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9화 〉39화. 깨달음
< -- 50. 루나 -- >
욕조안에서 나는 릴리를 뒤에서 껴안은 채, 그녀의 벌겋게 부어오른 조갯살을 씻겨주고 있었다. 매우 조심스럽게 닦는데도 불구하고, 그녀는 신음소리를 내며 아파했다.
"흐윽.. 거기 아파"
"많이 아파?"
"으응... 따갑고 쓰라려"
(어제 너무 많이 한건가... 반성하자)
하지만 반성의 마음과는 달리 내 자지는 반성의 기색은 커녕 그녀의 부드러운 엉덩이로 인해 점점 커져가고만 있었다. 이를 느꼈는지, 그녀는 몸을 움츠리면서 조심스럽게 말했다.
"레오, 오늘은 안하면 안될까? 너무 아파..."
"그,그,그야 물론이지!"
날 올려다보면서 글썽거리는 그녀의 눈빛에 황급히 속으로 애국가를 제창했다.
(참아라 고레오 이 씨발 짐승같은 새끼야)
그렇게 그녀를 다 씻겨주고서는 먼저 내보낸 뒤, 폭딸을 통해 성욕을 해소하고 욕실을 나가보니 그녀는 벌써 옷을 다 갈아입은 채로 짐을 싸고 있었다.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자, 그녀는 나를 흘깃 보더니 부끄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레오는 정말이지... 건강하네"
왜 그런가 하고, 그녀가 흘깃 봤던 아래를 쳐다보니, 내 자지가 배꼽을 향해 치닫고 있었다. 민망한 마음에 얼른 옷을 입었다. 셔츠와 바지는 땀에 절었고, 사슬갑옷과 서코트는 피에 흠뻑 젖어있어서, 빨래방에 맡겨야 될 정도였다.
짐을 다 싼 뒤, 나는 그녀의 짐을 짊어지고서는 그녀를 말랑말랑 여관으로 안내했다. 여관안으로 들어가니 어느때와 똑같이 종업원들이 분주히 아침식사를 나르고 있었다. 그러고보니 교국에 도착한 뒤로는 섹스만 주구장창하느라 배 채울 시간이 없었다.
"내 방에 짐 놔두고 빨리 밥먹자, 지금 배 무지 고프지?"
약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서둘러 3층에 내 방으로 들어가 그녀를 앉혀둔 뒤, 식사주문을 위해 중앙홀로 내려갔다.
"담백고소 세트 두 개만 방으로 갖다 줄래? 참 모듬과일도 포함해서"
"몇 호실에 투숙하고 계신가요?"
접수대에 여성 종업원에게 방 호수를 말해주고서는 3층으로 올라갔다. 말리온은 요즘 들어 건강이 안좋아 접수대를 종종 종업원에게 맡기곤 한다. 나보다 나이가 일곱 살 차이밖에 안나면서 골골되기는.
(하긴 나는 매일매일을 뛰어댕기니 건강할 수 밖에.. 그건 그렇고 루나가 또 신경많이 쓰게 생겼네)
식사를 주문한 뒤에는 여관내에 빨래방으로 가서 서코트를 맡겨놓고 3층으로 올라갔는데, 내 방문 앞에 루나가 릴리와 눈빛을 맞닿은 채로 서 있었다. 그녀들의 표정을 보아하니 내가 오기전에 뭔가 안좋은 일이 벌어진 것 같았다.
(도대체 무슨 일... 미친!)
루나의 얼굴을 보는 순간 그녀가 해줬던 행위부터 시작해서, 그녀에게 내 마음을 확실하게 전해줘야겠다는 다짐이 기억나기 시작했다. 좆됐다는 감정이 물밀듯이 밀려들어왔다.
(이렇게 된거 그냥 밀어붙이자)
"루,루나야, 오랜만이다?"
내가 성큼성큼 다가가면서 그녀에게 인사를 건네니, 그녀는 표독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쳐다봤다.
"오빠, 이 여자 누구야?"
".... 아아 이 여성분은 말이지 네크로레임의 수석 졸업생이신 디맨ㅡ"
"쓸데없는 소리 하지마... 오빠는 내가 뭘 듣고 싶어하는지 알잖아?"
그녀의 손에는 식칼이 들려있었다. 그녀는 항상 요리하던 도중에 내 방에 올라와서는 수다를 떨다 가곤했다. 예전에는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지금은 이 식칼이 너무나도 무섭다.
"...... 루나야, 일단 진정하고 내ㅡ"
"진정?!"
퍽!!
식칼이 그녀의 휘두름에 의해 옆 목재 벽에 꽂혔다.
"오빠, 왜 검 손잡이에 손을 올려뒀어? 설마 날 벨려고?"
그녀의 말대로 지금 나는 검손잡이에 손을 올려두고 있었다. 절대로 그녀를 베려고 한 것이 아닌, 그저 기습당했을시 나오던 버릇이 튀어나온것 뿐이다. 한마디로ㅡ
"이,이,이거 직업병이어서 그런거야!! 설마 여동생 같이 아끼는 널 내가 벨까 봐?!!"
