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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0화 〉실버티어 맵 (90/207)



〈 90화 〉실버티어 맵

하지만 지금은 가장 빠르고 간단한 공격 루트인 검이 제격이라 도력은  수 있으면 사용하지 않았고 또 도력은 아껴두기로 했다.
그 이유는  도력이 소모될수록 사신수의 능력이 저하되는 것도 있었지만, 나는 지금 나중을 기약해 도력을 아끼고 있는 중이었다.

물론  나중이라는 뜻은 오늘 갈 수 있는데까지 가서  수만 있다면 1등에 도전해 보는 것이었다.

물론 소드 마스터를 생각하면 1등은 어렵겠지만 그래도 생명의 위협이 없는 한 될 수 있으면 도력은 최대한 아꼈다가 나중에 전부 쏟아 붓기로 작정했다.
그것은 지더라도 순순히 질수 없다는 자존심 때문이기도 했다.

‘1등은 못해도 순순히 죽어줄 수는 없지. 아니 1등을 못할 이유도 없겠지.’

18레벨까지 승급된 이상 이제 10위 안에 드는 일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지금 여기에는 경험치가 굴러다니고 있었고 그것을 사냥할 나와, 이제는 더욱 강력해진 사신수가 있는 한 나는 누구보다 빠르게 경험치를 획득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상대가 정말 25레벨이라면 무리는 되겠지만 근처까지 따라잡지 못할 이유도 없었다.
물론 그 사이 놈이 더 승급 할지는 몰라도 나는 혼자가 아니었기 때문에 놈을 어느 정도는 따라 잡을 수 있다는게 지금 내 생각이었다.


사신수도  마음을 알고 있는지 전보다 더 거세게 전갈들을 사냥하고 있었다.
나와 사신수가 레벨업이 될수록 승급은 더욱 빨리 이루어졌다.

한동안  사냥을 하자 드디어 다시한번 알림음이 전해져 왔다.


[체력이 100%로 상승했습니다.]


전갈로 인해 단숨에 3레벨이 승급돼 마침내 골드 티어 바로 전전 레벨인 19레벨이 되자 이제 거칠 것이 없었다.
또한 19레벨이 된 이상 실버 맵의 생명체인 전갈은 이제 더 이상 내게 위협이 되지 못하고 있었다.
헌데 전갈들을 베어 넘기는 중에 전보다 오러검이 더욱 빠르고 날카로워진  같아 문득 검신을 들여다본 나는 나도 모르게 두 눈이 저절로 크게 띄어졌다.

‘나도 검신을 지난 오러가 생성됐다.’

확실히 이제 검신뿐 아니라 푸른 오러가 검 끝을 지나 아주 약간  길어져 있었다.
굳이 수치로 따지자면 5센티 정도랄까.

문득 내가 정말 천부적인 플레이어의 자질을 타고난 것은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기도 했지만, 이것은 역시 사신수를 수호신으로 거느릴 수 있는 도사라는 직업의 우월성 때문이라고 다시 생각했다.

한참을 싸우다가 잠시 숨을 고르는 사이 생존자수를 확인해보니 이제 36명으로 줄어 있었고, 지금  곳에서 싸우는 플레이어들은 18명에서 어느새 11명으로 줄어들어 있었다.
하지만 전갈들 또한 500여 마리에서 반  정도는 줄어든 것 같아 죽은 플레이어들의 희생이 결코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수 있었다.


이제 이곳에 살아남은 플레이어들은 최소 16레벨 이상인 중상위 플레이어들뿐이었다.
아직 경험치를 올릴 수 있는 전갈들은 수두룩했기 때문에 이제 누가 더 많이 그리고 빠르게 주워 먹느냐가 관건이었다.

물론 그 두 가지 조건인 더 빠르게 와 많이는 내가 제일 유리했고 지금까지 그래왔다.
한 손이   당해내지 못한다고, 황금 머리가 제아무리 소드 마스터라 해도 혼자서 획득할 수 있는 경험치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시간이 더 지나자 다시한번 울림이 전해져와 나는 기어이 20레벨까지 레벨업을 하게 됐다.
나는 전갈을 베어 넘기면서도 황금머리의 검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그의 검 길이는 처음 그대로였지만 푸른 오러의 색은 처음보다는 조금 더 짙어져 있었다.
그것으로 보아  레벨 더 승급한 것이 확실했다.

