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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화 〉1화. 이세계 소환 (1/106)



〈 1화 〉1화. 이세계 소환

-- 1. 이세계 소환 -- >


자그마한 공간에 TV 1대, 냉장고 1대, 침대 1대가 전부인 원룸방에서, 나는 인덕션 위의 김치찌개가 담겨져있는 뚝배기를 올려둔  리모컨으로  만한 채널을 찾기 위해 버튼을 연타하고 있었다.

쉴새없이 채널이 바뀌는 TV화면을 무표정하게 바라보던중 이내  영화 채널에서 버튼연타를 중지한  가만히 영화를 감상했다. 지금 내가 감상하고 있는 영화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아버지와 같이 영화관에서 봤었던 영화였다.

부글, 부글, 부글

김치찌개가 끓어오르는 소리를 들은 나는 다급히 물에 젖은 헝겊으로 뚝배기를 감싸쥐고서는 TV가 놓여져있는 책상에 올려두었다. TV 옆에는 컴퓨터 본체가 있었다.

리모컨으로 얼마 안있으면 영화가 끝나버린다는 것을 알게되었고, 나는 서둘러 밥그릇에 밥을 푼 뒤 책상 앞 의자에 앉았다. 역시 주말에는 TV를 보면서 밥을 먹는 시간이 가장 힐링이 된다.

내가 숟가락으로 밥을 한웅큼 푼 뒤 입안에 쑤셔넣으려던 그때였다.


쿵!

"뭐야?"


별안간 TV화면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 있고 앞에는 드레스를 입은 한 여성과 그녀의 뒤에 펼쳐진 반질반질한 하얀색 대리석으로 이루어진 바닥, 거기에 우뚝 솟아있는 거대한 기둥들이 보였다.

"어서오십시오, 용사님"
"용사님들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드레스를 입은 여성이 환희에 젖은 표정으로 감미롭게 말하였다.








< -- 2. 잘못 소환된 용사 -- >








"저기... 지금 무슨 소리를 하시는 것인지?"

나는 주변을 둘러보며  공간이 자신이 생활했던 원룸방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자신이 지금 서있는 공간은 TV에서 봤음직한 거대한 그리스 신전에 가까웠다.


"용사님이 두 명이나 소환된 적은 전례에 없었던 일인데..."


순백색 드레스를 입은 백금발머리에 아름다운 얼굴을  여성은  말을 무시한 채 옆에 서있던 후드를 둘러쓰고 있는 자들과 이야기들을 주고받고 있었다. 나는 그런 그녀의 말에서  명이라는 소리를 엿듣고서는 다시금 주변을 둘러봤다.


내 옆에는 은빛 플레이트 갑옷을 착용한 금발머리에 잘생긴 청년이 서있었다. 청년은 나와 눈이 마주치더니 눈인사를 하였다. 나는 이 상황이 점점 더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밥 먹고 있었는데... 이게 갑자기 무슨 일이냐?)

혼란스러워 하고 있던 그때 갑자기 그녀가 자기소개를 하기 시작했다.

"제 이름은 리베 마르네 엘베, 리베왕국의 제 1공주입니다"
"실례가 안된다면 저희들의 소환에 응해주신 용사님들의 존함을 여쭤봐도 될런지요?"

그녀의 물음에  옆에 서있던 청년이 먼저 자기소개를 시작했다.

"리베왕국의 공주님이시여,  이름은 '페르디난드 뷔른 올프'라고 합니다"
"검술 훈련을 하던 도중 공주님의 그 아름다운 목소리에 부응해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자신을 페르디난드 뷔른 올프라고 소개한 청년은 손을 가슴에 올린 채 격식있는 자세로 공주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이름과 격식있는 태도를 보아하니 필시 부잣집 놈의 자식인게 틀림없다.


(그런데 페르디난드라는 녀석 분명 저 여자의 목소리를 듣고 찾아왔다 했는데 나는 그런 소리 못들었는데?)

생각에 잠겨있던 내게 엘베 공주가 온화한 목소리로 질문했다.

"그쪽의 용사님은 존함이 어떻게 되시는지요?"


"예?... 아 저는 고군대라고 합니다.... 32살입니다"

그녀의 질문에 얼떨결에 대답해버렸다. 그런 내 대답에 그녀는 황금색 눈동자로 한참동안 나를 쳐다보더니 돌연 팔을 높이 쳐들고서는 위엄있는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마왕을 물리치기 위해 소환에 응해주신 용사님들께 감사드립니다! 부디 마왕에 의해 유린당하고 있는 저희 리베왕국과 카로른 대륙을 지켜주십시오"

그녀의 말에 주변에 있던 후드를 둘러쓰고 있는 자들은 환호성을 내질렀고 페르디난드는 허리춤에  검을 빼들고서는 그녀 앞의 무릎을 끓고 씩씩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 '페르디난드 뷔른 올프'가 목숨을 바쳐 마왕으로부터 공주님이 살고계신 리베왕국과 카로른 대륙을 지켜내보이겠습니다!"

