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7화 〉6.노예전쟁.8
"흐으음..."
꽤 이 세계에서 구르고 굴렀던 최현기.
그렇기 때문에 현재 엘리스, 레이나 듀오와 퍼스티니 +12강 쯤 되보이는 이그니스 언월도의 싸움은 거의 박빙이라는걸 알 수 있었다.
깔끔하고, 꽤 만족스러웠던 기숙실이 박살나는 것은 좀 아쉽간 히지만, 뭐 저 분들이 기쁘게 운동하는걸 보면 이해해줘야지.
'뽕!'
소파에 앉아, 백포도주 마개를 딴 후 투명한 유리잔에 따른다.
"이 좆집 년이!"
"어머? 지는 딴 놈 좆집인가?!"
"이 개싸가지 없는 년이 어른 한테 못 하는 말이 없어?!"
"에베베! 씨발 나이 처먹고 애새끼 건드리는 좆년이래요!"
"보지에 창 좀 꽂아넣어줘야 주둥이를 안 털지!!!"
"흐으으흠."
오늘 따라 유난히 주위 노이즈가 거슬릴 정도로 맑다.
천천히 백 포도주를 잔에 따르고, 냄새를 맡아본다.
"흐음, 에라이 씨벌, 뭘 알아야 있는 척이라도 하지."
자신 기준에서는 그냥 뭐, 투명 포도주일 뿐이다.
적포도주는 뭐 그냥 포도로 만들고 백포도주는 청포도 같은걸로 만드나? 정도로 아주 무식한 지식을 자랑하는 그.
"아, 잠깐 담배는 어딨어요?"
"응? 아아, 잠시만. 거기 밑에 나무 수납장에 있고 불은 성냥이랑 같이 있으니 같이 꺼내면 되요."
잠깐 싸움을 멈추고 엘리스가 말해준다.
역시...여기에서 도촬하고 있던거 맞구나.
'드륵!'
수납장에는 진짜, 최현기가 자주 폈던 하얀 담배와 발화가 잘 되는 성냥개비들이 꽤나 들어있었다.
꺼낸 후 불을 붙이고 한 대 거하게 빤다.
뒤는 아직도 열심히 싸우는 세 사람이 콰광 펑 소리를 내는데, 어이구 씨발 어차피 도망가지도 못하는거 담배랑 술이나 빨아야겠다 식이었다.
[가서 안 말리니?]
이젠 존댓말로 포기한 여신의 알림음.
'좆까세요. 내가 씨발 un 평화군도 아니고.'
지들이 이젠 못 참겠다하고 틈만 나면 싸워대는데 거기서 나서봤자 머리만 아프지.
차라리 담배나 후욱하고 빨고 결과나 지켜보면 나을 듯 하다.
[저러다 누구 한 명 죽거나 팔 짤리면?]
뭐, 그 땐 좆되겠지만 지들이 좆되고 싶다는데 말리는 것도 한도가 있지.
그리고 히어로 기준으로 따졌을 때, 슈트 없는 아이언맨, 돈 없는 배트맨, 찍찍이 안 나오는 스파이더맨 보고 슈퍼맨이랑 헐크, 토르가 싸우는거 말려보라고 해봐라.
좆되지 씨발.
그게 나다.
[전 세계 기준 문명으로 이야기해서 이해하기 힘들지만, 해석해보면 자신의 힘을 개방시키면 말릴거란 소리지?]
네, 그런데 어떻게 해요, 신성력이라곤 사용해본 적이...
폭주할 때 있었긴 했는데 기억도 안 나는사용법인데요.
도파민이 미친듯이 뿌려질 때, 즉 한 이틀 자지 않고 에너지 드링크랑 커피를 숨쉬듯 마시면 두근거리는 심장과 꿈틀거리는 혈관을 본 적 있는가?
그 때의 감각을 이용해 심장에서 어찌저찌 피에서 흐르는 에너지라고 해야할까 그런 것을 끌어모아 검으로 이식하고, 막 손에서 뿜어대고 했는데 그걸 다시 재현하라는 건 최현기에게는 매우 무리인 상황이었다.
[흥분과정에서 에너지 컨트롤이 섬세해진 것입니다.]
[일시적인 각성 작용의 재현을 위해선 끊임없는 훈련과 지도 편달이 요구됩니다.]
노예 새끼가 듣는 수업에서는 그런거 안 가르쳐주던데?
초급 뭐 어떤학이든 에너지 응용법 같은 고급 수업들은 당연스럽게 제외대상이었지.
[원래 인생은 차별 속에서 이뤄지는 법입니다.]
씨발년아, 노예로 만든건 니 년의 안배잖아?
[......]
머리에 철관 쓴거살려준건 좀 고맙긴 한데, 매번 생각할 때마다 빡치네.
"후우."
담배와 술로 일단 분노를 진정시켜본다.
"역시 난장판이네요."
웃으며 들어오는 세린느.
