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8화 〉밤꽃무림 세계에 갇히다
"저, 저 우으으-"
"왜 그래?"
태수는 정신없어 보이는 송유린을 보며 피식- 웃었다.
그녀는 갑자기 자신의 방으로 들어온다는 태수에 그야말로 '멘붕' 상태가 되어버렸다.
'오늘은 아주머니가 청소하는 날이 아닌데-'
송유린은 직접 자신의 방을 청소하지 않았다.
중앙상단 직원 중, 격일로 중앙상단 일가의 방을 청소해주었는데 하필 오늘 그 날이 아니었다.
'그래도 괜찮겠지, 겨우 하루인데'
"들, 들어오세요"
"괜히 이러니까, 더욱 방이 궁금해지는데?"
"기대는 하지 말아주세요"
"어?"
송유린의 방은 나름 깨끗했다.
적어도 대한민국 시절, 자취했을 당시 자신의 방보다는 깨끗했으니까.
그 당시에는 휴지부터 시작해서, 배달 음식 봉투로 아수라장이나 다름없었다.
"엄청, 깨끗한데?"
"그래요? 다행이다"
"그런데, 무슨 냄새가 나는데-"
"냄, 냄새요!?"
송유린은 당황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혹시, 냄새가 날만한 게 뭐가 있는지 찾기 위함이었다.
"어, 없는데-"
"음, 뭐랄까. 여자 혼자 사는 냄새랄까"
"그, 그런-"
남자가 자취방에서 혼자 살면 밤꽃냄새 같은 홀아비 냄새가 나듯, 여자가 혼자 살면 방에서 분질 냄새가 나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이 정도의 분질 냄새는 적어도 방에서 자위를 했을 정도인데-
"린아, 혹시 방에서 이상한 짓 같은 건 안하지?"
"제, 제가 그럴리가 있겠어요- 하하하"
태수의 말뜻을 이해한 송유린의 얼굴이 홍당무처럼 붉어졌다.
아저씨랑 비슷한 웃음소리를 내고는 당황한 나머지, 발에 뭐 걸리는 것도 없는데 앞으로 쓰러져버렸다.
"힝-"
'역시, 공자님만 만나면 한없이 헤퍼지고 어설퍼지잖아-'
이 정도면 병이었다. 상사병.
"왜 갑자기 넘어지고 그래"
"정말 왜 그럴까요"
"푸흡, 그걸 왜 나한테 물어봐. 침대에 누워봐도 돼?"
"침, 침대요?"
"응"
태수는 우물쭈물하는 송유린의 대답을 뒤로 하고, 냉큼 침대에 누워버렸다.
"침대 좋네"
"공, 공자님-!"
매일밤마다 자신이 눕는 침대에 태수가 누웠다는 사실에, 송유린은 뭔가 기분이 이상했다.
'간접으로 같이 침대에 몸을 뒹군 거나 마찬가지잖아-'
망상하는 것만으로 얼굴이 화끈해진 송유린은 자신의 허락도 없이 침대에 누운 태수를 보며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왜, 그러고 있어? 같이 침대에 누울래?"
"우으- 같, 같이요?"
"응"
'엄청, 부끄러워하네-'
태수는 얼굴을 붉히며 몸을 배배 꼬는 송유린을 보고는 손짓을 했다.
어서, 이 침대 안으로 오라고-
"그, 그럼"
"좋네"
"하으읏. 공, 공자님-!"
송유린은 태수 옆에 침대에 누웠지만, 부끄러워 고개를 반대 방향으로 돌렸다.
하지만, 곧 태수의 손길에 의해 태수와 얼굴을 마주보게 되었다.
쿵쿵쿵-
사람의 심장박동이 이렇게 클 수가 있나.
송유린은 몸 속에서 심장이 터질듯이 두근거리는 바람에, 두 눈을 질끈 감았다.
하지만, 언젠가 곧 두 눈을 뜰 수밖에 없었고, 자신을 보며 웃고 있는 태수를 볼 수밖에 없었다.
