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8화 〉시작 (18/66)



〈 18화 〉시작

벌렸던 턱에서 은근히 통증이 오자 손으로 자신의 턱을 어루만졌다. 어느 정도 통증이 사라지자 성기에 묻은 자신의 침을 보았다.


“이런 이러면 안 되지”

은아는 재빨리 혀로 성기를 핥아 묻어 있던 침을 빨아 먹었다.

“후~아무도 모르겠지?”


자신이 한 행동이 부끄러운지 얼굴을 붉히며 손으로 볼을 만졌다. 하지만 여전히 눈앞의 물건은 잔뜩 힘이 실린  천장을 뚫어버릴 듯 세워져 있었다. 은아는 더 이상 이러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서둘러 환자복을 입히기 시작했다.


혼자서 하다 보니 서툴고 또 남자의 몸이라 작고 가녀린 그녀가 혼자 감당하기에는 무척이나 힘이 들었다. 그래도 은아는 이 모든 일을 혼자서 하고 싶었다. 치혁을 다른 사람의 손에 맡기고 싶지 않았다. 힘들게 다 입히고 나니 은아는 온 몸이 땀으로 젖어 버렸다.

“휴~힘들다. 생각보다 많이 힘드네”


조그만 체구의 은아가 키가  치혁을 움직이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또한 요령도 없었기에 무조건 힘으로 하다 보니 힘이 드는 게 당연한 일이었다. 은아는  전에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태연하게 다시 치혁의 상태를 기록하였다.

모아놓은 치혁의 이물질을 잘 밀봉해 검사실로 보내고 오는 길에 자신의 방에 들러 여분의 옷으로 갈아입고 다시 병실을 찾았다. 샤워까지 했으면 좋겠지만 자신이 생각해도 이른 시간부터 그러면 이상하게 보일 것 같아 그냥 옷을 갈아입는 것으로 워안을 삼았다.


어느 정도 마음의 여유가 생기자 집에 있을 동생들이 생각났다. 하여 소연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제들 일어나 씻고  청소 한다고 하였다. 그리고는 다들 은아 집에서  있다가 가면 안 되느냐며 은아에게 매달렸다. 은아는 쿨 하게 마음대로 하라 말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뭐 같이 지내는 것도 나쁘지 않고, 근데 이것들이 공짜로 있으려구 하는  아니겠지?”

은아는 동생들 생각을 하다 의자에 앉아 무료한 시간을 보냈다. 가끔 치혁의 상태를 살피고 가져온 책을 읽으며 돌아가는 시계바늘을 보았다. 그리고 아주 가끔 치혁의 얼굴에 손을 대고 쓰다듬어 주었다.

나이는 어리지만 예쁜(?) 얼굴에 저절로 미소가 갔다. 사실 치혁이 잘 생긴 얼굴이 아니었는데 벼락을 맞고 난 다음 새하얀 피부가 그를 매력적으로 만들어 버렸다. 그러니 은아도 마음이 동 할 수밖에 없었다.

“흐음...책이나 보자 자꾸 보고 있으면 또 이상한 생각이 드니깐”


은아는 책에 정신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점점 책과 동화되어 가는 것 같았다. 확실히 의사는 아무나 되는  아니라는 걸 보여주고 있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난 뒤 저녁이 되자 은아는 병실에서 나와 담당 간호사에게 몇 가지 당부를 하고는 집으로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생각을 해 보았다.


“흠...의식이 돌아올 때까지 병원에서 먹고 자고 해야 하나???”


확실히 이번 케이스는 특별했다. 거기에 자신의 이름도 올라갈 것이긴 하지만 그래도 보다 중심에 서고 싶은 게 사람 마음이었다. 하여 그런 생각을 해 보았지만 언제 깨어날지 모를 상황에 그러는 건 아무래도 오버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그러면 자신과 경쟁중인 의사들의 시선도 결코 좋지는 않을 거란 생각도 들었다.

“에휴~나중에 생각해 보기로 하자 병원장이 오면 무슨 말이라도 있겠지”


결국 은아는 모든 일을 병원장에게 미루고 자신은 치혁을 살피는 일에 집중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집에 돌아오니 집은 깨끗이 정리가 되어 있었다.


“얘들은 갔나?”

현관 문을 열고 들어서는데 동생들 신발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분명  있고 싶다고 했었는데? 아닌가?”

전화상으로는 분명 당분간 같이 지내면 안 되냐며 물었는데 집에 와 보니 아무도 없어 조금은 황당한 은아였다.

“이것들이 언니를 놀리나 전화라도 한 번  볼까?”