"....."
"어머, 성자님. 괜찮으세요? 안 괜찮으시겠다. 제가 한 잔 올려드려도 될까요?"
능청스럽게 소파 옆으로 다가와 포도주병을 들어올리는 세린느.
"너도 여기 도촬하고 있었냐?"
"...무슨 소리신지?"
또 눈 돌리네 이 년.
"어쨋건 무슨 일이야? 쌈박질 났다고 구경 온 건 아니겠고."
뒤에선 아주 그냥 빔도 쏘시고, 검으로 폭풍도 일으키시고, 이그니스 언월도인지 뭔지로 불지옥도 만드시고 난리가 났다.
"아, 제가 말씀드렸잖아요. 성자가 쓸 수 있는 아이템들."
"흠."
"신성력을 이용해서 능력을 폭주 시킬 수 있는 그런 종류를 원하셨죠?"
척하면 척이라는 듯 세린느는 윙크를 날리며 박수를 짝짝 하며 두 번 친다.
'드르르륵!'
성기사들이 방 안으로 들어오는 물건은 다름 아닌 온 몸을 다 가릴 법한 풀플레이트 아머였다.
가운데엔 헤론느 교단의 상징인 마크가 긴 하얀 천에 수놓아져, 확실한 트레이드 마크를 자랑한다.
"...아..."
"평범한 성기사용 갑주가 아닌거 딱 봐도 아시겠죠?"
생김새만 봐도, 다른 성기사용 갑주들은 뭔가 주렁주렁 장식들이 달려있는 것에 반해, 간소화된 디자인이라고 해야하나, 체형에 맞춤식이라고 해야할까 싶은 그래!
"내 체형에 맞춘?"
"맞아요! 성자님 전용으로 특수 제작한, 대마법용, 대마기용, 대정령력용 풀플레이트 갑주랍니다. 미스릴과 오르하르콘의 적절한 구성비와 드워프제 특별 갑주! 내구성과 반탄력을 1대1 비율로 만든 최첨단 무구이죠!"
그래,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아이언맨?
중세식 아이언맨이라고 해야할까...투구는 없지만 말이다.
"투구는 없네?"
"성자님의 후광을 투구로 가릴 수 있을까요? 그건 신성모독! 당연히 머리 부근에는성법으로 호흡계통 공격들과 매혹 공격까지 막아낼 수 있는 최첨단 방비 시설까지 구비되어있죠. 물에 빠져도 숨을 쉴 수 있는 방어막까지 구비되어 있구요."
한 마디로 따지면 돈지랄을 넘어선, 교단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고 녹이고 넣은 정수 중에 정수 쯤 되는 물건이었다.
"자, 한 번 입어보세요."
"......."
꽤나 삐까뻔쩍하게 금으로 수놓아진 장식들과 전체적으로 은으로 되어있는 갑주.
가운데 성기사라는 듯 천이 매어져 있고, 두껍지 않고 얇아보이는 전체적인 라인감은 최현기의 체형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듯 보였다.
"어떻게 입는건데?"
"가슴에 있는 교단 마크에 손을 대시고 신성력을 주입하시면 됩니다."
신성력 주입?
그거 어떻게 하는지 까먹었는데...곤란.
'파지지직!'
손을 데기만 했는데, 최현기의 넘치는 신성력을 인식한 풀플레이트 아머가 반응하기 시작했다.
"어어?!"
'철컥!'
오른 팔을 마크에 데고 있자, 풀플레이트의 오른팔이 최현기의 오른 팔을 잡았고, 그대로 접합부부터 분해되더니, 그대로 그의 팔에 하나하나 역순으로 조립된다.
그 뒤 오른팔을 기점으로, 풀플레이트가 모두 퍼지듯이 분해되더니, 팔을 따라 이동하며 하나씩 연결되며 조립되었다.
한 마디로.
'좆간지.'
"홀리 나이트! 홀리 마스터 성자!"
뭔가 세린느는 자신이 바라던 이상향이라도 되는 양 최현기를 바라보며 기도를 올린다.
이 디자인이나 느낌은 분명 그녀의 이상향이 큰 영향을 끼친 것 같다.
"흐으음..."
뭔가 다르게 보면, 어린 여자아이가 꿈꾸던 백마탄 기사님이 입을 법한 갑주?
그걸 성녀이기 전에 시스터였던 여자아이가 꿈꾸던 성기사의 풀플레이트라고 생각하면 되려나 싶다.
[홀리 플레이트 아머 능력 :
기본 힘 + 200
기본 민첩 + 100
방어력 + 300
내구도 : 신성력에 따라 자동수복 가능 (성자 500 신성력 기준 - 숨만 쉬어도 자동 수복)
등 뒤 날개뼈에 신성력 자동 사출구가 있어 잠시간 비행 가능.
종아리 쪽 신성력 사출구로 빠른 이동 가능.
팔꿈치 쪽 신성력 사출구로 빠른 펀치 가능. ]
게이밍스러운 설명!
