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6화 〉26화입니다. (26/75)



〈 26화 〉26화입니다.

비올렛은 한참이나 샬럿의 품 안에 안겨 있었다. 물속이었지만 혼자가 아니라는  때문인지 금세 두려움이 잦아들었다.

“그럼, 이제 씻겨 드릴게요.”


“자, 잠깐.”


물론 그녀가 떨어지려고 한다 치면 곧장 겁먹은 목소리로 붙잡았다. 샬럿은 난처한 목소리로 말했다.


“따뜻한 물에 오래 있으면 피부에 안좋다구요?”

“조금만,조금만 더 있으면 되니까.”


비올렛은 간절하게 말했다. 하지만 샬럿 역시도 물러설 수 없었다. 벌써 이런 대화가 몇 번이나 반복되고 있었다. 들어오기 전의 시간을 떠올려보면 곧 점심이 가까웠다. 그녀가 식사를 준비하는 것은 아니지만, 종자가 주인을 기다리게 해서는 안되었다.

‘어쩔 수 없지.’

샬럿은 비올렛의 눈이 제대로 가려져 있는지 확인을 한 뒤 준비해온 목욕 용품이 담긴 바구니 향해 손을 뻗었다.


그녀의 눈동자가 가로로 갈라졌다. 마치 염소의 눈과도 같은 모습이었다. 자석처럼 바구니가 샬럿의 손을 향해 날아왔다.

“샬럿?”


“네?”


바구니를손으로 잡자 샬럿의 눈동자도 원래대로 돌아왔다. 비올렛은 뭔가 이상하다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분명 이상한 기운이 느껴졌는데 순식간에 사라졌다. 착각인가? 그녀는 그렇게 생각하고는 말했다.

“아니, 아니야.”

“그런가요.”


샬럿은 그녀의 말에 미소를 지었지만 작게 식은땀을 흘렸다. 다행히 알아차리지는 못한  같지만, 비올렛의 앞에서는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재빨리 말했다.

“일단 떨어지면 무서워 하시는 것 같으니까 이대로 씻겨드릴게요.”


“무서워하긴 누가! 아!”

“그거 봐요.”

비올렛이 발작하듯 외쳤으나 등 뒤에서 떨어지려는 움직임에 황급히 팔을 휘적거리며 붙잡았다. 머리 위에서 킥킥 웃는 목소리에 얼굴이 절로 붉어지는 느낌이었다. 뜨거운 물속에서 오래 있었던 탓에 붉어져 있었음에도 확연히 티가 났다.

귀여운 사람. 샬럿은 그렇게 생각하며 향유를 손에 발랐다. 욕실 안이 순식간에 아카시아 향으로 가득했다. 그것을 두 손에 흠뻑 바른  비올렛의 손을 붙잡았다.


한 손에 한 손 씩, 손등을 덮으며 깍지를 꼈다. 미끌거리는 기름의 감촉에 몸이 움츠러드는 것이 느껴졌다.

샬럿은 가느다란 손가락 하나하나 세심하게 문질렀다. 굳은  하나 없는 보드라운 손이었다. 기름을 머금은 손이 팔을 타고 올라갔다. 어깨를 문지르는 손길에 비올렛이 작게 신음했다. 눈이 보이지 않아서 그런지 이런 자극이예민하게 느껴졌다.


“자, 잠깐. 거긴.”

가슴께로 내려오는 손길에 놀라 말했다. 하지만 샬럿은아랑곳 않고 말했다.


“뭐, 어때요? 여자끼리인데.”


“그러니까 난, 힉!”

남자라고. 그렇게 말하지 못했다. 가슴을 부드럽게 쥐는 손길에 헉 소리가 절로 나왔다.


그것으로 그치지 않고 밑에서 쓸어올리듯 손을 움직인다. 팔을 들어 올려 겨드랑이에서부터 가슴 밑까지 훑어내려와 여린 피부를 쓰다듬는다.

비올렛은 얼굴이 터질 것만 같았다. 아마 거울을 볼 수 있다면, 사과보다도 붉은 제 얼굴을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아!”

가슴 끝을 문지르는 감촉에 비올렛 신음을 터트렸다. 저릿한 감각이 아래를 훑고 머리로 쏘아진 듯한 느낌이었다.

“거긴, 읏, 잠깐.”


“구석구석 깨끗하게 해야 한다구요.”

샬럿은 그렇게 말하며 미끈거리는 손가락으로 유두를 문질렀다. 물론 필요 이상으로 오랫동안 문지르고 있긴 했다.


