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화 〉27화입니다.
샬럿은 비올렛을 식당으로 데려다 준 뒤 집무실로 향했다.
식당에서 알폰스의 집무실까지는 길고 넓은 복도를 오랫동안 부지런히 걸어야 했으나 그녀는 단 두 걸음으로 집무실 문 앞에 도착했다. 자신의 옷매무새를 점검한 뒤 가볍게 노크했다.
안쪽에서 주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허락의 의미는 아니었으나 샬럿은 신경 쓰지 않고 문을 열었다.
“주인님, 식사 시간입니다.”
“내가 들어오지 말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랬던가요?”
능청스럽게 대꾸하는 모습에 알폰스가 피식 웃음을 내뱉고는 무릎을 꿇고 제 물건을 핥고 있던 여자의 머리를 붙잡아 우악스럽게 흔들었다. 목 안을 비집고 들어오는 거근에 여자의 눈이 크게 떠졌다.
“우궁, 푸웁! 쿱!”
괴로운 신음을 내뱉으며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저 얼굴을 어디서 봤더라. 샬럿은 턱에 손가락을 올리며 기억을 더듬었다.
얼굴은 그다지 예쁜 편은 아니었다. 옅은 주근깨에 빨간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었고 복장을 보니 허드렛일을 하는 하녀인 것 같았다. 딱히 인상에 남을만한 외모는아니었다.
하긴, 굳이 기억할 필요도 없는 얼굴이었다. 샬럿은 아름다운 사람을 좋아했다.
그러는 사이 여자의 안색은 흙빛으로 물들었다. 눈이 뒤집히기 직전인걸 보니 곧 죽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팔을 버둥거리며 벗어나려고 했으나 알폰스가 누르는 힘이 더 강했다.
생의 마지막을 앞두고 발버둥 치는 꼴이 꽤 보기 좋았다.
‘아, 그래.’
드디어 생각났다. 이주 전에 새로 들어온 하녀였다. 이름이 신시라고 했던가.
말이 하녀였지 사실 노예나 다름 없는 신세였다. 그녀는 급하게 돈이 필요했고 마침 일손이 필요하던 차여서 은화 열 장을 선금으로 주고 고용했다.
허드렛일 하는 하녀가 은화 열 장을 벌기 위해서는 적어도 오 년은 일해야했다. 단 한 푼도 쓰지 않고서 말이다.
뭐 이제는 딱히 상관 없을 것이었다. 그녀가 빚을 갚기 위해 일하는 것도 오늘이 마지막일 테니 말이다.
사정에 가까워졌는지 알폰스는 머리를 잡고 흔들던 것을 멈추고 직접 허리를 움직였다. 길게 스로틀하며 피스톤질하며 목구멍을 두드렸다. 우웩거리며 토악질하는 소리와 살이 부딪히는 소리가 집무실을 가득 채웠다.
“쌀 테니 전부 받아라.”
알폰스는 그렇게 말하며 허리를 누르며 목구멍 깊숙이 박았다. 울컥거리며 정액이 신시의 목구멍을 때렸다. 끅 하는 소리와 함께 몸이 경련했다.
사정은 길게이어졌고 샬럿은 작게 하품했다.
정액을 모두 토해낸 자지가 끈적한 소리를 내며 입에서 빠져나왔다. 동시에 신시의 몸이 옆으로 무너져 내렸고다시는 움직이지 않았다.
“샬럿.”
“네에.”
알폰스의 부름에 샬럿이 총총걸음을 하며 가까이 다가왔다. 그리고는 무릎을 꿇으며 아직도 껄떡거리고 있는 자지를 두 손으로 붙잡고 귀두를 핥았다.
신시의 침 냄새와 자지 구린내가 어우러져 역한 냄새가 풍겼다. 하지만 그녀는 그 냄새가 싫지 않았다.
베에, 혀를 늘려 드리며 뿌리부터 쭉 훑어 올린다. 그리고는 혀를 빙글 돌리며 귀두 구석구석을 훑었다.
사정 직후의 민감해진 감각에 알폰스가 몸을 움찔거렸다. 하지만 샬럿은 멈추지 않고 입을 벌려 귀두를 머금었다.
“쮸웁, 쪽, 츕, 츄웁…”
알폰스는 천박한 소리를 내며 자지를 빠는 샬럿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녀는 열성스럽게 빨아들이면서도 나긋한 손길로 그것을 치웠다. 그리고는 한순간 목구멍 깊숙이 자지를 받아들였다가 빼내었다.
쪽, 하고 귀두 끝에 입맞춤을 한 샬럿이 몸을 일으키며 주머니에 있던 손수건을 꺼내 입을 닦았다.
그리고는 여상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부관은요?”