여신은 게임 오타쿠 기질이 있는 것인가?
[그냥 그 쪽 세계관 맞춰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준겁니다. 좀 사람 이상하게 매도하지 말고 알아처먹으세요.]
"흠."
여신의 말을 씹고 잠깐 손가락을 쥐었다 펴보며 착용감을 느껴본다.
그래, 이건 진짜 씹간지 로봇아머를 입은 기분이다.
"어떠세요?"
초롱초롱한 눈빛을 보이는 세린느.
그녀의 눈빛은 드디어 꿈에도 그리던 성기사 왕자님(어떻게 둘이 공존하는지는 모르지만)을 보는 추억의 그 시절 눈빛이었다.
물론 그것은 최현기의 상상이었지만, 그녀의 생각은 얼추 꿰차고 있으니 맞을 것이다.
"편하네."
"시험해보시겠어요?"
잠깐 아직도 싸우고 있는 세 사람을 바라본다.
"무기도 없는데?"
물론 몸뚱아리 자체가 살인 병기가 되었다고 볼 수 있는 스텟 상승이지만, 최현기는 충분한 쫄보였다.
아이언맨같은 갑주가 생겼다고 푸슝빠슝이라고?
노예에 찌든 최현기를 뭘로 보고.
그는 세상에 더 없는 엄청난 쫄보였기에.
"흐흐흐흐, 그럴 줄 알고 신성력이 넘치도록 넘치는 성자님을 위해 준비했습죠."
좋은 물건 있습니다하는 암시장 상인처럼 말하는 세린느.
성녀 맞냐...
'딱!'
손가락을 튕기자 다시 성기사들이 들고 오는 것은...
"이건...씨발."
게틀링건을 얼마나 연구한 것인가.
그의 손에 쥐어지는...24k로 도배한 것 같은 삐까뻔쩍한 미니 게틀링건이었다.
헬기마저 박살낼 수 있는 씹상남자의 무기.
씨발! 로봇아머에 미니 게틀링건이라니!
"총알은 분당 1500발 까지 나갈 수 있는 거물이며, 보통의 성기사들은 신성력의 사출 속도와 총의 반탄력 때문에 쓸 수 없겠지만 신성력이 엄청나신 성자님께선 문제가 없으시겠죠."
떨리는 손으로 이 씹남자의 상징 미니 게틀링건을 들어본다.
성기사 셋이 끙끙대며 들렸던 이 물건이 손에 쥐자, 마치 소풍날 싸가는 피크닉 가방마냥 가볍다.
"미리 풀플레이트 허벅지부근에 총알을 구비할 수 있는 저장탱크 또한 만들어놓았습니다. 여기를 이렇게 연결하시면..."
왼 쪽 허벅지에서 미니 게틀링과 연결되는 총알띠.
"여기 발사스위치입니다."
누르면 무엇이든 눈 앞의 것들이 천국가는 계단이 된다는 그 스위치.
위에 빨간 버튼이 누름직하게 야망을 들쑤신다.
"자! 이제 헤론느 교단의 방해물인 저 년들을 전부 벌집으로 만들어 누가 진정한 세상의 정점인지 알려주시길!"
좋다가도 이렇게 선을 넘어요, 넘어.
어쨋건 헤론느 교단의 성자 전용 풀 아머와 미니 게틀링건을 얻었다!
존나 강해진 기분이 든다.
[난 너를 용서한다.]
[하지만 이 ak-47은 널 용서할까!]
하면서 신이 방아쇠를 당기며 분노하는 짤이 생각난다.
"이제 충분히 말릴 수 있겠군."
아직도 언월도와 쌍 레이피어를 부딪치며 이를 갈고 있는 엘리스와 퍼스티니.
당연스럽게 엘리스가 밀리면, 틈을 보고 레이나가 롱소드를 찔러들어오고 더 들어가지 못하고 퍼스티니가 뒤로 물러나길 반복한다.
"쯧쯧, 한심한 근딜러들."
한심해보이는 그들.
저 원시적인 삶을 보라.
이게 다 과학문명이 발달하지 못한 폐해이지 않은가.
[신성력으로 싸우는 사람이 할 말은 아닌듯.]
씹년은 조용.
어쨋건 이걸로 포인트나 왕창 벌어다주면 되는거 아닌가?
"그럼."
게틀링건을 조준한다.
딱히 그녀들을 조준하는 것이 아닌 위 쪽으로.
"모두가 진정하는 분노조절의 힘!"
'달칵!'
스위치를 누른다.
'드르르르르륵!!!!!'
모든 것을 파괴하는 머글의 마법봉☆빵야빵야!
'콰아아아아앙!'
다행히 꼭대기층인 최현기의 기숙실이 박살나기 시작한다.
"크하하하하하!!!!!"
지금까지 당하고 살아왔던 노예생활이 뻥뚫리는 기분이 든다.