"일어서주세요, '페르디난드 뷔른 올프' 경"

"페르디난드로 불러주셔도 됩니다, 공주님"


"그렇군요... 페르디난드 경, 당신의 헌신에 저희왕국은 물론 카로른 대륙 전체가 감사함을 표합니다"

그녀가 고개를 숙이려하자 그는 얼른 손사래를 치며 자신은 응당 옳은 일을 했을뿐이라고 화답했다. 그런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이 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 될지 난감해졌다. 애니메이션이나 소설에서 이세계로 소환되는 내용들을 많이 봐았지만 그 일이 실제로 자신한테 일어질줄은 꿈에도 몰랐던 것이다.

(어떡하지... 나도 저 오글거리는 멘트를 날려야 되는건가?)
(모두 나만 쳐다보고 있잖아? 압박 면접보는 것도 아니고.... 씨발 이걸 어떡하지?)

뇌에서 벌어지는 갈등과 자신을 쳐다보는 무수한 시선들 사이에서 나는 결국 그와 똑같은 방식으로 화답했다.

"리베왕국의 공주님이시여,  이름은 '고군대'라고 합니다"
"밥을 먹고 있던 도중 공주님의 그 아름다운 목소리를 듣고 이렇게... 잠깐만"


말하던 도중 문득 그와는 다르게 공주의 목소리를 들은적이 없다는 사실을 기억하고서는 그녀에게 대뜸 물어보았다.


"공주님, 저는 공주님의 목소리를 들은 적이 없는데요?"

"일국의 공주앞에서  무슨 말버릇이냐!!"


로브를 뒤집어 쓴 자가 노년의 남성 목소리를 내며 대뜸 내게 호통을 쳐댔다.


"어서 빨리 공주님에게 사죄하거라!!"


(아니... 사람 무안하게 존나 꼽 주네?)

그의 호통에 못이기는 척하며 그녀에게 90도로 고개를 숙였다. 그런 내 행동에 호통을  남성은 만족해했는지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고개를 드세요, 용사님, 필시 궁중예법에 익숙하지 않으신 것일테죠, 이해합니다"
"근데 방금 전 제 목소리를 들은적이 없다고 하셨는데, 사실인가요?"


"예, 밥 먹고 있다가 영문도 모른 채 끌려왔습니다... 요"

"흐음... 말락! 소환식에 문제는 없었나요?"

아까 내게 호통을  남성은 그녀의 물음에 황급히 뒤에 서있던 자들과 이야기를 나눈 후 물음에 답했다.


"공주님, 소환식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그런가요?... 그럼 이게 어찌된 영문인지..."

"잘못 소환된 것이 아닐런지여, 엘베 공주님"

생각에 잠겨있던 그들을 향해 페르디난드가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그가 입고 있는 옷만 보더라도 그는 기사가 아닌 일반 평민같습니다"
"외모로 보나 몸으로 보나 그는 용사의 자질이 안보입니다"


그의 말에 아침에 화장실 거울에서 보았던 자신의 모습을 떠올렸다. 산발이  검은 더벅머리에 면도는 하지 않아 턱과 코밑이 시커맸고 검은 눈동자는 생기를 잃은지 오래되보이던 자신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 다음에는 손으로 자신의 배를 만졌다. 하루종일 의자에만 앉아서 일하고서는 운동은 하지 않은 탓에 손에 뱃살이 잡혀졌다.

페르디난드를 스윽 한번 쳐다보고서는 놈보다 나은 점은 자신의 190cm의 커다란 체격밖에 없다는 것에 창피함이 몰려왔다. 아름다운 여성 앞에서 잘생긴 남자와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모솔동정인 내게는 열등감과 자괴감이 동시에 몰려왔다.

"정말로 제 목소리를 듣지 못하셨나요?"

그의 의견에 그녀는 의심어린 눈빛을 내게보내며 물었다.

"예... 아무 소리도 못 들었습니다... 요"


"말락! 이 용사를 수정구슬앞에 데려가세요!"


그녀의 명령에 말락은 뒤에 서있던 경비병을 부르더니 나를 어딘가로 끌고가라고 지시했다.

"저기요!  이러시는겁니까!!"

"조용히 하고 따라와!"


말락은 가려진 후드 너머로 눈을 게슴츠레하게뜬  나를 쳐다보면서 빨리 끌고오라고 경비병을 제촉했다. 그런 그들의 행동에 두려움을 느끼고 명령을 내린 공주를 쳐다봤으나 그녀는 무표정으로 끌려가는 나를 쳐다보고만 있을 뿐이었다.


