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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화 〉레벨업을 하라 (24/207)



〈 24화 〉레벨업을 하라

그녀가 깜짝 놀라 뚫린 울타리를 보고  눈을 크게 뜨며 급히 그곳을 돌아보았고, 나 또한 갑자기 일어난 일에 고개를 들어 폭발이 일어난 곳을 쳐다보았다.

‘다시 레드존이 생성된 건가?’

그런 생각을 해보았지만 역시 그것은 아닐 것이라 생각했다.
레드존은 한번 생성되고 나면 어느 정도 시간이 더 경과되어야 다시 생성된다.


헌데 잠시  뚫린 울타리 먼지 사이를 걸어들어 오는 자가 한명 있었다.


“역시 희한한게 있어서 들어와 봤더니 이곳에서 두 연놈이 재미있게 놀고 있었군.”


먼지가 가라앉고 들어온 놈을 보니 놈 또한 완전한 인간형 생명체였는데 생긴 것이  밥맛 없게 생겨먹었다.

놈 역시 여자처럼 서구적이긴 했는데 생긴 꼴을 보니 매부리코에 입술이 아주 얇고 눈매 또한 바깥으로 길게 찢어져 있어, 지구인으로 치자면 영락없는 범죄자 형이다.

놈이 음침한 미소를 지으며 여자의 늘씬하게 뻗어 내린 몸매를 위아래로 훑어보자 여자의 쌍심지가 곧바로 치켜 올라갔다.

“넌 뭐하는 놈이지? 감히 내게 그런 눈빛을 보내다니. 죽고 싶어 환장한 모양이구나.”

여자가 놈의 게슴츠레한 눈빛에 노기를 가뜩 담은 채 말하자 남자가 느물거리며 대꾸했다.

“보아하니 식물술사인 모양인데 이 정도 넓이를 꼼꼼하게 울타리 칠  있을 정도면 상당한 레벨이겠는데?”

“그걸 알고도 이곳에 난입하다니 정말 어이가 없군. 하긴 나로서는 제 발로 찾아와 경험치를 가져가라고 하니 고맙기는 하지만 말야.”


“후훗, 네년이 내가 여기까지 오는 것을 눈치챘던가?”

남자의 말에 그녀가 뭔가 느낀  잠시 생각하는 듯 하더니 이내 남자를 비웃던 표정을 거두며 서서히 얼굴이 굳어져갔다.

남자의 말을 들어보니 하수인 나도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있었다.

식물술사인 그녀도 처음 나를 이곳으로 잡아올때 조금 멀리 떨어져 있는 내 기척을 느끼고 나를 이곳까지 끌고 온 것이다.

물론 그녀와 나와의 레벨차이가 있어 그 거리에서도 내 기척을 느낀 것은 당연했다.
지금도 남자는 그녀의 기척을 느끼고 이곳으로 온게 아니라 하위 레벨인 내 기척을 느끼고 찾아온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울타리가 폭파되기 전까지도 남자의 기를 전혀 느끼지 못했다는 것은 분명 남자가 여자보다 상위 레벨인것만은 확실했다.
그것이 아무리 그녀가 나에게 신경을 썼다고는 하나 결코  사실은 변하지 않는 진실임을 그녀도 알고 있을 터다.

그렇다면 방금 전 내게 죽은 사내가 6레벨이라고 했으니 여자는 적어도 7레벨은 될 것이고, 지금 새로 나타난 범죄자형은 적어도 8레벨은 된다는 가설이 성립된다.
아니 이것은 가설이 아니라 거의 확정적인 사실이라  수 있다.

‘이거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겠는 걸’


속으로 그런 생각은 했지만 한편으로는 이렇게 여기 나타나준 남자가 고맙기는 했다.

이제는 죽을 때만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나마 죽음이 멈춰졌고, 또 혹시라도 두 강자가 싸울 때 이곳을 탈출할 기회가 생겨날지도 모를 일이다.


어찌됐든 당장은 죽지 않았으니 조금이나마 다시 살아날 희망은 생긴 셈이다.


내가 혼자 이런저런 궁리를 하고 있는 사이 여자는 나를 감고 있던 줄기를 슬그머니 풀더니, 조금은 심각한 표정으로 나를 힐끗 쳐다보며 예전의 도도하고 비웃던 표정은 지운 채 조용히 속삭이듯 말했다.

“놈은 7레벨인 나보다 상위 레벨이다. 너는 우선 나와 동업자가 되어 힘을 합치자. 비록 하위 레벨자지만 그래도 없는  보다는 낫겠지.”

적의 적은 나와 동지가 될  있는 법이다.
내가 비록 여자에게는 한참 미치치 못하는 하위 레벨이겠지만 얼마 전 돌덩이 사내와 협공해서 대항한 내 능력이 조금이나마 쓸모 있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하긴 내가 놈에게 직접 타격을 주지는 못해도 혼란과 혼선을 빚어주는 것만으로도 그녀에게는 무척 도움이 될 것은 당연했다.
한마디로 그녀는 나를 핫바지로 보고 총알받이로 사용할 생각이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꿰뚫어 볼  있었다.


