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8화 〉밤꽃무림 세계에 갇히다
만약, 태양화리와 대환단이 뜬 이 장면이 방송으로 송출되고 있었다면, 채팅창에는 '대박' 혹은 '핵' 같은 단어로 도배가 되었을 것이었다.
그야말로 천운이 따라준 것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십년하수오 같은 되도 안되는 쓰레기 영약이 뜰 줄 알았는데, 무려 태양화리라니'
태양화리는 양기를 가득 머금고 있는 내단으로 절맥 치료용으로도 아주 좋고, 양陽 계열의 무공을 익히고 있는 무인에게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최고의 영약이었다.
대환단은 자체 생산이 가능한 영약이었지만 그럼에도 귀한 재료가 가득 들어가기에, 쉽게 접할 수 없는 고급 영약이었다.
태수는 태양화리는 당연히 선하를 위해 사용하고, 대환단은 자신이 복용할 생각이었다.
"왜 그러세요?"
"이제 고칠 수 있을 것 같아"
"정말요?"
"그래, 나 믿어봐"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예전부터 당신한테는 믿음이 갔어요"
미래시의 영웅이라 그런 것인지는 몰라도, 그녀는 태수에게 확실히 믿음이 갔다.
"이걸 너한테 복용시키고, 내가 내공으로 인도해서 그걸 잘 흡수하게 하고 세맥을 치료할 거야"
태수는 인벤토리에서 태양화리를 직접 꺼내 보여주었다.
태양화리의 질감은 용암의 표면 같았고, 생김새는 꽃과 비슷했다.
"와아-"
선하는 특이하게 생긴 꽃, 태양화리를 보며 신기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좋았어, 일단 밖으로 나가자. 몸을 씻을 수 있는 계곡으로 가야 해"
"계곡이요?"
"그래"
태수가 뭘 하려는 건지 이해하지 못한 선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다 방법이 있지'
영약으로 절맥을 치료하는 방법은 대략 두 가지로 나뉘기 마련이다.
한 방법은 영약이 가진 고유한 능력으로 영약을 흡수하며, 자연스럽게 절맥을 치료하는 것이었다.
이 방법은 무공의 증진은 크게 없지만, 절맥은 확실히 치료하는 것이 가능했다.
나머지 다른 방법은 영약을 흡수하여 순간적으로 몸 속에 폭발적으로 발생하는 내공으로 기존의 것과 합쳐 강제로 대주천을 시도하는 것이었다.
상승심법의 대주천을 처음으로 이루면, 화경의 경지에 이르며 곧 바로 환골탈태를 진행하게 된다.
환골탈태가 진행되면 몸의 모든 상처가 치유되며, 절맥은 물론 손상을 입은 세맥도 함께 치유가 된다.
태수는 잘 걷지도 못하는그녀를 업고서 근처 계곡까지 왔다.
"자, 가부좌를 틀고 월녀심법을 운용할 준비를 해-"
"그러면 세, 세맥이-"
"괜찮으니까, 나만 믿어. 먼저 태양화리를 복용할 거야"
이미 두 번이나 아픔을 경험해본 선하는 떨리는 마음으로 태양화리를 받아들었다.
입 안에 태양화리를 그대로 넣었고, 천천히 씹어먹으며 꿀꺽 삼켜먹었다.
"하으읏-"
뱃 속으로 들어간 태양화리는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어마어마한 양기의 내공이 선하의 몸 속에서 발산되며, 선하의 몸을 자극하기 시작했다.
사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마어마한 태양화리의 내공이 아깝게 소모되고 있는 중이었다.
"지금, 당장 월녀심법을 운공해, 당장!"
"네넷!"
선하는 얼떨결에 기합 가득찬 목소리로 대답하며, 월녀심법을 운공했다.
월녀심법의 구결에 따라 단전의 음의 내공이 움직이기 시작했지만, 몸에 흩어져 있는 태양화리의 내공은 그런 내공의 움직임에 전혀 반응하지 않았다.
'이렇게 되면 결국 9주천밖에- 아니, 손상입은 세맥 때문에 소주천도 하지 못할 거야'
선하는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
이대로 가다간 다시 한 번 그 아픔을 겪게 될테니까.