"공, 공자님-"
"왜?"
"너무 부끄러워요오-"
"귀엽네, 후훗"
태수는 초감각으로 송유린의 심장이 얼마나 거칠게 뛰고 있는지 고스란히 느껴졌다.
'거의, 제정신이 아닌 수준으로 뛰고 있는데?'
얼굴은 시뻘겋게 변했고, 그 아래로 목선까지 핏줄이 설 정도로 시뻘겋다.
"사실, 오늘 중앙상단에 할 이야기가 있는데, 그냥 송 소저한테 하려고"
"무슨 이야기요?"
일 이야기가 나오니, 다시 송유린의 분위기가 사뭇 진지해졌다.
"원래 간단하게 비무대회를 열려고 했는데, 생각이 바뀌었어. 좀 규모를 키워보려고-"
"아아-"
"원래는 파천회의 고수들만 참가하는 식으로 하려 했지만, 혹시 모르잖아. 광서에 어떤 인재가 있을지. 그런 걸 고려해서 광서 전역으로 대회를 열 거야. 물론, 타지역도 참가가 가능한 걸로"
"그렇군요"
"그럴려면 상단의 도움이 필요할 수밖에 없겠지. 수많은 인파가 몰려들 게 분명한데, 그 사람들을 소화해낼려면 상단에서 이것저것 많이 지원해줘야 할 거야"
어떻게 보면 중앙상단의 발전에 아무런 도움이 안되는 것이었으나.
비무대회에 참가할 때, 쓰이는 옷이나 도검류를 중앙상단에서 지원해주고 거기서 홍보 효과가 난다면 충분히 해볼 만한 사업이었다.
물론, 송유린은 아무런 효과가 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태수의 말이라면 일단 손익 계산없이 바로 하겠지만.
"어때?"
"공자님이 말씀하시는 건데, 당연히 해야죠"
"후훗, 홍보 효과도 어느 정도 날 수 있을 거야"
"아아앙- 공, 공자님!"
태수는 자신의 말을 잘 따르는 송유린이 기특해, 자연스레 손이 뒤로 넘어가 그녀의 앞섶 속으로 들어갔다.
송유린의 부드러운 속살을 느끼며, 봉긋이 솟은 그녀의 가슴을 주물럭거렸다.
그리고, 그 위에 작은 발사체, 유두를 더듬으며 희롱했다.
송유린은 태수가 지금처럼 이렇게 노골적으로 스킨쉽을 해온 건 처음이었기에 당혹스럽기만 했다.
"공자님, 하으으-"
"좋아?"
"네에- 그렇긴 하지만. 아아앙-"
그녀의 유두는 점점 딱딱해져갔고, 꽃잎은 젖어들기 시작했다.
송유린은 애처로운 눈빛으로 태수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태수는 자신과는 달리 비교적 무심한 눈빛이었다.
"그 아까 말했던, 괴물의 육류를 이용해 배달 주문을 하자고 했잖아?"
"네에, 하으읏-!"
"분기마다 음식 재료가 바뀌니, 사람들도 질려하지 않고 좋아할 듯한데. 어떻게 생각해?"
"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으흐흣!"
송유린은 사실, 태수의 말이 거의 들리지 않았다.
태수의 희롱으로 유두에서 느껴지는 쾌감에 몸이 점점 달아오르는 걸 느끼며, 음부가 간질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어, 어서-'
하지만, 태수의 손길은 오직 그녀의 유두에만 한정되어 있었다.
"일단, 주문 배달 사업은 아직 구상 중이니, 계획이 다듬어지면 그때 다시 말해줄게"
"네에엣. 아아앙-"
태수는 그 이후로 계속 유두를 희롱하며, 비무대회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설명해주었다.
그렇게 15분 정도가 지났을까, 태수는 쾌락에 입가에 침까지 흘리는 송유린을 뒤로하고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럼 오늘은 이만 가볼게. 재미있었어"
"공, 공자님-!"
몸이 달아오른 송유린은 애타는 심정이었지만, 태수는 이미 밖으로 나가고 난 이후였다.
