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화 〉시작
“나 이러면 경찰서에 잡혀가는 거 아냐?”
“됐네요~”
“자 시간 없다 빨리 다녀오자”
“네 큰언니”
은아의 말에 다들 근처 마트로 향했다. 가까운 거리여서 차를 타고 갈 필요가 없었다. 하여 네 명은 운동도 할 겸 걷기로 하였다.
“으~춥다~”
“그러네 괜히 이렇게 입고 왔나보다.”
은아를 제외하고는 다들 짧은 바지를 입고 있어 허연 다리를 그대로 추위에 노출시켰다. 12월 초입이지만 서울의 날씨는 만만치 않았다. 그러자 은아가 동생들 걱정에 발걸음을 재촉했다.
늘씬한 각선미의 여자가 그것도 세 명이 종종 걸음을 하자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몰렸다. 이미 다들 씻어 생얼을 하고 있었지만 모태미모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니 더욱 빛이 났다. 세 명에게 가려진 듯 하지만 은아 역시 미모를 뽐내며 세 명과 어우러지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이 보던 말든 추위 때문에 서둘러 걷던 일행은 금방 마트에 도착할 수 있었다. 마트에 도착하니 그나마 추위는 피할 수 있었다. 은아가 선두로 카트를 끌고 매장을 누볐다. 원래 목적은 맥주를 사기 위한 거였는데 그래도 마트에 오니 여러 가지 물건들이 일행을 유혹했다.
“언니 과일도 좀 사요”
“언니 음료수~”
“우리 오징어도 먹을까?”
“언니 전 과자요”
맥주와 어울리는 안주가 사방에 널려있으니 일행은 경쟁이라도 하듯 카트에 물건들을 담았다. 은아는 그래도 집 주인이다 보니 자신에게 필요한 물품 몇 개를 골라 카트에 남았는데 동생들이 담은 것들을 보고 웃음이 나왔다.
“이건 뭐 죄다~안주 뿐이네~”
“왜에 과일은 아니잖아요.”
“자자 서두릅시다. 난 내일 출근해야 합니다. 오늘 일찍 자려구요.”
“네~!!!”
은아의 말에 마음이 급해지자 여몄던 옷이 헐렁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다보니 본의 아니게 자신의 속내를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말았다. 분명 옷을 입고 있지만 입지 않은 그런 모습이 언뜻 보이자 저절로 남자들의 시선이 모아졌다.
세 명은 그러거나 말거나 자신이 먹고 싶은 것을 집어 카트에 담았다. 은아는 일행을 힐끔거리며 쳐다보는 남자들을 보며 속으로 웃었다. 뭐라 할 수도 없는 상황이어서 그저 웃을 수밖에 없었다.
“하여튼 남자들이란 야~다 됐으면 가자 춥다!”
은아의 춥다는 말에 다들 집어던 물건을 카트에 던지듯 넣고 옷을 다시 여몄다. 그러자 남자들의 안타까운 탄성이 여기저기 들려왔다.
“후후”
은아만이 왜 그런지 사실을 알고 있어 입가에 미소를 만들고 있었다. 계산대에 도착하자 은아가 전화기를 들어 소연에게 내밀었다.
“소연아 치킨 좀 시켜라 지금 시켜야 조금이라도 빨리 오지”
“네 언니”
소연이 은아의 전화기를 받아들었다. 이미 은아가 발신을 건 탓인지 신호가 가고 있었다. 소연은 자연스럽게 치킨을 시키는데 은지가 끼어들었다.
“언니 핫치킨이랑 마일드 이렇게 두 개 시켜주세요~”
“알았어”
소연은 은지의 요구에 맞게 주문을 한 후 계산대 맞은편에서 은아를 기다렸다. 생각보다 많이 샀는지 시간이 오래 걸렸다. 그러자 옆에서 그녀들을 보고 있던 남자 직원이 달려와 소연에게 물었다.
아무래도 일행의 리더가 소연인줄 알았나 보았다. 은아가 자주 오곤 했지만 굳이 나이며 직업을 말할 이유도 아니 애초에 대화를 할 친분을 쌓을 이유가 없었기에 그들의 눈에는 은아 보다는 소연이 그런 줄 알았다.
“저 손님 사신 물건이 많은데 배달해 드릴까요?”
남자 직원의 말에 소연이 은아를 바라보았다. 남자직원도 소연의 시선을 따라 은아에게로 움직였다. 워낙 가벼운(?) 차림의 그녀들에게 집중을 하다보니 은아를 놓친 모양이었다.
“그럼 그럴까?”
“네 언니 너무 많아서 무거울 것 같아요.”