그때 선하를 도와주는 내공의 흐름이 있었다.
'충분히 할 수 있다'
지금부터 창천무림 고인물의 격체전공 실력을 보여줄 때였다.
조금이라도 흔들리면 화경이고 뭐고, 실수로 애꿎은 선하를 죽일 수도 있었다.
태수는 선하의 백회혈에 내공을 주입했고, 그녀의 몸 속에 흩어져있는 태양화리의 내공을 한군데로 모으기 시작했다.
그 이후, 구결에 따라 움직이는 음의 내공을 찾았고, 태양화리의 내공을 그곳으로 인도해 음의 내공과 조화를 이루도록 비볐다.
"자, 이제 그대로 주천을 계속해서 시도해. 손상입은 세맥을 지나칠 때, 아플 수는 있겠지만 반드시 견뎌내야 해. 안그러면 네가 죽어"
선하는 태수의 말대로 태양화리의 내공이 합쳐져서, 훨씬 더 가속도가 붙은 음양의 내공을 월녀심법의 구결대로 운용했다.
손상 입은 세맥을 지나칠 때, 숨이 멎을 듯한 고통이 엄습할 것이라 예상했지만, 예상보다 고통이 덜 했다.
그 주변을 태수가 내공으로 점막 씌우듯, 보호를 해준 것이 크게 도움이 되었고 태양화리가 가진 본연의 치료 효과도 한 몫했다.
'이 정도 고통이면 충분히 할 수 있어!'
자신감을 얻은 선하는 거칠 것없이 음양의 내공을 인도해 주천을 시도했다.
'소주천- 2주천- 3주천- 4주천-'
태수는 그런 내공의 움직임을 읽으며, 주천의 회수를 셌다.
주천은 쌓일수록 점점 추진력이 올라갔고, 순식간에 9주천을 돌파했다.
이후로는 선하 역시 처음 시도해보는 것이기에 긴장이 되었지만, 태양화리의 내공 덕분인지 여전히 내공은 충분했다.
'10주천- 11주천- 그리고 제발'
내공이 슬슬 부족해, 추진력이 떨어지고 있었지만 선하는 뒷심을 발휘하여 마침내 대주천에 이르렀다.
"성공했다아아아!"
태수는 방방 뛰며, 선하가 대주천을 성공했음에 크게 안도했다.
이제 선하가 죽는 일은 없을 것이다.
"끄흐으읍-"
환골탈태를 겪고 있는 선하는 고통에 찬 신음소리를 내었고, 그녀의 몸 주위에 노폐물들이 진득하게 묻어나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몇 분이 지났을까, 선하는 집중하느라 감았던 눈을 떴고, 깨달음을 상징하는 전류가 눈가에 찌릿- 하고 일었다.
그 총명한 눈빛에 태수는 자연스레 우러나오는 마음으로 박수를 쳐주었다.
그녀는 이제 무려 화경의 고수가 되었다.
'당천휘, 그 노인네가 알면 기겁하겠네. 출신 성분도 없는 여자가 자신보다 더 어린 나이에 화경에 올랐으니-'
물론, 태수의 도움이 없었다면 그녀가 자력으로 화경은 물론 초절정마저 쉽게 올라가는 일은 결코 없었을 것이다.
'아, 지쳤다'
겉으로는 자신감을 표출했지만, 자신의 손끝에 한 생명이 달려있던 터라 태수는 정신적으로 지칠대로 지쳤다.
태수는 그대로 대大자로 바닥에 누워버렸다.
'성, 성공했어-'
선하는 대주천을 성공했다는 사실에 실감이 나지 않는다는 듯,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단전의 내공을 일으켰고, 아무런 무리없이 소주천을 이루었다.
손상을 입었던 세맥이 치유되는 것은 물론, 절맥마저 완전히 치유가 된 것이었다.
'내가 화, 화경의 고수라고?'
선하는 계속해서 주천을 이어나갔다.
환골탈태를 한 덕분에 기존의 속도보다 훨씬 빠르게 주천이 진행되었고, 순식간에 대주천을 완성했다.
그 결실로 그냥 기氣가 아닌 내공의 정수, 강기强氣가 그녀의 몸 속에서 꿈틀거렸다.