"여동생?......."
"내가 저번에 오빠 아내라고 말하지않았어?"
"내가 그런 부끄러운 짓까지 해줬는데도... 아직도 날 여동생이라고...."
"그,그건 너가 억지로ㅡ"
"그럼 말렸어야지!!!!! 말리면 내가 오해할 일도 없었잖아!!!!!!!"
(너가 비명 지르겠다고 협박해서 그런거잖아?!)
사실을 내뱉으려 했지만, 그녀의 식칼이 내 입구멍에 꽂힐까봐 차마 입술이 벌려지질 않았다. 내가 입을 꾹 다물면서 시선을 회피하자, 루나는 3년 전 내가 그녀에게 해줬던 말을 그대로 돌려주었다.
"오빠, 사람하고 대화를 할때는 눈을 쳐다보고 말하는거 몰라?"
"내가 지금 오빠하고 진지한 대화를 나눌려고 하고 있거든? 그러면 오빠는 내 시선을 회피하면 안되는 게 예의아닐까?"
(그래 네말이 백번 맞다)
용기를 가지고 그녀의 눈을 뜷어지게 쳐다보았다.
"오빠, 지금 날 그렇게 뜷어지게 쳐다보고 있다는 것에 대해 부끄럽다는 생각 안들어?"
그녀의 냉담한 반응에 얼른 눈을 내리깔았다.
"오빠! 내가 지금 얘기하고 있잖아!!!!!!"
이러고 있다가는 정신착란이 올 것 같아 릴리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눈빛을 보냈지만 그녀는, 날 무표정하게 바라만 볼 뿐 어떠한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그래 기왕 이렇게 된거, 이참에 루나에게 내 마음을 전해야겠어)
"루나야, 오빠가 할 말이 있다"
속사포같이 말을 뱉어내던 그녀는 돌연 내 말에 입을 닫고서는, 의문이 가득 담긴 눈빛으로 쳐다봤다. 그 눈빛이 꼭 '어디 한 번 지껄여보시지'라는 표정과 흡사해 순간 괜히 입을 열었나하고 후회됐다. 하지만 남자가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베야 하지 않겠나!
"오빠는 루나를 친여동생처럼 여기고 있기 때문에 너의 그 마음을 받아들일 수 없을 것 같아, 그러니 나보다 더 젊고 잘생긴 남자를 만나는게 좋을 것 같아"
내 말에 그녀는 눈이 점점 커지더니 눈물을 흘려대기 시작했다. 그녀의 눈물에 깜짝 놀라 위로하려 가까이 다가가자, 그녀는 나를 밀치고서는 계단으로 달려 내려갔다. 그녀가 우는 모습은 초면이었을 때 만난던 일을 제외하면 처음 보는 모습이었다.
"레오"
릴리의 부름에 나는 고개를 돌리고, 그녀를 쳐다봤다. 화가 잔뜩 난 표정을 짓고 있던 그녀는 입을 열고 말했다.
"이런 남자일줄은 몰랐는데..."
쾅!
그 말과 함께 내 방문은 굳게 걸어잠겨졌고, 복도에 홀로 남겨진 난 그저 멍하니 서 있기만 했다.
생각외로 무가 단단했다.
-
"씨발"
내 방에서 쫓겨난 뒤, 나는 술집에 들어가 연거푸 포도주를 들이켰다. 환한 대낮에, 그것도 모험가 조합이 아닌 술집에서 술을 처먹고 있는 내 처지가 너무 씁쓸하게 느껴졌다. 왜 나는 항상 인생이 이 모양 이 꼬라지인건지 모르겠다. 좋은 일이 생기면 반드시 나쁜 일이 생긴다. 이게 인생의 진리라는 것인가?
"개소리하고 자빠졌네"
스스로의 생각에 자조하며 술을 따르려니 술이 없었다. 따르기도 귀찮은데 매음굴에 가서 술이나 받아 처먹어야겠다. 드디어 내 여자가 생겼는데도 매음굴을 가다니... 한심스럽기 그지 없다.
"헤어지자고 하면 어쩌지?"
그녀가 헤어지자고 말한다면 헤어질 수 밖에 없다. 내가 잘못했으니 그녀가 그리 나오는것도 이상하지 않은 행동이다. 오히려 옳은 행동일 것이다.
"그래도 동정은 뗐으니 뭐 문제없나?"
그런 쓰레기같은 생각들을 하며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매음굴로 걸어갔다.
< -- 51. 깨달음 -- >
"오빠야, 대낮부터 술 처마시고 온거야?"
내 지명으로 온 조이가 코를 손가락으로 틀어막고서는, 내 옆에 앉았다. 그녀의 행동에 나는 힘없이 웃으며 앞에 놓여진 광경을 쳐다봤다. 앞에 유리상자 안에는 벌거벗은 남녀가 정상위를 하고 있었다. 불과 이틀전에 내가 릴리랑 했었던 행위였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눈물이 앞을 가렸다.
"오빠? 뭐 슬픈 일이라도 있어?"