그녀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든 지금으로서는 알바 아니다.
지금 나는 죽다 살아났고 또 두 강자를 피해 달아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우선 당장 죽지 않고 어떤 기회라도 엿보려면 그녀가 제의하지 않더라도 내가 그런 제의를 먼저 해야 할 판국이다.
원래는 내가 죽인 사내와 여자를 둘 다 처치하려고 했던 것이  작전이었다.
브론즈 맵 안에서는 최상위 레벨이라고 할  있는 두 플레이어를 죽이고 경험치를 획득하려 했던 것이 실패로 돌아가자, 이번에는 머리를  열심히 굴려 다시 도전해 보고 싶은게 은근한 내 본심이다.


어차피 두 연놈에게서 빠져나갈 수도 없는 상황에 끝에 가서 결국 두 연놈 증 한놈에게 죽을 것은 불변이다.
그럴 바에는 나도 내 나름대로 작전을 세워 조금이라도 이득을 챙길 수 있을 만큼은 챙겨야 했다.
방금 전 동업자 한 놈을 내손으로 사살해 이득을 챙겼던 것처럼, 이번에도 쉽지는 않겠지만 최소 한 놈만이라도 내손으로 죽여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녀의 제안에 내가 잠시 그런  생각하고 난  곧바로 대답해주었다.


“좋아  말대로 동업하지, 하지만 그전에 한 가지 약속해 줘야 할게 있다.”


“뭐지?”


“만약 놈을 우리 둘이 사살한다면 그때는 이번 게임이 끝날 때까지 동업은 유지해 달라는 것이다.”


의외의  제안에 여자가 인상을 살짝 찌푸렸지만 이내 그 표정을 숨기려는  빙긋 웃더니 곧바로 대답했다.


“내 덕을  보자는 것이군. 좋아 그렇게 하도록 하지.”

물론 그녀의 말을 나는 믿지 않았다.
하지만 생각이 있어 나는 그녀의 말을 믿는 척하며 나또한 빙긋 웃어주었다.

곧바로 우리 두 사람의 협작을 듣고 있던 놈이 얇은 입술을 한쪽으로 말아 올리며 역시 비웃음을 머금은  입을 열었다.


“크큭, 너희  놈이 협공한다고 해서  이길 수 있을 것 같은가? 정말 꿈도 야무지군.”

놈이 7레벨 이상이 확실하다면 놈의 입장에서는 그 말이 거의 맞을 것이다. 하지만  도사란 능력과 여자의 7레벨이라면 아주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라 생각했다.
비록 아직 상위 레벨은 아니었지만 그만큼 나는 내 직업인 도사의 능력에 대해 무한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문제는 놈이 어떤 능력을 지니고 있느냐였는데 그것은 곧바로   있었다.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고 여자가 몸 근처에 수십개의 줄기를 모으자 놈의 몸에서 갑자기 쇳소리가 들려왔다.

느닷없는 쇳소리에 불길한 예감이 들어 내가 품속에서 급히 부적을 꺼내 날리려던 그 순간.


촤라라랏 채채채챙

돌연 놈의  뒤에서 5개의 무엇인가가 솟구쳐 오르며 몸을 중심으로 사방에 흩어져, 마치 살아 있는 뱀처럼 허공 사방에 흩날렸다.


곧바로 등 뒤에서 튀어나온 그 무엇인가를 확인하니 그것은 어린아이 팔뚝 굵기의 은빛이 반짝이며 빛나고 있는 쇠사슬이었다.

‘사슬 술사?’

교육원에서 알려준 바에 의하면 랜덤으로 정해진 직업은 그 종류가 무수히 많아 모두 알  없을 정도라 했다.
놈의 등 뒤에서 솟아나온 사슬을 보니 그 말이 과연 맞다고 생각했다.
정말 별 능력도  있다고 생각하며 허공에 흐느적거린 채 흩날리고 있는 은빛 사슬을 보니, 일반 강철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의 강도를 지니고 있다는 것을 한눈에  수 있었다.


약 2미터 길이로 솟아나온 사슬은 다섯 개 모두 한쪽이 놈의 등에 연결된 채,  끝에는 역시 은빛으로 반짝이는 무척 날카로운 송곳과 작은 단도가 매달려 있었다.


은빛 송곳이 두 개, 단도가 세 개.

아마도 레벨이 올라갈수록 사슬을 더 많이 생성시킬 수 있고 그리고 강력해질 것은 두말필요가 없을 것이다.


처음 옆에 서서 무심한 눈빛으로 쳐다보던 그녀도 놈의 사슬을 보고 다시 인상이 살짝 일그러졌다.

나무줄기와 사슬의 대결.

