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67화 〉티르얀과의 듀오게임 (67/207)



〈 67화 〉티르얀과의 듀오게임

이 거리에서는 아무리 몸을 낮춘다고 해도 놈들에게 발각될 것이 뻔했다.
레벨이 우리가 높아 기력으로 우리를 느낄 수는 없겠지만 눈으로 보이는 모습까지 숨길 수는 없었다.

헌데 티르얀이 두 손바닥으로 앞에 있는 풀들을 가리키며 살짝 흔들자, 앞쪽에 있던 풀들이 순식간에 1미터도 넘게 자라나는 것이 아닌가.

더군다나 우리가 지나가고 나면 지나간 자리의 풀들은 원래대로 돌아가고 계속해서 앞에 있는 풀들만이  없이 자라나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정말 쓸모 있는 능력이야.”

“너무 인색한 칭찬 아니냐? 만약 이러지 않았다면 도망가는 놈들을 쫒아가느라고 애  먹었을 텐데.”


“그래? 그럼 정정해 주지. 정말 대단한 능력이다.”

“훗, 그래도 네 입에서 그런 소리라도 들을 수 있으니 다행이네.”

앞으로 전진해가는 중에도 풀잎이 끝없이 자라나고 사그라들기가 반복됐지만 멀리서 볼 때는 바람에 흩날리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을 터다.

그리고 두 놈은 안전지대로 향하고 있고 우리는 놈들의 대각선 방향에서 옆쪽으로 다가가고 있었기 때문에 전혀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우리가 50여 미터 근방까지 다가섰는데도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을 보면 무조건 9레벨 이하가 분명했다.


잠시 지나 30여 미터까지 다가가자 이제 더 이상 은신한 채 다가가지 않아도  듯했다.
이제 들켜 놈들이 달아난다고 해도 레벨이 높은 나나 티르얀이 충분히 쫓아갈  있는 거리가 확보된 셈이다.
이때 그녀가 빙긋 웃으며 놈들을 바라본  있을 열었다.


“이 정도 거리에 있다면 내가 놈들 주위의 풀들을 조종할 수 있어. 그리고 멀지 않은 곳에 나무도 있으니 놈들은 이제 독안에 든 키멜이나 마찬가지야.”

“독안에 든 키멜..?”

“그래, 우리 행성 속담이야.”


“내가 사는 곳과 비슷한 속담이 그 곳에도 있었군.”

외계 플레이어  놈이 한창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상의를 하며 킬킬대기도 하는 사이 티르얀의  손이 한 순간 놈들이 있는 방향으로 틀어졌다.


스스슷.. 쓰쓰쓰쓰..

순식간에 2미터 정도까지 자라난 놈들 주변의 수많은 풀들이 서로 얽기면서 마치 담장과 같이 한순간에 놈들 주면을 에워쌌다.

“뭐, 뭐야 이거!”


“아무래도 누군가 나타난 것 같다! 우선 이곳을 벗어나자.”

 놈은 2미터로 자라난 풀잎의 한쪽을 향해 마치 화염방사기와도 같은 불꽃과, 단도  자루를 마치 끈과 연결한 듯 자유자제로 조종하며 풀들을 자르고 태워나갔다.

하지만 불에 타고 단도에 잘리면 풀들은 다시 자라나 사라진 공간을 계속 메우며 놈들이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고 있었다.


이제 나도 품속에서 부적을 꺼내며 놈들에게 뛰쳐나가려고 하자 그녀가 빙긋 웃으며 나를 급히 제지시켰다.


“두 놈은 나 혼자 상대해 볼게, 기껏해야 두  모두 6레벨 정도 밖에 되지 않은 것 같아.”


혹시나 몰라 부적은 그대로 손가락 사이에 낀 채 내가 고개를 끄떡이자, 이제 은신했던 곳의 풀들이 원래 크기로 돌아가며 그녀가 놈들 앞으로 걸어 나가기 시작했다.


이때  놈은 풀들을 헤치고 나갈  없게 되자 이제 공중으로 점프해 달아나려고 했다.


놈들도 자신들을 공격한 플레이어가 자신들보다 강자라는 것을 알고 있는 듯 필사적으로 도망치려고 했다.
놈들로서는  상대가 우리라는 것이 정말 재수가 없다고 볼 수밖에 없었다.

헌데 두 놈이 동시에 허공으로 점프를 해 풀잎 담장을 뛰어 넘으려고 하자 이번에는 그 근처에 있던 나무줄기 수십개가 뻗어와, 겹가지까지 자라나며 새로운 줄기가 생성돼 순식간에 허공을 뒤덮어 버렸다.

전후좌우와 허공이 모두 막혀버리자 두 놈은 발악을 하듯 다시 불꽃과 두 단도를 연신 날려대며 풀이나 허공의 나무줄기를 잘라내고 있었다.
하지만 줄기나 풀들은 역시 잘리고 불에 타면 곧바로 다시 자라나와 두 놈의 발악은 소용이 없게 됐다.


