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1화 〉7.총구 한 번 머리에 들이밀면 모두가 분노조절잘해.4
돈 문제는 크게 곤란해지지 않았다.
"이거 팔러 왔는데요."
평범한 rpg 게임에서처럼 아무 잡화상에게나 가서, 비싼 물품을 팔아재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 물품을 제 값을 주고 사는 사람을 찾아야 하며, 그게아니라면 전문 브로커나 중간도매상을 만나는 것이 일 순위이며, 그렇게 하기 위해선 그 지역의 위치와 정보는 필수라고 볼 수 있다.
"엥? 뭐야 이 돌멩이는?"
"음? 너 지금 뭐 파는거야?"
봇따리 상인처럼 '모든 잡화품 다 삽니다'란 팻말을 걸어둔 상인에게 보여주는 돌덩어리.
"마석이요."
"미친놈아! 그걸 왜 여기서 팔아?!"
만약, 최현기가 풀플레이트 갑옷을 입은 기사처럼 보이지 않았다면, 이미 '마석 겟또다제!'하면서 포켓볼 대신 사시미를 찔러들어왔을 잡화상인이었다.
마석이란 말에 눈이 벌게져서 침까지 흘리는데, 만약 엘라슨이 없었다면 똥값에 마석을 팔았을 지도 모른다.
급하게 달려드는 엘라슨의 출렁이는 가슴, 이미 뇌까지 좆으로 감염되었는지 실수인 척 만질까 하다가 어차피 이 번 일 끝나면 만날일 없는 여자들이라 생각해서 가만히 놔둔다.
"이런건 마탑 전문 상가에서 파는거야. 마법사들 혹은 이걸 포션으로 만들어줄 수 있는 교단과 거래를 하는거지."
"아, 그렇군요."
"담배 좀 그만 피지?"
이 세계의 또 하나의 장점은 어딜가든 길빵을 처 피워재낄 수 있다는 것이었다.
길 다가 좀 막힌다 싶으면 짜증나서 한 대 꺼내 피워재끼는 최현기.
이런 그지 같은 환경에서 담배라도 피워야 살 맛이 나는것인데...
"근데, 주머니나 짐도없어보이는데 어디서 담배든 마석이든 꺼내는거야?"
엘라슨의 질문.
"어? 저 인벤토리 있거든요."
"인벤토리?"
"아공간? 같은거요."
"너...지금 네가 하는 소리가 뭔 엄청난 소리인지 모르고 하는 거지?"
"...그러게요."
"하아, 씨발 개잡소리 하지말라고 하고 싶은데, 일단 머리에 휘광 단 성자가 하는 소리라서 다 그럴듯해..."
사람은 역시 성공을 하고 봐야 한다.
아무도 믿지 않아줄 이야기를 별 것 아닌 것처럼 이야기해도, 저렇게 짜증을 낼 뿐 그럴 수 있어하는 얼굴을 보라.
촌년들 같으니라고, 놀라긴.
"크흠! 그것도 여신님께서 주신 능력인가?"
크리스나의 물음.
"흠...맞다고 할 수 있겠죠?"
"보면 볼수록 이 새낀 이상하게 엄청난 새끼지 않아?"
까면 깔수록 뭐가 이리 대단한 새끼인가 싶은 얼굴을 바라보는 엘라슨.
크리스나는 별 것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젓는다.
"마법사들 중에서도 아공간 주머니를 가지고 다니는 사람들이 있지 않았나? 이것도 어찌보면 특혜라고 볼 수는 없겠지."
"뭐가특혜가 아니야! 아공간 주머니 우리 같은 기사놈들이 가지려고 한다면 억만금을 줘야 한다고! 억만금!"
과장된 금액이긴 하지만, 아주 소형 아공간주머니 같은 경우 매입가가 집 한채 정도는 된다고 하니,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s급 모험가들 중에서도 몇 가지지 않은 소형 아공간 주머니.
그런 것을 별 것 아니라는 듯 이야기하며, 자랑하듯 마석을 꺼내든다.
"게다가, 씨발! 인벤토리에서 마석을 줄줄히 꺼내고 있잖아!"
"...성자잖나? 그럴 수도 있는 것이지..."
"미친 년아! 저 마석 열 덩이면 니 옛날 집안 다시 일으키고도 남을걸?!"
"이게 그렇게 비쌌나요?"
라인리히 백작가에서 독점하고 있는 마석 채굴장.
헤론느 여신의 관할에서나 나오는 하급 마석은 없어서 못 구하는 진귀한 품목 중 하나였다.