“방에. 능력을 쓸 일이 있었거든.”
“비올렛?”
알폰스는 대답하지 않고 바지춤을 추슬렸다. 샬럿은 어깨를 으쓱이며 주위를 둘러봤다.
서류가 산처럼 쌓여 있었다. 대부분 영지와 관련된 문제였다. 평소에는 부관이 처리하던 것들이었는데 아무래도 오늘은 그가 없으니 알폰스가 직접 하고 있었던 것 같았다.
그마저도 얼마 지나지 않아 실증이 난 듯했지만 말이다. 차갑게 식은 신시의 시체를 가리키며 샬럿이 말했다.
“저건 어떻게 할까요?”
“마음대로 해.”
허락이 떨어지자 그녀의 넓은 치마 아래가 꾸물텅 거리며 움직였다. 그리고는 어두운 무언가가 튀어나와 신시의 몸을 먹어 치웠다. 아직 떠나지 못하고 남아 있던 영혼까지도.
검은 물체가 시체를 포식하는 장면은 기괴했지만, 알폰스는 익숙한 듯 머리를 정돈했다.
바닥에 남아 있던 체액까지 모두 흡수하고 나서야 검은 물체는 샬럿의 치마 안쪽으로 사라졌다.
포식이 끝난 것을 보고 알폰스가 말했다.
“비올렛은?”
“식당에요. 지금쯤이면 저희가 언제 오나 목이 빠져라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요?”
“그 녀석이?”
그럴 리가. 알폰스는 피식 웃으며 덧붙였다.
“지금쯤 멋대로 먹고 있겠지.”
“요리장에게 주인님이 오거든 요리를 내오라고 해놨거든요.”
“이런, 그러면 화가 많이 났을지도 모르겠는걸.”
그러길 바라기도 했다. 그는 웃으며 문 앞에 섰다. 샬럿이 문을 열자 복도가 아니라 식당이 보였다.
그리고 멍하니 앉아 있는 비올렛의 모습 역시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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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올렛은 처음 5분정도는 식당의 모습에 감탄했다. 조금 지나서는 어디선가 흘러들어오는 향긋한 냄새에 빠져들었고 이내 곧 지루해졌다.
그때부터는 하릴없이 기다리는 시간이었다.
식당은 조용했다. 사용인들이 벽 쪽에 시립해 있었기는 했으나 비올렛을 두고 대화를 나누거나 하지는 않았다.
입이 근질거리는지 묘한 시선을 교환하는 이들은 있었으나 그녀는 알지 못했다.
비올렛은 멍하니 턱을괴고 허공을 바라봤다.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지니 묘하게 잠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목욕을 너무 오래 한 탓인지는 모르겠으나 어째서인지 체력이 조금 달리는 기분이었다. 눈을 감으면 곧장 잠들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던 찰나에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반사적으로 고개가 돌아갔고 인상이 찌푸려졌다.
“이런, 내가 늦었나?”
넉살 좋게 웃는 목소리로 알폰스가 말했다. 가벼운 옷차림이었다. 정장이 아닌 하얀 셔츠를 입고 나타난 그는 샬럿을 대동하며 들어왔다.
비올렛은 고개를 돌리는 것으로 대답했다.
알폰스는 그녀의 차가운 반응에도 미소를 지을 뿐 다른 말을 내뱉지 않았다. 그는 비올렛이 앉아 있는 곳을 지나쳐 식탁의 가장 상석으로 향했다.
그리고는 비올렛을 훑어보고는 말했다.
“예쁘군. 마치 꽃봉오리가 개화한 것 같아.”
“닥쳐. 네 녀석에게 그런 소리를 들으려고 한 게 아니야.”
“역시 샬럿에게 맡기기를 잘했어.”
“과찬이세요.”
샬럿은 작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알폰스는 미소를 띈 얼굴로 말했다.
“모일 사람은 다 모인것 같으니 음식을 내오도록 해.”
“네, 주인님.”
샬럿과 시립해 있던 사용인 몇 명과 시선을 마주쳤다. 그들은 눈치 빠르게 움직였다.
준비되었던 음식이 하나 둘 씩 나오기 시작했다. 비올렛은 처음 보는 음식들의 향연에 눈을 떼지 못했다.
그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손바닥만 한 스테이크였다. 코를 찌르는 고기의 냄새에 침이 절로 꿀꺽 넘어갔다.
알폰스는 그녀를 보며 말했다.
“고기를 좋아하나?”
“...싫어하지는 않지.”
전생에서는 자주 먹지 못했었다. 체격이 컸기에 먹을 때마다 돈이 꽤 깨져서 몇 주간은 라면 신세를 져야 했다.