“세상에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맥주를 두 박스나 사는 사람이 어디 있어?”
“이것들아 너희들이 워낙 적게 마셔서요. 패트로 된 거 하나 그리고 나 혼자 있을 때 마시려고 캔 맥 하나 이렇게 샀네요.”
“히히히”
“호호호”
소연도 마주 보며 웃었다. 그러자 남자 직원은 입을 헤벌레 벌리며 이성을 놓아버렸다.
“그럼 배달해 주세요. 주소는 여기에요. 바로 되죠?”
소연의 대답에 직원은 말도 못하고 멍하 얼굴로 입을 벌리고 있었다. 그러자 소연이 재차 물었다.
“바로 되죠? 네???”
“쓰읍 아 눼~! 됩니다. 지금 당장 됩니다. 그럼요.”
“저희 바로 가서 먹을 거거든요.”
“아 네 그럼 제가 아예 집으로 모셔드리겠습니다.”
그러자 네 명은 서로의 얼굴은 바라보았다. 오던 길이 춥던 기억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부탁드려요.”
“부탁이라뇨 당연한 걸 가지고 이게 전부입니까? 무겁지도 않네요. 제가 다~전부 다 들겠습니다.
직원은 그 많은 짐을 낑낑대며 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래도 인력이라는 게 있어 전부를 다 들지 못하자 민망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헤헤 이거 제가 요즘 운동을 게을리 했더니 합~응~차”
다시금 도전을 해도 맥주에 갖가지 물건들을 다 들 수는 없었다. 하여 효선과 은지가 나섰다. 그래도 막내들이다 보니 언니들을 대신해 나선 것이다. 재활용 비닐봉투에 담긴 물건을 들을 들려다 보니 손으로 여미고 있던 손을 놓다 보니 그래도 겉옷 안의 그대로 노출되었다.
효선의 풍만한 가슴과 은지의 그 섹기스런 몸이 직원의 눈에 각인되듯 박혔다. 직원은 한차례 몸을 부르르 떨더니 그대로 석상이 되고 말았다. 다행히 효선은 짙은 색상의 팬츠를 입어 덜 했지만 가슴만은 유독 도드라졌다.
하지만 은지는 가슴보다는 아래쪽이 상상을 초월해 버린 것이다. 흰색 팬츠위로 그대로 검은색 갈매기 숲이 그대로 들어났던 것이다. 잠시 석상이 되어버린 직원의 코에서 피가 주르륵 흘렀다.
굳이 누구를 보고 그런 것인지는 판단하기 어려웠다. 효선의 풍만한 가슴도 그러했고, 은지의 야릇한 음부도 한몫했다. 둘은 직원이 왜 그런가 생각하다 벌어진 겉옷을 보며 당황하지도 않고 천천히 여미기 시작했다.
“이것들은 어째 부끄러운 줄도 몰라”
은아가 둘의 뒤에서 양손으로 한 대씩 꿀밤을 주었다.
“아!”
“아얏!”
“나 내일 출근이라는 말 못 들었어? 빨리 가서 먹고 자야 한다구~”
그러자 둘은 머리를 긁는 똑같은 리액션을 하며 은아를 보았다. 그리고는 봉투를 들고 직원을 재촉했다.
“빨리 가주세요. 우리 큰언니 저러다 화나면 진짜 장난 아니에요.”
“네엣?”
직원은 제일 어릴 것 같은 사람이 제일 어른이라는 말에 놀라 자리에서 일어나 은아를 보았다. 아무리 봐도 많이 봐도 대학생 존재였다.
“에이 장난이 좀”
“아놔 진짜 얼굴에 주름을 만들던지 해야지 여튼 빨리 가자구 나 진짜 내일 병원 가야 한다니깐~!!!”
“우왁 큰언니 뿔났다. 가자 빨리 빨리 서둘러”
효선이 은아의 반응에 특유의 억양이 담긴 빨리 빨리를 외쳤다. 그러자 직원도 장난이 아닌 걸 알고는 맥주 두 박스를 챙겨 배달차로 일행을 안내하였다. 뒤에 칸이 짐칸으로 되어 있는 승합차에 장 본 물건을 모두 싣고는 일행은 차에 탔다.
직원이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얼굴에 웃음을 지우지 않으며 차를 몰랐다. 은아의 집이 너무 가까운 것이 아쉬우며 속이 상한 것은 직원의 속마음이었다. 걸어서도 가까운 거리가 차로 가니 더욱 빨리 도착했다.
