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3화 〉시작 (13/66)



〈 13화 〉시작

“뭐?  환자에게 이상증상이? 어떤 아니 아니 내가 지금 바로 갈 테니 빠지지 말고 기록해 부탁해~”

-네  빨리 오세요.-


은아는 소리치듯 전화기에 대고 말하고는 급하게 자신의 옷을 찾았다. 그녀의 천직이 천생 의사라고 말 하듯 그녀는 서두르기 시작했다. 어제 입었던 옷이라도 상관없는  속옷을 챙겨 입을 생각도 하지 않고 거실 바닥에 휙 벗어뒀던 옷을 급하게 입기 시작했다.


“큰언니 무슨 일이에요?”


“어 그 벼락 맞은 놈  놈에게 무슨  있나봐 나 가봐야 해”

“그래요?”

“에이 하필이면 쉬는 날”

“괜찮아 일 하다보면 그럴 수도 있지 너희들 오늘 자고 갈 거야? 그럼 이따가 올 때 뭐라도 사오고”

은아의 말에 세 명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환하게 웃었다. 그리고 이구동성으로 대답하였다.


“네~!!!”

“오케이~”


은아는 순식간에 옷을 입고는 자동차 키를 챙겨 밖으로 나갔다. 현관문을 열고 닫으려다 얼굴을 내밀고는 안에다 소리쳤다.


“나오기 전에  먹거나 잠들면  죽어~!!!”

“알았어요”

“빨리 오기나 해요”

“언니  초콜릿~”

은아의 한마디 말에 세 가지 답변이 들려왔다. 은아는 문을 꽝 소리가 나게 닫으며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번 누르면  것을 빨리 오라는  여러  빠르게 눌렀다.

‘땡’ 하는 소리가 들리고 엘리베이터가 도착하자 은아는 엘리베이터에 몸을 실었다. 문이 천천히 닫히고 은아의 표정은 호기심 반 걱정 반으로 물들고 있었다. 은아의 급한 마음과는 다르게 그녀의 집에서는 동생들이 여유를 부렸다.

“아~ 낮술 먹고도 이렇게 태평하게 지낼 수 있다니 좋아~!!”

“그렇게 늘어지지 말고 언니 오기 전에 청소나  놓자”

“잉 쉬고 싶은데 머리도 아푸고”


“어허 자꾸 이러면 큰언니가 싫어할지도 몰라~”

“싫어하진 않을 것 같지만 그래도 염치가 있으니 효선아  이불부터 개고 난 청소기로 밀게”

“그럼 난 걸레를 빨아와야겠네”

“뭐  명이서 하니 금방 하겠지 다 하고 드라마나 보며 큰언니 기다리자”

“빨리 빨리”

한국 문화에 적응을 완벽히 한 것인지 머리 아프다면 투정부리던 효선이 입에서 빨리 빨리를 외쳤다. 세 명은 마치 여러 번 한 사람처럼 익숙하게 은아의 집을 청소하기 시작했다. 세 명이서 하니 청소는 금방 끝이 났다.


중국집에서 시킨  접시는 신문지에 싸서 밖에다 내놓았고, 마셨던 술 병은 따로 재활용 용기에 넣었다. 나중에   가지고 나가면 되었다. 은아의 집은 점점 오전의 일을 씻어내고 있었다.


은아는 급하게 차를 몰아 병원으로 갔다. 거리가 가깝다 보니 금방 도착할 수 있었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급하게 병원으로 들어간 은아는 박희정을 찾았다.


“아  선생 환자가 어떻다고?”


“김 샘 오셨어요. 우선 병실부터 가요. 가면서 이야기해요.”

은아와 박희정을 뛰듯이 환자가 있는 병실로 갔다. 가면서 박희정은 환자의 이상상태에 대해 말해주었다.

“어떻게 그런 일이??”


“저야 모르죠. 그래서 쉬고 있는 샘을 부른 거에요. 애초에 저 그 병실 담당하기 싫었다고요. 하다 보니 그렇게  거지.”


“박 선생 그건 자기가 일을  하니깐 그런 거야”


“그래도요 나중에 바꿔 달라고 할까 봐요.”


“이런 여튼 일단 환자부터 보자고”

병실 앞에 도착한 은아는 거칠 것 없이 병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겉보기에는 별 이상 없어 보이지만 박희정이 말한 것처럼 손가락부터 시작한 균열이 어깨까지 올라간 상태였다.

“세상에 이런 일이? 이게 도대체 무슨???”


은아는 술기운이 확 달아나는 것 같았다. 학계데   번도 보고되지 않은 기현상에 은아는 그만 이성을 잃고 말았다.


“이게 말이 되는 건지???”