그걸 그대로 손바닥 위로 인도하니, 그녀는 자신이 만들어낸 강기를 직접 볼 수 있었다.
"아름답다"
강기를 직접 보니, 그런 말이 절로 나왔다.
선하는 주위를 두리번거렸고, 지친 듯 바닥에 누워있는 태수를 볼 수 있었다.
"힝-"
선하는 태수를 보는 순간, 가슴 깊숙한 곳으로부터 울컥해 눈에 눈물이 핑- 돌기 시작했다.
"정말 고마워요, 흐어엉엉엉- 제 생명의 은인이에요, 당신은 흐흐흐흑-"
이제 걷고 뛸 수 있게 된 선하는 그대로 달려가 누워있는 태수를 덮치듯 껴안아왔다.
"컥-"
"흐흐흑-"
"잠, 잠시만-"
태수의 시선이 벌거벗은 그녀의 몸에 닿아있었다.
무엇보다 코가 노폐물의 심한 악취에 반응했다.
선하는 그런 태수의 분위기를 읽었고, 태양화리의 기운에 의해 옷이 전부 녹아버린 탓에 자신이 완전히 벌거벗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꺄아아악-!"
너무나 놀란 선하는 두 손으로 급하게 가슴을 가리다가 뒤로 우스꽝스럽게 넘어지고야 말았다.
"그것만이 문제가 아니라 냄, 냄새도-"
"그런 것까지 말해주시지 않아도 되거든요!"
선하는 부끄러웠는지 홍당무처럼 얼굴이 붉어졌다.
"미리, 여분의 옷은 준비해뒀으니까 씻고 와. 너처럼 옷은 훔치지 않을테니까, 크큭-"
"놀, 놀리지마세요"
공교롭게도 이 계곡은 선하를 처음 봤었던 선하 폭포였다.
'감동먹었는데 정말, 굳이 그렇게 장난으로 치잇-'
선하는 입을 삐죽이며 볼을 부풀렸지만, 그래도 태수를 생각하면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폭포 안에 들어간 선하는 깨끗이 몸을 씻었다.
예전에 왜 그렇게 태수가 이 장소를 고집했는지 알 것 같기도 했다.
"여기 옷"
"꺄아아악-! 왜 직접 갖다주세요, 제가 가면 되는데에에!"
"옷도둑이 있을 줄 어떻게 알고. 혹시 모르니 내가 직접 갖다줘야지"
"정말, 못말려"
선하는 옷을 찾으러 폭포 밖으로 나왔고, 그런 그녀를 마중 나오는 태수가 있었다.
다시 한 번 자신의 나체를 보인 선하는 부끄러움에 급하게 한 손으로는 가슴을 가리고, 나머지 손으로는 은밀한 곳을 가렸다.
덕분에 그녀의 자세는 볼 만해졌고, 태수는 만족스러운 눈빛으로 그녀의 야시시한 자세를 바라보았다.
"예쁘네"
"저 예, 예뻐요? 아니, 옷이나 갖다주세요오오-"
예쁘다는 태수의 말에 선하는 표정 관리가 안되며 히죽 웃고 있는 자신이 원망스러웠지만, 너무나 자연스레 나오는 미소를 억지로 막을 순 없었다.
"자 여기"
"계, 계속 그렇게 보실거에요?"
"몸이 예뻐서 보고 싶은데"
"그렇다면, 아니 말이 안되잖아요 그래도!"
예쁘다는 핑계로 그녀의 몸을 구경하려던 태수의 작전은 실패로 돌아갔다.
태수는 옷을 다 갈아입은 선하와 집으로 복귀했고, 소혜는 제대로 걸을 수 있는 선하를 보자마자 눈시울을 붉히며 그녀에게 껴안아왔다.
"언니, 다행이에요. 흐엉엉엉-"
"소혜야, 미안해. 내가 걱정하게 만들었지?"
"아니에요. 정말 다행이에요"
"태수님이 날 고쳐주셨어"
"역시, 가가. 정말 대단해요. 일이 잘 풀려서 정말 다행이에요"
태수와 선하는 눈물이 많은 소혜를 보며, 그 따뜻한 마음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정말 다행이다, 선하야"
달자도 선하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옆에서 같이 그 고통을 공유했기에 잘 알고 있었다.