비올렛이 숫처녀처럼 부끄러워하며 신음을 억누르는 모습이 꽤 재밌었기 때문이었다.

적당히 즐긴 뒤에야 샬럿은 유두를 놓고 아래로 손을 옮겼다. 비올렛은 참았던 숨을내뱉고는 말했다.


“원래, 이러는  맞아?”

“네, 물론.”

그녀는 능청스럽게 대꾸했다. 보드라운 배를 간질이며 내려가니 몸을 비틀었다.

샬럿은 작게 웃음을 흘리며 비올렛의 비부 위를 쓸어내렸다.  아래에 가려져 있던 눈이 흡 크게 뜨였다.

“햑…!”


허리가 절로 붕 뜨는 느낌이었다. 미지의 감각이 등허리를 타고 올라 머릿속을 빙글 돌았다. 비올렛은 입을 뻐끔거리며 숨을 토해냈다.


가벼운 절정이었다. 여성의 몸이 되고 나서 겪는 첫 절정이었으나 그것이 절정이라는 것은 알지 못했다.

피부를 맞닿고 있었기에 샬럿은 그녀가 절정했다는 것을 알  있었다.


“괜찮으세요?”

“학, 하앗, 하…”


하지만 모른 척 그렇게 물었다. 비올렛은 가쁘게 호흡하며 소리를 토해냈다. 마치 전기가 통한  같은 기분이었다.

그녀는 숨을 가다듬고는 조금 진정된 목소리로말했다.

“방, 방금 뭐가 찌릿하고…”

“네? 저는 모르겠는 걸요. 계속 할게요.”

“잠깐, 힛…!”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허벅지 안쪽을 부드럽게 쓸었다. 그것만으로도 절정 직후의 예민한 감각은 쾌락을 보내왔다.

비올렛은 몸을 비틀며 그 손길에서 벗어나려고 했으나 배를 두르고 있는 팔 때문에 그럴 수도 없었다.

껍질로 덮여 있는 공알 위로 손가락이 얹어졌다. 샬럿은 엄지손가락으로 그것을부드럽게 문질렀다.

그것만으로도 감도가 올라가 있던 비올렛은 다시 절정에 이르렀다.


“하잇, 큭, 흐윽…!”


눈앞이 새하얗게 변하는 느낌이었다. 절로 몸이 오그라들었다. 머릿속에서 벼락이 내리치는 듯한 감각이었다.

비올렛은 제 귀로 들려오는 달뜬 신음소리가 무엇인지  수 없었다. 마치 다른 사람이 내뱉는 것만 같았다. 발가락이 절로 움츠러들며 안절부절하지 못했다.

“안쪽도 깨끗이 씻어야 해요.”


샬럿은 그렇게 말하며 질구에 손가락 하나를 집어 넣었다. 기름을 바른 데다 안쪽 역시 젖어있어 쉽게 들어갔다.


꽉 물고 놓아주지 않는 것이  명기라고 불려도 손색이 없을 것 같았다.


“하, 으, 잠, 흐익?!”


손가락 하나가 더 들어왔다. 두 손가락이 그녀의 질 안을 탐험하듯 움직였다. 샬럿은 비올렛의 배를 두르고 있던 손을 올려 가슴을 움켜쥐었다.

위아래로 느껴지는 쾌감에 그녀는 제대로  말을 내뱉지 못하고 뜨거운 신음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히읏, 아, 흑, 흐응!”


주인에게 대들던 당돌한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쾌락에 못 이겨 몸을 바들거리고 있는 모습에 샬럿은 국부가 욱신거리는 기분이었다.


그녀는 딱히 성별을 가리지 않는 사람이었다. 남자든 여자든 기분이 좋다면 상관 없었다.


게다가 비올렛은 꽤 예쁘기도 했다. 조금 순종적이고 유순한 외모가 취향이었으나 그런 샬럿조차도 비올렛은 매력적이게 느껴졌다.

제 주인에게 하는 언동이나, 살짝 날카로운 인상과 다르게 멍청한, 아니 순박한 모습들이 그랬다.


결정적으로 성 지식이 부족하다는 점이 더욱 끌리게 했다.


보아하니 절정이라는 것도 모르는 것 같아 보였다. 아쉽게도 처녀막은 없는 것을 보니 주인이 가져간  같지만 상관 없었다. 딱히 순결을 중요시 하지도 않으니 말이다.

'확 그냥 덮쳐버릴까?'

샬럿은 진지하게 고민했다. 하지만 비올렛은 알폰스의 것이었다. 종자인 자신이 건드려도 될 것이 아니었다. 허락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아, 이럴  알았으면 계약하지 않는 건데.'