은아는 전화기를 들어 동생들에게 단체톡을 날리려 했다. 자신도 혼자 살기 때문에 외로움이 때론 힘이 들기도 해서 동생들과 같이 사는 생각을 안 해 본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20년 넘게 따로 살던 사람이 같이 사는 건 아무래도 힘이 드는 일이었다. 많은 것을 양보해야 하고 또 많은 것을 포기해야 했다. 그 점을 잘 알고 있는 은아는 그냥 전화기를 천천히 내렸다.


“에이 그래도 불편 하겠지”


은아는 서운한 감이 있었지만 그래도 동생들도 입장이라는 것이 있기에 빨리 머릿속에서 지워버렸다. 그리고 낮에 흘렸던 땀을 씻기 위해 욕실에 들어섰다. 한 참을 씻고 있는데 거실에서 사람 소리가 났다. 서둘러 샤워를 마치고 혹시 몰라 수건을 몸에 걸친 다음 거실로 나섰다.

“언니~이제 왔어요?”

“어? 응? 은지네 언제 온거야?”


“방금요. 엄마한테 허락 받는다구 그리고 여러 가지 짐도 챙겨서 왔어요. 우선은 지낼 수 있을  같아요. 차츰차츰 필요한 걸 옮길려구요. 언제 한 번  좀 태워주세요. 엄마가 기사아저씨에게 말 하라는데...난 좀 그래요.”

“어...그래..근데...너희 집에 기사도 있어?”

“그게...엄마가 사업을 하다 보니 운전을 해 주시는 분이 따로 계세요.”

“너희 집 정말 부자구나~!!!”

“그냥 그래요.”


“야 넌 집도 잘 살면서 뭐하러 힘든 간호사 일을 하니 그냥 편안히 놀다가 시집이나 가지?”

“언니도 참 전 그냥 이게 좋아요.”

“하긴 뭐 다 자기 하기 싫음 그만인 거지 근데...정말 내 주위에 운전기사를 둔 집안이 있을 줄을 정말 생각도 못했는데 은지야 우리 친하게 지내자~”

“언니도 참~~”


은아는 몸을 닦다 말고 나와서 다시 욕실로 들어가 남은 물기를 닦고는 거실로 나왔다. 당연히 오기 전에 냉장고에서 맥주를 꺼내 시원하게  모금 들이켰다.

“근데 은지만 온 거야?”

“아니요.”

은아의 다른 사람들은 어디 있냐는 질문에 은지가 눈을 마주치고 말했다.


“다 같이 나갔는데 곧 올거에요. 효선이는 모르겠는데 소연 언니는 오실 거예요. 왜 그랬잖아요. 집하고 병원하고 멀어서 힘들다구”

“응 그렇긴 했지”


소연은 말끝마다 은아의 집이 병원하고 가깝다고 좋다고 하면서 자신의 집은 멀어서 너무 힘들다는 말을 자주 했었다. 당연히  번 기회에 은아집에 눌러 앉는 것을 목표로 했을 가능성이 컸다.

은아 집에서야 병원까지 10분 내외의 거리였고, 소연의 집에서는 무려 두 시간이 걸리는 먼 거리였다. 소연이 차가 있는 것도 아니고 지하철과 버스를 여러 번 환승해야 하는 입장이어서 누구보다 가장 원하는 사람은 소연이었다.

“소연이야 그렇다 치구 효선은?”


“잘 모르겠어. 자신의 나이에는 거의 독립을 한다구 하든데 여기는 또 한국이구...왜 효선이 아버님이 유명하시잖아요.”


“흠..그분이  깐깐하시긴 하시지”


은아는 세미나에서 효선의 아버지를 몇 번 본 적이 있었다. 전형적인 가부장적 한국 아버지의 모습이었다. 그런 사람이 어떻게 국제결혼을 하게 되었는지 모를 정도로 고지식 했는데 효선을 자신의 집에 보내줄  은아도 의문이 들긴 했다.


“아무래도 효선은 힘들겠다. 아버님을  번 뵌 적이”


“띠리링 띵똥 띵똥”

은아가 말을 하는 중에 인터폰이 울렸다. 은지가  주인처럼 인터폰에 화면을 확인하는데 밖에 있는 사람이 생각도 못 한 효선이었다. 은지는 얼른 달려가 문을 열어주었다.


“효선아? 어떻게 왔어?”

“엉? 언니 벌써 왔어? 나야 그냥 왔는데? 왜? 오기로 했잖아? 아니야?”


“아니 맞긴 한데 효선이가 올지는 몰랐거든”


“왜?”


“...일단 들어와 큰언니도 와 계셔”


“응~큰언니 효선이 왔어~”


“춥다 어여 들어와~”


효선은 큰 캐리어를 들고 은아의 집에 나타났다. 가방까지 챙겨 나온  보니 분명 집에서 크게 다툰 모양이었다. 은아는 맥주를 마시며 슬며시 효선에게 물어보았다.