내가 3레벨 승급할 동안 그가 1레벨 승급한 것이라면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는 차이였다.
하지만 문제는 자기장.

재빨리 맵을 열어 확인해보니 자기장은 어느새 2키로까지 접근해 있었다.
이제 전갈들의 진용도 무너지고 남아있는 놈들의 수도 150여 마리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남아 있는 플레이어의 수는 다시 8명으로 줄어있어 이제 이동 수단이 없는 플레이어들은 안전지대로 이동해야 할 시간이었다.

2키로 남짓한 자기장이 이곳에 도착하려면 지금까지의 속도로 보아 1시간 정도 거리다.
하드 맵은 아이템이 잘 나타나지 않아 이동 수단이 없는 플레이어들이 대다수였다.

죽은 10명의 플레이어들이 남긴 보물 상자는 2개에 불과했고 이동 수단은 3개가 있을 뿐이었다.

문득 나는 입가에 잔인한 미소를 베어 물며 이동 수단이 있는 장소로 전갈을 처치하며 나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 이동 수단중 하나인 도룡농 머리에 낙타의 몸을 하고 있는 생물의 목을 단칼에 내리쳐 죽여 버렸다.


다른 플레이어들은 전갈과 싸우는데 여념이 없어 나를 주시하지 않았지만, 황금 머리가 그런 나를 보며 입가에 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또다시 전갈을 죽여 가며 이번에는 로봇 말이 있는 곳으로 가서 역시 머리를 내리쳐 부셔버리고 그렇게 이동 수단 3개를 모두 없애 버렸다.

헌데 황금 머리가 그런 나를 보며 슬쩍 엄지를 치켜 올리는 것이 아닌가.

한동안 전투에만 몰두해 있던 플레이어들이 이미 봐두었던 이동 수단이 사라진 것을 보며 어리둥절해 있다가 이곳을 뜨려하고 있었다.


황금머리는 제외하고 살아남은 7명중  명은 어느새 인벤토리에서 이동 수단을 꺼내 자리를 뜨려 했고, 나머지 다섯명은  두 놈을 잡기 위해 전갈과의 전투도 미룬 채 쫒아갔지만 이내 두 놈은 멀어가기 시작했다.
나머지 다섯 놈은 이동 수단이 모두 사라지자 나와 황금머리의 눈치를 살피더니 슬그머니 안전지대 방향으로 도망치듯 뛰어가고 있었다.

이제 전갈들도 100여 마리 남짓 남아 있을 뿐이었다.
도망친 5명의 플레이어들은 이곳에 끝까지 남아 있다가는 나나 황금머리에게 죽는다는 것을 알고 눈치 빠르게 도망간 것이었다.


헌데 전갈이 50여 마리 남았을 즈음 황금 머리가 돌연 손을 허공에 뻗어 인벤토리에서 반중력 퀵보드를 꺼내 들더니 그 위로 올라서며 자리를 떠나려 하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그 사이 30여분이 지나 있어 놈도 자기장 때문에  이상은 이곳이 위험하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헌데 지금 놈의 능력이라면 나를 죽일 수도 있을 텐데 그냥 가려하는 것에 의문을 품자, 놈이 역시 무표정한 얼굴에 약간 비웃듯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한마디 하고 곧바로 자리를 떠나갔다.

“나중에 보자고.”

나중에 보자는 말이 무슨 뜻인지는 당연히 알고 있었다.
놈은 내가 최후에 자신과 붙을 것이라 생각한 모양이었다.


놈의 말을 듣고 나는 그가 왜 그냥 떠난 것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놈은 여유를 부린 것이다.
내가 자신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알고 비웃으며 여유를 부린 것이었다.


순간 자존심이  상해 놈이  방향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 사이 사신수는 역시 제 역할을 충분히 해내고 있었다.
이제 저 멀리 파란색의 자기장이 보이기 시작했지만 나는 나머지 놈들을 모두 처치해 조금이라도 경험치를 더 획득하기로 했다.