그녀는 속으로 작게 푸념했다. 그러면서도 비올렛의 안에서 오돌톨하게 튀어나와 있는 것을 가볍게 긁어내렸다.


"아, 헷, 으…?!"


단어가 되지 못한 비명을 내지르며 허리를 튕겼다. 샬럿은 물속에서도 무언가 제 손을 적시는 걸 느꼈다. 바들거리던 몸이  늘어졌다.

“아차.”

너무 심했나. 천을 벗기니 흐리멍텅한 눈동자가 보였다. 완전히 정신을 잃은 사람의 눈이었다.


뒤늦게 후회를 해보지만 이미 비올렛은 색색 숨만  뿐 반응이 없었다. 저도 모르게 흥이 돋아본능대로 움직여버렸다.


이미 벌어진 일은 어쩔 수 없지. 샬럿은 빠르게 움직였다. 비올렛을 씻기고 바깥으로 꺼내 정성스럽게 몸을 닦았다.

피부가 상하지 않도록 미용품을 꼼꼼히 발라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잠시 훼까닥 해서 일을 저지르고 말았지만 제 본문을 잊지 않았다.


-

비올렛은 제 얼굴을 가볍게 두드리는 손길을 느꼈다. 동시에 자신이 어딘가에 앉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눈을 움찔하니 얼굴에 닿던 감촉이 멀어졌다.


“일어나셨어요?”

익숙한 목소리였다. 그녀는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샬럿이 손에 솜뭉치 같은 것을 들고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비올렛은 눈을 깜빡이다가 멍하니 말했다.

“여긴…?”


기억의 마지막은 욕실이었다. 욕조 안에서 샬럿의 품 안에 안겨 있었고 그녀가 자신의 몸을 씻겨준다고 하던 것이 떠올랐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다음은 떠오르지 않았다. 떠오르는 말이 없어 멍하니 있으니 샬럿이 말했다.


“욕실에서 정신을 잃으셨어요. 아마도, 물이 너무 뜨거웠나봐요.”

그렇게 말하면서 다시 솜뭉치를 가까이 했다. 얼굴을 간질이는 것이 조금 견디기 어려웠다.

비올렛은 머리를 뒤로하려 했지만 무언가 막고 있었다. 그제야 그녀는 자신이 등받이가 높은 의자에 앉아 있다는 걸 깨달았다.


피할 수 없다는 걸 직감한 비올렛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근데 지금 뭐하고 있는 거야?”


“당연히 화장이죠. 주인님과 식사를 하는데 치장을 하지 않고 갈 순 없잖아요?”


“화장이라고?”


비올렛은 황망한 목소리로 답했다. 그러는 사이 샬럿이 뿌듯한 표정을 지으며 숙였던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몸을 비켜 세우며 옆으로 돌아 비올렛에게 물었다.


“자아, 어때요?”


샬럿이 비키자 가려져 있던 거울이 보였다. 비올렛은 처음으로 제 모습을 온전히  수 있었다.

허리에서 살랑거리는 윤기 흐르는 백발이나 이릴이 보석 같다고 칭찬하던 자줏빛 눈동자. 그리고 머리 위로 큼지막하게 돋아나 있는 이질적인 토끼귀의 모습이 보였다. 옷은 머리색과 맞춘 것처럼 새하얀 것이었다. 허리를 가볍게 조이고 가슴 쪽을 살짝 강조하는 느낌의 세미 드레스였다.

살짝 날카로운 인상을 주는 날렵한 눈매나 커다란 눈망울, 당돌한 입술과 살짝 솟은 콧대가 조화를 이루었다. 화장을 한 덕분인지 새하얀 피부도 병자의 것이 아닌 생기가 도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자신의 모습이라는 것을 깨달은 비올렛은 살포시 얼굴을 찡그렸다. 짜증 나게도 그 모습조차 아름다웠다.

이래서야 남자라고 주장도 못할 것 같았다. 어딜 봐도 남자다운 구석이라고는 찾아볼 수도 없지 않은가. 눈매가 조금 사납기는 했으나 앙칼진 인상이라고 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이런 옷을 입고 있으니 더욱 그랬다.

“짜증 나는 얼굴이야.”

“왜요? 전 예쁘다고 생각하는데.”

불퉁한 목소리로 말하니 샬럿이 대답해왔다. 비올렛 역시도 제 얼굴이 아니었다면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었다.


하지만 자신의 얼굴이 되니 그런 말이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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