하급이니 중급이나 상급보다 떨어진다고 별 것 아니네라고 할 수 있는데, 이 세계의 마석이라는 것은...하급 현자의 돌이라고 생각하면 편하다.
마법사가 아닌 자가 마나 없이 마법을 쓸 수 있게 해주는 아티펙트를 만들어낼 수 있으며, 돈을 아주 처발라서 성장 중인 헤론느 교단의 게틀링건의 원재료에도 들어가는 진귀한 물품.
성기사들의 갑주가 박살나더라도 자동 수복이 되어지는 외부 마나 회로의 기본 재료였으며, 상처수복 응급포션의 원재료 중 하나였기에 아무튼 어디에서든 사용하는 그러면서 범용성이 너무 높아 덩어리채 있기만 해도 상인들이 구하려고 자기 아내랑 딸까지 가져다 바칠 수 있는 그 정도의 재료템이었다.
농담 안치고, 길다가 어떤 마을 여자한테 마석으로 원나잇하자 하며, 값어치만 알려줘도 바로 치마 올려서 박아달라고 엉덩이 흔들게 만들 수 있는 것이 하급 마석이었다.
"이게 그 정도였다고요?"
반 년 중 3분의 2정도 되는 시간을 이것만 캐고 살아왔던 최현기.
"라인리히 백작가에서만 유통되는 최고위 물품인데..."
"아, 저 거기 노예 출신이라서 가지고 있는거에요."
삥땅을 쳤단 말을 직설적으론 하지 않았다.
노예라서 가지고 있을 수 있을 뿐, 주인 허락 없이 삥땅치긴 했지만 '아, 대충 이 뉘앙스면 백작가가 허락해서 마석 가지고 있는거구나?'라는 식의 대화법을 사용한 최현기.
"그렇군, 그럼 이 마석을 매입할 수 있는 곳으로 가자."
"음? 라인리히 백작가에서 독점하고 있다며요?"
그럼 거래처가 활발하지 않는게 정상일 것이다.
"가끔 던전에서도 마석이 발굴되니 모험가 상단이나, 마탑에서 별도 판매가 가능하지."
역시 베테랑 모험가가 있어야 문제가 없다.
"마석 팔러 왔는데요."
온 몸을 은빛, 금빛 플레이트를 입고 양 옆에 여자 둘을 끼고들어오는 남자.
딱 봐도 실력 깨나 있을 법한 그런 분위기에 힐끔 하며 마탑의 마법사는 최현기를 흘겨본다.
"어디 던전이라도 돌았수?"
"그런 셈이죠."
라인리히 백작가의 미친 백작 영애로부터 살아남는 하드코어 던전에서 얻은 부산물이니 틀린 말은 아니다.
"어디, 물건이나 좀 봅시다."
'촤르륵!'
엘라슨의 말로는 10개 이상 내놓게 된다면, 출처가 확실히 라인리히 백작가일 것을 추측당하기 쉬우니 일단 5개 정도만 꺼내놓는게 좋을 것이라고 조언을 주었다.
"흐음! 하,하급 마석 5개?!"
눈이 똥그랗게 떠지며 마법사는 흥분에 찬 목소리를 낸다.
"이,이걸 어떤 던전에서 얻으셨습니까?"
"그게 중요합니까?"
굳이 자신의 유입처를 알리지 않는 모험가들이 많다.
"알려주신다면 매입가의 30%는 더 올려드릴 수 있는데요?"
마법사들이라 그런지, 어디서 구했는지, 혹시 그 근방에 더 없는지를 발본하는 것이 더 중요해보인다.
허나, 이 마석들은 라인리히 백작가의 물건이기에 그저 얼굴을 보이지 않는 투구가 좌우로 왔다갔다 하는 무빙만을 보인다.
"흠, 알겠습니다. 그럼 다 해서...하나 당 1골드 30실버로 해서 6골드 50실버 어떠십니까?"
딱히 돈을 많이 주지 않는 것으로 보이지만, 양 옆의 여성들이 입이 벌어진 것을 보니, 꽤나 큰 돈임을 짐작해 본다.
분명 1브론당 대략 1천원 정도라고 생각하니...100단위로 화폐 단위가 올라가니까...1실버가 10만원, 1골드가 1천만원이라고 생각하면 되려나?
그럼...
'6500만원 정도 되네?'
왜, 간수들이 몰래 마석을 챙겨주면, 담배랑 보드카를 무한 제공 했는지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암거래에 통용되는 수 많은 마석들이 그렇게 생겨났겠지.
"적정 단가인가요?"
"...마탑은 마석 가지곤 장난치지 않습니다. 주고객이 될 수 있는 거래자에게는 특히 말이죠."