(젠장! 젠장! 일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거야?!)






< -- 3. 감옥 -- >









나를 거대한 수정구슬이 놓여져 있는 공간으로 끌고 온 그들은 잡았던 내 어깨를 풀더니, 강제로 손을 잡아 들고서는 수정구슬에 대게끔 하였다.


"이봐요들! 지금 대체 뭐하시는 겁니까?!!"

"가만히 있어!"


경비병  명이 손에 쥔 창의 손잡이 부분으로 몸부림을 치던 나의 배를 향해 찔러넣었다. 이에 배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고통에 신음하며 놈들이 시키는 대로 따라할 수 밖에 없었다.

내 손이 닿아진 수정구슬을 가만히 쳐다보고 있던 말락은 이내 나지막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흐음... 마왕군의 첩자는 아니구만, 근데 능력이 왜 없는거지?"


그는 수차례 내 손을 수정구슬에 뗐다 붙였다를 반복하더니 이윽고 왔던 길로 되돌아가기 시작했다.


(뭐야? 무슨 일이야?)

잠시 뒤 그가 돌아오더니 갑자기 경비병들에게 큰 목소리로 공주님의 명령이니 나를 감옥으로 끌고가라고 지시했다.


(감옥?!)


감옥이라는 말에 나는 마음이 다급해진 채 속사포같이 말을 토해냈다.


"아니, 이봐요! 제가 감옥을 왜 가는겁니까?! 무슨 이유가 있으면 설명  해주세요!!"
"씨발!! 무턱대고 사람을 감옥으로 보내버리는 경우가 어딨어!!!!!"

내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말락은 경비병들이 나를 감옥으로 끌고가는것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




현재 경비병들의 손에 이끌려 햇빛  점 들어오지 않는 지하감옥에 갇히게 되었다. 여기 지하감옥에 유일한 빛은 벽 중앙에 걸려져 있는 횃불 하나가 전부였고 끌려가면서 얼핏 감옥을 둘러봤는데 한쪽으로만 길게 이어진, 천장고가 5m정도 되어보이는 거대한 일렬형 감옥이었다.


그래서  지금 벽만을 쳐다본 채 왼쪽 맨 끝에 나있는 감옥에 갇혀있는 중이었다. 철창 안의 공간은 한기가 올라오는 축축한 바닥과 온갖 더러운 것들이 덕지덕지 묻어있는 벽이 있었으며 구석진 곳에는 볏짚과 요강이 놓여져 있었다.


"씨발... 젠장... 씨발... 씨발!!!!!"

"개새끼야! 조용히  해라!!"

영문도 모른 채 감옥에 갇힌것에 대해 울분을 토해내던 내게, 옆쪽 벽에서 남성의 거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기가 네 집이야? 씨발놈이..."


가뜩이나 기분도 더러운 마당에 모르는 남성에게서 욕까지 들으니 화가 치밀어오르기 시작했다.

"그래, 내 집이다, 이 씨벌새끼야!!!! 니새끼는 뭔데 내집에서 이래라 저래라 하는거냐?"

"뭐?! 야 너 방금 뭐라 했냐? 다시 한  말해봐!!!!"


"니는 귀구멍이 막혔냐?  번 말하면 잘 쳐들으라고!!!!"


"이 씨바아알!!!!  너 나와!! 나와!!"


"골 빈 새끼같으니라고, 니는 앞에 철창이 안보이냐?"


 눈앞에 놓여진 기다란 철제 기둥이 무수히 늘어서 있는 창살을 쳐다보며 질끈 눈을 감았다. 남성은 한참을 욕설을 퍼붓다가 내가 반응을 안하자 이내 잠잠해졌다.


눈을 감은채 냉기가 올라오는 바닥에 누운지 얼마나 됐을까, 바닥에서 뭔가가 툭하고 떨어지는 소리가 들렀다. 그 소리에 나는 감은 눈을 뜨고 바닥에 떨어진 검은색 덩어리를 쳐다보더니 그것을 쥐고서는 냄새를 맡았다. 그것에서는 빵냄새가 희미하게 났다.

"빵인것 같은데, 그것도 새까맣게 탄... 설마 이게 식사는 아니겠지?"

옆쪽 벽 너머에서 쩝쩝대는 소리에 이것이 식사라는 사실을 받아들일  밖에 없었다.

"아니 이런 썅!!... 이딴걸 어떻게 먹어!!"

화를 내며 까맣게 탄 빵을 벽에다 집어던지고서는 그대로 바닥에 드러누웠다. 드러눕자 오줌이 마려왔다. 그래서 하는  없이 요강에다 볼일을 보았다. 얼마나 추웠는지 고추와 불알이 쪼그맣게 쭈그러져 있었고, 그렇게 볼일을 마친  다시 드러누워 오줌냄새와 함께 잠을 청했는데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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