉽지 않다는거 교관님도 아시잖아요. 난 자존심 전부 내려놓고 얘기한건데 그 자리에서 대놓고 거절당한 적이 있었어요.”
은지가 제 딴에는 애교스럽게 한다는 말에 아레스가 뜨끔했는지 표정이 살짝 움찔했지만, 역시 아레스는 노련하게 은지의 말을 받아 나를 돌아보며 빙긋 웃으며 말했다.
“그건 준수 잘못이네. 은지라면 우리 코레일 교육원에서뿐 아니라 근방의 교육원 내에서도 알아주는 미인이고 성격도 괜찮잖아. 그런 은지가 자존심을 내려놓고 그렇게 먼저 대시를 했는데 무심하다면 그건 전적으로 우리 준수 잘못이지.”
“교관님도 그렇게 생각하시죠? 거봐, 교관님도 그러시잖아. 기다려 줄 때 빨리 잡는게 좋은걸.”
은지가 아레스 말에 신이 난 듯 나를 보며 입을 삐죽이며 혀를 쏙 내밀더니 귀엽게 웃으며 한마디 했다.
스님이 고기맛을 보면 평생 끊지 못한다고 하더니 은지도 처음에는 동기인 친구였지만 이제는 제법 여자로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역시 은지는 동기이며 친구이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