언뜻 보기에는 사슬 술사가 훨씬 더 강력해 보일 것이라 생각하겠지만 그것은 역시 장단점이 있었다.


사슬은 한정되어 있는 반면 여자는 수많은 식물들을 마음대로 조정할  있어, 강도 면에서는 비록 사슬에 비할바 아니지만 수적으로는 훨씬 유리하다고 할 수 있었다.


“이제 시작해 볼까?”

남자가 말한 것을 시작으로 드디어 2대 1의 전투가 벌어졌다.

촤르르륵 차차차창

놈이 말을 끝내자마자 돌연 허공에 떠있던 사슬이 아무 예고도 없이 한순간 일직선으로 여자와 나에게 5개 모두 쏘아져왔다.
그 속도는 마치 화살과 같이 무척 빨라 한순간 당황했지만, 이미 부적을 손가락 사이에 끼고 있던 나는 급히 ‘빙패’  외치며 사슬이 날아오는 방향을 향해 부적을 날렸다.


츠츠츠츠츳

순간 부적이 번쩍하고 불타오르며 내 앞에 10센티 두께의 얼음벽이 한순간 생성됐다.

파파팟

하지만 끝이 뾰족한 사슬 끝의 송곳 두 개는  두꺼운 얼음과 부딪치자 곧바로 파고 들어와 얼음을 박살낸  그대로 나를 향해 쏘아져 왔다.

‘위력이 정말 대단하군.’


다행히 얼음벽에 부딪치며  개의 사슬 모두 속도가 줄어 나는 급히 한쪽으로 몸을 피해 놈의 첫 공격은 무사히 피할  있었다.

여자 역시 세 개의 단도로 된 사슬 공격을 받았지만 두꺼운 나무줄기를 같이 쏘아 보내 사슬 세 개를 모두 방어해 냈다.

첫 번째 공격이 모두 막히자 길게 늘어났던 사슬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고, 놈은 비릿한 미소를 입가에 머금은 채 나와 여자를 바라보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첫 공격은 맛 뵈기라는 것을 알고 있겠지? 자 이제 본격적으로 놀아볼까?”

놈은 상위 레벨답게 무척 여유를 부리고 있었다.
여자도 전에 죽은 사내에게 나를 대했던 도도한 표정과는 달리 조금은 긴장된 빛을 보이고 있었다.

사실 7레벨 정도라면 이렇게 안전지대 밖에서 죽을 능력은 절대 아니었다.
충분히 안전지대 안에 들어가서 다른 플레이어들과 겨뤄 경험치를  획득할  있는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

한마디로 여자는 운이 없는 것이었다.
그나마 나와 협작을 해서 조금이나마 희망이 있는 것이었지, 만약 나라도 없었다면 여자는 진즉에 싸울 의지가 많이 꺾였을지도 모를 일이다.


놈의 능력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에 나와 여자는 섣불리 공격을 하지 못하고, 놈이 어떤 식으로 나올지 준비만 단단히 한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내 손이 품속에 들어가 이미 부적을 손가락 사이에 끼고 있는 사이, 돌연 놈의 등 뒤 사슬이 마치 드릴과 같이 각자가 모두 허공에서 회전을 일으키고 있었다.


휘류류류 슈라라라락


처음에는 느리게 돌아가던 5개의 사슬들은 시간이 지나며  속도를 더해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순간 사슬의 속도가 무척 빨라지자 갑자기 사슬 두 개가 무서운 회전력을 머금은 채 나와 여자를 향해 길게 늘어나며 무서운 속도로 쏘아져 왔다.

나머지 세 개는  날려 보내지 않는 것인지 의아했지만 우선은 쏘아져 오는 사슬부터 방어를 해야 했다.


쏴아아앗 슈아아앗


여자가 웬일인지 제법 굵은 나무줄기를 두 개 쏘아 보내며 나에게 날아오는 사슬까지 방어해 주었다.

“내가 방어  테니 넌 놈을 공격해.”


여자가 작게 속삭이듯 말하자 그제서야 그녀의 의도를 눈치 채고, 나도 재빨리 이미 꺼내든 부적 두 개를 놈에게 날려 보내며 각기 다른  가지 공격을 발현시켰다.


‘결수!’


‘냉파!’


비록 각기 다른 종류의 공격이었지만 아직은 레벨이 미천해 같은 속성의 물질밖에 발현시킬 수 없었다.


곧바로 허공중의 미세한 수증기들이 두개의 부적이 타들어간 자리에 모여들며, 하나는 팔뚝만한 굵기의 끝이 뾰족한 얼음이 생성됐고 다른 하나는 수증기의 압축된 물기둥이 생성되어 놈에게 쏜살같이 쏘아져 나갔다.


“흥! 어림없다.”

놈이 콧방귀를 뀌며 비웃음이 가득한 미소를 지은  웬일인지 내가 발현한 두 공격이 다가오는 것을 지켜만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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