얼마 후 자기장이 100여 미터까지 다가오고 전갈들이 10여 마리 남았을  드디어 다시한번 알림음이 울리며 끝내는 21레벨까지 승급 할 수 있었다.


나머지 10여 마리의 전갈을 처치하는 데는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자기장이 50여 미터로 다가 왔을때는 한 놈도 남아 있지 않아 나는 급히 백호의 등에 올라타고 나머지 삼신수는 모두 소멸시켜 쉬게 했다.


“백호야 미안하다. 네가  좀 내줘야겠다.”

크아아앙!

알았다는 듯 크게 괴성을 한번 내지른 백호가 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빠른 속도로 안전지대 방향으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백호의 덩치는 16레벨일 때는 달리 거의 몸통 반쪽은  자라나 있었다.
이제 덩치가 더 커져 등에 앉아 양발을 양쪽으로 내리지 못해 양반 다리를 하고 앉아 있어야 할 정도였다.

레벨이 오르니 백호는 힘이나 민첩뿐만 아니라 달리는 속도와 지구력 등 모든 면에서 능력이 한층 높아져 있어, 얼마 후에는 순식간에 자기장과 1키로까지 벌어져 이제는 속도를 줄여 나아가기 시작했다.

안전지대까지는 이제 불과 27키로만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한 순간 21레벨까지 승급된 것이 믿지 않았지만 그것은 엄연한 현실이었다.
나는 21이라는 숫자도 확인하고 22레벨까지 승급하려면 얼마의 경험치가  필요한지 보기 위해 상태창을 열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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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태창


이름 : 최준수
종족 : 인간 (인간)
직업 : 도사
티어 : 골드
레벨 : 21
경험 : 360/2100
능력 (도력) : Lv 22
특수능력(도술) : Lv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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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라는 글자와 21이라는 숫자가  눈길을 확 사로잡았다.
처음 랭크게임을 참가할 때만해도 골드 티어로 승급한다는 것은 정말 꿈과 같은 일로만 여겼었다.
하지만 이렇게 당당히 골드 티어까지 승급했다.
그것도 지구의 모든 플레이어  최 단시간에 말이다.


‘국장과 지아가 어떻게 나올지 궁금하군.’

국장은 둘째 치고 지아가 어떻게 나올지 그게 궁금했다.
그녀는 나중에 내가 자신을 추월할 것이라 말한 바 있었는데, 사실 지금 페이스를 계속 유지만 할  있다면 그 또한 꿈은 아닐 것이란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번 게임은 여기서 멈춰질 것이 아니라 앞으로 더 승급할 가능성이 무척 높았다.
그것도 잘하면 골드 티어 중급 정도까지.


브론즈 티어에서 1등 먹었을 때의 보상 경험치를 생각해보면 2등이 아니라 5등만 먹어도 지금 상태에서 최소 2레벨 정도는 더 승급할 수 있었다.
그렇게 되면 골드 티어에 가서도 최하위 레벨로 시작하는 것은 면할 수 있을 터다.

한편으로는 이제 아레스 교관님과 같은 골드티어가 된다는 것이 마냥 신기하기만 했다.
교육생 시절 모든 교관들이 골드 티어라서 골드 티어는 정말 꿈의 티어 같기만 했었다.
하지만 막상 골드티어가 되자 그것이 꿈의 티어라고 생각했던 것이 조금은 우습게 느껴졌다.
물론 다른 사람은 몰라도 적어도 내게 있어서만은 그렇다는 것이다.

또한 전에 2만 셀링을 주고 골드 티어 플레이어의 가상 게임을 관전하려고 했던 것은 이제 물 건너가 2만 셀링은 굳어버렸다.

그러고 보니 굳이 거금을 주고 나보다 상위 플레이어들의 게임은 관전할 필요가 없을 것 같았다.
내가 빨리 승급해서 직접 겪어보면 되는 일이었으니까 말이다.

한동안 안전지대로 향하며 혹시나 먼저 갔던 다른 플레이어는 없나 찾아보았지만 놈들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어쩌면 황금머리가 이동수단이 없는 플레이어들을 먼저 사냥 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설사 그렇더라도 나는 놈이 남겨두고  50여 마리의 전갈들을 혼자 먹어치웠으니 결코 밑진 장사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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