한순간 허공을 수놓던 나무줄기 수십 개가 한꺼번에 놈들을 향해 쏘아가기 시작했다.

휘리리릿.. 화라라락


순간 불꽃과 단도가 다시 날아가 가지를 쳐내고 태웠지만 계속해서 다시 생성돼 자라는 가지 줄기를  놈은 감당해 내지 못하고, 잠시 후에는 기어이 놈들의 양팔과 양다리가 줄기에 모두 잡혀버려 허공에 대자로 둥실 떠올랐다.

양손과 발이 모두 속박돼 허공에서 만세를 부르고 있는  놈의 꼴은 정말 우스웠다.
티르얀은 그래도 마음 씀씀이가 고왔는지 최대한 빨리 죽여 고통을 최소화 하려는 듯 곧바로 끝이 뾰족한 줄기  개를 내쏘아 두 놈의 목구멍을 꿰뚫어버렸다


“커어억! 크어억!”


파팟!


줄기 끝이 목뒤로 삐죽 튀어나오며 녹색의 피가 한순간 앞뒤로 확 뿜어져 나왔다.
하지만 체력이 100% 남아 있는 두 놈이 목구멍 정도 뚫렸다고 바로 죽을 리가 없었다.
더군다나 6레벨이니 죽는 속도가 더욱 더딜 수밖에.


티르얀은 미안했는지 이번에는 양손을 좌우로 돌려 목을 뚫고 지나간 줄기를 좌우로 회전까지 시키고 있었다.


“카흐흑.. 크르르륵!”


 놈은 죽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기절도 하지 않은 채 연신 비명만을 토해 내고 있었다.
그 모습에 티르얀은 안타까운 표정을 지은 채 이번에는 다른 줄기  개를 곧바로 심장에 박아 넣었다.


파팟.. 퍼퍽!

카으윽.. 끄르르륵!


다시 한번 피가 세차게 뿜어져 나오며 두 놈의 입에서 더욱 고통스런 비명성이 토해져 나왔다.
확실히 6레벨자의 100%로 남아있는 체력은 대단해서 한동안 죽지 않아, 이번에는 심장에 박아 넣은 줄기마저도 좌우로 돌리게 만들었다.

파라라랏.. 파파파팟!


목구멍과 심장 양쪽에서 줄기가 회전을 하자 그제서야 두 놈은 허공에 뜬 채, 피가 아래로 연신 흘러 발을 타고 바닥으로 떨어져 내리며 온 몸을 바들바들 떨기 시작했다.
내 경험상 저런 상태라면 이제 체력이 바닥났다는 뜻이다.

그녀는  이상 보지 못하겠는지 온 몸을 바들바들 떨고 있는 두 놈의 머리통에 다른 줄기 하나씩을 각각 더 박아 넣어, 마침내는 두 놈의 몸이 이내 부서지며 허공중으로 사라지게 만들었다.
드디어  놈이 죽자 그녀가 네게 다가오며 투덜거렸다.


“아, 그 새끼들 되게 안 죽네, 빨리 죽여주려고 하는데도 죽지를 않으니 괜히 미안하잖아.”

역시 그녀는 다른 플레이어들에 비해 마음이 많이 약한 듯했다.


“그렇게 마음 약하면 안될 텐데. 만약 네가 더 약하고 저놈들이 널 잡았다면 어땠을거 같아?”

내가 한마디 하자 그녀가 우물쭈물 거렸다.

“그야 뭐.. 분명 날 강간했겠지. 그리고 심하게 고문을 했을지도 모르고.”

“맞아, 그러니 다음부터는 손속에 인정을 베풀지 않는게 좋아.”
,
솔직히 손속에 인정을 베풀었다고까지는 할  없었지만 그래도 마음이 약해보이는 것 같아 파티원으로서 한마디 충고를 해준 것뿐이었다.
물론  같은 초짜가 나보다는 게임 경험이 한참이나 선배인 그녀에게 충고할 입장이 되지 못한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이제 상태창을 확인해  차례다.
알기로는 듀어게임에 참가하면 누가 죽이든 경험치는 똑같다고 했다.


두 놈이 6레벨이면 나도 120점 티르얀도 120점을 같이 획득하게 되는 것이다.
믿지 못해서가 아니라 그래도 확실한 것이 좋다고 굳이 확인하지 않을 이유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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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태창

이름 : 최준수
종족 : 인간 (인간)
직업 : 도사
티어 : 브론즈
레벨 : 9
경험 : 685/900
능력치 P: 도력 : Lv 9
특수능력 P : 도술 : Lv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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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565/900 이었는데 확실히 120점이  보태져 있었다.
이제 상위 레벨 몇 놈만  처치면 레벨업이다.
확실히 9레벨이 되니 마음에 여유가 생겨 편하기는 했다.
하지만 이런 여유도 이제 얼마가지 못하고 실버티어로 승급하면, 그 맵에서는 다시 하위 레벨자로 게임을 시작해야 하니 그 생각만 하면 조금은 막막해지기도 했다.