장 본 물건을 엘리베이터 옮긴 일행은 굳이 집 앞까지 가겠다는 직원을 뿌리치고 짐을 나눠 들고는 엘리베이터에 탔다. 다행이 다른 사람이 들이 없어 옷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었다. 아무 일 없이 집에 도착을 해서 장 본 짐을 정리하니 인터폰이 울렸다. 시켜 논 치킨이 배달되었다.
이번에는 낮과 같은 장난은 치지 않고 은아가 직접 계산을 하고 치킨을 받았다. 오전에 식탁에서 먹었다면 치킨은 거실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식사라는 개면보다 야식이나 안주의 개념이 강하다 보니 티비를 보면서 먹으려고 한 것이다. 이미 정리를 한 맥주를 다시 냉장고에서 꺼내 테이블에 올려놓고 동생들을 불렀다.
“먹자~~!”
은아의 외침에 다들 대답을 하며 거실로 모였다. 그러자 효선이 소주를 찾기 시작했다.
“소주는 없나?”
“땍 나 내일 출근이라니깐 그냥 맥주만 마시자”
“이잉 큰언니는 안 마시면 되잖아~”
“그게 사람 마음대로 되니? 넌 될지 몰라도 난 보고는 못 참는다~ 그러니 참자 응?”
“잉잉”
“그만 잉잉대고 치맥이나 즐기셔요~웅 우리 막내 착하지~”
은아가 효선을 다독이며 잔에다 맥주를 따라주었다. 네 개의 잔에 맥주를 다 따른 은아가 건배를 외치자 다들 잔을 들어 부딪치며 맥주를 마셨다. 어제도 낮에도 그렇게 마셨지만 다들 주당은 저리가라 하고 주신을 불러다 대작을 할 정도였는지 맥주를 한 숨에 비워냈다. 치킨을 안주 삼아 밥 삼아 먹다가 몇 잔의 맥주가 들어가자 은지가 답답한지 입고 있던 티를 벗었다.
“아휴 더워 더워 큰언니 집은 너무 더워~!!!”
어제의 일 때문인지 이제 스스럼 없이 옷을 벗는 은지를 보며 효선과 소연도 같이 덥다며 옷을 벗고는 알몸이 되었다. 사실 은아의 집이 보온이 잘 되기로 유명한 아파트여 덥긴 더웠다. 가뜩이나 은아가 동생들 추울까 싶어 집 온도를 높여나 더욱 온기가 가득했다. 은아는 그런 동생들을 나무라면서도 자신도 옷을 벗기 시작했다.
“이것들이 내 집이 누드촌인줄 아나?”
“더운 걸 어떡해?”
“언니 이참에 우리 남자 좀 들일까?”
“남자? 누구?”
“그야 찾아 봐야지?”
“어제 박 선생은 어때? 너 좋아하는 눈치던데?”
효선이 은아의 말에 말도 안 된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박 선생님이? 에이 내가 보기에는 소연 언니던데?”
“그런가?”
그러자 소연이 손사레를 치며 아니라는 표정을 지었다.
“난 아니야 은지라면 모를까?”
“전 정중히 사양하겠습니다. 전 운명을 믿어요. 언젠가는 백마 탄 왕자님이 절 데리러 와 주실 거예요.”
은지가 일어나 배꼽에 손을 모으고 정중히 인사를 하였다. 하필 모은 손이 배꼽 부위라 밑의 검은 갈매기 털이 그대로 노출되니 더욱 야하게 보였다. 하지만 일행은 그런 모습을 가뿐히 무지하며 은지의 말을 되받았다.
“네네 은지 부~자 공주님은 그러셔도 되요. 그럼 결국 다들 퇴짜인거네?”
“왜? 큰언니 이 선생은 어제 보니 큰언니 엄청 챙기는 것 같던데?”
그러자 로리타 콤플렉스가 있는 은아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맥주를 마셨다.
“캬~난 연하는 관심 없다~”
“왜요? 언니 나이면 이제 나이에 상관없지 않나요?”
“그거야 네 생각이고 난 싫음 절~대루 싫어”
안 그래도 어려 보이는데 어려보이는 핑계로 나이 어린 남자를 만난다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았다. 하여 아직까지 골드 미스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하여튼 난 남자를 만나도 나이 많은 남자를 만날 거니 신경들 끄셔”
“네 그러세요. 평생 혼자 사세요.~”
“요것이요.”
여자들 넷이서 발가벗고 술을 마시는 모습이 어색하기는커녕 너무 자연스러워 다들 옷을 입고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그러자 너나없이 행동하기 시작했다. 은아는 작은 가슴이 신경 쓰이는지 유독 가슴을 만지작거렸고, 효선은 털이 많은 음부가 신경이 쓰이지는 아예 손을 내려 털을 가다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