쩌리 부산물이나, 마석을 가지고 왔다고 해도 5개 쯤 들고오지 않는 이상 사기를 처먹는다는 소리겠군.
이 단가 또한 어느정도 해먹고 나온 단가겠지만, 어차피 훔친 물건이라 흔쾌히 대금을 수령받고 인벤토리에 쑤셔넣는다.
"이 정도면 많은 돈인가요?"
엘라슨에게 물어본다.
"보통 모험가들이 그 정도 돈을 손에 쥔다면 아마 반 년쯤은 모험가 길드에서 볼 수 없겠지."
"왜요?"
"아마 도박장이랑 창녀촌을 전전하면서 살테니까. 주독과 여독에 빠져 살다 돈을 다 잃고 나면 다시 모험가 길드에서 한 탕을 노릴 것이겠지."
어쨋건 모험가가 흥청망청 엄청나게 써재껴도 반 년은 갈 수 있을 정도로 거금이란 뜻이 된다.
'반년은 좆뺑이 쳤으니까 반년은 이 돈으로 나도 그렇게 살아볼까?'
마석 다섯개만 팔아도 이 정도 금액이니, 인벤토리에 꽉 차 있는 다른 마석들까지 팔면 어느 정도인지 가늠이 되질 않는다.
"이제 잡화점에 가서, 말린 식량 종류랑 구명로프, 발화석이랑 벌목용 간이도끼, 간이삽, 간이텐트, 물병, 생존용 나이프..."
외우기 귀찮아서 잡화점으로 향했고, 다시 말해달라 부탁하며 잡화상인에게 들은대로 준비해달라고 부탁했다.
"다해서...1실버 10브론이라네. 다 새로 나온 신상품들로만 준비해서 가격이 좀 되네."
이미 6골드 50실버란 거금을 손에 쥔 최현기로서는 좆밥같은 금액일 수 밖에 없었다.
다른 사람들이 보는데 대놓고 인벤토리에 그것들을 쑤셔박아버리는 최현기.
"...씹사기 거물 뉴비가 태어났구만..."
엘라슨은 그런 최현기를 바라보며 기염을 토했다.
한 방에 초반 시작금이 6500만원인 뉴비.
게임으로 따지자면 초고자본 과금러가 핵과금을 지르고 시작하는 것과 같다.
물론, 이게 모험가란 게임이라면 모험가 게임을 하기 위해 6개월 동안 생존등급 헬난이도튜토리얼만 죽어라 깬 보상이란게 맹점이지만 말이다.
'역시 둘을 데리고 다니길 잘했군.'
비싸보이는 성기사 플레이트 갑주를 입고 등허리에 금빛 미니건을 차고 다니니, 이건 돈으로 지랄하고 다니는 존나 사기캐 모험가요하고 자랑질을 하고 다니는 것과 같다.
그 뜻은 한 번 엉겨붙어 돈이라도 뜯어보려는 꽃뱀들과 창녀들이 접근을 할 수도 있다는 것.
지금도 은근슬쩍 주변어귀에서 부채 사이로, 혹은 서로 이야기하듯 사잇눈으로 최현기의 돈냄새를 짐작하는 그녀들이 있다.
도적길드이건, 창녀길드건, 꽃뱀길드건 현재 초행길이 분명한 돈 많은 호구 모험가를 작업치기 위해 접근한다고 보면 된다.
예시를 든다면 고양이골목에서 츄르와 생선을 몸에 붙이고 탭댄스와 구애의댄스를 추면서 지나가는 쥐새끼 같은 느낌일까.
"...가까이 붙지 말거라."
크리스나의 부끄럽다는 말.
접근하려는 여자들을 피하기 위해 피치 못하게 크리스나에게 붙을 수 밖에 없었다.
"동료니까 같이 다니는게 맞잖아요?"
능청스럽게 꽤 붙어있는 최현기의 행동에 크리스나는 숨이 살짝 가빠지는걸 느낀다.
"흠, 눈치챘군."
"뭘요?"
"지금 작업 치려고 드는 애들 신경써서 쟤한테 붙은거지?"
"그렇죠."
"쟤도 모험가로 맹탕인 애인데, 저런 애한테 붙지 말고 내 곁에 붙는게 어때?"
건강미를 과시하는 엘라슨.
그녀의 근육은 꽤 여자보단 살짝 컸지만, 건강미 터지는 미친 하프 오크를 보고 나니 여성스럽다라는 느낌이 물씬 든다.
"그럴까요?"