은아는 환자에게 달려가 살피기 시작했다. 박희정은 뒤에서 그저 지켜만 보고 있었다. 자신이 나서서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은아는 조심스레 균열이  내부를 살펴보려 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상처에 딱지가 앉아 갈라진 틈을 열고 안을 보면 상처가 덧나는 것을 은아도 잘 알고 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균열을 비집고 안의 상태를 살피고 싶었으나 환자에게 혹 나쁜 영향이라도 미칠 가 싶어 자세히 보는 걸로 만족했다.

“바이탈은?”

“별 이상 없었어요.”

“흠..일단 여기는 내가 있을테니... 원장님께는 내가 연락 할테니”

“네 김샘 그럼 수고하세요.”

박희정이 은아를 남겨두고 병실을 나섰다. 은아는   자세히 환자를 살피기 시작했다. 호흡도 맥박도 확인 할  없는 상황에서 오직 확인할  있는 건 타버린 육체에서 나오는 전류뿐이었다. 말이 병원에서 흔히 쓰는 용어를 사용했지만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흠...”

알지 못하는 일과 예측이 불가능한 미래에 대한 직접적인 표현의 한 숨이었다. 그래도 은아는 차트에 환자의 상태를 자세히 기록했다. 나중에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르지만 지금 은아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이것뿐이었다.

사진을 찍고 기록을 하고, 원래는 환자의 동의를 구해야 하지만 지금 그럴 처지도 못되고 인적사항을 확인할 방법도 없었다. 화상을 넘어선 타버린 피부는 DNA조차 망가져 버린 것 같았다.


생각 같아서는 다시금 여러 가지  수 있는 검사를 하고 싶었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이미 수십 번을 하고 남았기에 어떤 결과가 나올지 예상이 되었다. 결국 은아도 별 소득 없이 병실을 떠나야 했다.


원장과의 통화로 환자의 상태를 녹화하기로 하였지만 당장 녹화기기를 구할  없어 대략이나마 사진으로 남겨두었다. 내일 병원 지원팀이 모든 준비를 하기로 하였다.

“내일 부터는 바빠지겠구나”

은아는 병원을 나와 동생들이 기다리는 자신의 집으로 향했다. 아파트에 들어서자 동생들이 청소를 한 것인지  안이 정리되어 있었다. 하지만 은아의 얼굴은 그렇게 밝지 못했다.


“왜요? 언니 병원에 무슨 일 있어요?”


“아니  일 없어”

“그런데 표정이 왜 그래요?”


“그게 말이야...”

은아는 병실에서 자신이 보았던 일을 자세히 이야기 해 주었다.

“도무지 의사로서 할  있는 게 없어.”

“낙담하지 마세요. 그게 언니 잘못은 아니잖아요.”

“잘못을 떠나서 한 사람의 의사로 궁금한 게 일종의 호기심이 날 자극해서 말이야”

“뭐 기다려  언니 혹시 알아 누에고치처럼 번데기가 괴어 떡하니 나비가 태어날지?”

“무슨 사람이 곤충이야 그런 말을 하게”


“아니 나는 비유를 하자면”

“자자 그만하고 잠이나 자자 나 내일 출근해야 해 그 환자를 보다 밀착관리 하기로 했거든 내일부터는 많이 바빠질 거야 오늘 같이 쉬는 날이 없을지도 몰라”


“아잉 그래도 사람이 쉬면서 일을 해야죠.”


“어쩔 수 없잖아 당분간만이니깐 괜찮아 설마 일 년 내내 저러진 않겠지”


“휴우~”

은아를 포함한 네 사람은 은아가 쉬는 날이 없다는 말을 하자 서운해 하였다. 그녀가 쉬는 날이 없으면 자신들의 휴식처이자 아지트인 은아의 집에도 놀러오기 힘들어 진다는 이야기였다.


그 말뜻은 오늘 처음으로 느꼈던 넷만의 멀티즘을 당분간 느낄 수 없다는 말과 같은 말이었다. 저절로 실망스런 표정이 얼굴에 만들어졌다. 민망함도 부끄러움도 없었다. 그저 같이 하지 못하는 아쉬움이 가장 컸다.

은아는 어제 오늘 씻지 않아서 인지 옷을 벗고는 욕실로 들어가 샤워를 했다. 나머지 세 명은 이미 청소를 하고 다 씻은 후였다. 자주 놀러왔기에 다들 은아의 옷으로 갈아입고 있었다. 단지 은아의 몸매가 작고 마른편이라 몸에 맞지 않는  문제라면 문제였다.

은지는 그럭저럭 소화를 하였지만 효선과 소연은 거의 몸에  달라붙는 수준이었다. 그나마 운동복이어서 조금 덜했지만 그래도 육감적인 몸매가 고스란히 들어났다. 속옷 또한 입고 있지 않아서 인지 가슴과 밑 부분의 골까지 그대로 들어나고 있었다.

