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9화 〉티르얀과의 듀오게임
헌데 티르얀도 마음의 준비를 하고 두 손을 위로 들어 올려 풀과 나무를 조정하려는 그때.
휘리리릿.. 파라라락..
“크악! 커으흑!”
난데없이 우리가 있던 반대방향에서 무언가 날아오더니 한창 싸우고 있는 두 놈의 몸을 저 멀리 날려 보내는 것이 아닌가.
두 놈이 나가떨어지자 한쪽에서 싸우고 있던 나머지 두 놈이 싸움을 동시에 멈추고 급히 서로의 동료를 향해 달려갔다.
헌데 바로 그때 공격이 가해진 방향에서 나는 듯 장내로 뛰어드는 인영 두 명이 눈에 띄었다.
“이런 씨발 연놈들!”
날아든 인영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남녀였는데 아마도 우리처럼 기회를 엿보고 있다가 공격을 가한 모양이었다.
헌데 이렇게 주저 없이 네 명의 플레이어에게 공격을 가하며 뛰어든 것을 보니 분명 7-8 레벨보다는 상위 레벨자들이라는 것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두 외계형 남녀가 동료에게 달려가는 두 놈을 향해 공격하는 모습을 보니, 두 연놈 역시 우리와 같은 9레벨이 틀림없어 보였다.
‘씨발, 골치 아프게 생겼군!’
거저먹나 했더니 방해자가 나타난 것이다.
하지만 이대로 저 중요한 네 명의 경험치를 두 연놈에 빼앗길 수는 없는 일.
“전에 했던 말 취소야. 넌 우선 최대한 빨리 쓰러진 저 네 놈을 먼저 죽여 버려. 그사이 내가 새로 나타난 저 두 연놈을 맡고 있을 테니까.”
“혼자 괜찮겠어? 저 두 연놈도 9레벨인거 같은데.”
“지금 그런 걸 따질 때가 아냐, 잠시 동안 막을 수는 있을 거야. 그러니 넌 최대한 빨리 네 놈부터 죽이라고! 그리고 넌 내가 나간 후 조금 뒤에 두 연놈이 나와 싸우면 그때 나와.”
그녀가 대답할 사이도 없이 내가 먼저 재빨리 뛰쳐나가며 이미 한번씩 공격을 받고 쓰러져 있는 네 놈을 재차 공격하려는 두 연놈을 향해, 우선 두 개의 부적을 허공과 땅을 향해 날려 보냈다.
‘지멸폭!.. 풍력!’
이제 9레벨이 되니 도력도 상승해 속성이 서로 다른 도술도 함께 사용할 수가 있게 됐다.
곧바로 하나의 부적이 땅에 틀어박히자 그곳부터 땅바닥이 파열되며 몸통만한 넓이로 파인 채 흙들이 허공으로 솟아올라 여자에게 뻗쳐나갔다.
파파파팟!
흙들이 튀어 오르며 여자를 향해 쏘아져 나가자 갑자기 나타나 공격하는 나를 보며 눈썹을 꿈틀거린 여자가 곧바로 두 손을 허공으로 급히 치켜 올렸다.
그때 나머지 하나의 부적은 허공중에 칼날 같은 돌개바람을 일으키며 역시 쓰러진 놈들을 재차 공격하려는 남자 놈에게 빠르게 쏘아져가고 있었다.
쏴라라라랏..!
“뭐야 이 새끼는!!”
남자가 놀라 급히 소리치면서도 손바닥을 번갈아 가며 앞뒤로 움직이자, 이내 머리통만한 푸른색의 구가 연달아 손바닥에서 생성돼 돌개바람을 향해 쏘아져 나갔다.
퍼퍼펑.. 펑펑!
돌개바람은 몇 개의 푸른 구와 부딪치자 곧바로 소멸해 버렸지만, 작전대로 두 연놈이 네 놈을 죽이는 것은 막아낼 수 있었다.
남자를 저지하고 나서 여자를 힐끔 보니 그녀 또한 마치 수백개의 작은 총알과 같이 쏘아져 가는 흙들을 향해 두 손을 쳐든 채 번갈아가며 휘젓자, 돌연 허공에 싸한 소리와 함께 그리 크지 않은 회오리바람이 허공 중에 생성되며 흙들을 휘감아 다른 곳으로 날려버리고 있었다.
그것을 보니 여자는 아무래도 바람을 다룰줄 아는 직업을 부여받은 모양이었다.
여자의 직업을 생각하자 도사라는 직업은 역시 정말 마음에 들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그 이유는 내가 마음만 먹으면 모든 속성을 다룰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두 연놈을 공격하고 곧바로 부적을 두 개 더 꺼내 다시한번 빛의 화살을 두 연놈에게 한방씩 더 쏘아 보내자, 두 연놈이 이제 신변의 위협을 느꼈는지 내게로 다가왔다.
‘됐어.’
두 연놈이 다가오자 나 또한 급히 오러검을 쳐들고 두 놈에게로 다가가며 티르얀을 슬쩍 쳐다보았다.