“아버님은  계시지?”

“응 안 그래도 언니에게 안부 전해 달라셔”

“그래? 집에서 별일 없었어?”

“응 왜?”


효선의 반응이 너무  하자 은아와 은지는 좀 전 자신들이 나눈 이야기를 효선에게 들려주었다. 그러자 효선은 크게 웃으며 말했다.

“호호호 언니들도 참 우리 아빠 얼마나 자상하고 개방적이신데”


“...”

“그렇게 안 보이시던데???”


“그건 겉모습이었겠지. 안 그래 우리 아빠 그리고 언니 집에서 당분간 병원 다닐 거라니깐 좋아라 하시던데? 내가 한국에 와서  적응 할  있게 된 게 언니들 덕분이라며 이렇게 음식도 보내주셨어. 뭐 이건 엄마가 만든 거지만”

큰 캐리에서 반찬통으로 보이는 큰 통을 꺼내 언니들에 보여주는 효선이었다. 은지는 음식이라는 말에 급 집중을 하며 효선이 가져도 통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이건 뭐야? 효선아”


“응 이거 학센이라는 건데 그릴학센 독일식 돼지족발이야 언니 꽤 맛있어”


“그으래~먹자~!!!”

은지가 당장이라도 뚜껑을 열어 먹으려는 걸 은아가 막아섰다.

“은지야~!!! 소연이 오거든 같이 먹어 너 그러다 소연이에게 미움 받는다~”

“후훙 먹고 싶은데”


“어떻게 된 게  먹어도 먹어도  먹고 살은 왜 그렇게 안찌니? 의사인 나도  네가 궁금하다. 넌 어느 별에서 살다 왔니?”

“...우리 엄마 별”

“...”


은지와 효선은 은아와 대화를 하면서 가져온 짐을 정리하였다. 의외로 두 사람은 짐은 꽤 많았다. 화장품에 악세사리 등등 끊임없이 가방에서 나오고 있었다.


은아 아파트가 방이  칸 이어서 아무 방이나 쓰면 되지만 둘은 언니들을 위해 자신들이 한 방을 쓰고 은아와 소연이 각각 방 하나씩을 쓰는 걸로 합의를  것 같았다. 은아가 쓰는 방 말고 보다 큰 방에다 자신들의 짐을 풀었다.


“그래도 다행이다. 새 아파트라서 그런지 평수가 크지 않는데도 화장실이 두 개나 있으니 아침에 바쁠 일 없겠다.”

“호호호 그러네 큰언니가 보는 눈이 있었나 봐 우리가 이렇게  줄 알고~”


“이것들아 내가 번 돈에 집에서 보태준  그리고 병원하고 가까운 위치로 잡은 것 뿐이야 그런데  난 은지 집의 화장실 개수가 궁금해지는 이유는 뭘까?”

“엥 언니 왜 은지언니 집이 궁금해?”


“야 효선아 들어봐 은지 집에 운전기사도 있데  믿기니?”

“응!”


“...쩝쩝”


“난   봤는 걸”

“어머? 정말? 언제 언제?”

“예전에 몇 번 은지언니가 엄마와 같이 병원 왔었어,”

“그래? 은지는 왜 나에게는 말 안했어? 어머니 오셨으면 소개를 시켜줘야지~”

“아니에요. 큰언니 그냥 가던 길에 절 태워주신 거예요.”

“그랬어?”

“은지언니 완전 공주님 같았다니깐 큰 차에서 내리는 데 운전사 분이 내려서 문도 열어주고 난 봤잖아~소연언니도 같이 봤어~”


“그렇구나 은지가 정말 부자긴 부자인가보다 근데  화장실 몇 개인지 말 안했다.”

“언니도 참 그게  궁금해요.”


“그냥  우리나라는 부자인 척도가 집에 화장실이 몇 개인가란 말도 있잖아”

“우리 집에...별로 많지 않아요.”

“별로 많지 않다는 건 결국 많다는 말의 모순된 말인데...결국 많다는 거네”


“...6갠가?”

“헉 5개 그것도 확실하지 않은 인가? 도대체 몇 개라는 거야?”

“저는 집에서 제 욕실만 써서  몰라 부모님이 쓰는 거 있구 게스트 룸에도 있을거구 일하시는 분 쓰실 데도 있을테니 그 정도 되지 않을까 싶어요.”

“너 혹시 재벌2세니?”


“에니 내가 무슨 언니도 참 별 말을 다해요.”


“아님 설명이 되지 않잖아”

“아니에요. 그냥 조금 잘 살 뿐이에요.”

“그 정도가 아닌데 혹시 우리 집에 온 게 그 유명한 서민체험 뭐 이런 거 하러 온 거야? 그런 거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