은아는 알몸 상태로 샤워를 마치고 나와 그대로 맥주부터 찾았다. 대부분은 옷부터 찾게 되어 있지만 혼자 살다보니 그냥 습관이 되어 버렸다. 동생들이 봐도 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워낙 그렇게 지내다 보니 익숙해 졌다는 표현이 맞았다.

그리고 혼자 사는 사람답게 냉장고는 음식보다는 술과 물이 대부분이었다. 그나만 있는 음식들은 시켜서 먹다 남은 음식들이었다. 머리에 물기를  말리지도 않고 나와서는 냉장고 문을 열어 맥주를 찾는데 겨우  맥 하나만 있었다.


“얼레 맥주가 다 어디갔지?”


“언니 오늘 아침에 다 마셨잖아요. 빈 캔과 패트병은 우리가 분리수거 했어요.”


“그랬나? 많이도 마셨네 나가서 사와야 하나?”

이미 시계바늘이 8시를 향하고 있어 저녁을 먹기에도 애매모호한 시간이었다. 그러자 은지가 치킨을 먹자고 제안하였다.

“큰언니 우리 그냥 치킨이나 시켜 먹어요. 저녁을 먹기에는 좀 그런 시간이잖아요.”


“넌 그렇게 먹고도 또 기름진  들어가니?”

“먹다보면 익숙해 져요. 피자도 시키구요.”


“그래 뭐 한 달 내내 이러는 것도 아니고 많아봐야 두 번 내지는 세 번인데 뭐 어떨까!”

그러자 효선이 은지를 노려보며 말했다.


“언니는 살도 안찌고 아 난 벌써부터 몸무게 늘어나는 소리가 들려서 죽겠는데”

“너도 나처럼 운동해 죽어라 먹고 죽어라 운동하면 괜찮아~”

“전 조금씩 먹고 그냥 집에서 쉬는 걸 택할래요.”

“너 그러다 살 늘어진다. 그것만큼은 여자는 피해야 해”

“됐네요~”


둘이 살을 가지고 빼던 말던 소연은 자신의 겉옷을 챙겨들었다. 은아가 옷을 입는 걸 보니 아무래도 근처 마트에 가려는 모양이었다.

“언니 저도 따라 갈게요.”

“추운데 집에 있지? 금방 다녀올건데”

“맥주 사러 가실 거잖아요. 같이 들면 많이 사고  무겁잖아요.”

소연의 말에  동생들도 자신들이 입고 왔던 겉옷을 챙겨들었다. 그러자 은아가 그들을 보며 물었다.


“그런 차림으로 나가게?”

그러자 세 명의 동생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어깨를 으쓱였다.

“뭐 어때요? 이 참에 남자들 눈 호강도 시켜주고 좋죠 머~”


“이것들이 다들 옷 입어!!!  여기 살어~너희들이야 딴데 살지만 난 여기 살엇”

“에헤헤 우리가 부끄러워요?”


“그래 그것도 아주~~많이”


그러자 세 명은 자신의 겉옷을 걸치며 은아에게 보여주었다.


“이러면 아무도 몰라요~ 우리가 안에 무엇을 입었는지”


“아 내 옷인데 저것들이 입으면 어떻게 란제리 속옷이 되어버리는지 모르겠네. 참~”


“히히히 뭐 예쁘기만 한데요.”

“너희들이 내 옷을 입어서 다 늘어나 내가 입을 게 없다 정말”

그러자 효선이 손사레를 치고 웃으며 은아게 말했다.


“에이 언니는 만날 벗고 다니면서 뭔 옷을 찾아 언니는 벗고 다니는 게 익숙해 이제는 언니가 옷을 입으면 어색하다니깐 그러네”

“...할말없음”

은아가 집에서는 옷을 벗고 다니는  하루 이틀이 아닌지라 자신도 어깨를 으쓱이면 수긍하는 표정을 지었다. 네 명을 그렇게 근처 마트에 가기 위해 준비를 하였다. 그러더니 은아가 옷을 거의 입었을 때쯤 은지가 세 명의 앞에서 바바리맨 흉내를 내었다.


“짜짠~”

“훗”


“푸후후”

겉옷이 허벅지까지 내려와 있어 흡사 하의실종 패션이 된 은지는 흰색 숏팬츠에 분홍색 면티를 입고 있었는데 겉옷을 벌리고 서자 중요 부위가 자세히 들어났다. 흰색 바지를 입다보니 팬티가 없어서 그런지 중심부가 거무스름하게 보였고, 면티로 화가 난 유두가 우뚝 솟아 있었다.


또한 매끈하게 뻗은 다리의 각선미는 그 어떤 모델도 부럽지 않아 보였다. 다만 자주 보아왔고, 같은 여자여서 그런 건보이지 않고 은지의 짓궂은 행동만 보여 다들 웃음을 터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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