그 사이 티르얀은 역시 내 말대로 재빨리 달려 나오며 네 놈을 향해 두 손을 쳐든 채 달려 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그 사이 네 놈도 정신을 차리고 하나 둘 일어나 티르얀과 대적하기 시작했다.
네 놈은 서로가 적인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잠시 저희들끼리 티밍을 하기로 한 듯 합세해서 티르얀에게 저항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티르얀은 9레벨답게 곧바로 풀과 근처의 나무들을 제어하며 네 놈을 동시에 몰아붙이고 있었다.
이곳이 초원지대이다 보니 주변은 온통 그녀의 무기들뿐이었다.
심지어는 땅속에 묻혀있는 나무뿌리나 풀뿌리들이 갑작스럽게 놈들 발밑에서 솟아나와 공격하기도 해서, 이제 지상과 땅속 그리고 나무줄기가 허공에서까지 뻗어 나와 네 놈을 동시에 괴롭히고 있었다.
하지만 이때 나는 두 놈의 협공으로 한창 밀리고 있는 상태였다.
여자는 눈에 보이지 않는 바람의 압축 검과, 남자는 푸른빛의 구를 길게 변형시켜 검으로 사용하며 나를 좌우에서 압박해 오고 있었다.
이 두 연놈은 9레벨이 확실했다.
8레벨이라면 내가 이렇게 고전할 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두 연놈이 10레벨이 아닌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할 판이었다.
솔직히 처음에는 두 연놈이 혹시나 10레벨이면 어쩌나 은근히 걱정했던게 사실이었다.
여자가 오른손에 쥐고 있는 눈에 보이지도 않는 바람의 검을 휘둘러대며, 왼손으로는 연신 바람을 마치 화살이나 칼날같이 날카롭게 압축해 날려대는 통에 무척 위협적이었다.
게다가 다른 한쪽에 있는 놈 또한 푸른빛의 구를 길게 늘어뜨려 검으로 사용하며 왼 손으로는 계속 자그마한 빛의 구를 쏘아내고 있었다.
나 또한 오러검과 부적을 연신 날려대며 공격과 방어를 하고 있었지만, 같은 레벨로는 한손이 두 손을 당하지 못해 연신 자그마한 부상을 당하기 일쑤였다.
[체력이 87%로 떨어졌습니다.]
퍼펑..!
“흐음!”
[체력이 82%로 떨어졌습니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비록 사소한 경상이지만 계속 부상을 당하는 통에 벌써 체력이 82%까지 떨어져 있었다.
나는 두 놈을 힘겹게 상대하면서도 연신 티르얀을 시간 나는 대로 힐끔거리고 있었다.
‘제발 빨리 좀 해치워라.’
어느새 그녀가 두 놈을 해치우고 이제 두 놈이 남아 있었지만 나는 그 사이에도 계속 체력이 줄어들고 있었다.
[체력이 62%로 떨어졌습니다.]
알림음이 울려올 때마다 마음이 한없이 초조하기만 했다.
이제 반격을 할 엄두는 내지도 못한 채 시간이 흐를수록 두 연놈의 공격을 방어하기도 만만치 않았다.
‘도력도 놈들에 비해 두 배는 더 쏟아 부어야 하고...!’
정말 진퇴양난이라 할 수밖에 없었다.
방법이 있다면 빨리 티르얀이 놈들을 처치하는 것뿐이다.
[체력이 48%로 떨어졌습니다.]
‘씨발! 잘하면 이대로 그냥 죽을 수도 있겠군.’
검에 오러를 최대한 주입하고 부적을 연신 날리는 덕에 도력 또한 이제 많이 소진 되어 점점 발현 속도가 늦어지고 효능 또한 약해져만 갔다.
다시한번 티르얀을 힐끔 보니 그녀는 한 놈을 쓰러뜨린 후 나머지 한 놈을 향해 나뭇가지를 뻗어내 배에 꽂고 있었다.
하지만 체력이 아직 남았는지 놈은 바로 죽지 않고 있었다.
그때 쓰러졌던 다른 놈이 어느새 일어나 도저히 이길 수 없다고 판단했는지 줄기에 꿰뚫린 동료를 두고 달아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은 티르얀의 직업이 식물 술사인 것을 몰라서 하는 짓이었다.
쓰쓰쓰.. 스스슷
곧바로 몇 발자국 달아나던 놈 주위의 풀들이 자라나며 놈의 다리를 감싸 넘어뜨린 후 이번에는 양 팔까지 감아버려 놈을 꼼짝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헌데 잠깐 돌아본 사이 내 옆구리에 여자의 칼날 같은 바람의 검날이 훑고 지나가며 피가 사방으로 확 솟구쳐 올랐다.
“크윽!”
[체력이 34%로 떨어졌습니다.]
후끈거리며 밀려오는 고통에 잠시 휘청이는 사이 이번에는 우측에 있던 남자 놈의 푸른빛 구가 날아와 내 배에 정통으로 적중되며 터져버려 나는 붕 떠서 저 멀리 나동그라져야 했다.