별 것 아니라는 듯 최현기는 그녀의 곁에 다가간다.
"......."
"왜요? 부끄러우세요?"
"부,부끄럽긴 누가 부끄럽다고! 그래! 이것보다 더 붙어야지 이상한 애들이 안 붙지!"
라고 말하며 팔짱을 끼고 들어오는 엘라슨.
"자,자! 가자고!"
"......"
옆에 조용히 다가온 크리스나가 다른 쪽 팔짱을 낀다.
"음?"
"이래야 여기 이상한 여자들이 작업 안 들어온다고 하지 않았나?"
"...흠."
연인 관계로 보이는 것을 넘어, 미친 돈 많은 귀족이 여자 둘 끼고 다니는 행실이 되어버렸지만 초짜 모험가보단 돈 많은 씹쓰레기가 더 안전할테니 가만히 있기로 한다.
"가자!"
마차를 타고 북서쪽으로 향한다.
뭐, 평범한 상단에 가는 길을 묻고 북서쪽으로 가는 방향을 골라 마차에 돈을 내고 빌려 타는 것.
'이게 평범한 이세계물인가.'
싶을 정도로 온화한 풍경이 연속적으로 지나쳐간다.
녹음이 푸른 초원, 그리고 아무 것도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평화로운 광경.
셋 외에도 꽤나 다양한 종류의 직업을 가진 모험가 혹은 여행자들이 마차에 앉아있었는데, 서로 막 '하핫, 우리 가는 길도 인연인데 통성명이나 할까'하는 사람 없이 알아서들 잘 쉬고 있었다.
'튜토리얼 겸 해서 이런 처음 모험에는 하핫 통성명이나 할까?하면서 얼굴 좆 빻은 남자새끼가 와서 모험 떡밥 알려주고 그러던데.'
그 딴건 없고 흉악해보이는 빡빡이 모험가 혹은 뭘 파는지 궁금하지만 조용히 앉아있는 후드 쓴 남성이 제발 말 안걸어줬으면 싶은 그런 기분이었다.
'쟤들도 날 보면 그럴까.'
얼굴도 안 보이는 십자투구에 온 몸을 풀플레이트로 감아놓은 부자 기사.
거기에 반반한 여자 둘을 사이에 끼고 있기에, 어찌보면 지금 최현기의 모습이 흉악한 저 빡빡이 모험가보다 더 위험한 새끼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헤론느 교단 성기사야..."
"씨발, 왜 여기 상단에 낀거야?"
작게 속삭이는데 이상하게 귀에 쏙쏙 박히는 귓속말들.
최현기 가슴에 달린 헤론느 교단 마크를 보고 성기사로 오해한 모양이다.
흠, 역시 헤론느 교단은 광신도다운 그런 대접을 받는 그런 곳이었군.
"근데 성기사인데 여자를 둘이나 끼고 있네?"
"헤론느 교단은 신실한 신자들이라서 유혹에 강하다던데..."
"짜가 아냐?"
짜가는 맞지만, 유혹에 약한 존재로 보이는 것은 오해!
최현기는 지금까지...
'나는 지금까지...'
유혹에 강했...나?
[존나 떡치고 다녔지.]
오랜만에 들리는 알림음.
새삼, 혼자 방송하는 스트리머가 시청자 0명에서 갑자기 1명이 된 기분을 알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럇샤이마세.
[나 보고 싶었니?]
근데, 오자마자 당장 꺼지라고 하고 싶은 충동이 일어나는 것은 왜일까.
"여기서 점심이나 먹고 갈까 합니다."
각자 알아서 챙겨먹는 점심.
상단이 점심 준비로 자리를 멈추면, 모험가들은 알아서들 자리에서 나와 자신들의 점심을 꾸린다.
"이딴 개밥같은걸 매번 먹고 다니는거군요."
"푸흐흣! 개밥이라니! 표현 한 번 어울리네."
모험가들 전용 건육과 말린 과일 같은 것들은 개밥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형편없는 음식들이었다.
뭐, 어찌보면 평화로운 마찻길.
힐링 이세계 판타지라도 들어온 것 같은 기분을 느끼며 그 날 밤 취침에 들 때...
"저 새끼들 자는거 같지?"
"저 여자 둘, 엉덩이 봤냐?"
"씨발, 아직까지 꼴려서 미치는 줄 알았네."
그럼 그렇지, 씨발.
내가 무슨 힐링 이세계냐.
"야, 난 붉은 머리. 골반이랑 엉덩이가 존나 큰게 딱 내 스타일이야."
"후훗, 슬랜더 청색 머리년은 어떻고?"
목소리가 가까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