그녀는 라면을 끔찍이도 싫어했기 때문에 차라리 먹지 않는 편을 선택했다.
작은 목소리로 그리 대답하니 그가 말했다.
“파말이라는 녀석의 고기인데, 꽤 맛이 좋아. 육질도 부드럽고 식감도 나쁘지 않지. 네 취향에도 맞을 거야.”
먹어봐. 알폰스의 말에 비올렛이 앞에 놓인 식기와 빈 접시를 바라봤다. 그리고 살짝 떨어져 있는 스테이크를 바라봤다.
그냥 가져가면 되는 건가? 포크와 나이프를 어색하게 쥐고 고민했다.
딱히 예법에 신경 쓰는 성격은 아니었으나 이렇게 성대하게 차려진 것을 보니 어쩐지 긴장되는 기분이었다.
쉽게 움직이지 못하고 머뭇거리고 있으니 뒤늦게 알아차렸다는 듯 알폰스가 말했다.
“샬럿, 네가 도와줘. 비올렛은 예법에 잘 모르니 말이지.”
“네, 주인님.”
그 대화에 비올렛은 얼굴이 붉어지는 기분이었다. 어째서인지 모르겠으나 수치심이 들었다.
샬럿이 다가와 그녀를 껴안듯하며 두 손을 감쌌다. 비올렛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쩐지 익숙한 느낌이었다. 이전에도 이런 적이 있었던 것처럼.
샬럿은 그녀의 손을 움직여 능숙하게 스테이크를 반으로 갈랐다. 그리고 한 덩이를 비올렛의 접시로 가져와 다시 먹기 좋게 썰었다.
순식간에 한입 크기로 썰린 고기를 보며 비올렛이 작게 감탄했다.
샬럿은 손을 놓고는 품 안에서 작은 병을 꺼내 들었다. 살짝 붉은 빛이 감도는 액체가 들어있었다.
그것을 한 방울 고기 위로 떨어뜨렸다.
비올렛이 의문 어린 눈으로 그녀를 올려다보니 웃으며 말했다.
“음식을 더욱 맛있게 만들어 주는 물건이랍니다.”
그렇구나. 비올렛은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포크로 고기 한 조각을 쿡 찔렀다. 그리고 그것을 입안으로 가져갔다.
눈이 크게 떠졌다. 한 번 씹을 때마다 육즙이 터져 나왔다. 알폰스의 말처럼 고기는 부드러웠고 맛은 굉장했다. 적어도 그녀가 먹어본 것 중에서는 제일이었다.
정신없이 식기를 움직였다. 그런 비올렛의 모습을 보며 알폰스가 쓰게 웃으며 샬럿에게 말했다.
“얼마나 희석한 거지?”
“백 분의 일이요.”
그녀가 떨어뜨린 것은 미약이었다. 많이 희석했기 때문에 즉효성은 없었고 원액보다도 효과가 떨어지는 것이었다. 그래도 미약은 미약인지라 성욕과 감도를 증가시키는 효과는 있었다.
아마도 자기전 쯤에 아랫배가 근질거리지 않을까 싶었다. 그렇게 생각하며 알폰스의 앞에 놓인 음식에도 한 방울 떨어뜨렸다. 다만 이번에는 다른 병이었다.
등푸른생선 위로 떨어진 미약을 보며 그가 물었다.
“...이건?”
“십 분의 일이요.”
비올렛의 음식에 미약을 타게 한 건 그의 뜻이 아니었다. 하지만 재밌을 것 같아서 굳이 제지하지는 않았다. 쾌락에 못 이겨 제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도 꽤 볼만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건. 알폰스는 식은땀을 흘리며 그녀를 바라봤다. 욕망에 번들거리는 눈동자가 그를 담고 있었다.
“열흘이라고요?”
알폰스가 저택을 떠난 기간이었다. 그 기간 만큼 돌려받겠다는 의지가 명확했다. 샬럿에 말에 그는 허허 웃으며 식기를 들었다. 생선의 살을 발라 먹으며 중얼거렸다.
“...힘내보지.”
고기를 우걱거리며 먹던 비올렛이 그들의 대화에 갸웃거렸다. 무슨 말을 하나 싶어 엿들어봤더니 도통 알 수 없는 말만 내뱉고 있었다. 애초에 대화가 맞는지부터 의심스러울 지경이었다.
그녀는 조금 생각하다 포기하고는 빈 접시에 남은 스테이크 한 덩이를 옮겨 담고 썰었다. 그리고는 크게 조각낸 고기를한입에 욱여넣어 씹었다.
지금 비올렛에게는 스테이크를 먹는 것 외에는 그 무엇도 중요하지 않았다.
식당에 조용히 식기가 움직이는 소리만이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