"하아- 이렇게 몸을 달아놓게 해놓고서는"
송유린은 방 안에서 뜨거운 숨을 내쉬며, 이미 축축히 젖은 자신의 음부를 손가락으로 쓰다듬었다.
"으흣"
몸이 예민하게 달아올라, 자신의 손으로 음부를 쓰다듬는 것만으로 쾌락이 밀려왔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해. 뭔가 더-'
볼을 붉게 물들인 송유린은 태수가 나간 방향을 야속하다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분명, 태수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자신이 이렇게 야릇한 몸 상태라는 걸.
"너무해, 힝-"
성욕 불만족에 휩싸인 송유린은 그 이후로 계속 자신의 꽃잎으로 자위를 했으나, 결국 원하는 정도의 만족을 얻지는 못했다.
"아니, 원래 이렇게 규모가 큰 대회는 아니였잖습니까, 주군"
"뭐, 크게 하면 안되라는 이유라도 있나?"
"딱히, 없습니다만은"
사인철은 생각보다 규모가 커진 비무대회를 보고는 의외의 표정을 지었다.
원래대로라면, 그저 간략하게 4명이 모여서 실력을 검증하는 식으로 할 줄 알았으나, 광서 전역으로 참가자를 받아서 비무대회를 개최하다니.
심지어, 협찬으로 중앙상단의 제품까지 곁들이고 있었다.
"그런데, 대부인(태수의 아내)께서도 이 대회에 참석하실 줄은 몰랐습니다"
"그렇습니다. 파천군단장보다 높은 직급이 흠흠, 대부인이신데- 굳이 대회에 참석해야 할 이유가 있습니까?"
"내 아내들도 이 기회에 경험을 쌓는 것도 괜찮겠다 싶어서"
태수의 말에 우문휘 일행들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확실히, 비무라고는 해도 나름 실전이라 할 수 있는 것이어서 경험을 쌓는 데는 충분했다.
비무대회 일주일 전.
파천회 수뇌부와의 회의가 끝나고, 본격적으로 광서지부 주관 비무대회를 열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장소는 광서지부 투기장이었고, 입장료를 받아 대회 운영비로 쓸 계획이었다.
그 외에도, 중앙상단의 지원 및 협찬으로 금전적인 부분은 완벽히 충당되었다.
광서지부는 곧 참가자 명단을 전부 다 받아냈고, 그 수를 셈했다.
"주군, 대략 2400명 정도가 신청했고, 앞으로도 계속 신청할 예정인 듯합니다"
"2400명?"
"그렇습니다"
"한번에 24명이 붙을 수 있다고 했지"
"그렇습니다"
"흐음, 예선은 1~2차로 나누고 본선에는 딱 64명으로 남게 해줘"
"알겠습니다"
갑작스런 비무 대회 준비로 진무는 쉴 날이 없었다.
'어떻게 된 게 예전이 더 그립지'
그야말로, 울며겨자먹기였지만 가끔 태수가 무공 훈련을 도와주는 것만으로 그 부담감은 완벽히 날릴 수 있었다.
무엇보다 자신은 미래가 보장되어 있지 않은가.
진무는 그래서 지금 이 힘든 순간을 버틸 수 있었다.
중앙상단도 바쁘게 움직였다.
이 기회에 객잔 같은 식당에, 육류를 대량으로 납품하는 상단이 되어 돈을 크게 벌 기회를 맞이했다.
물론, 태수가 말하는 기름지고 맛있는 부위는 따로 분류를 해두었다.
비무대회 사흘 전.
광서의 객잔을 비롯한 숙박업소주들은 함박 웃음을 지으며 손님들을 맞이했다.
그들의 대부분은 이번 비무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온, 각 지역의 고수들이었다.
비무대회의 총 상금은 100금화로 대한민국으로 치면 약 이천만원의 가치인 밤꽃무림 화폐였다.
그 외에 추가 보상으로, 광서 지부장과의 면담이 있었는데 이것은 수상자의 자유로 원하면 할 수 있고, 원하지 않으면 하지 않아도 되었다.