“우욱!”
[체력이 27%로 떨어졌습니다.]
‘으흑! 이대로 끝인가!’
옆구리 살은 이제 아물었지만 배에 직격으로 맞은 푸른 구 때문에 내장이 뒤틀린 듯 무척 고통이 심했다.
하지만 억지로 참고 다시 일어났는데 두 연놈이 이제 비웃듯 실실거리며 다가오자, 나는 이제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오러 검을 힘차게 쥐고 놈들을 향해 달려나가려 했다.
헌데 그 순간.
[체력이 100%로 상승했습니다.]
알림음이 울리자 순간 티르얀을 돌아보니 그녀가 기어이 한 놈을 죽이고 나머지 손발이 묶여 있는 놈을 마저 죽이려 하고 있었다.
그녀가 죽인 세 놈은 모두 8레벨로 경험치가 셋 합쳐 240이 되어 기어이 10레벨로 승급된 것이었다.
그리고 레벨업이 되니 체력 또한 기준치인 100%로 다시 상승한 것이었고.
그뿐 아니라 도력 역시도 10레벨답게 곧바로 온몸에 넘쳐흐르기 시작했다.
‘고맙다 티르얀.. 이 개새끼들 다 뒤졌어!!'
나도 모르게 속으로 티르얀에게 정말 고마워 혼잣말로 중얼거리기까지 했다.
두 연놈이 나를 향해 비웃는 것을 보고 이제 나 역시 두 놈을 비웃으며 뛰어나가려던 행동을 멈추고 여유롭게 그 모습을 쳐다보았다.
“이제 그만 네 고향별로 귀환해라. 9레벨답게 제법 잘 싸우긴 했다.”
남자가 그래도 같은 9레벨이라고 비웃음은 지었을지언정 제법 예의를 지켜주었다.
하지만 나도 지지 않고 이제는 제법 한껏 여유를 부리듯 빙긋 웃으며 그 말에 답해주었다.
“이제 상황이 바뀌었다.”
내 말뜻을 알아차리지 못한 놈이 무슨 말인지 몰라 두 눈만 껌벅이고 있었다.
한순간 내가 쥐고 있던 검을 다시 치켜들자 푸른 오러가 전보다 한층 짙게 빛나며 두 눈을 시리게 했다.
하지만 아직도 두 연놈은 내 말뜻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이내 양 옆으로 다가와 다시 공격을 퍼붓기 시작했다.
쉬리리릿.. 파츠츠츳.. 퍼퍼펑.. 쏴라라랏!
전처럼 좌우로 흩어진 놈들이 바람의 검과 푸른빛의 검으로 공격을 해오며 또다시 왼손으로도 바람의 압축 화살과 푸른 구를 쏘아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제 레벨업이 되니 어쩐지 놈들의 공격이 눈에 훤히 들어와 나도 오러검을 들어 하나하나 모두 쳐낸 후, 곧바로 부적을 꺼내 몸을 회전시키며 검을 앞으로 쭉 내뻗은 채 꺼내든 부적을 내 몸에 척하니 갖다 붙였다.
순간.
화라라라락.. 휘류류류륙.
검을 앞으로 뻗어낸 채 회전하던 내 몸에서 부적이 불타며 한순간 회오리바람이 내 몸을 감싸고 돌아, 회전하던 내 몸의 회전력을 더욱 높여 이제는 앞으로 내 뻗은 푸른 오러의 검빛만이 무서운 속도로 돌아가는 듯 보였다.
촤라라랏.. 파파파팟..!
“크어억!
“아흑!”
오러검이 몸체와 함께 엄청난 빠르기로 회전하며 나는 듯 놈의 몸을 휩쓸고 지나가자 두 놈의 입에서 한 순간 처절한 단말마의 비명성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이 정도로 놈들의 체력이 바닥날 리 없어 바람의 회전력을 머금은 몸체를 재차, 휘청거리고 있는 두 놈의 몸을 다시 스쳐지나가자 비명성이 다시한번 들려왔다.
확실히 10레벨로 승급되니 두 연놈의 움직임이 눈에 훤히 보였고 웬일인지 느리게만 보였다.
그것은 내가 놈들보다 훨씬 빨라졌기에 그렇게 보여진다는 것을 전에 경험을 통해 알 수 있었다.
한번 수세에 몰린 놈들을 10레벨로 처치하는 것은 이제 별 무리가 없어 보였다.
그렇게 상처가 회복되기도 전에 몇 번을 더 공격하고 나자 그제서야 내가 전과 다르게 변했다는 것을 눈치 채고, 고통 중에도 두 눈을 크게 부릅뜨며 인상을 잔뜩 일그러뜨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없었다.
회전력을 멈춘 나는 이제 바닥에 나동그라져 고통에 신음하고 있는 두 연놈의 머리통에 오러검을 한번씩 쑤셔 박았다.
푸확. 푸우욱!
순간 해골이 뚫려지는 소리와 함께 피가 머리통에서 확 뿜어져 나왔다.
“아으으흑!”
“크르르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