"역시, 주인님. 못하시는 게 없어-"
혜수는 태수를 동경하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일이 잘 풀려서 다행이네. 그나저나 다들 착해"
당가려는 대강 이곳의 분위기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다들 착하다는 점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물론, 그녀는 혜수의 본모습을 겪지 못했다.
무공을 되찾은 것은 물론 오히려 화경의 경지에 오른 선하는 순식간에 예전의 활발함을 되찾았다.
소혜와 달자, 혜수에게 기초무공을 가르쳐주며 본인의 무공 발전에도 노력을 다했다.
아쉬운 것이 있다면, 절맥이 치유되며 미래를 볼 수 있는 미래시의 능력이 사라졌다는 것이었다.
"괜찮겠어?"
"뭐가요?"
"미래시가 사라졌잖아. 나 같으면 정말 아쉬울 것 같은데. 누구나 가질 수 있는 능력도 아니고"
"괜찮아요"
"그래?"
선하가 진심을 담아 말했다.
"미래시가 사라진 대신, 전 당신이라는 미래를 얻었잖아요"
그렇게 말하는 선하의 분위기는 굉장히 청초했다.
태수는 그런 그녀의 분위기에 순간 홀린 듯이 넋놓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정말, 엄청 예쁘네. 그건 그렇고 방금 대사 뭐야'
선하는 자연스레 태수를 껴안아왔고, 태수는 그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이후로, 아무런 진전이 없자 무언가를 기대하던 선하는 태수의 품 안에서 볼을 부풀렸다.
그로부터 2주일 후.
늘어난 식구 덕분에 태수는 오래 전부터 새롭게 집을 지을 필요성을 느꼈다.
집을 지을 목재는 충분했다.
청마지주의 능력을 얻은 이후로, 육체적 제약에 벗어났기 때문이었다.
이후로, 마을의 목수에게 노역을 부과해 집을 짓게 했다.
태수는 옆에서 거미의 능력으로 목수의 일을 도와주었다.
거미의 능력은 집 짓는 시간을 단축하게 해주는 결정적인 요소였다.
대부분 무거운 걸 옮기느라 시간과 힘을 다 쓰게 되어있지만, 거미실이 알아서 다 옮겨주니 오히려 시간이 남아돌 정도였다.
"와, 집 엄청 좋아요"
"신경을 많이 썼지"
후미진 집에서만 살다, 새롭게 신축된 집에 들어온 소혜가 신이 난듯 방방 뛰었다.
혜수도 진사의 집보다 더 괜찮아보이는 이곳이 마음에 들었는지 이곳저곳 둘러보았다.
"자 그러면 각자 방을 정해줄게. 일단 마음에 드는 곳이 있으면 말해봐"
태수는 히로인들이 살 곳을 정해주었고, 자신의 방도 정했다.
자신의 방으로 들어온 태수는 오랜만에 되찾은 개인 사생활의 자유에 미소를 지었다.
"좋긴 한데, 뭐 딱히 있는 게 없네"
해봤자, 방에 있는 건 침대와 책 몇 권 말고는 딱히 없었다.
특히, 침대가 상당히 비교적 큰 편이었다.
'후후, 준비는 철저히 해야겠지'
앞으로 얼마나 많은 히로인들이 외로운 밤, 애타게 자신을 찾겠는가?
그렇게 새로운 집에서의 첫밤이 시작되었고, 태수는 기대하는 마음으로 자신의 방에 들어올 히로인들을 기다렸다.
"저어-"
'이 목소리는'
선하의 목소리였다.
예상치 못한 그녀의 목소리에 태수는 조금 긴장했다.
'아직 나랑 안했는데, 이렇게 먼저 온다고-'
방은 어두웠지만, 초감각을 지닌 태수는 대낮처럼 거의 벌거벗은 것이나 다름없는 선하의 몸을 그대로 볼 수 있었다.
C컵 정도의 가슴에, 무엇보다 백옥처럼 뽀얗고 희고 고운 피부가 일품이었다.
외모는 이태희 비슷한 분위기였으니, 태수는 압도당하는 느낌이 들었다.
방에 들어온 선하는 머뭇머뭇거리더니, 이내 결심했는지 태수가 누워있는 침대로 덮쳐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