티르얀은 상태창을 확인해  필요도 없었는지, 상태창을 확인해 보는 나를 보며 빙긋 웃으며 말했다.


“어때? 확실히 경험치가 주어졌지?”

“그래.”


그녀의 부드러운 미소를 보며 처음 적으로 만났을 때를 생각해보니 사람이 달라도 너무 달라 보였다.
그러다가 문득  게임에서 내게 말로서 모욕을 안겨주었던 금발의 외계 여자나 그림자 술사, 또는 이전 게임에서 나를 죽였던 키엘렌 교육원 출신의 마법옷을 입었던 여자도 듀오게임에 함께 참가하면 티르얀처럼 이렇게 변하려나 하는 생각을 문득 해본다.
하지만 역시 그 세여자의 차가운 모습을 생각하니 그건 불가능 할 것이라 단정했다.

*

첫 전투를 비교적 쉽게 이기고 나니 티르얀은 물론 나도 기분이 조금은 업 되어 있었다.
하긴 9레벨이면 브론즈 티어 내에서는 거의 무적이라 할 만 했다.


헌데 두 놈을 죽이고 안전지대로 향하며 혹시나 몰라 맵을 열어보니 자기장이 어느새 3키로 뒤까지 다가와 있었다.


 놈을 빠른 시간 안에 처치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사이 이렇게 가까워졌다는 것을 감안하면 다른 맵보다 상당히 빠르게 좁혀져 온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동수단을 찾아봐야겠어.”


티르얀도 맵을 확인해 보았는지 나를 돌아보며 말했다.
아직 위험한 수준은 아니었지만 이 속도로 좁혀져 온다면 걷는 것으로는 자기장에게 따라잡힐 것이 분명했다.

자기장이 이정도 속도로 다가올 때는 거기에 맞게 이동 아이템 또한 제공 된다는 것을 지금까지 경험을 통해 알고 있는 나와 티르얀은, 서로 눈에 보이는 거리를 유지하며 우선은 이동 수단부터 찾아보기로 했다.

곧바로 그녀와 나는 거리를 3-40여 미터로 넓혀 풀들이 모여 자라난 곳이나 나무 근처를 찾아보았다.

한동안 여기저기 한창 헤매고 있는데 티르얀이 우렁차게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쥴수야 여기 있다!”


아무래도 준수라는 발음이 그녀에게는 어려운 모양이다.
아무튼 이동 아이템을 찾았다니 나는 그녀가 있는 곳으로 재빨리 달려가 보았다.
헌데.

“이게 뭐야..?”

그녀 앞에 있는 이동 수단을 보고 나는 벙쪄 있었고 그녀 또한 조금은 어색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높게 자라나 있는 풀숲에 있는 것은  마리 동물이었다.
헌데 그것은 살아 있는 동물이 아니라 휴먼 안드로이드처럼 정교하게 만들어진 동물 모양의 로봇이었다.
몸체는 말과 비슷한데 머리는 공룡과 비슷하게 닮아 있었고, 관자놀이 양쪽에는 손잡이로 보이는 물체가 양쪽으로 삐죽 솟아나와 있었다.


“머리 위에 스위치 같은게 있는데..?”

티르얀의 말대로 정수리를 보니 누르는 수위치 하나가 눈에 띄었다.
그러고 보니 로봇은 전혀 움직임이 없었다.
망설일 필요도 없어 곧바로 스위치를 누르니 생기가 없던 두 눈에 붉은 빛이 번쩍 빛났다.


어떻게 조정하는지는 몰랐지만 우선은 타보기로 했다.


등은 말과 똑같아 우선은 내가 먼저 점프를 해 올라타고, 양쪽 관자놀이에 있는 손잡이를 잡아보니 손잡이가 조금 움직이는 듯했다.


고개를 갸웃하며 앞쪽으로 살짝 밀어보니 갑자기 말이 앞으로 서서히 움직이는 것이었다.
조금 더 세게 밀어보니 이번에는 정말 말이 달리는 속도로 빠르게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다가닥.. 다가닥..


말을 타본 적은 없지만 손잡이를 잡고 있으니 떨어질 염려는 없을 것 같았다.


“야, 같이 가야지!”

뒤에서 소리치는 티르얀을 뒤돌아보니 혼자 두고 갈까봐 소리치며 달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무심결에 양쪽 손잡이를 같이 우측으로 돌리니 공룡 마리가 우측으로 돌아가며 몸체 또한 같이 회전했다.


‘특이한 아이템이군.’

정말 이런 아이템이 있다는 것은 보지도 듣지도 못했다.
곧바로 회전해서 티르얀에게  가자 그녀가 얼굴이 새빨개진  식식대고 있었다.


“아이 씨, 나 혼자 두고 가는지 알고  나올 뻔했잖아.”

“그럴 리가 있겠냐, 자 어서 내 뒤에 타고 허리나 꽉 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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