1등인 갑에게는 70금화, 2등은 20금화, 3등에게는 10금화가 걸려있었기에 충분히 해볼 만했다.
3등만 해도, 이백만원을 벌 수 있는 것이기에 전국을 떠돌아다니며 칼밥을 먹고 사는 낭인들에게는 일확천금의 기회가 될 수도 있는 것이었다.
"얼굴 본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다시 인사드리오. 태수 형"
아직, 얼굴도 까먹지 않은 광야가 특유의 살가운 표정을 지으며, 불쑥 나타났다.
"광야. 너도 참석하기로 했었지"
"심심한데, 뭐 재미로 참석했습니다, 후훗. 태수 형, 그런데 그거 아십니까? 이번 광서 비무대회에 각지의 유명한 인사가 참가한다고 하오"
"나도 듣긴 들었는데, 뭘 그렇게까지 참석하려고 하는 거지?"
태수는 이번 광서 비무대회의 규모가 계속 커지고 있다는 걸 느끼고 있었다.
원래는 그저, 파천군단장을 선출하려고 만든 작은 대회였다.
거기에, 재미를 추가하고 나름 광서지부의 건재함을 알리기 위한 목적으로 규모를 좀 키웠는데, 대회에 참가한 자들에 의해 더욱 그 이름값이 올라가고 있는 중이었다.
"아무래도, 지금 무림에는 광서 대란이 일어나고 있는 듯하오"
"광서 대란?"
"각 지역 고수의 힘을 빌리지 않고, 아주 수월하게 막아낸 태수 형의 활약에 그만큼 놀라워하고 있다는 것 아니겠소? 후훗. 궁금한 거지. 과연, 태수 형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 청사파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
"괜히, 귀찮아지지 않았으면 좋겠군. 내가 얻고자 하는 건, 재능을 가진 이들인데 괜히 출신성분이 명확한 자가 우승하면 배만 아프니까"
"후훗, 태수 형. 내가 우승하면 어떨 것 같소?"
"어차피, 넌 피하기만 할 수 있지, 공격은 못하지 않나?"
사실, 그렇다.
하단전과 중단전의 발전이 거의 없는 광야는 이렇다 할 공攻 초식이 전무했다.
비록, 속도를 기반으로 한 공격은 창안해두었지만, 내공이 전혀 실리지 않았기에 일정 수준으로 올라가면 광야는 이길 수 없는 상대와 싸우게 될 것이다.
"뭐, 무승부로 어떻게, 어떻게 가면 되지 않겠습니까? 하하"
"네 마음대로 해라. 딱히 상관은 없을 것 같으니"
"태수 형. 그런데 느끼고는 있소? 작금의 무림은, 태수 형에게 엄청 관심을 보이고 있소"
광야의 말은 결코 거짓이 아니었다.
확실히, 작금의 무림은 태수에게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내가 뭐라고 그렇게 관심을 보이나?"
"사실, 제가 쓴 사설수기가 신문에 실렸고, 그게 아주 대박을 쳤으니까요"
"..어떻게 적었는데?"
"여자에 미친 호색한! 하지만, 무림 전체와 싸워도 꿀리지 않을 등봉조극, 현경의 고수!"
"미친-"
"너무 화내지는 마십시오. 그래도, 무림에서는 태수 형을 무림공적이 아니라, 나름 좋게 생각해주고는 있소"
태수는 이렇게 될 것이라 예상은 했지만, 막상 현실로 다가오니 광야에게 꿀밤 한 대라도 때려주고 싶었다.
"그래서인지, 천마신교에서도 태수 형에게 엄청 관심을 가지고 있는 듯하오"
"걔네들이 뭐 어떻게 하고 있는데"
"몰랐소? 이번 비무대회에 천마신교의 공주가 참석할 예정이라고 하오"
"호오-"
천마신교의 공주.
주홍희.
별다른 생각없이 규모를 늘린 광서 비무대회 덕분에, 정말 예상치도 못한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