"너는 내가 그런 나약한 새끼로 보이냐? 됐고, 술이나 따라봐봐"
"치잇ㅡ 걱정해줘도 지랄이야"
그녀가 따라준 술잔을 입에 갖다댔다. 입을 안벌렸던 것인지, 잔에 든 술이 사슬갑옷에 다 쏟아졌다.
"오늘따라 왜 이런데?"
술로 적셔진 내 사슬갑옷을 닦아주는 그녀를 말리려 했지만, 저기 앞에 서있는 종업원의 시선에 그냥 닦도록 내버려 두었다. 갈 곳도 마땅치 않은 마당에, 여기서도 쫒겨나면 오갈데 없는 신세가 된다. 꼬라지 하고는...
"조이야, 뭐 하나 물어보자"
"뭔데?"
짜증섞인 그녀의 말에 옅은 미소를 흘린 채, 나는 오늘 아침에 일어났던 일들을 말해주었다. 얘기를 마친 뒤 그녀는 박장대소를 하며, 내 술잔을 뺏어 마시고서는 입을 뗐다.
"그래서 치정싸움 때문에 그렇게 풀이 죽은거였어?"
"웃지마라, 나는 심각하다고"
"심각하기는 개뿔, 죽이는게 일인 모험가가 겨우 그깟 일이 뭐가 대수라고"
"모험가 무시하지 마라, 모험가도 사람이다"
"당연히 사람이겠지, 근데 그게 평범한 사람이냐 살인에 찌든 사람이냐가 틀린거지"
그녀는 다리를 꼬고서는 술잔을 들이켰다. 오늘따라 이 년 다리의 각선미가 참 꼴릿한게, 동정을 떼서 그런가?
"그럼 이제 어떡할거야? 그 릴리라는 여자한테 가서 손이 발이 되도록 빌거야?"
"내 얼굴을 보고 용서할 마음이 생긴다면 말이지"
"오빠가 그냥 그 루나라는 애 고백 받아들이면 되지 않아? 결혼도 안 한 처녀가 대담하게 그런 짓까지 한 걸 보면 오빠말고는 다른 남자들은 거들떠보지도 않을 것 같은데"
"릴리는 어쩌고?"
"그 여자도 사귀고 그 애도 사귀고 하면 되지 않겠어? 저 멀리 있는 리베왕국처럼 일부일처제도 아니잖아?"
나도 사실은 그렇게 되면 얼마나 좋겠느냐만은, 이건 하렘 뽕빨 러브코미디물이 아니다. 현실은 냉혹한 법이다. 하렘물 만화에서 가장 극혐인 전개가 딱 한 명의 여자만 고르고서는 다른 여자들은 차버리는건데, 지금와서 똑같은 상황이 되어보니 남주인공의 마음이 이해가 갔다. 덮어놓고 사귀다보면 모든 것을 잃을 수 있기 때문에 차선책으로 한 여성만을 고르게 된 것이다.
"이년이 지 일 아니라고 막말하는것 보소?"
내 말에 그녀는 콧방귀를 끼고서는, 비웃기 시작했다.
"킥킥킥킥, 오빠야, 그렇게 새가슴이여가주고 어떻게 모험가 일을 했대?"
(이년이 지금 나랑 싸우자는 건가?)
"무슨 말이 하고 싶은데?"
"내 말은 그러니깐, 남자답게 화끈하게 굴라고. 미끼역할 할 때처럼 과감해지란 말이야"
그녀의 말에 갑자기 눈이 확 뜨이기 시작하더니, 미처 간과하지 못했던 중요한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여태까지 헤아릴 수도 없을 정도로 미끼역할을 했고, 그로 인해 수없는 사선을 넘어왔어. 그런데도 불구하고 계속 해왔지, 왜지?)
(살기 위해서 그런것도 있었지만 애초에 난 절대로 뒤지다 않는다는, 반드시 살아남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거였어... 그래서 결국 이런 믿음이 모험가 사이에서 나를 과감한 고레오라고 부르게끔 만들어줬지)
"과감한 고.레오, 까짓것 두 여자 모두 내 여자로 만들지 뭐"
"드디어 본래 모습으로 돌아왔네, 이 씨발 오빠새끼야"
그녀는 내게 술잔을 건네주고는, 술을 따라줬다. 나는 그 술잔을 다 비운 뒤에 은화 5닢을 넣고서는, 그녀에게 주었다.
"팁이다, 씨발년아, 앞으로는 여기 올 일 없을테니 잘 살아라"
"그동안 동정 새끼 비위 맞춰주느라 존나 고생많았다. 고맙다, 조이"
"나도 당신같은 남자는 처음이야, 이런 일에 종사한다고 무시하지 않은 남자는 오빠밖에 없었거든"
"그러냐? 거 되게 쑥스럽네...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불러라, 너가 해준 조언으로 난 네게 목숨빚을 진거나 마찬가지니깐"
"'목숨을 빚진 자에게 어떤식으로든지간에 반드시 보답하라'그게 우리 모험가 세계의 불문율이거든"
나는 그녀의 대답도 듣지 않은 채, 서둘러 말랑말랑 여관으로 달려갔다. 일단 릴리부터 설득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